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도7709
강간ㆍ특수상해ㆍ상해ㆍ특수협박ㆍ협박ㆍ폭행(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3] 형법 제297조 [4] 형법 제297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공1994하, 2695),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공2004하, 1290),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 [2]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공2018상, 909) / [3]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공2005하, 1469),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4031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신철규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8. 5. 4. 선고 2017노4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협박, 상해, 특수협박, 특수상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폭행의 점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장변경 및 협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에 대한 강간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2017. 4. 14. 23:43경부터 다음 날 01:06경까지 사이에 (지명 생략)에 있는 ○○ 무인모텔△△△호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여, 32세)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피해자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강제로 침대에 눕힌 후 왼손으로 피해자의 쇄골 부위를 눌러 반항을 억압한 다음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제1심에서의 진술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1) 피해자와 피고인의 문자메시지 내역이 삭제되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다음 날 피고인과 식사를 하고, 그 무렵부터 네 번 정도 더 피고인을 만나 자신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모텔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겁을 먹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모텔에 가기 직전에 남편 공소외 2에게 ‘졸려서 먼저 자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을 뿐, 수사기관이나 남편에게 피고인의 협박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계속하여 협박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모텔로 들어갈 때까지 외포된 상태에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2) 피해자가 모텔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후 피고인에게 ‘템포’라는 상호의 생리대에 관하여 이야기하였고,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나와 피고인과 담배를 피우며 남편 등 가정 관련 대화를 10여 분 하다가 모텔에서 나온 것은, 성관계를 갖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고, 위 모텔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모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돌아갈 때 강간을 당했다거나 외포된 상태에 있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폭행·협박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하게 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어 간음에 이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3) 피해자는 공소외 2가 베트남에서 귀국하여 바로 집에 들렀을 당시에 곧바로 강간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날 저녁경에 비로소 말하였다는 것인데, 공소외 2와 피고인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조직폭력단체 내에서의 위상도 비슷하거나 공소외 2가 더 높아,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피해사실을 얘기할 경우 피고인에게 어떠한 조치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즉시 얘기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계속된 협박 등으로 강간을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외포된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그리고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나아가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등 참조). (2)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유치원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고향친구로서 30년 이상 친구 사이로 지내왔고, 같이 □□지역 조직폭력단체인 ‘◇◇파’에서 조직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 ② 피해자와 공소외 2는 모두 이혼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로서 2014. 5.경 재혼하였는데, 당시 전남편이나 전처 사이에서 각각 태어난 딸들과 함께 살았다. ③ 피해자와 공소외 2는 재혼한 후 □□시에서 피고인 및 그의 처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부부동반으로 가끔 만났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와 친한 관계로 지냈다. ④ 피해자와 공소외 2는 2016. 12.경 ☆☆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이사를 가기 전에 공소외 2와 피고인이 사업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이사를 간 후에는 서로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와 자연히 사이가 멀어져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았다. ⑤ 공소외 2는 2017. 4. 10. 사업차 5박 6일 일정(2017. 4. 15. 오전 귀국 예정)으로 베트남으로 출국하였다. ⑥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이러한 해외여행일정을 알고 공소외 2가 출국한 당일인 2017. 4. 10. 오후에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만나 줄 것을 요청하여 그날 밤에 피해자를 만났다. 