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다카1131, 1132

건물철거등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전원합의체판결] 【판시사항】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하면서 지상권까지 양도 받기로 한 자에 대한 대지소유자의 건물철거청구의 당부(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하면서 법정지상권까지 양도받기로 한 자는 채권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전건물소유자 및 대지소유자에 대하여 차례로 지상권의 설정등기 및 이전등기절차이행을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대지소유자가 소유권에 기하여 건물철거를 구함은 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그 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있는 자가 그 권리자를 상대로 한 청구라 할 것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소수의견) 토지소유자로서는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하였을 뿐 아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는 건물양수인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의 승계취득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의무는 법정지상권자에게 있을 뿐이므로 의무없는 토지소유자에게 그 승계취득에 관한 건물양수인의 이익을 배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고 이를 배려하지 아니한 행위를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 나무랄 수는 없어 대지소유자가 건물양수인에 대하여 하는 소유권에 기한 건물철거청구를 획일적으로 신의칙위반이라고 배척할 수는 없으며 건물양수인은 앞으로 법정지상권을 유효하게 취득함으로써 건물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가진 자이므로 이런 법적 수단을 갖춘 경우에만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에 우선할 수 있고 그렇지 않는한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토지이용관계의 조정상 공평하고 합리적인 해석이며, 또 현행 부동산공시제도의 원칙에도 합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2조,

제366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2.10.12. 선고 80다2667 판결(폐기)


【전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김화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병연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김말출 외 2인

【원심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84.4.25. 선고 83나1505,1506,1507,84나25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반소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은 원래 소외 김순자의 소유이었는데 위 소외인은 위 대지에 대하여 소외 염봉효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1970.3.30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으며, 한편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김말출은 1970.9. 위 김순자로부터 이사건 대지와 건물을 매수하여 이를 명도받아 점유사용하면서 건물은 미등기인채로 두었으나 대지에 대하여는 1970.10.1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더니 그 후 위 염봉효가 근저당권을 실행하고 그 경매절차에서 위 대지를 경락받아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이에 터잡아 1978.6.26 원고 앞으로 같은 날자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으며, 한편 피고 김말출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위 김순자를 대위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1978.3.20 위 김순자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고 다시 같은 날 위 피고 앞으로 1970.9.23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또한 위 건물매매에 있어서피고 김말출은 위 김순자로부터 법정지상권을 양도받기로 하는 채권계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은 위 근저당권설정 당시는 동일인인 소외 김순자의 소유에 속하였다가 그후 대지의 경매로 인하여 대지와 건물이 다른 소유자에게 속하게 된 것이니 위 건물의 소유자인 소외 김순자는 민법 제366조에 의하여 이 사건 대지에 대하여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법정지상권자는 물권으로서의 효력에 의하여 이를 취득할 당시 의 대지소유자나 이로부터 소유권을 전득한 제삼자에 대하여도 등기없이 위 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외 김순자는 위 대지의 전득자인 원고에 대하여 지상권설정등기청구권이 있다 할 것이며, 위 법정지상권을 양도받기로 한 피고 김말출은 채권자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원고 및 소외 김순자에 대하여 차례로 지상권설정등기 및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이 사건 대지에 대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는 위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대지소유권에 기하여 건물철거를 구함은 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또한 그 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있는 자가 그 권리자를 상대로 한 청구라 할 것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위의 견해에 저촉되는 당원 1982.10.12. 선고 80다2667 판결등 종전의 견해는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결국 같은 취지에서 피고 김말출의 원고에 대한 지상권설정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반소청구를 인용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건물철거, 퇴거 및 대지인도를 구하는 본소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법정지상권과 채권자 대위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대법원판사 유 태흥, 같은 강우영, 같은 전상석, 같은 신정철, 같은 이회창, 같은 김형기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유태흥, 같은 강우영, 같은 전상석, 같은 신정철, 같은 이회창, 같은 김형기의 반대의견

1. 다수의견의 요지는 법정지상권을 가진 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한 자는 전 건물소유자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에 터잡아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있으므로 그 설정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토지소유자가 건물양수인에게 건물철거를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함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나치게 확장적용하는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으므로 아래와 같이 우리의 반대 견해를 밝혀두고자 한다. 먼저 건물양수인과 토지소유자 사이의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률관계를 살펴본 다음에 신의성실의 원칙적용의 타당여부에 관하여 논급하기로 한다.

