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잡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저번 호의 발행과 이번 호 발행의 거리는 매우 멀게 되었다. 이 먼 동안이니 충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지 않았을 것이요, 생각만 하였으면 우자천려(愚者千慮)에 필유일득(必有一得)이라고, 그래도 나았으련만 앞일을 못 보는 사람이라, 이렇게 지체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불이야불이야 하면서 원고를 체절(締切)한 까닭으로 자의에나마 시원치 못한 것을 내어놓게 된 것은 유감천만이다.「몽롱한 기억」으로 말하면 감상문도 아니고 기행문도 아닐 무명 산문인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유린」으로 말하면, 그리 길지 않을 단편을 끊은 까닭에 보는 이의 감흥을 중단한 것을 깊이 사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