피고인은 자신의 차 안에서 피해자에게 ‘공소외 2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말을 하였고, 피해자가 황당해하자, 피해자도 들을 수 있는 휴대전화 스피커폰 기능을 이용하여, 후배들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2에게 아들이 있는 것 맞지’, ‘내가 너한테 공소외 2 연장 놓으라고 하면 알지’라고 하거나, 현직 경찰관에게 전화하여 ‘형님, 제가 지금 낫을 들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고, 그의 처에게도 전화하여 ‘씨발년아’ 등 욕설을 하며 횡설수설하더니 통화를 끊자마자 피고인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당황한 피해자에게 ‘이게 진실이다, 정신차려라’고 소리치며, 다짜고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뺨을 1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를 3~4회 때려 피해자를 폭행(이하 ‘이 사건 폭행’이라 한다)하였다. ⑦ 그 다음 날인 2017. 4. 11.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3일 동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날마다 연락하여 3회 정도 만났는데, 그중 한 번은 이 사건 폭행 다음 날 피해자 친정 근처까지 따라와 분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은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저녁경 피해자가 딸의 약을 사러 대전에 있는 약국에 갈 때 피고인에게서 연락이 와 같이 간 것이며, 나머지 한 번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부근으로 찾아와 피고인의 차 안에서 잠깐 동안 이야기한 것이다. ⑧ 피해자는 공소외 2가 귀국하기 전날인 2017. 4. 14. 23:05경 공소외 2에게 “졸려서 비행기 탈 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전화하라. 먼저 잘 테니 조심히 오라.”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⑨ 피고인은 2017. 4. 14. 23:43경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피해자의 집(☆☆시▽▽아파트)에서 아주 가까운 (지명 생략)에 있는 ○○ 무인모텔 주차장에 들어갔다. ⑩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폭행 이전에는 둘만 만난 적이 전혀 없다. (3) 먼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가)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이 사건 폭행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만난 자리에서 스피커폰으로 다른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흉기로 피해자나 남편을 해칠 수 있다는 등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하여 피해자에게 겁을 주고 이 사건 폭행까지 하였다. 피고인은 그 이후에도 강간범행 전까지 3일 동안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하여 만남을 요구하였고, 피해자를 만나 지속적으로 과거나 현재에 자신이 다른 사람을 폭력으로 굴복시킨 이야기 등을 하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피해자나 남편과 두 딸의 신변에도 위해를 가할 것처럼 말을 하여 겁을 주었다. 이 사건 강간범행 당일에는 피고인이 밤에 집 앞으로 찾아와 모텔에 가서 잠깐 쉬자는 말을 하여 피해자가 거절하였는데, 피고인이 다시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다른 짓은 하지 않고 맥주만 마시고 나오겠다고 하여 그 말을 믿고 모텔에 가게 되었다. 피해자는 모텔 객실의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혼자 침대에 누워있던 피고인이 갑자기 “더 이상 못 참겠다.”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에게 다가오기에, 생리 중이라며 거부하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왼쪽 뺨, 머리 부위를 때리고 피해자의 팔을 잡고 끌어 강제로 침대에 눕힌 후 피해자 위에 올라 타, 왼손으로 피해자의 쇄골 부분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긴 다음 강간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매우 구체적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위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나) 피고인도 이 사건 폭행 당시 차 안에서 자신의 지인들과 피해자의 위 진술 내용과 같이 통화한 사실은 일부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폭행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난 횟수나 만나서 한 일, 모텔에 가기를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맥주만 마시자고 말을 하여 피해자를 모텔에 데려간 경위 등에 관하여도 피해자의 진술과 대부분 일치한다. (다)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들은,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과 반드시 배치된다거나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러한 사정들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성폭행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과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만 하다가 나오기로 하고 모텔에 갔다는 것이고, 모텔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신체 접촉 없이 각자 떨어져 앞뒤로 걸어간 것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고 나아가 모텔 객실에서 폭행·협박 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② 피해자의 집과 범행장소인 이 사건 모텔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피해자가 당일 공소외 2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시각, 위 모텔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텔에 가기로 예정된 상태에서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피고인도 당일 피해자의 집 앞에서 만났을 때는 모텔에 가기로 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물론 피해자가 위 메시지를 보낼 당시 이미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집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기 때문에 미리 공소외 2에게 앞으로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정을 꾸며서 알린 것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늦은 밤에 피고인과 단둘이 만난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일부러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해자는 공소외 2가 베트남에 있는 내내 공소외 2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영상통화를 해왔음에도 공소외 2에게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폭행을 당한 사실이나 공소외 2의 사생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 등 피고인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③ 피해자가 이 사건 폭행을 당한 날부터 2017. 4. 14.까지 피고인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모두 삭제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만날 때마다 자신에게 보낸 문자를 모두 지우라고 해서 피고인이 보는 자리에서 모두 지운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경찰 수사에서 메시지 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자진하여 제출하기까지 하였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남편의 친구, 친구의 처 사이로서 2016. 