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대금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01702, 판결] 【판시사항】 [1] 조건과 기한의 구별 [2]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 판단하는 기준 및 이러한 부관이 화해계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甲이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乙 회사는 甲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계속 중 甲과 乙 회사가, 甲은 乙 회사의 채무자인 丙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고, 乙 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하면서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甲이 제3채무자들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은 후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위 합의는 정지조건부 합의로 볼 여지가 크며, 위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는데도, 위 합의를 甲에게 부과된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2]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부관이 화해계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甲이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乙 회사는 甲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계속 중 甲과 乙 회사가, 甲은 乙 회사의 채무자인 丙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받고, 乙 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하면서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甲이 제3채무자들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은 후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정한 사안에서, ‘甲이 丙 회사 등으로부터 위 금액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사실이 발생해야 나머지 청구 포기와 부제소 특약이 포함된 합의서의 이행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데, 甲이 위 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볼 여지가 있고, 甲이 乙 회사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받을 것이 확실시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乙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포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위 합의는 정지조건부 합의로 볼 여지가 크며, 위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는데도, 위 합의를 甲에게 부과된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47조, 제152조 [2] 민법 제105조, 제147조, 제152조, 제731조 [3] 민법 제105조, 제147조, 제152조, 제731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56. 1. 12. 선고 4288민상281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7800 판결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듀코코리아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7. 12. 7. 선고 2017나2086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780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부관이 화해계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56. 1. 12. 선고 4288민상281 판결 참조).

2. 원심판결과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4. 1.부터 2015. 8. 31.까지 피고에게 배관자재를 제작·납품하였다. 원고는 2015. 10. 22. 피고를 상대로 배관자재 물품대금으로 126,904,891원을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2015. 11. 6. 원고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가합110032호로 채무부존재확인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이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나.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6. 8.경 원고와 피고는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하고, 작성된 서면을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 (1) 원고는 피고의 채무자인 주식회사 미광티앤에스(이하 ‘미광티앤에스’라 한다)로부터 금 1억 원과 주식회사 세움제이에스티(이하 ‘세움제이에스티’라 한다)로부터 26,904,891원을 지급받는다(제1항). 원고는 미광티앤에스와 세움제이에스티로부터 126,904,891원을 지급받는 즉시 피고에게 1,700만 원을 지급한다(제2항). (2) 원고는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제6항). 원고와 피고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상호 합의하에 취하한다(제7항).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에 대하여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제8항). 이 사건 소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의 각 소송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제9항). (3) 위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원고가 제3채무자들로부터 126,904,891원을 모두 지급받은 후 그 효력이 발생하고, 원고는 합의내용을 이행하기로 한다(제10항).

다. 피고는 2016. 8. 31.경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취하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합의서 제10항의 문언은 ‘위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원고가 미광티앤에스와 세움제이에스티로부터 126,904,891원을 모두 지급받은 후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미광티앤에스와 세움제이에스티로부터 126,904,891원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사실이 발생해야 이 사건 합의서 제2항부터 제9항까지 정한 이행의무(나머지 청구 포기와 부제소 특약이 포함되어 있다)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데, 원고가 위 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피고 등으로부터 미지급 물품대금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변제받을 것이 확실시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포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 점에서도 이 사건 합의는 정지조건부 합의로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다. 원고는 항소이유서 등을 통해서 피고로부터 채권추심의 권한을 위임받아 미광티앤에스와 세움제이에스티에 채권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이들이 채무부존재 또는 상계 등을 주장하면서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기록상 원고가 미광티앤에스와 세움제이에스티로부터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금원을 지급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조건은 성취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합의서 제10항을 원고에게 부과된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합의의 효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건부 합의 또는 계약에 붙은 부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