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아내가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는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이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친생자와 관련된 민법 규정, 특히 민법 제844조 제1항(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민법 제847조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혈연관계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②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되는데,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자관계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인공수정 자녀를 양육해 왔던 혼인 부부에게 커다란 충격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해 온 자녀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가족관계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인공수정 동의와 관련된 현행법상 제도의 미비, 인공수정이 이루어지는 의료 현실, 민법 제852조에서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의 친생부인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이러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자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남편의 동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의서 작성이나 그 보존 여부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등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친자로 공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알리는 등 사회적으로 보아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이를 토대로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이라는 보조생식 시술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그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가족생활의 보장 원칙에 부합하고, 가족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과도 조화를 이루며,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법감정 및 법의식에도 맞는다. 나아가 이와 같은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 및 시술에 대한 동의를 사후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헌법적 결단과 친자관계에 관한 민법의 기본질서 및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의 입법 취지는 인공수정의 경우에도 타당하고, 부자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친생추정 제도는 남편과 정자제공자가 분리된 경우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는 점, 나아가 정자제공자가 익명인 경우에는 정자제공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절차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에 있어서는 남편과 출생한 자녀 사이에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 법리는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는 민법 제852조를 유추적용하여 친생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시술이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것이지만, 동의에 따라 인공수정이 행하여지는 결과 자녀를 임신,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에 필연적으로 연결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동의는 향후 출생할 자녀의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다수의견] 민법 제844조 제1항(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익의 구체적인 비교 형량 등을 종합하면,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친자관계의 설정과 관련된 기본 규정으로 삼고 있는 민법의 취지와 체계에 반한다. ②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하여야 한다. ③ 법리적으로 보아도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로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더라도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친생추정 예외의 법리로써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사회적 친자관계란 부와 자 사이에 부자로서의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어 있고, 부가 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가지고 자를 보호·교양하는 등 생활의 실태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부부의 혼인계속 여부, 과거 가족공동체로 볼 수 있는 생활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여부나 그 기간, 부자 사이에 정서적 유대관계의 형성 여부, 친자관계의 파탄 원인과 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자녀의 연령, 사회적 친자관계의 회복 가능성, 친자관계의 파탄을 인정하는 것이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 가족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일정한 요건하에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유지되어야 하며, 오히려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친생추정 예외 인정 범위와 관련하여 판단 기준으로 삼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은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와 개정된 민법 취지를 참작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개별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뿐만 아니라 별거 유무와 그 기간, 부부 중 일방이 별도의 주거지를 가졌거나 외국 등 먼 장소로의 왕래가 잦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부부의 혼인관계가 종료 또는 파탄되어 자녀를 둘러싼 종래의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지 여부와 경위, 관련자들의 태도와 의사,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부모, 자녀와 같이 친생자관계의 직접 이해당사자인지 여부, 자녀의 생부가 청구하는 경우 그에게 인지 및 양육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제3자가 청구하는 경우 진실한 신분관계의 확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재산적 이해관계 같이 다른 의도가 엿보이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들도 심리하고 평가하여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6조 제1항, 민법 제2조 제1항, 제844조, 제847조, 제852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0조 제4항 [2]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6조 제1항, 민법 제844조 제1항, 제846조, 제847조, 제865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공1983, 1259),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므73 판결(공1988, 911), 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공1988, 952),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공1992, 2560),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므1817 판결(공2000상, 587),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공2000하, 2017)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안 담당변호사 박지훈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성진 담당변호사 최유진)

【원심판결】 서울가법 2016. 9. 21. 선고 2015르149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아내가 혼인 중 인공수정으로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의 친자관계 (1) 인공수정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 규정 적용 여부 민법은 부모와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에 관하여 혈연에 기초한 친생자관계(제844조 이하에서 친생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와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한 양자관계(제866조 이하에서 양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친생자관계는 출생에 의하여 발생하는 부모와 자녀 관계로서, 부모가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는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친생자관계에서도 모자관계와 부자관계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다. 민법은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 규정(제844조 제1항. 이하 ‘친생추정 규정’이라 한다)을 두고 있다. 혼인외 출생자의 경우에는 생부가 인지하거나(제855조 제1항) 자녀가 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제863조)를 제기하여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하는 방법으로 법률상 친자관계를 창설할 수 있는데, 이때 부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을 구성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므1537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므8217 판결 등 참조).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청구의 쟁점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연적인 방법이 아닌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이하 ‘인공수정 자녀’라 한다)를 출산한 경우 출생한 자녀의 친자관계를 어떠한 기준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이다(인공수정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여기에서는 위와 같은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 이외의 사안은 다루지 않는다). 현행 민법에는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1958. 2. 22. 민법 제정 당시에는 아내가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임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에 관한 규정을 둘 수 없었다. 그러나 친생자와 관련된 민법 규정, 특히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먼저 친생추정 규정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이른바 자연적 친자관계인 반면, 부자관계는 자연적 사실의 유무를 알 수 없어 법률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의미에서 법률적 친자관계이다. 친생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민법은 혼인 중의 임신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여(제844조 제2항, 제3항)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혼인 중 임신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친생추정 규정은 친자관계의 과학적 확인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것이라는 사회적·법률적 배경을 기초로 혼인 중 출생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친생추정 규정은 그 자체로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 친자관계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5헌가14, 96헌가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를 위해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형성된 부자 사이의 친자관계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두고자 친자관계의 부인권을 남편과 아내에게 인정하고 있다(제847조. 이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이라 한다). 그러나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하거나 그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과 신분관계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는 남편 또는 아내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다(제847조 제1항). 이와 같이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을 제한하는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 따라 친생추정의 효력은 법률에서 인정하는 다른 추정에 비하여 강한 효력을 갖는다. 친생부인이 되지 않아 친생자로 추정되는 한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로서 인지할 수도 없고 자녀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할 수도 없으며, 제소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그 추정이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 민법은 이와 같이 친생추정 규정과 이에 대한 번복방법인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고 그 혈연관계를 개별적·구체적으로 심사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즉, 민법은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규범적으로 친자관계라는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그와 같이 형성된 가족관계에 강한 법적 보호를 부여한다. 이처럼 일반적·제도적 측면에서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형성된 신분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합리적인 방법과 기간을 정하여 신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친자관계 확정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민법의 기본적 태도이다.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계되는 것으로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합치시키고자 하는 부부·자녀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녀의 이익’을 사회 현실이나 전통 관념에 맞게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이해관계인들의 기본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적 결단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통하여 혼인 중 임신하여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자관계 설정 기준에 관한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친생추정 규정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 본다. 법해석의 목표는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하여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하여 법해석의 목표에 맞는 타당한 해석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므4591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입법 당시 예정하지 않은 현상도 입법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현행 법제도의 구조에 편입시켜 보다 타당한 해결책을 도모하여야 한다. 친생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친생추정의 적용을 제한하거나 자연적 방법이 아닌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친생추정 규정 형식은 2017. 10. 31. 법률 제14965호로 개정될 때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 밖에 민법의 다른 규정을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이를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공수정 자녀에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법률 문언이 허용하는 법해석의 범위 내에 있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정하여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가족생활을 보호하고 있다. 