12.경 피해자와 공소외 2가 이사가기 전까지 한 동네에 살면서 부부동반으로 만나기도 하고, 피고인의 처와 피해자는 자주 어울리며 친하게 지냈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피고인과 만나 피해자의 가족이나 일상에 관하여 대화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대화하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대답해주었다고 하여 그것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 ⑤ 피해자가 모텔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후 피고인과 생리대에 관하여 이야기하거나 샤워 후에 피고인과 담배를 피우며 남편 등 피해자의 가정에 관한 대화를 10여 분 하다가 모텔에서 나온 것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는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피고인의 협박으로 이미 외포된 상태에서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피고인으로부터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것이고, 수치스럽고 무서운 마음에 반항을 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달랬다는 것이므로, 피해자로서는 오로지 피고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의도로 위와 같은 대화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이 성폭행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양립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 ⑥ 공소외 2는 베트남에서 귀국한 당일 잠깐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는 다시 집을 나가 광주에 있는 장례식에 가는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가 이 사건 강간피해 사실을 공소외 2가 귀국하여 집에 도착한 즉시 말하지 않고 그날 저녁에 공소외 2가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이후에야 말하였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 원심 설시와 같이 공소외 2가 과거 조직폭력단체 내에서 피고인과 위상이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2가 피고인과 친구 사이이고, 이미 약 7년 전에 조직폭력단체에서 탈퇴한 점을 고려하면,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공소외 2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남편인 공소외 2에게 강간피해 사실을 곧바로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4) 다음으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가) 피고인의 진술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해자는 평소 남편인 공소외 2와 이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폭행 이후 매일 만나면서 서로 연인관계로 발전하였다. 2017. 4. 14. 밤에 모텔에 가기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설득하여 모텔에 간 것은 맞지만, 모텔 안에서는 자신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오히려 피해자가 먼저 다가와 스킨십을 하고 생리 중임에도 피해자가 괜찮다며 템포를 빼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고, 성관계 후 피해자가 스케줄을 알려주며 앞으로 남편 몰래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나) 우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와 모텔에 가게 된 경위나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등에 관하여 최초에는 피해자가 먼저 모텔에 가자고 하였고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고 부인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진술을 번복하여 피해자가 모텔에 가기를 거부하여 맥주만 마시고 나오자고 피해자를 설득하여 모텔에 가게 되었고, 당시 성관계를 염두에 두고 간 것이라고 진술하면서도 정작 모텔 안에서는 피고인은 침대에 누워만 있었는데 오히려 생리 중이었던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원하여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폭행 이전에는 단둘이 만난 적이 전혀 없고 서로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공소외 2가 해외로 출국한 당일 피해자를 불러내어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공소외 2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말을 하고, 스피커폰으로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흉기로 피해자나 공소외 2를 해칠 수도 있다는 등의 말을 하여 피해자를 위협하고, 나아가 이 사건 폭행까지 하였다. 이후 3일 동안 3회 정도 만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의 요구에 의하여 분식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거나 차 안에서 잠깐 동안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이고, 이 사건 모텔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과 같은 다정한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폭행 이후 불과 나흘 만에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후 자신의 스케줄을 알려주며 앞으로 남편 몰래 주기적으로 만나기로 약속까지 하였다면 피해자가 공소외 2가 귀국한 당일 저녁에 곧바로 강간피해 사실을 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이 발각될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지레 겁을 먹고 공소외 2에게 자발적으로 강간당하였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다.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와 피고인이 통화를 했다거나 연락한 흔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아가 피해자가 예전부터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 했다는 것도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이를 확인할 만한 아무런 정황이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사생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에 관한 진위 여부를 공소외 2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외 2와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무죄로 판단된 강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위 죄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