89다카20252
【판시사항】
편집가. 외국중재판정이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에 의하여 집행되기 위한 적극적 요건의 입증책임
나. 매매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된 중재조항의 내용을 당사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다.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제2조의 '중재합의'의 요건과 위 조항 소정의 유효한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본 사례
라. 대리인을 통하여 외국인과 중재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 그 대리행위에 관한 준거법
마. 준거법인 외국법에 대한 조사가 직권조사 사항인지 여부(적극)와 그 조사방법
바. 중재합의의 철회 가능여부에 관한 준거법 및 영국법에 의하면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의 철회가 가능한지 여부(소극)
사.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의하여 중재판중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의 범위와 그에 대한 판단기준
아.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규정 취지와 그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
자. 국제 상거래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금 지급에 관한 관습과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이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편집가.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2.17. 조약 제471호, 이하 뉴욕협약이라고 한다) 제4조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얻기 위하여 승인과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는 신청서에 (가) 정당하게 인증된 중재판정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 (나) 제2조에 규정된 합의의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 및 공증된 이들의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뉴욕협약에 따른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위한 적극적 요건으로서 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그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나. 영국회사 갑과 한국회사 을의 대리인이라 청하는 병사이에 작성된 강철봉 매매계약서 앞면 좌측 상단에는 '뒷면의 조건에 따라 공급하여 주십시오(Please supply, subject to conditions overleaf)'라고 부동문자로 인쇄되고 있고, 뒷면의 조건 중 제13조에는 '본 계약의 효력, 해석 및 이행은 영국법에 따라 규율되며, 그 효력, 해석 및 이행을 포함하여 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중재 법원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병이 그 조항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서 위 매매계약서에 서명한 경우 위 뉴욕협약 제2조 제2항 소정의 '계약문 중의 중재조항'으로서 같은조 제1항 소정의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취지'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매매계약서에 '......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중재법원 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는 중재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뉴욕협약 제2조에 의하면 같은 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합의는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서면에 의한 합의'로서 족하고 중재장소나 중재기관 및 준거법까지 명시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할 뿐 아니라, 위 조항에는 중재장소와 중재기관 및 중재절차의 준거법이 한꺼번에 모두 명시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위 조약 제2조 소정의 유효한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라. 임의대리에 있어서 대리인 혹은 대리인으로 칭한 자와 거래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본인에게 거래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는 거래의 안전 내지 상대방 보호를 위한 측면을 고려할 때 대리행위지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함이 상당하다고 하겠으므로 영국에서 한국회사인 을의 런던사무소책임자인 병이 을을 대리하여 영국회사인 갑과 사이에 중재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 위 병의 중재계약상의 대리행위에 관한 준거법은 대리 행위지법인 영국법이다.
마. 우리나라 법률상으로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적용 및 조사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외국법은 법률이어서 법원이 권한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하고, 그 방법에 있어서 법원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조사하면 충분하고, 반드시 감정인의 감정이나 전문가의 증언 또는 국내외 공무소, 학교등에 감정을 촉탁하거나 사실조회를 하는 등의 방법만에 의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바. 중재합의의 철회가 가능한지 여부는 결국 중재합의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서 이 점에 관하여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 후단은 1차적으로 당사자 들이 준거법으로 지정한 법령에 의하고, 그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령에 의하여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매매계약서에 '...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중재법원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준거법으로 영국법을 지정하였다고 볼 것이고, 영국법에 의하면 위와 같은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written arbitration agreement)는 당사자의 일방이 임의로 철회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이 불리하게 원용되는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에 의하여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바, 이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유로 당사자의 방어권이 침해된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어권침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용인할 수 없는 경우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또 중재당사자의 방어권보장은 절차적 정의실현과 직결되어 공공의 질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는 집행국 법령의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아.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중재판정이나 승인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할 것이므로 그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자.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일방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적절한 국제 금리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함이 관행이라 할 것인데, 영국 런던중재법원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제금리인 미국은행 우대금리(그 최고이율도 연 2할 5리로서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의 제한범위 내이다)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상당하므로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편집가.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 제4조
나.다.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 제2조 제1항, 제2항
라. 섭외사법 제9조
마. 민사소송법 제265조,
바.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제5조 제1항 가호
사.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 제5조 제1항 나호
아.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 제5조 제2항 나호
자. 섭외사법 제28조, 상법 제1조, 외국중재판정의승인과집행에관한협약(1973.5.9. 조약 제471호)제5조 제2항 나호
【참조판례】
편집라. 대법원 1987.3.24. 선고 86다카715 판결(공1987,709)
1988.2.9. 선고 84다카1003 판결(공1988,491)
마. 대법원 1981.2.10 선고 80다2189 판결(공1981,13727)
1982.12.28 선고 80누316 판결(공1983,373)
【전 문】
편집【원고, 피상고인】 지 케이 엔 인터내쇼날 트레이닝(런던)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국제상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철 외 1인
【환송판결】 대법원 1988.2.9. 선고 84다카1003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89.6.26. 선고 88나841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중재합의에 관련된 상고이유를 본다.