친생추정 규정은 이러한 헌법 원칙을 바탕으로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이를 기초로 형성되는 가족관계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에 기여한다.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게 된 배경이 된 혼인관계, 그리고 혼인 중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친자관계 등의 가족관계도 이처럼 존중받아야 할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에 기초하여 형성된 것이므로 혼인 중 출생한 다른 자녀와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혼인을 바탕으로 형성된 가족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가 인공수정 자녀라는 이유로 달라지지 않는다.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한 법적 지위가 달라진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성적 교섭에 의해 출생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혼인 중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성적 교섭이나 생물학적 혈연관계만을 친자관계 성립의 근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아버지를 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다. 이는 인공수정 자녀의 법적 지위를 불안하게 함으로써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을 두게 된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부당하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생물학적 혈연관계만을 우선시할 경우에는 더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정자를 제공한 제3자가 익명인 경우에는 정자제공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정자제공자는 자신의 정자로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 아버지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없어 아버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익명으로 정자를 제공한 것 외에 자녀의 임신과 출생에 대해서 아버지로서의 신분을 귀속시킬 만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혈연관계가 있다는 점만으로 정자제공자를 곧바로 법률상 아버지로 취급하거나 그에게 법률상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처럼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부자관계를 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부자관계를 정할 수 없게 되거나 민법이 예상하지 않은 부자관계를 성립하도록 하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요컨대,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되는데,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헌법적 보장 등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도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따질 때에도 자녀의 복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자녀의 복리는 단순히 자녀에게 보호·교양의 보장이라는 친자관계의 실질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법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해 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에 따라 부모가 자녀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자관계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인공수정 자녀를 양육해 왔던 혼인 부부에게 커다란 충격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해 온 자녀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과 이를 둘러싼 가족관계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인공수정의 경우 자연적인 성적 교섭이라는 요소가 없는 대신 인공수정 또는 수정란의 이식이라는 보조행위가 존재한다. 아내가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 방법으로 자녀를 임신하는 데에 남편이 동의하는 경우 부부는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자녀에 대해서 공동으로 책임진다고 예상하였을 것이고 그 동의에 따라 출생한 자녀와 친자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남편은 아내가 인공수정으로 인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에 동의함으로써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출생한 자녀는 부부 사이의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 임신·출산한 자녀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에 혼인 중 출생한 자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친자관계를 바탕으로 인공수정 자녀는 부부 사이의 자녀로서 그들과 실질적인 친자관계의 모습을 형성하고 유지한다. 사회적으로도 이와 같이 형성된 친자관계는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 출생한 자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부의 친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도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부부와 법적 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법적 안정과 평화를 깨뜨려 인공수정 자녀를 법적 보호가 없는 공백상태로 만드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인공수정 자녀에 대한 친생부인 허용 여부 (가) 위에서 보았듯이 친생부인의 소 규정은 법률적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이익을 위하여 마련되었다. 그러나 혈연관계가 없는 자녀가 출생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경우에는 친생추정 규정 적용의 전제가 없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민법은 남편과 아내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들에게 합리적인 기간의 범위 내에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5헌가14, 96헌가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인공수정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이유는 ‘동의’를 함으로써 임신·출산 과정에 참여한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과 민법을 비롯한 전체 가족법 체계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의 가정생활과 신분관계를 보장해 주면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족관계의 실체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인공수정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하는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과 아내의 성적 교섭으로 임신한 것이 아니고 이에 따라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모두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할 때에 이미 고려한 사항들로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할 당시 남편이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전제사실을 바탕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통하여 인공수정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것은 남편이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를 실현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편의 기본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친생부인의 소는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 임신·출산한 자녀에 대해서 성적 교섭 과정이 없다는 것과 이에 따라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을 요건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요건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친생자관계는 생물학적인 혈연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인공수정을 통한 친자관계의 형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두어 혈연 이외의 다른 요소도 고려하여 친생자관계를 정하고자 한 취지나 목적에 합치되지 않는다. (나) 정상적으로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인공수정 자녀가 출생하는 경우 남편은 동의의 방법으로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인공수정 동의와 관련된 현행법상 제도의 미비, 인공수정이 이루어지는 의료 현실, 민법 제852조에서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의 친생부인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이러한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친자관계가 부정된다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인공수정 동의에 관한 법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동의서 작성이나 동의서 보관 기간 등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 등을 갖추고 있지 않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이라 한다)은 의료기관이 필요한 설명을 하고 체외수정 시술대상자와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제24조 제1항), 그 설명·동의 내용이 주로 배아 생성의 목적 등 시술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친자관계의 성립에 관한 동의가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다툼이 생기는 경우 동의 여부를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생명윤리법에 따른 동의서나 법적 부모의 확정과 관련된 남편의 동의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록이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보존기간이 10년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 이와 같은 자료가 없어질 우려도 있다(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0조 제4항에 따르면 동의서 보존기간도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의서 작성이나 그 보존 여부에 따라 친자관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는 것도 명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신분관계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부인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해석하되 어느 경우에나 자녀의 복리에 반하거나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을 둔 입법 취지가 몰각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남편의 동의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다른 명확한 사정에 관한 증명이 없는 한 남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이하 ‘윤리지침’이라 한다)에 따르면,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정자 제공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부부에 한하여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고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남편이 비가역적인 무정자증으로 판단되는 등 달리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임신할 수 없다는 점이 확진되어야 한다. 또한 윤리지침은 시술 대상 부부에게 윤리지침과 관련 법률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부부가 이를 모두 수락하고 동의한 다음 시행되어야 한다고 정하면서, 시술 대상 부부는 정자 제공 시술로 태어난 출생아를 정상적으로 양육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출생아가 모든 경우에서 친자와 동일시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자 제공 시술을 하는 의료 현실에 비추어 보면, 혼인관계에 있는 아내가 남편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인공수정 자녀를 임신·출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하다. 동의서 작성이나 그 보존 여부가 명백하지 않더라도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라는 사실을 알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등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친자로 공시하는 행위를 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알리는 등 사회적으로 보아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 민법 제852조는 자의 출생 후에 친생자임을 승인한 자는 다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친생부인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가 자녀에 대해서 친생자임을 승인하면 이후 친자관계는 확정되고 이로써 친자관계라는 신분관계가 신속하게 안정화되며 이를 통하여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하거나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과 같이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는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전 과정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남편이 그러한 사실을 전제하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소외인과 1985. 8. 2.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였다. 원고는 소외인과 결혼 후인 1992년경 ○○○병원에서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소외인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을 통한 인공수정 방법으로 임신한 다음 (일자 1 생략) 위 병원에서 피고 1을 출산하였다. (2) 피고 1의 출생기록에 붙어 있는 피고 1의 출생 직후 사진 중 인적사항이 기재된 부분의 오른쪽 상단에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의 약자인 ‘IVF’가 쓰여 있다. (3) 원고는 1993. 3. 29. 피고 1의 출생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채 자신과 소외인의 자녀로 피고 1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4) 원고와 소외인은 부부갈등으로 인해 2013. 6. 28.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1은 원고와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위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 무렵 원고와 소외인이 다투는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 1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를 알게 되었다. (5) 원고와 소외인은 혼인 이후 이 사건 소 제기 무렵까지 피고 1과 함께 동거해 왔다. 이때까지 원고가 피고 1과의 친자관계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 (6) 이 사건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은 피고 1이 ○○○병원에서 제3자의 정자 제공에 의한 시험관시술을 통해 출생하였는지, 이때 원고가 동의를 하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위 병원에 사실조회를 하였으나, 위 병원은 의료기록 보존기간이 지나 진료기록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7) 원고가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을 한 이후인 2013. 7. 28. 피고 1 등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을 제4호증)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 1에 대한 인공수정 당시 자신이 무정자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위 병원에서 피고 1을 낳기로 동의하였으며, 그에 따라 피고 1에 대해서는 딸로 대하며 피고 1의 결혼 시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음을 알 수 있다.

