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05조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6헌바96, 2019. 12. 27., 합헌] 【판시사항】 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하며,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국기모독죄’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대한민국은 독자적 기능을 가지고 일정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공동체로서 국민 개인이 가지는 명예ㆍ권위와 구별되는 고유의 명예와 권위를 가진다. ‘대한민국을 모욕’한다는 것은 ‘국가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ㆍ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ㆍ보충적 해석으로 보완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국기는 국가의 역사와 국민성, 이상 등을 응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질서와 가치를 담아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기를 존중,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입법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하여 일정한 표현방법을 규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국기모독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이를 정부나 정권, 구체적 국가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만약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여 국기모독 행위를 금지ㆍ처벌하지 않는다 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며 국민을 극단적 대립과 갈등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국기모독 행위를 경범죄로 취급하거나 형벌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제재하여서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형법 제정 이후 국기모독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으며,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법관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양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일부위헌의견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모독 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밖의 국기에 대한 손상, 제거, 오욕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국기를 의미하는바, 국가기관이나 공무소는 국가의 목적과 기능을 실현하는 매개가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그 밖의 국기와 비교하여 상징성과 위상이 뚜렷하다. 형법 제109조가 외국 국기에 대한 모독행위를 처벌하면서도 그 대상을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제한한 것도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뚜렷한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어떠한 정치적인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는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요소를 범죄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욕’ 개념이 광범위하여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 수반된 ‘비판’도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고 국가의 정책을 주도하는 특정 집권세력에 대한 모욕을 의도한 것이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 또한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판례인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범죄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규제 범위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의사의 표현은 국가공동체의 지향점 설정 및 정부 주요 정책 결정과 같은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치적 의사 표현에 수반되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의사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는 가능한 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37조 제2항 대한민국국기법(2014. 1. 28. 법률 제12342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5조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6조, 제109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13. 6. 27. 2012헌바37, 판례집 25-1, 506, 510헌재 2018. 6. 28. 2016헌가15, 판례집 30-1하, 350, 361 나. 헌재 2015. 10. 21. 2013헌가20, 판례집 27-2상, 700, 705-707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김○○

대리인 1. 법무법인 이공담당변호사 허진민 외 1인

2. 법무법인 덕수담당변호사 정민영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고단6516 일반교통방해 등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5. 4. 18.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전국집중 범국민대회 및 청와대 인간 띠 잇기’ 행사에 참석하던 중 인근에 정차 중인 경찰버스의 깨진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태극기(가로 약 45㎝, 세로 약 30㎝)를 빼내어 집회를 통제하고 있던 경찰을 향하여 치켜들고 평소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웠다.

검사는 청구인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불태운 것이라 보고 형법 제105조를 적용하여 공소제기 하였으나, 당해사건(제1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2. 17. 선고 2015고단6516 판결).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여 공판절차가 진행 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노833).

청구인은 당해사건 공판절차 계속 중 형법 제105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으나 당해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6. 2. 17. 기각되자(서울중앙지방법원 2015초기3430), 2016. 3. 1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형법 제105조의 행위객체는 ‘국기’와 ‘국장’이다.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은 청구인이 태극기를 불태워 훼손하였다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을 ‘국기’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6조(국기, 국장의 비방) 전조의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비방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09조(외국의 국기, 국장의 모독) 외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한민국국기법(2014. 1. 28. 법률 제12342호로 개정된 것)

제4조(대한민국의 국기) 대한민국의 국기(이하 “국기”라 한다)는 태극기(太極旗)로 한다.

제5조(국기의 존엄성 등) ①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기의 제작ㆍ게양 및 관리 등에 있어서 국기의 존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 중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부분은 자연인이 아닌 대한민국에 인격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고, 수범자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의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보호법익이 불분명하여 목적의 정당성이 없고, 설사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이 정하는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국기의 의의

국기는 ‘국가를 상징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따라 제작된 기’를 말한다.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극기(太極旗) 이다(대한민국국기법 제4조).


나. 심판대상조항의 처벌 대상 및 관련 범죄

(1)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를 처벌한다(이하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국기모독죄’라 한다). 형법 제105조는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형법이 제정될 당시, ‘국기와 국장은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국민의 정신적 통일의 유형적 표적으로서 존숭되어야 하므로 이를 유형적으로 오손하는 등 행위는 국민감정 등 측면에서 과형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고려에서 규정되었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개정되면서 벌금형의 단위와 상한만 변경되었다.