가. 중재조항에 관한 논지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1973.5.9. 가입하여 그때부터 조약 제471호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Arbitral Awards, 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1조 제1항에 의하면, 이 협약은 그 승인 및 집행의 요구를 받은 국가(이하 집행국이라 한다) 이외의 국가의 영토에서 내려진 중재판정 및 집행국에서 내국판정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위 협약가입시 같은 협약 제1조 제3항의 유보 조항에 따라 타체약국의 영토내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한하여, 또 계약적 성질의 것이거나 아니거나 불문하고 국내법상 상사상의 것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에 한하여(즉 상사중재판정에 한하여) 위 협약을 적용한다고 선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뉴욕협약의 체약국인 영국의 영토내에서 내려지고, 그 성질상 상사분쟁임이 분명한 이 사건 분쟁에 관하여 내려진 이 사건 외국중재판정의 대한민국에 의한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뉴욕협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뉴욕협약 제2조에는 각 체약국은 중재에 의하여 해결이 가능한 사항에 관한 일정한 법률관계에 대한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취지의 당사자간의 서면에 의한 합의(계약문 중의 중재조항 또는 당사자간에 서명되었거나 교환된 서신이나 전보에 포함되어 있는 중재의 합의를 포함한다)를 승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3조에서는 각 체약국은 위의 중재판정을 다음 조항에 규정한 조건하에서 구속력있는 것으로 승인하고 그 판정이 원용될 영토의 절차규칙에 따라서 그것을 집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에서는 전조에서 언급된 승인과 집행을 얻기 위하여 승인과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는 신청서에 ㉮ 정당하게 인증된 중재판정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 ㉯ 제2조에 규정된 합의의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 및 공증된 이들의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뉴욕협약에 따른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위한 적극적 요건으로서 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그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영국 런던중재법원의 1981.5.1.자 중재판정서의 정당하게 증명된 등본 및 그 인증된 번역문(갑제4호증의 1)과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서의 증명된 등본 및 그 인증된 번역문이라면서 원고와 피고 회사를 대리한 소외 이상준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고 중재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각 매매계약서의 등본과 그 번역문(갑제4호증의 2 내지 4)을 제출하였으므로 집행국법원으로서는 위 각 매매계약서 중 중재조항이 뉴욕협약 제2조 소정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논지의 지적과 같이 단순히 부동문자로 인쇄된 이른바 예문에 불과한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하여 원심이 채용한 위 갑제4호증의 2 내지 4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회사의 대리인이라 칭하는 소외 이상준 사이에(그 대리행위의 효력유무는 뒤에서 본다) 작성된 이 사건 강철봉 매매계약서 앞면 좌측상단에는"뒷면의 조건에 따라 공급하여 주십시오(Please supply, subject to conditions overleaf)"라고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뒷면의 조건 중 제13조에는 "본 계약의 효력, 해석 및 이행은 영국법에 따라 규율되며, 그 효력, 해석 및 이행을 포함하여 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 중재법원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이상준은 그 조항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서 위 매매계약서에 서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서 뒷면에 기재된 중재조항은 위 뉴욕협약 제2조 제2항 소정의 "계약문 중의 중재조항"으로서 같은 조 제1항 "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취지"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중재조항을 뉴욕협약상의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로 본 원심의 판단은 그 판단의 순서 및 이유설시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위 중재조항이 이른바 예문에 불과하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논지는 나아가, 이 사건 매매계약서 뒷면에 기재된 중재조항에는 중재장소,중재기관 및 준거법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여 당사자 사이에 유효한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나 뉴욕협약 제2조에 의하면 같은 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합의는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하는 서면에 의한 합의"로서 족하고 중재장소나 중재기관 및 준거법까지 명시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할 뿐 아니라 위 중재조항에 의하더라도"......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중재법원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 되어 있어, 중재장소와 중재기관 및 중재절차의 준거법이 한꺼번에 모두 명시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이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없다.