다. 피고 1에 대한 친생자관계 존부 (1)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원고와 혼인 중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인 피고 1은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고 1을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 1에 대해서 친생부인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소외인과 혼인 후 병원 검사를 통하여 무정자증 진단을 받아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는 자녀를 출산할 수 없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소외인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피고 1을 임신·출산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의료기록 보존기간이 지나 원고가 어떠한 형태로 동의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원고가 결혼 후 장기간 자녀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무정자증 진단을 받은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소외인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피고 1을 임신·출산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원고의 동의는 단순한 의료시술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피고 1과 친자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원고는 피고 1이 출생한 (일자 1 생략)부터 9일 후인 △△일피고 1의 출생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원고와 소외인의 자녀로 피고 1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는 자신이 무정자증으로 자녀를 출산할 수 없다는 것과 자신의 동의로 소외인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피고 1을 임신·출산하였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피고 1에 관한 출생신고를 하였다. 이를 통하여 원고가 피고 1과 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미에서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고 1을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고 출생신고를 통하여 사회적으로도 공시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 1이 출생한 이후 2013년경 소외인과 협의이혼을 신청하기까지 약 20년이 넘는 동안 피고 1과 동거하면서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해 왔고 이와 모순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협의이혼을 신청한 직후까지도 피고 1에 대해서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피고 1이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되어 있는 상태에서 장기간 피고 1을 보호·교양하는 등으로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피고 1을 자신의 친생자로 승인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친생추정을 받는 피고 1을 상대로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써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친생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른 친생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한쪽이 민법 제846조, 제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 부부의 한쪽이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통해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므84 판결,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부부와 자녀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이익의 구체적인 비교 형량 등을 종합하면,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친자관계의 설정과 관련된 기본 규정으로 삼고 있는 민법의 취지와 체계에 반한다. (가)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고 있지 않다.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사후적으로 밝혀진 경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합치되지 않는다. (나) 위 1.가.(1)(나)에서 보았듯이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자녀의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라는 사실에 기초하여 친자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킬 수 있도록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면서도 제소기간을 두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하여 법률관계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의 입법 취지와 규정 형식에 비추어 보면,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거나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아 누구든 언제든지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친생자로 추정되는 부자관계를 다툴 수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친생추정 규정을 통하여 형성된 법률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견고해진 경우 이와 같이 형성된 자녀의 지위에 대해서는 누구든 쉽게 침범할 수 없도록 하여 자녀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사회적 필요성도 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친생추정 규정을 바탕으로 장기간 형성된 친자관계,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혼인관계 등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가족관계를 일시에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다. 친자관계를 장기간 불안한 상태로 두는 것은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을 두어 형성하고자 하였던 친자관계의 모습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고 안정을 요하는 신분질서의 본래 성격과 맞지 않는다. (다)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부부와 자녀 등 이해관계인들의 기본권과 혼인·가족생활에 관한 헌법적 결단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결국 친자관계는 입법자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 현실과 전통 관념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해졌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혼인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아내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처럼 제정 민법에서 친생추정 규정을 도입할 당시와는 사회적·법률적 상황이 변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부자 사이의 친생자 추정에 관한 근본규정인 친생추정 규정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친생추정 규정이 헌법에 반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신분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는 기본적으로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과 같이 사회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가족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친자관계에 한정하더라도 오늘날에는 혈연뿐만 아니라 가족공동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형성된 친자관계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는 과학적 검사기법의 발달로 혈연관계를 쉽게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서 친생자를 추정하는 원칙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친자관계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친생부인권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이때에도 재판상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친자관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부부, 자녀와 생부로 한정하고 있다. 부자간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해서 누구든지 아무런 제한 없이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비교법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라)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것은 혼인 중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일 개연성이 높다는 점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관계를 기초로 실질적인 가족관계가 형성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가족관계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이 지날 때까지 유지되는 등 오랜 기간이 지나 사회적으로도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이러한 가족관계와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므로 이를 누구든지 쉽게 번복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게 하거나 이에 대한 공적인 확인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경우 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이 친자관계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혼인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가족관계는 헌법상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는데도 이와 같은 관여를 넓게 허용하게 되면 오히려 국가가 보장해야 할 혼인과 가족관계를 국가나 제3자가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헌법 취지에도 반한다.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관계를 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던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자녀가 혼인 중에 남편에 의해 임신되었다는 점을 증명하게 하거나 이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친생자관계가 확정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누구든지 함부로 자녀의 법적 지위를 다툴 수 있으므로 가정의 평화 역시 불안하게 된다.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관계를 정하게 되면, 친자관계와 관련된 소가 제기되는 경우 친생자관계가 아님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친자감정을 하거나 부부간의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조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부의 내밀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가정에 뛰어들어 다른 사람의 아내가 출산한 자녀에 대하여 자기 자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친자감정 등을 요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그 가정의 평화는 유지되기 어렵다. 혈연의 진실을 위한다는 이유로 부부 그리고 가족 내부의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제3자의 개입을 널리 허용하는 것은 가정의 평화유지를 중요한 입법 목적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이러한 사생활 침해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부부 사이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서 형성된 사생활도 침해된다. 이들은 모두 사생활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특히 자녀의 사생활은 자녀의 복리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더욱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보호해야 할 사생활은 그것이 과거의 것이었다거나 현재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다는 이유로 그 보호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즉, 부부가 이혼을 하는 등 현재 가족을 이루고 있지 않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러한 사생활 침해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부부의 혼인관계가 종료되어 가정이 해체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자녀의 신분관계의 법적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당연히 없어진다고 볼 수 없다.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나 자녀 개인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자관계 자체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가정의 해체 후에도 종전 가족구성원들은 기존에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반으로 온전하고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계속해 나갈 법적 이익을 가진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형성된 가족생활을 존중하고 인격적·애정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가족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헌법재판소 2000. 4. 27. 선고 98헌가16, 98헌마429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10, 11, 12, 13, 14, 15, 2004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혼인과 가족관계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은 자제하여야 한다. (3) 법리적으로 보아도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을 두면서도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남편이 친생부인의 사유를 알지 못하는 한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은 진행하지 않는다. 이는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남편에게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친생부인의 소가 적법하게 제기되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을 구성한다. 결국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진행하고, 실제로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부인의 소로써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게 하는 사유이다. 이처럼 혈연관계 유무나 그에 대한 인식은 친생부인의 소를 이유 있게 하는 근거 또는 제소기간의 기산점 기준으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이다. 이것이 친생추정이 처음부터 미치지 않도록 하는 사유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조차 없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행 민법의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친생부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는데도 제소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않아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 된 경우 그러한 상태가 남편이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민법 규정에 반하는 해석을 동원하면서까지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기회를 다시 부여하여야 할 만큼 특별한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사실관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소외인은 혼외 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임신하여 (일자 2 생략)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1997. 8. 6. 원고와 소외인의 자녀로 피고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2) 원고는 늦어도 피고 2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던 2008년경에는 병원 검사를 통하여 피고 2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그런데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 오랜 기간 피고 2가 친생자로 출생신고된 사실에 관하여 문제 삼지 않은 채 피고 2와 동거하면서 아버지로서 피고 2를 보호·교양해 왔다. (4) 원고는 2013년경 소외인과 협의이혼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피고 2의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하며, 피고 2의 양육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월 5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를 공증하였다. (5) 피고 2는 원고와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위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 무렵 원고와 소외인이 다투는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 2는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를 알게 되었다. (6) 원고와 소외인은 이혼소송에까지 이르러 결국 2015. 10. 30. 이혼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하였다.