2. 토지와 그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때에 건물소유자에게 발생하는 법정지상권은 법률에 의한 물권의 취득이므로 건물소유자는 등기없이도 법정지상권을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으나, 법정지상권의 처분은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으로서 등기를 갖추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법정지상권을 가진 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한 자는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를 하지 않는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법정지상권은 건물의 존립을 위하여 토지를 이용하는 권리이긴 하나 건물의 소유권과는 독립한 별개의 물권이며 건물소유권에 부종하여 건물소유권의 이전에 따라 같이 이전되는 것이 아니므로 건물소유권이 이전되었다고 하여도 법정지상권에 관하여 별도로 공시방법을 갖춘 유효한 처분행위가 없는한 그 권리는 당초의 건물소유자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토지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을 가진 당초의 건물소유자에 대하여는 자기의 토지용익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아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한 건물양수인에 대하여는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과 같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자기의 토지용익권을 주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이와 달리 일단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이상 그 권리의 존속기간중에는 토지소유자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토지의 용익권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을 주장하는 다수의견도 위와 같은 법리에는 원칙적으로 이론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왜냐하면 건물양수인이 전소유자의 법정지상권을 가지고 자기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 주장에 당연히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구태여 신의성실의 원칙을 이끌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 그러면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토지소유자의 건물양수인에 대한 건물철거는 과연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라고 볼 수 있는가? (1) 먼저 토지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의칙위반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예컨대, 토지소유자가 취득시효 완성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 토지점유자에 대하여 그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토지소유자는 점유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고 그 의무의 이행으로 토지소유권자체를 상실할 지위에 놓인 자이므로 이러한 토지소유자가 점유자에 대하여 토지인도를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당원 1967.7.18 선고 67다954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아마도 이러한경우를 염두에 두고 이 사건에서도 신의칙의 이론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의 경우에 있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토지와 그 지상건물의 소유권이 분리될 당시의 건물소유자는 등기 없이도 법정지상권을 취득하고 그 설정등기를 마쳐야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토지소유자가 부담하고 있는 설정등기의무는 이미 유효하게 존속하는 법정지상권의 공시방법을 갖추어 준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고 그 의무이행으로 법정지상권이 새로 설정되거나 토지소유권이 상실되는 것과 같은 권리변동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또 설정등기가 됨으로써 바로 상대방인 건물양수인에게 토지소유자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떤 권원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토지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취득시효 완성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와는 달리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서 이를 신의칙위반의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를 이미 마친 경우를 생각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토지소유자가 설정등기의무를 이행하여 이미 설정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더 이상 설정등기의무는 남아 있지 않고 따라서 건물양수인에게도 대위행사할 설정등기청구권이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토지소유자의 건물양수인에 대한 철거청구는 다수의견대로라면 신의칙위반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미 법정지상권이 유효하게 성립한 뒤에 단지 그 공시방법을 갖추어 줄 의무가 남아 있는지 또는 없는지에 따라 신의칙의 적용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신의칙위반 여부를 논할 것이 아니라, 건물양수인이 전 건물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과연 신의칙적용의 근거가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그러면 건물양수인이 전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할 근거가 될 수 있는가?