나. 외국법의 조사에 관한 논지
피고가 소외 이상준의 대리권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를 대리한 소외 이상준과 원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중재합의의 효력이 피고에게 미치는가 즉 위 이상준이 피고를 적법하게 대리하였거나 또는 표현대리로 인정되어 원·피고 사이에 뉴욕협약 제2조 소정의 중재합의가 존재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섭외적 생활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적용될 준거법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 바, 임의대리에 있어서 대리인 혹은 대리인으로 칭한 자와 거래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본인에게 거래당사자로서의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는 거래의 안전 내지 상대방 보호를 위한 측면을 고려할 때 대리행위지법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함이 상당하다고 하겠으므로( 당원 1987.3.24. 선고 86다카715 판결; 1988.2.9. 선고 84다카1003 판결 각 참조) 위 이상준의 이 사건 중재계약상의 대리행위에 관하여는 그 준거법은 대리행위지법인 영국법이라 할 것이므로 이를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상으로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적용 및 조사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외국법은 법률이어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하고, 그 방법에 있어서 법원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조사하면 충분하고, 반드시 감정인의 감정이나 전문가의 증언 또는국내의 공무소, 학교등에 감정을 촉탁하거나 사실조회를 하는 등의 방법만에 의하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원심은 위 이상준의 대리권의 존재 및 표현대리의 성부에 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여, 설시와 같은 표현대리성립에 관한 네가지 요건을 밝히고 나서, 거시증거에 의하여 위 이상준의 행위에 관하여 표현대리의 성립을 인정하였는 바,원심이 판시한 위 표현대리에 관한 영국법의 내용은 원심이 조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인 런던 왕립법원 변호사이자 상사법을 30년 이상 전공한 그 분야의 권위자인 사이크스(Sykes)의 각 선서 진술서(갑제38호증의1, 제39호증, 제40호증)와 사이크스가 편집 자문으로 되어 있는 정평있는 교과서인 고어브라운의 회사법(Gore-Browne on Companies) (갑 제38호증의3), 영국고등법원(the High Court)의 1964년 보고서(Freeman & Lockyer v.Buckhurst Park Properties(Mangal) Ltd. 1964, 사건, 갑제38호증의2)등에 나타난 학설과 판례등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됨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 과정에 논지의 지적과 같은 외국법의 조사에 관한 채증법칙위배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없다.
다. 중재합의의 철회에 관한 논지
중재합의의 취소란 중재합의에 취소사유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당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를 의미하므로 소론의 "취소"라는 용어는 그러한 사유없이 장래에 향하여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당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 즉 중재합의의 철회를 의미한다고 하겠는 바, 중재합의의 철회가 가능한지 여부는 결국 중재합의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서 이 점에 관하여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 후단은 1차적으로 당사자들이 준거법으로 지정한 법령에 의하고, 그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령에 의하여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와 피고 회사를 대리한 소외 이상준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매매계약서 뒷면의 조건 제13조에 의하면 "......본 계약하에서 또는 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본 계약일의 런던 중재법원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 기재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이는 당사자가 중재합의의 준거법으로 영국법을 지정하였다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기록에 의하여 영국법상 중재합의의 철회문제를 살펴보면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은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Written arbitration agreement)는 당사자의 일방이 임의로 철회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당사자의 일방이 중재판정 선고전에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를 철회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논지는 이유없고, 이 점에 관한 이유설시에 미흡한 점이 있으나 같은 취지에서 위 철회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2.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제2항의 해석과 관련된 상고이유를 본다.
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관한 논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이 불리하게 원용되는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에 의하여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는바, 이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유로 당사자의 방어권이 침해된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어권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또 중재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은 절차적 정의실현과 직결되어 공공의 질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는 집행국 법령의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니 우리나라의 법령을 기준삼아 피고에 대한 중재절차 통고의 흠결로 인한 방어권침해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피고 사이의 중재조항인 이 사건 매매계약서(갑제4호증의 2 내지 4)의 뒷면에 기재된 조건 제13조에 의하면, 이 사건 중재절차에 있어서의 통지는 계약서에 표시된 당사자의 주소에서 행한 송달로써 충분하다고 되어 있는 바, 갑제39호증(영국내 외국회사등기부 등본)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 런던사무소의 주소가 위 계약서상의 주소와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고 그 송달영수인은 위 런던사무소의 책임자인 소외 이상준으로 신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1979.1.5. 위 이상준을 대한민국 본사에서 근무하도록 발령하고 그 후임자를 파견하지 아니하여 직접 위 중재법원이 위 런던사무소로 보낸 중재절차상의 통지를 받지 못하였고 중재절차에도 참석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원심이 채용한 갑제2호증의 3 내지 5(등기편지), 갑제35 내지 37호증(등기우편으로 보낸 통지서), 각 기재와 원심증인 정 윤석의 증언을 종합하여 보면, 런던 중재법원이 1980.9.23. 