다. 피고 2에 대한 친생자관계 존부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2에 대한 원고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와 피고 2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다만 적어도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 이전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원고와 피고 2 사이에는 양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파양에 의하여 양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2)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소외인이 원고와 혼인 중에 피고 2를 임신하여 출산한 이상 피고 2는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사후적으로 유전자형이 배치된다는 사정이 밝혀진 경우에도 여전히 친생추정이 미친다. 따라서 원고가 친생추정을 받는 피고 2에 대하여 친생부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로써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 원심판단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원고의 항소를 배척하고 피고 2에 대한 원고의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피고 1 부분)과 반대의견(피고 2 부분)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 가. 피고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1) 다수의견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출생한 자녀의 친자관계를 정할 때에 현행 민법상 이에 관한 규정이 없는 이상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혼인 중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에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이에 이르는 이유를 달리하므로 이 점을 밝혀 둔다. 민법은 부모와 자녀의 친생자관계는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하여 모자관계는 여성의 혼인 여부를 불문하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외부적으로 명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민법에 이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지만, 부자관계는 혈연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친생추정 규정을 둔 것이다. 이러한 친생추정 규정은 무엇보다도 혼인관계에 있는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기대된다는 사회적 배경하에서 혼인 중 출생한 자녀는 남편과 혈연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개연성에 근거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수정을 비롯한 보조생식에 관한 의학기술이 급격하게 진전됨에 따라 가족법 분야에서도 친생자에 관한 민법 규정의 전제가 되는 사회적·문화적 배경 자체가 변화되었고 이에 따라 기존의 민법 규정과 종래의 법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와 법적 과제에 새롭게 직면하게 되었다. 종전에는 난임 또는 불임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보조생식 기술의 도움을 받아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하여 출생한 자녀의 친자관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에는 이른바 ‘운명의 문제’이던 것이 오늘날에는 ‘선택의 문제’로 바뀌었고 이에 따른 윤리적·사회적 책임의 공론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친생추정 규정 적용의 전제가 되는 부자관계에서 혈연관계의 불확실성이라는 사정 역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다수의견처럼 부자관계를 확정하는 데 모자관계와 달리 친생추정이나 인지 등과 같은 별도의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인공수정을 통한 자녀의 출생을 희망한 남편과 아내의 ‘의사’에 대한 법적 평가와 그 책임 한계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2) 새롭게 발생한 사회현상에 대한 법적 규율은 법률의 제정·개정이라는 입법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현상에서 비롯된 법적 분쟁이 현실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판에 적용할 법률의 입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헌법으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법원이 재판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법원으로서는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하여 합리적인 입법자라면 마땅히 준거규범으로 삼았을 법원칙을 찾아내고 이를 선언하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법관의 법형성은 변화하는 사회 현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의 불행사로 인하여 ‘법의 공백’이 발생하였을 때에 사회 현실과 법질서 사이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노력으로서 마땅히 사법권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관의 법인식 작업은 법률의 유추적용 또는 유추해석과는 구별된다. 법률의 유추적용은 입법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한도 내에서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8. 3. 22. 선고 2012다7423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참조). 보조생식 기술을 통한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이라는 사안만 하더라도 이 사건처럼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정자 제공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물론 아내가 아닌 제3자의 난자를 제공받거나 또는 대리모계약을 통하여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이를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가족법의 관점에서 그 친자관계의 성립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에 의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다수의견의 주장과 같이 기존의 친생추정 규정 등을 적용하여 해결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서는 문제가 된 사태의 해결을 위하여 이에 관련되는 헌법 규정 및 다른 법령과의 관계,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법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분쟁해결기준, 즉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법’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사법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이 문제에 관하여는 별도로 법률을 제정하여 해결하고 있는 입법례가 다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입법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다수의견도 지적하듯이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에는 아내가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임신·출산한다는 것은 상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3) 부모와 자녀의 친자관계는 혼인관계와 더불어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공동체를 형성하는 토대로서 민법상 가족관계의 기초가 된다.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행복추구권과 가족관계의 형성에 관한 자율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그 비밀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민법은 부모와 자녀의 친생자관계는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친자관계와 진실한 혈연관계를 부합시킬 수 있도록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등과 같은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 자녀의 복리 및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이라는 법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이는 때에는 사회적 관점에서 보아 이미 형성된 친자관계의 성립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 원고적격과 제소기간 등의 제한을 둔 것이 그 예이다. 이와 같이 민법은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규범적으로 우선 친자관계라는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그와 같이 형성된 가족관계에 강한 법적 보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는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서 입법적 결단에 해당하고 나아가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법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러한 가치 및 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사회 일반의 법감정 또는 법의식은 보조생식술의 시행을 통하여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을 규율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에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과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진정한 의사의 합치로 보조생식술의 시행에 동의하였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출생할 자녀의 부모가 될 의사로써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을 인수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때 남편은 단순히 아내의 인공수정 시술에 대해서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은 아내와 평등한 입장에서 부부의 합치된 의사로 인공수정 시술 과정에 참여하고 이로써 출생한 자녀와 친자관계를 성립시키려는 의사를 실현하였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맞는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이를 토대로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이라는 보조생식 시술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그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가족생활의 보장 원칙에 부합하고, 가족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과도 조화를 이루며,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사회 일반의 보편적인 법감정 및 법의식에도 맞는다. 나아가 이와 같은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 및 시술에 대한 동의를 사후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헌법적 결단과 친자관계에 관한 민법의 기본질서 및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원심은 이 부분 원고의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소외인은 배우자였던 원고의 동의를 얻어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피고 1을 임신·출산하였으므로 피고 1은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된다. 원고가 친생추정을 받는 피고 1을 상대로 민법 제865조에서 정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의해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 다수의견이 자세히 설시한 바와 같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1과 친자관계를 성립시키려는 의사, 즉 피고 1의 부모가 될 의사로 아내였던 소외인과 합의하였고 이를 토대로 인공수정을 통하여 피고 1이 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 1은 원고의 친생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1을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는 이유 없어 기각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이 부분 소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보다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1) 종래 대법원은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844조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를 포태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서(同棲)의 결여로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이래, 다수의 판결을 통하여 일정한 요건하에서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입장(이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제한설’이라고 한다)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므73 판결, 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므85 판결,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므1817 판결,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라고 판시하면서 그 “상세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로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이고, 둘째로 혈연관계의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족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 등 가정 내부의 내밀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으며, 셋째로 법리적으로 보아도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의 입장을 그 이유에 비추어 살펴보면, 혈연관계가 없음이 확인된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예외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판례가 취하고 있는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제한설’을 사실상 변경하자는 취지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건은 어차피 친생추정의 예외에 관한 종래의 판례가 적용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에 관한 견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판례를 유지하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하여 불필요한 법적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음에도 다수의견은 그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 이에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제한 여부와 그 판단 기준에 대하여 별개의견으로 견해를 밝혀두고자 한다. (2) 위 대법원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은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종전의 무제한설을 제한설로 변경한 것으로, 위 판결은 그 이유에 대하여 “제844조는 제846조 이하의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과 더불어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한 것이라 할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에까지 이를 적용하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게 하는 것은 도리어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의 성립을 촉진시키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자를 ‘남편’으로 한정하고 제소기간을 ‘자녀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으로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적용 당시 혈연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하에서, 가족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정의 평화라는 법익과 혈연진실주의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을 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범위의 문제를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모·자·생부·부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의 이익’을 어떻게 그 사회 실정과 전통적 관념에 맞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그 친생추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그런데 오늘날의 시대 상황은 1983년 최초로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 위 대법원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사회적·기술적·법률적 배경이 크게 변화하였으므로,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의 기준으로 외관설을 채택한 기존의 판례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먼저 이혼 및 재혼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과 제도도 변경되어 여성의 재혼을 일정 기간 금지하던 민법 규정이 폐지되는 한편, 혼인관계의 파탄부터 이혼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은 길어져 여성이 남편이 아닌 남자의 자를 임신하여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부부의 일방이 장기간 원격지나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부부가 모두 서로 다른 외국에 거주하면서 혼인생활을 영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과학적 친자감정으로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직접 증명할 수 있게 된 오늘날의 상황에서 ‘동거의 결여’라는 외관 또는 형식에 의하여 혈연관계 부존재를 간접 증명하도록 한 후 이에 의하여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제한할 필요성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2005년 민법 개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자가 ‘남편’에서 ‘부부’로, 제소기간이 ‘자녀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서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변경되었다. 부부가 혈연관계 존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혈연관계가 없는 친자관계의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숙려할 상당한 기간이 부여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기존에 추정된 친자관계를 법률상 친자관계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친생부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의사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률상 친자관계를 혈연관계에 부합시키고자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부부의 이익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따라서 더 이상 부부가 자녀와 사이의 혈연관계 부존재만을 이유로, 더욱이 혈연관계에 관한 간접 증명 방법인 ‘동거의 결여’라는 외관 또는 형식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의하여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다른 한편,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6조 제1항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행복추구권과 가족관계의 형성에 관한 자율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권리는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되어야 함은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법률상 친자관계 내지 가족관계가 일반적으로 혈연관계에 기초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친자관계 내지 가족관계가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거나 혈연관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법상 양자 제도는 친생자 제도와 구분되기는 하지만, 일찍이 가(家)나 양친을 위한 양자 제도에서 자녀를 위한 양자 제도로 변화하였고, 양부모와 혈연관계가 없는 양자도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제882조의2 제1항). 2005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친양자 제도에 따른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고(제908조의3 제1항),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양부모의 친생자로 표시되며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받는 친자관계는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여만 해소될 수 있으므로, 이는 필연적으로 혈연관계가 없는 법률상 친자관계의 형성과 유지를 상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조생식 기술을 이용하여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에도 생물학적 혈연관계와는 다른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된다. 이와 같이 법률상 친자관계 내지 가족관계는 여전히 생물학적 혈연관계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생물학적 혈연관계와 무관한 사회적 친자관계 내지 가족관계도 이미 우리 사회의 전통 속에 존재하고 오늘날의 사회 제도 안에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인정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과 함께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10, 11, 12, 13, 14, 15, 2004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 위 헌법재판소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친자법의 이념과 자녀의 신분관계의 조속한 확정 및 법적 안정이라는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의 필요성은 자녀의 복리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친자관계는 혈연 자체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으로서의 사회생활상 실질에도 중요한 가치가 있으므로 법률상 친자 사이에 사회생활상 친자관계가 형성되고 성숙되었다면 그 사회생활상 친자관계에 대한 신뢰를 당사자 일방이나 제3자가 함부로 복멸할 수 없도록 제한할 필요를 부정할 수 없다(위 헌법재판소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한편 그와 달리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데에서 나아가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아예 형성되지 않았거나 그 사회적 친자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친생추정 제도에 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으로 형성되는 법률상 친자관계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자녀나 생부의 친생부인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모의 친생부인권이 인정되지만 자녀의 이해관계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모와 법률상 부가 자녀를 양육하지 아니함은 물론 자녀에 대한 무관심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고 있거나 제소기간을 도과해 버린 반면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등 실질적으로 친자관계를 형성해 왔거나 그러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실한 혈연관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해당사자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제한할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제한하는 것이 친생추정 제도가 보장하고자 하는 자녀의 복리에 보다 부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만을 기준으로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해 온 종래의 제한설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본 헌법적 요청을 고려하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로서 친생부인의 소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그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더라도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친생추정 예외의 법리로써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사회적 친자관계란 부와 자 사이에 부자로서의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어 있고, 부가 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가지고 자를 보호·교양하는 등 생활의 실태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부부의 혼인계속 여부, 과거 가족공동체로 볼 수 있는 생활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 여부나 그 기간, 부자 사이에 정서적 유대관계의 형성 여부, 친자관계의 파탄 원인과 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자녀의 연령, 사회적 친자관계의 회복 가능성, 친자관계의 파탄을 인정하는 것이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 가족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4) 다수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2의 출생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위 피고와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면서도 친자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피고 2는 원고와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원고와 친자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자신의 생부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않다. 피고 2는 그동안 원고가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원고와 소외인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 2는 친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를 알게 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여전히 원고를 자신의 아버지로 생각하며 원고가 자신의 아버지로 남아 주기를 바라면서 이 사건 청구를 다투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여야 할 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2는 여전히 민법 제844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원고가 친생추정을 받는 피고 2에 대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의하여 그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원심의 판단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원고의 항소를 배척하고 이 부분 원고의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결론 이상과 같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5.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피고 1 부분)과 반대의견(피고 2 부분) 가. 논의의 전제 피고 1과 피고 2 부분은 상당 부분 쟁점을 공유한다. 피고들은 모두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법률혼관계가 유지되며 부부로 동거하는 기간 중 출생하였으나 유전자검사 결과 원고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피고 1은 원고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 시술로 출생하였고, 피고 2는 소외인의 혼외관계에서 출생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혈연관계 부존재, 원고의 무정자증 등의 사정을 들어 민법상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피고 2 부분에서 유전자형이 배치되면 친생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피고 1 부분에서는 제3자 정자제공 인공수정에 있어서 유전자형이 배치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동의하면 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판단함으로써 다소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상고심으로서는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및 그 예외의 허용 여부와 허용 시 범위 설정에 관하여 명백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다수의견은 피고 2 부분에 대한 판단에서 자녀와 아버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자로 추정된다는 것이고 다수의견 전체를 그 근거를 설명하는 데에 할애하면서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서 자녀의 부자관계는 민법 규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지 개별적·구체적인 심사를 통하여 정하여질 수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어서 다수의견은 피고 2가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 중 출생하였으므로 유전자형 배치사실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고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이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즉, 다수의견은 혈연관계가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다음 그 밖의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더 나아가 살피지 않고 곧바로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이른바 외관설을 채택하여 일정한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하여 왔다. 그리고 원심은 피고 2에 대하여는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다수의견이 ‘혈연관계 부존재는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대법원 판례 또는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지, 이 사건이 그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만 비로소 피고 2에 대하여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위와 같은 판단의 논리적 단계를 고려할 때 다수의견은 혈연관계 부존재는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판단과 더불어, 그 밖에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배치될뿐더러 오히려 본 의견은 대법원 판례를 확대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이 기존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해석상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 인정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다수의견이 굳이 ‘친생추정의 예외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해석 적용’에 관한 견해를 밝히지 않는 취지라면, 향후 이 쟁점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아래와 같이 해석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아래에서는 논의 편의상 친생추정 일반법리가 적용되는 피고 2 부분을 먼저 판단하고 다음으로 인공수정의 독특한 법리가 문제 되는 피고 1 부분을 판단하기로 한다.