(2) 국기모독죄의 행위 객체는 대한민국의 국기, 즉 태극기이다. 행위 객체로서 국기는 대한민국국기법 등이 정하는 규격에 부합할 필요가 없고, 공용에 공하는 국기일 것을 요하지도 않으며, 소유권자가 누구인지도 불문한다. 외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를 손상ㆍ제거ㆍ오욕하는 행위는 형법 제109조에 의하여 처벌된다.

국기모독죄의 행위 태양은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하는 것이다. ‘손상’은 국기의 전부ㆍ일부를 절단ㆍ소훼하는 것과 같은 물질적 파괴 또는 훼손을 말한다. ‘제거’는 국기 자체를 손상하지 않고 현재 사용되는 장소에서 현실적으로 철거하여 그 장소에서 가지는 효용을 멸각ㆍ감소시키는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 ‘오욕’은 일반인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국기를 불결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한편,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비방’한 사람은 형법 제106조에 의하여 처벌된다. 여기서 ‘비방’은 언어나 거동 또는 문장ㆍ회화 등에 의하여 모욕의 뜻을 표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3) 국기모독죄는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한다는 고의 이외에,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다.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은 대한민국의 권위, 명예, 정체성, 헌법적 질서와 가치 등에 손상을 입히려는 목적적 의사를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이 없는 경우 형법상 손괴죄 등 다른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국기모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18. 6. 28. 2016헌가15).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조항은 규제 대상이 무엇인지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규정의 경우에도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므로, 문언에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요구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인 해석방법에 따라 해당 법률조항의 보호법익과 금지 행위,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13. 6. 27. 2012헌바37 참조).

사전적 의미를 참조하면, 모욕은 ‘대상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모욕할 목적의 대상인 대한민국이 자연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도 독자적 기능을 가지고 일정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공동체로서, 국민 개인이 가지는 명예ㆍ권위와 구별되는 고유의 명예와 권위를 가진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모욕’한다는 것은 ‘국가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실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에 해당하는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한편,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하는 것의 의미는 앞서 국기모독죄의 행위 태양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처럼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ㆍ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ㆍ보충적 해석으로 보완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라.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국기는 국가의 역사와 국민성, 이상 등을 응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질서와 가치를 담아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제정 당시, 국기가 국가의 상징이자 국민의 정신적 통일의 유형적 표적으로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입법된 것인바,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인 국기를 존중,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입법된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표현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므로 가능한 한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 심판대상조항은 표현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표현방법을 규제하는 것으로, 국가에 대한 비판을 일체 불허하는 것이 아니라,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하여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가지고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기모독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이를 정부나 정권, 구체적 국가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국기는 국가의 역사, 국민성, 이상을 반영하고 헌법적 질서와 가치, 국가정체성을 표상하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상징한다. 또한, 국기는 국제회의나 해외파병,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체육행사 등에서 참가자의 국적을 표시하고 소속감을 대변한다. 대부분 국민은 국기가 국가 상징물로서 가지는 이러한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존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만약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여 전면적으로 또는 일정한 경우 국기에 대한 손상ㆍ제거ㆍ오욕을 금지ㆍ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이다. 자극적인 국기모독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경우, 이러한 행위를 지지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들을 극단적 대립과 갈등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국론 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우려도 있다.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인 국기를 존중, 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형벌로 이를 제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단순히 경범죄로 취급하거나 형벌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제재하여서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을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요구함으로써 국기모독죄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나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억제하고 있다. 형법 제정 이후 약 60여 년간 국기모독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없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 이

루어진 국기훼손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국기모독죄를 목적범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부위헌의견과 위헌의견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그 처벌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다) 구체적 행위를 고찰하여 행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법해석ㆍ집행기관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여지가 있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법관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양형할 수 있다. 따라서 국기모독죄의 성립 및 양형과 관련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 일부위헌의견은 ‘공용에 공하는 국기’에 대한 모독 행위만 처벌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며, 그 외의 국기에 대한 모독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이나, 국기의 의의, 국기모독죄의 입법목적, 구성요건 및 행위 태양 등을 고려하면 그 대상이 된 국기가 공용에 공하는 것인지 여부는 처벌 여부를 달리할 기준점으로 삼을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에 대한 모독행위만 처벌한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구체적 행위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에서 이루어졌으며,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훼손하고 국기에 대한 국민의 존중의 감정을 손상하기 충분하다면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마)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국기모독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을 모욕하려는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ㆍ제거ㆍ오욕하는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제한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국기모독 행위로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기에 대한 국민의 존중의 감정을 보호할 수 있는바, 이러한 공익이 표현행위를 제한받는 사람의 사익보다 크다고 할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된다.