임명한 중재인 폴 시그하트 당사자들 사이의 위 중재합의에 따라 피고 회사 런던사무소에 중재절차에 관한 통지를 수차 등기우편으로 보내었으나 피고가 출석하지 아니하고 서면도 제출하지 아니하므로 1981.4.15. 심리를 종결하고 같은 해 5.1. 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린 사실, 피고 회사 런던사무소는 위 이상준이 1979.1.5. 대한민국 본사로 발령난 후 같은 해 9.21. 사실상 폐쇄되고, 그날 같은장소에 피고 회사가 100퍼센트 주식을 소유하는 자회사인 코벤(Koben)이 현지법인으로 설립되어 외국회사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으며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장 영재, 이 철재 등 2명이 파견나와 근무하고 있었고 위 피고 회사 런던사무소는 외국회사등기소에 1981.8.26.자로 말소등기가 된 사실을 알 수 있고, 기록상 위 발송우편물이 반송된 점은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중재절차에 관한 통지는 피고 회사 런던사무소에 송달되었다고 추정되고, 더욱이 위 갑제7호증의 16, 17, 갑제9호증의 2, 4, 갑제8호증의 1(합의각서), 갑제9호증의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 본사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분쟁으로 인하여 여러차례 텔렉스로 교신하고, 1979.10.9.에는 원고 회사를 대리한 드러리 및 커닝햄이 직접 서울에 와서 피고 회사의 한 병일 이사 및 이훈 지배인과 절충끝에 합의각서를 작성하는 등 원만한 타협을 모색하였으나 피고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여 결국 결렬되자 1980.5.19.에는 수주일 이내에 피고 회사에게 런던 중재법원의 절차개시통고가 될 것이라고 통지까지 하여 주었음을 엿볼 수 있으니 피고 회사로서는 이 사건 중재절차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본사에서 직접 사전통고를 받았고, 런던사무소 및 그 후신격인 코벤회사에 근무중이던 자기회사 직원들로부터 중재절차 진행중에 중재법원으로부터의 각종 통지들을 충분히 전달받았으리라고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 절차진행중 필요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심리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으로 진술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였고, 또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갑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 본사가 중재판정서 사본을 원고 회사로부터 송달받고도 영국법에 따른 불복절차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으니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중재절차에 있어서 그것이 적절히 통고되지 아니하여 피고의 방어권이 부당하게 박탈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없다.
나.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에 관한 논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에 의하면, 중재기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간의 합의와 합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중재를 행하는 국가의 법령에 합치하지 아니하면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논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중재조항에는 그 중재기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유효한 합의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중재기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는 중재지법인 영국법에 따라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이 점에 관한 영국법의 조사를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 제출의 일부 서증에 의하여 이 사건 중재기관의 구성 및 중재절차가 영국의 법령에 합치한다고 판시한 것은 위 제5조 제1항 라호에 위반된 것이라고 함에 있으나 이 사건 매매계약서(갑제4호증의 2 내지 4) 뒷면 조건 제13조에 "......이 계약하에서 또는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이 계약일 당시의 런던중재법원의 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것은 전형적인 중재조항으로서 중재장소는 영국 런던, 중재기관은 런던중재법원, 준거절차법은 런던중재법원의 규칙(즉 영국법)으로 정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라고 해석되고 이 사건 중재판정은 위 중재기관 및 중재절차에 관한 원·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서 내려진 것임이 갑제4호증의1(중재판정)의 기재에 의하여 명백하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위 논지도 이유없다.
다.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관한 논지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중재판정이나 승인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판단에 있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논지는 이 사건 중재판정에 있어서 피고가 불출석한 채 원고의 일방적인 출석으로 심리를 종결하였고, 중재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금액을 결정함에 있어서 논리와 합리적 고려를 도외시함으로써 당초의 매매대금보다 더 큰 배상금액을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그 지연이자 계산에 있어서도 뚜렷한 근거없이 준거법인 영국의 법정이율로 하지 아니하고 고율인 미국의 우대금리를 적용하였으며, 중재판정문에 이유를 붙이지 아니하였으니 위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은 대한민국의 공공질서(이자에 관한 법질서)에 반하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승인을 거부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제대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중재판정을 승인함으로써 판단을 유탈하여 이유를 갖추지 못하고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중재절차에 있어서 통지에 관한 특약이 우리나라의 법 원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설시의 사유로 피고가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이 사건 중재판정이 내려졌다 하여 그 집행이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며, 중재법원이 인정한 배상금액에 관한 집행이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한편 국제 상거래에 있어서 일방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적절한 국제금리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함이 관행이라 할 것인데 영국 런던중재법원이 피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제금리인 미국은행 우대금리(그 최고이율도 연 2할 5리로서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의 제한범위내이다)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상당하고, 중재판정서에 자세한 이유기재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니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위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배석 김상원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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