나. 피고 2 부분 반대의견 (1) 반대의견 요지 원심은 피고 2에게 민법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으나 원고와 위 피고 사이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과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의 별개의견(이하 ‘별개의견1’이라 한다)은 모두 입양의 효력에 관한 판단으로 나아갈 것 없이 피고 2에 대해서는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피고 2에 대해서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입양의 효력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원심판단에 입양의 효력과 묵시적 추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먼저 다수의견은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여 민법에 규정된 친생부인의 소를 제외하면 어떤 경우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종래 대법원 판례가 일정한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하였던 영역까지도 부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법리적으로 우월한 해석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등록되어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많은 재판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친생부인의 요건을 완화하는 두 차례의 개선입법과 더불어 종래 대법원 판례가 이른바 ‘외관설’이라는 요건하에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 취지가 여기에 있다. 별개의견1이 친생추정 예외의 허용 여부에 관한 다수의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석상 일정한 범위 내에서 친생추정의 예외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한 결론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별개의견1이 대법원이 종래 채택하지 않았던 이른바 ‘사회적 친자관계설’을 제시하는 점과 피고 2에 대해서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2) 친생추정 여부 (가) 다수의견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친생추정이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연관계의 부존재는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함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이다. 오히려 이 부분 쟁점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가 형성하여 온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의 인정, 즉 민법이 규정하는 친생부인의 소의 경직성을 탈피하여 일정한 요건하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경우를 인정함으로써 진실한 혈연관계에 따라 신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리의 유지 여부 및 그 범위에 있다. (나) 대법원 판례와 실무에서의 적용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부부 중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자녀가 혼인 중 출생함으로써 민법상 친생추정이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에서도 아내가 자녀를 임신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동거의 결여’로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는 사정을 들어 혈연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면 예외적으로 친생추정에서 벗어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재판을 통하여 가족관계등록부상 신분관계를 진실에 부합하게 정정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가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하는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사회 현실에서 진실한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자관계로 등록되는 경위와 이유가 다양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사실에 부합하도록 등록사항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역시 다종다기한데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경직성과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요건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생추정 규정은 친생부인의 소 규정과 결합하여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자녀의 신분관계를 다툴 수 없게 봉쇄하는바, 그로 인해 이미 혼인과 가족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함으로써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종래 대법원판결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모든 경우가 아니라 ‘동거의 결여’로 인하여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따라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정하여 왔다. 이에 따라 ‘외관설’이라는 기준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사생활과 가정의 평화 보호, 자녀의 안정된 지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과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합치시키고자 하는 당사자의 기본권 사이의 조화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동거의 결여’만을 친생추정 예외 인정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으므로 종래 대법원 판례가 이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의 의미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 (3) 친생추정의 예외 (가) 사회 변화의 반영 동거의 결여만을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유’로 한정하면 재판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를 구체적 사건에 반영할 수 없게 된다. 친생추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은 제정 민법부터 존재하였고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 최초 대법원 판례는 1983년에 선고되었다. 당시에는 부부가 혼인 후 한곳에서 동거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므로 부부간 내밀한 영역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혈연관계 부존재를 명확히 증명하는 수단으로서 ‘동거의 결여’가 곧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되었다. 그런데 현재에는 이혼율 상승, 남녀 관계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이혼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혼 시 재산분할제도의 신설, 이혼 후 비양육자의 양육비 부담의무 강화)로 혼인관계 파탄부터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장기화되는 등 친생추정 규정 도입 당시와는 여러 상황이 변화하였다. 여성의 사회참여율 증가,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부부가 각기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거주하며 직업을 갖는 혼인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유전인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사생활 침해 논란 없이 낮은 비용과 놀라운 정확도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거의 결여’만을 정상적인 혼인생활 유지 여부나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지표로 삼는 것은 현재 혼인생활의 모습이나 이에 바탕을 두고 발생하는 분쟁 상황과 맞지 않다. 이처럼 현재의 변화된 상황하에서 종래 대법원이 든 ‘동거의 결여’는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합리적인 판단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 법원은 친생추정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친생추정 규정이 갖는 한계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 친생추정 규정에 관한 법률해석을 통하여 누가 어느 시기까지 어떠한 사유로 친생추정 규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를 주장할 수 있고, 어떤 판단 기준으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함으로써 당사자에게 친생추정이 미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는 친생추정 규정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친생추정 규정을 마련할 때부터 예정하고 있던 상황, 즉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허용 범위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정하는 것이다. (나) 민법 개정과 한계 친생추정 규정을 둘러싼 민법 개정은 친생부인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제정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을 ‘자녀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의 단기간으로 정하고 제소권자를 남편으로 한정하였으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친자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남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 1997. 3. 27. 선고 95헌가14, 96헌가7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개선입법으로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 제847조 제1항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정하고, 제소권자에 아내를 추가하였다. 주목할 점은 위 개선입법은 당시 헌법재판소가 제시하였던 개정 권고의견보다 요건을 완화하여 제소기간을 더 길게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출생 후 일정한 기간 내로 제소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헌법재판소는 제정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부분에 관하여 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른 개선입법으로 2017. 10. 31. 법률 제14965호로 개정된 민법은 친생추정 원칙을 유지하되,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 제도 및 인지의 허가 청구 제도를 신설하여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친생부인의 소보다 간이한 방법으로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민법 제854조의2, 제855조의2는 혼인관계 종료일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친생추정이 미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어머니 또는 어머니의 전 남편이 제기한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나 생부가 제기한 인지 허가 청구를 통하여 가정법원이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 또는 장기간의 별거 등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허가를 결정하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게 된다고 정하고 있다. 비록 특정기간에 한정되지만 제반 사정을 참작한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차례 개선입법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개선입법으로 해결되지 않은 영역에서 종래 대법원 판례를 확대 운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개선입법으로 구제의 폭이 넓어졌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이라는 제소기간은 아직도 제소권자에게 충분한 기간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 가족관계에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려는 당사자는 혼인의 종료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생부인의 소는 이혼소송 또는 협의이혼 절차를 전제로 제기하게 된다. 자녀가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이혼을 결심하고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사이에서 절차를 선택하면서 친생부인의 소 제기에 이르기까지 2년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혼절차에서 가정법원의 후견적 역할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협의이혼의 경우 2007. 12. 21.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되어(민법 제836조의2) 양육하여야 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의사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3개월 더 소요된다.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민법 제843조, 제837조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와 양육비용 등 양육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혼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부부가 다시 가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2년의 제소기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한다면 제소권자로 하여금 가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단기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친자관계와 더불어 가족관계까지 소멸케 하거나 친생부인권을 포기함으로써 영원히 친생부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하게 한다. 