(4) 소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도 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일부위헌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일부위헌의견

우리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에 대한 손상, 제거 또는 오욕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밖의 국기에 대한 손상, 제거 또는 오욕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처벌 제한 필요성

합헌의견이 밝히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여 국기에 대한 손상ㆍ제거ㆍ오욕을 금지ㆍ처벌하지 않음에 따라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의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모독 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밖의 국기에 대한 손상, 제거, 오욕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나.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의미

‘공용에 공하는’이란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인이 보유하거나 게양한 국기, 거리나 건물을 장식하기 위하여 걸어둔 만국기 중 하나로 사용된 국기 등은 ‘공용에 공하는 국기’라 할 수 없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소는 국가의 목적과 기능을 실현하는 매개가 되므로 국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점, 일반적으로 대한민국국기법 등이 정하는 규격과 방법을 준수하여 국기를 사용ㆍ관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기관이나 공무소가 사용하는 국기는 그 밖의 국기와 비교하여 상징성과 위상이 뚜렷하다. 형법 제109조가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를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만을 처벌하는 것도, 국가기관이나 공무소가 사용하는 국기의 뚜렷한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해당 외국의 권위와 체면, 해당 국민의 국기에 대한 존중의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국기모독죄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된 사례들을 보면, 상당수는 개인이 자신 소유의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국가를 모욕할 수 있는 형상을 자신 소유의 태극기에 덧입히거나 태극기 이미지 파일과 합성한 것 등이 논란이 된 것인데, 공용에 공하는 국기만 국기모독죄 처벌 대상으로 볼 경우 이러한 개인적 일탈과 같은 행위는 처벌 범위에서 제외된다.

법무부는 1992년, 형법 제정 이래 사회변화를 반영하여 형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법률안을 제안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국기모독죄를 ‘공용의 국기’를 손상, 제거, 오욕한 경우에만 성립되도록 하고, 만약 공용에 공하는 국기가 아니라면 공공연하게 모독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성립되도록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 정부 개정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안이 제안되는 과정에서 폐기되었으나, 국기모독죄 성립 범위를 축소하여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한층 강화하려 하였던 움직임으로 이해된다.


다. 결론

심판대상조항 중 공용에 공하는 국기 외 그 밖의 국기에 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국기의 사용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국기를 게양하거나 몸에 감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기를 훼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하여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합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표현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하나,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어떠한 정치적인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는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단순히 국기의 손상ㆍ제거ㆍ오욕이라는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국가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 특히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허용되어야 하는데(헌재 2015. 10. 21. 2013헌가20),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1) 심판대상조항은 국기의 훼손행위 외에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요소를 범죄의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욕’의 개념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 수반된 ‘비판’도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을 주도하는 특정 집권세력에 대한 모욕을 의도한 것이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평가될 여지도 다분하다.

또한 목적범에서의 목적에 대하여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판례인 점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국기모독죄의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법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규제범위가 확대될 위험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2) 보다 근본적으로,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의사의 표현은 국가공동체의 지향점 설정 및 정부 주요 정책 결정과 같은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치적 의사 표현에 수반되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의사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는 가능한 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국가기관이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민이 국가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경멸적인 표현방법을 사용하여 국가를 모욕하였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행위의 경우 피해자인 개인이 이에 대응할 적정한 수단을 찾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처벌규정을 둠으로써 위와 같은 행위를 사전에 억제ㆍ예방할 필요가 있으나,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훼손하는 행위의 경우, 국가는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홍보할 수단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효율적 대처가 가능하므로 처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크지 않다.

형법 제정 이후 약 60여 년 간 심판대상조항의 국기모독죄로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하더라도 표현행위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국기의 훼손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 한편 국기가 가지는 상징성과 위상 및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고려하면, 국가의 상징물로서 특별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공용에 제공되는 국기에 대해서는 그 훼손행위를 처벌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형법상 손괴죄 등을 통하여 처벌할 수 있으므로, 처벌의 공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