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대법원 2019. 1. 4., 자, 2018스563, 결정] 【판시사항】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에서 규정한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의 의미 및 이때 실제로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또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규정함과 동시에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06조, 제109조). 이처럼 헌법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모든 법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별·구체적 재판의 공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법관과 개별 사건과의 관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이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갖게 함으로써 구체적인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민사소송법은 제척 제도 외에도 기피 제도를 마련하여 제43조 제1항에서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피 제도의 위와 같은 목적과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평균적 일반인으로서의 당사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06조, 제109조,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


【전문】 【재항고인】 【원심결정】 서울고법 2018. 3. 23.자 2018즈기2007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또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규정함과 동시에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06조, 제109조). 이처럼 헌법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모든 법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별·구체적 사건에 있어서는 법관이 사건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등 헌법상의 제도와 원칙들만으로 재판의 공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법관과 개별 사건과의 관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재판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재판이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신뢰를 갖게 함으로써 구체적인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민사소송법은 제척 제도 외에도 기피 제도를 마련하여 제43조 제1항에서 “당사자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피 제도의 위와 같은 목적과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 그러므로 평균적 일반인으로서의 당사자의 관점에서 위와 같은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실제로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가 인정될 수 있다.

2.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기피신청의 본안사건인 이혼 및 친권자지정청구의 소에서 제1심법원은 2017. 7. 20.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반소원고)인 재항고인은 2017. 8. 4. 항소를 제기하여 서울고등법원 2017르22506(본소), 2017르22513(반소) 사건으로 항소심 계속 중이다. 2) 재항고인은 2018. 3. 13. 항소심 재판장에 대하여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기피신청을 하였다. 3) 기피신청 대상자인 위 법관은 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2015. 8.부터 2016. 7.까지 사이에 ○○그룹의 신청외 1 사장에게 1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여기에는 법관의 신상이나 동생의 인사와 관련한 사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고, 위와 같은 사실은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되어 사회 일반에 알려진 바 있다. 4) 원고는 ○○그룹신청외 2 회장의 장녀이다. 신청외 1은 ○○그룹의 각 계열사를 통할하면서 그 운영을 지원·조정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고 ○○그룹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 △△△△실 차장(사장급)으로 근무하였다. 신청외 1은 2015. 5.경 원고에게 원고가 운영하는 호텔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바 있고, 원고는 2016. 3.경 신청외 1에게 한옥호텔 건축사업 승인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이 사건 기피신청 대상 법관과 신청외 1의 관계, 원고와 신청외 1의 ○○그룹에서의 지위 및 두 사람 사이의 밀접한 협력관계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인하여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기피신청을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기피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조재연 노정희(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