이러한 결과는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두어 자녀의 신분관계에 대한 법적 규율을 함으로써 혼인과 가족제도를 보장하고자 하였던 취지에 역행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 이혼절차를 개선하여 무분별한 이혼과 가족해체를 예방하려고 노력할수록 이에 비례하여 친생추정의 예외를 허용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자녀와 생부는 아직도 원고적격을 부정당하고 있다(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자녀는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더라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친생추정이 미치는 한 ‘아무도’ 친생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판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하급심 재판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불복 없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에 관한 법률상담과 소송구조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이 사건에서 의견서(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2)를 제출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사회변화에 비하여 지나치게 엄격하고 상담현장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많이 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여 진실한 혈연에 기초한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되,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점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자 하였던 본래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 소결론 일정한 요건하에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유지되어야 하며, 오히려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친생추정 예외 인정 범위와 관련하여 판단 기준으로 삼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은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위에서 본 친생추정 규정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와 개정된 민법 취지를 참작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가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개별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뿐만 아니라 별거 유무와 그 기간, 부부 중 일방이 별도의 주거지를 가졌거나 외국 등 먼 장소로의 왕래가 잦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그 부부의 혼인관계가 종료 또는 파탄되어 자녀를 둘러싼 종래의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지 여부와 경위, 관련자들의 태도와 의사,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부모, 자녀와 같이 그 친생자관계의 직접 이해당사자인지 여부, 자녀의 생부가 청구하는 경우 그에게 인지 및 양육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제3자가 청구하는 경우 진실한 신분관계의 확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 재산적 이해관계 같이 다른 의도가 엿보이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들도 심리하고 평가하여 ‘외관상 명백한 사정’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라) 원심판단의 당부 원심이,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유전자형이 배치되면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원심판단은 전체적으로 혈연관계 부존재만으로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심리과정에서 밝혀진 혼인관계 실질, 피고 2의 4살 터울 누나인 피고 1을 인공수정으로 얻은 경위, 원고가 피고 2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나아가 피고들의 모친인 소외인과 이혼에 이른 경위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취지로 보여진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 2에 대하여 친생추정을 부정한 판단은 정당하다. (4)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의 효력 (가) 원심은,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양친자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더라도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 입양의 효력을 부여하는 법리는 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시되어 유지되어 왔다. 위 판례는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입양신고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확고하게 유지되어 왔다. 입양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현실과 양자가 양부의 성을 따르는 것이 불가능한 법률적인 제약하에서 혈연관계가 없는 아이를 친생자인 것처럼 양육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입양 제도를 대신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제3자가 입양 효력을 다툴 수 없게 함으로써 신분관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와 같이 종래 대법원 판례가 특히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 양육과 부양 등 친자관계의 실질을 보호하고 자녀의 신분관계의 안정을 꾀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보장하고자 하였던 점은 현재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가치를 존중하더라도 입양제도와 법적 규율이 변화된다면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2005. 3. 31. 민법 개정으로 친양자 제도가 도입되어 양자를 자신의 친생자와 같이 양육하고자 하는 양부모의 의사를 반영하되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나아가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민법에서는 미성년자 입양 요건으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가정법원의 허가가 없는 미성년자 입양을 무효사유로 정하였다(제867조, 제883조 제2호). 종래 판례도 당사자들 사이에 ‘입양무효 사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개정 민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입양할 의사로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입양의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입양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정 민법이 적용되는 경우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출생신고에 입양의 효력을 부여하는 종래 대법원판결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개정 민법 규정은 2013.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종전에 형성되었던 신분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개정 민법 시행 후에도 종전 규정에 따라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하였으므로(위 개정 민법 부칙 제2조) 구체적 사안에서 개정 민법 시행 전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면 위 법리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라) 개정 민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위와 같이 입양제도와 법적 규율이 변화되어 왔다는 점은 종래 대법원판결의 취지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된다. 입양이 이루어지려면 양부, 양모, 양자가 각기 입양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양자에 갈음하여 입양승낙을 할 법정대리인의 대락이 없었던 경우에도 양자가 입양능력을 갖춘 이후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소급적으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요건을 완화해 왔다(대법원 1990. 3. 9. 선고 89므389 판결 등 참조). 한편 배우자 일방이 혼인외 관계에서 낳은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의 효력이 문제 되는 경우, 혈연관계 있는 배우자 일방의 대락은 문제 되지 않고 생부는 대락권자에서 제외되므로(대법원 2011. 4. 25.자 2011스62 결정,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므3389 판결 등 참조), 결국 혈연관계가 없는 ‘나머지 배우자의 입양의사’가 입양의 합의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경우 그 배우자 본인이 입양의사를 부인하며 친생자관계부존재를 주장하는 사건에서 입양의사의 인정, 특히 추인에 의한 묵시적 입양의사를 인정하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심리한 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재산법 영역에서도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의에 기하여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고(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다106607 판결 참조), 무효 사실을 알면서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내버려 둔 것만으로는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0055 판결 참조). 위 법리를 굳이 원용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입양무효의 사실을 알면서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들어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 원심판단의 당부 원심은, 원고는 아무리 늦어도 피고 2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던 2008년경에는 병원 검사를 통하여 피고 2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피고 2가 친생자로 출생신고 된 사실에 관하여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아니한 채 피고 2와 동거하면서 아버지로서 피고 2를 보호·교양하며 양친자적 생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온 점 등을 들어, 적어도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 이전까지는 입양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서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사실인정과 판단에 따르면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은 개정 민법 시행 이전에 이루어졌으므로 개정 민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는 2008년에 이르러 피고 2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피고 2에 대한 출생신고 당시부터 이 시기까지 원고에게 입양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무렵인 2013년까지 원고가 피고 2가 친생자로 출생신고 된 사실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피고 2와 동거한 사정만 인정하였을 뿐이어서 무효인 입양을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나아가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위 기간 동안 아내에게 피고 2의 생부가 누구인지 계속 추궁하였으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갈등이 지속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13. 6. 28.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신청하였고 위 신청이 취하된 후 2013. 10. 8. 이혼을 구하는 조정신청을 하여 2015. 10. 30. 이혼을 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 2가 혼외관계 자녀라는 사실이 처가를 포함한 주변에 알려지게 되었고 자녀들인 피고들도 알게 되어 부부 사이는 물론 자녀와의 갈등도 격화되는 등 정상적인 가족생활이 유지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 주장은 피고 2의 출생신고 시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친생자로 생각하여 출생신고를 한 후 2008년경 친생자가 아님을 명확히 알게 되었지만 피고 2와 사이의 관계를 포함하여 배우자, 그리고 다른 자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혼인관계의 종료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5년여의 기간을 보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에 더하여 당시의 상황과 원고의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세심하게 심리하여 입양의사와 추인 여부에 관하여 판단해 보았어야 한다. 원심판단에 입양의 효력과 묵시적 추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다. 피고 1 부분 별개의견 (1) 별개의견의 요지 원고가 피고 1과의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다수의견 및 별개의견1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를 달리한다. 먼저 인공수정 출생 자녀의 친자관계에 관한 입법이 없는 이상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 법리가 적용되는 범위, 친생부인 허용 여부 및 요건 등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다음으로 별개의견1은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근거를 민법에서 찾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견해라 할 것이다. (2)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가) 우리나라에는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없다. 이에 관한 입법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대체로 모의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을 경우 이를 근거로 남편과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나, 친생부인 청구의 허용 여부, 동의의 요건이나 방식에 대해서 차이가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찾기 어렵다. (나)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 교섭으로 임신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를 전제로 마련된 친생추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애고자 하는 입법 취지는 인공수정의 경우에도 타당하고, 부자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친생추정 제도는 남편과 정자제공자가 분리된 이 사건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는 점, 나아가 정자제공자가 익명인 경우에는 정자제공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절차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에 있어서는 남편과 출생한 자녀 사이에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함이 상당하다. 