가. 민법 제2조에 규정된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져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인바, 이러한 추상적 규범을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이익의 내용, 행사하거나 이행하려는 권리 또는 의무와 상대방 이익과의 상관관계 및 상대방의 신뢰의 타당성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적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토지소유자는 일단 법정지상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건물소유자에 대하여는 그 권리를 용인하고 그 권리실현에 협력할 의무가 있으나, 아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다만 그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 자로서 그 청구권을 행사하여 장차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이익을 가진데에 불과한 건물양수인에 대하여는 그 이익의 실현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으며 그 의무는 법정지상권자에게 있을 뿐이다. 원래 법정지상권은 토지소유권에 우선하여 그 용익적 효력을 제한하는 권리로서 성질상 토지소유권과 상충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때, 위와 같이 건물양수인의 법정지상권 승계취득에 협력할 의무가 없는 토지소유자에게 그 승계취득에 관한 건물양수인의 이익을 배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배려하지 아니한 행위를 가리켜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져버린 신의칙위반의 행위라고 나무랄 수는 없음이 명백하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지상건물을 매도한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소유권을 양수한 제3취득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가 되어 있지 않는한 토지등기부와 건물등기부를 대조하여 법정지상권의 존부를 가려낸다는 일은 일반인으로서 반드시 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그와 같은 법정지상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지상건물을 철거 가능한 것으로 믿고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는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를 획일적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아니하고 형평과 신뢰에 어긋나는 권리행사라고 몰아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또 건물양수인이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획일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를 모조리 배척한다는 것은 현재의 부동산 공시제도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부당하다. 물권은 배타성이 있으므로 거래의 안정을 위하여 물권변동에는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표상인 공시방법을 갖출 것이 요망되는바, 우리 민법은 공시방법의 효력에 관하여 형식주의를 택하고 공시방법을 갖추지 아니한 물권변동의 효력을 부인하며 다만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의 취득에 한하여 등기없이도 취득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처분은 등기를 하여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법정지상권이 일단 성립하면 그 배타적 효력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자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 주장은 차단될 수 밖에 없으나, 이러한 배타적 효력있는 법정지상권을 아직 취득하지 못하고 단지 그 이전등기청구권이라는 채권적 청구권을 가진데에 불과한 건물양수인에 대하여는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이 차단될 이유가 없으므로 이러한 건물양수인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 주장은 우리의 공시제도하에서 우월한 효력이 인정되는 권리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건물양수인이 장차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하여 배타적 효력있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전등기의무자도 아닌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를 획일적으로 신의칙위반이라 하여 배척한다면, 채권적청구권에 불과한 이전등기청구권에 신의칙의 이름을 빌어 사실상 배타적 대항권을 부여하는 결과가 된다. 예컨대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후 그 등기가 되지 않은 채로 건물의 소유권이 여러 사람에게 전전양도되고 토지소유권 또한 여러 사람에게 전전양도된 경우를 생각해 볼때, 건물의 최종소유자는 언제든지 전자를 순차 대위하여 법정지상권의 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는 항상 신의칙위반으로서 배척되고 말 것이며, 이렇게 되면 건물소유권과 토지소유권이 아무리 전전양도 되었다고 하여도 건물의 양수인은 전혀 등기를 하지 않고도 사실상 법정지상권의 배타적 효력을 향유하는 결과가 되어 공시제도의 원칙의 본래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 법정지상권제도는 건물을 위한 토지이용권을 법률이 확보해 줌으로써 건물의 존립을 보호하여 건물의 철거멸실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피하고자 하는데에 그 의의가 있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토지소유자의 건물철거청구를 배제하려는 견해는 위와 같은 건물보호의 취지를 보다 철저하게 관철하려는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토지와 그 지상건물을 각각 독립한 부동산으로 취급하여 별개로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하에서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경우에 건물의 존립을 위한 토지이용 관계의 조정이 항상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바, 이러한 토지이용 관계의 조정에 있어서는 오로지 사회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건물의 존립보호만을 금과옥조로 내세울 수 없고 토지소유자의 권익과 현재의 공시제도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 토지소유권과의 조화내지 균형 위에서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건물의 철거멸실이 사회경제적으로 손실이라 하여 건물보호만을 우선시킬 수 없다는 것은 극단적인 예로 아무런 권원없이 건립된 건물의 경우에는 그 철거로 인한 손실이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이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의 권리에 우선시켜 존립시킬 수 없는 점에 미루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볼때 건물의 존립을 위한 토지이용권을 확보해 주는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경우에 있어서는 건물양수인은 그 법정지상권을 유효하게 취득함으로써 건물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수단을 가진 자이므로, 이러한 법적수단을 갖춘 경우에만 이해가 상충되는 토지소유자의 토지용익권에 우선할 수 있고 그렇지 않는 한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토지이용 관계의 조정상 공평하고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4. 결론적으로 우리는 법정지상권을 아직 취득하지 못하고 그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데에 불과한 건물양수인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건물철거청구를 획일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하여 배척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며, 따라서 당원 1982.10.12. 선고 80다2667 판결( 당원 1965.2.4. 선고 64다1418,1419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은 폐기될 것이 아니라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유태흥(재판장) 이일규 정태균 강우영 전상석 이정우 윤일영 김덕주 신정철 이회창 오성환 김형기 정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