한편 ‘제3자 정자제공 인공수정’은 임신 이전에 이미 부부 사이에서 출생할 자녀가 남편과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부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남편의 동의하에 진행된 인공수정에 있어서 부부에게 이미 드러나고 양해된 사정이며 ‘남편의 동의’와 ‘인공수정 또는 수정란의 이식’이라는 보조행위가 성적 교섭을 대체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로서 외관설을 적용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다) 그러나 이 법리는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 점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다수의견은 첫머리에서는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의 경우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하였음에도 실제 논증 부분에서는 이와 달리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하여 친생추정이 적용된다’고 결론지음으로써 모든 인공수정의 경우에 일률적으로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된다고 한다. 다수의견은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자녀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성적 교섭에 의해 출생한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한다. ‘임신의 경위가 성적 교섭에 의한 것인가, 인공수정에 의한 것인가’는 친생자관계 인정과 완전히 무관한 요소이다. 아내가 의학적 사유나 기타 사정으로 혼인 중 ‘남편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됨에 의문이 없고, 이러한 경우는 ‘제3자 정자제공 인공수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 사건에서 친생추정 여부가 문제 되는 이유 역시, ‘피고 1이 성적 교섭에 의하여 출생한 자가 아니다’는 점이 아니라 ‘피고 1은 원고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다수의견은 ‘생물학적 혈연관계만을 친자관계 성립의 근거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친자관계의 핵심은 생물학적 혈연관계임을 부정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혈연관계가 존재함이 명백한 경우와 혈연관계가 부존재함이 명백한 경우는 그 규율을 같이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이 논의는 ‘아내’ 측에게 보조생식 방법이 적용된 경우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모자관계는 출산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자연적 친자관계로 해석되나, 의학 발달로 ‘난자 제공 여성’, ‘체외수정란을 자신의 자궁에 착상하여 실제로 자녀를 출산한 여성’, ‘부모가 될 의사로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의뢰한 여성’ 중 전부 또는 일부가 다른 경우 민법 제84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에 있어서 ‘아내’와,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의 ‘남편’의 범위는 별도의 법리로 해석,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3) 인공수정 자녀에 대한 친생부인 허용 여부 (가)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긍정하는 이상 친생부인의 소 규정 역시 적용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는 민법 제852조를 유추적용하여 친생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시술이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것이지만, 동의에 따라 인공수정이 행하여지는 결과 자녀를 임신·출산하고 양육하는 데에 필연적으로 연결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동의는 향후 출생할 자녀의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취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은 더 나아가 ‘다른 증명이 없는 한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인바, 동의의 인정 요건에 관한 부분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동의가 중요한 법률적 의미를 갖는 이상,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는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동의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물론 동의 여부가 불분명하여 결과적으로 동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동의를 추정 내지 의제할 수는 없다. 또한 남편이 인공수정 출생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이상, 자신의 출생자로 여겨 출생신고를 하고 양육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를 들어 동의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동의 없이 또는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출된 동의서에 기초하여 인공수정이 진행되었을 개연성이 현존하는 이상 동의 인정 요건은 강화되어야 하지, 완화될 수 없을 것이다. (4) 별개의견1은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는 인공수정 시술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별개의견1은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 및 시술에 대한 동의는 사후적으로 번복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이 경우 친생부인의 소를 배제하고 있다. 별개의견1이 제시하는 법리는 ‘부부의 합치된 의사’와 ‘인공수정 시술에 따른 출산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번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확고한 친생자관계를 해석으로 창설한다. 민법은 부모가 되려는 ‘의사’만을 근거로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라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친자관계는 가족관계의 기초가 되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효과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신분법적 효력을 갖는데,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적용 가능한 민법의 관련 규정을 배제하고 해석론으로 민법이 예정하는 것보다 더 큰 법률효과를 달성하려는 별개의견1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피고 1 부분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 별개의견1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두고, 피고 2 부분은 다수의견, 별개의견1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몇 가지 의문에 관하여 다수의견을 보충하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가? (1) 사회의 변화로 말미암아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종종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의 인식능력과 예측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입법자는 법률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안을 모두 예상하면서 법률을 제정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현실과 다양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여 각양각색의 사안에 맞게 적용할 법률의 내용을 미리 확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법률은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할 당시 법률 규정이 적용될 것으로 구체적으로 예정한 사안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안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만 현실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으로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입법자가 예정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만 법률이 적용된다면 사회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법률은 쉽게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 입법 당시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이 발생한 경우에도 법원은 재판을 거부할 수 없다. 민사 사건에 관하여 재판의 기준이 될 성문법이나 관습법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관은 조리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민법 제1조). 법원은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안에도 기존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하여 법률의 해석에 관한 여러 방법을 활용하여 법률의 의미를 확정하고 이를 새로운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반하지 않는 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의 의미를 해석·확정함으로써 시대상황의 변화와 발전에 대응하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법률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 여부를 세심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법형성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정하고 새로운 법리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민법 제정 당시에는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의 친자관계 귀속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둘 수 없었다.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나는 현상이 나타난 다음에도 그러한 자녀의 친자관계 귀속을 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의 친자관계 귀속 문제에 관해서는 법률의 공백상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친자관계를 정하는 규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법은 인공수정 자녀의 친생추정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하는 매우 포괄적인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의 부자관계에 일반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문언해석에 부합한다. 민법 제정자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면서 그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예정하고 있었다. 아내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음으로써 인공수정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이러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법률의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의도와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민법 제정자가 친생추정 규정을 두면서 인공수정 자녀의 임신·출산을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이러한 점만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 법률 문언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경제적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의미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종전에는 법률 문언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대상도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률의 규율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인공수정과 같이 새로운 방법으로 아내가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을 한 경우에도 현재의 관점에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요건인 ‘임신’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친생추정 규정이 자연임신과 같은 특정 규율대상을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수정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친생추정 규정이 인공수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유추적용을 긍정해야 할 것이다. 입법자가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예정하였던 사안과 인공수정 자녀의 사안 사이에 유사점이 있고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친생추정 규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따라 그 법적 효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라고 하여 항상 유추적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위에서 본 것처럼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 형식에 비추어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법률의 해석·적용 방법이다.

나. 사회적 친자관계에 따라 친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가? (1) 별개의견은 법률상 친자 사이에 사회적으로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사회적 친자관계가 파탄되어 친생추정 제도에 의하여 보호할 이익이 없고, 유전자형 배치로 인하여 모의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때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별개의견은 이를 통해서 이른바 ‘사회적 친자관계’의 존부를 친자관계 확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법적 근거가 없어 친자관계 확정의 기준이 될 수 없다. (2) 법률의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맞게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친생추정 규정은 혼인 중 자녀의 임신을 기준으로 친생추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을 뿐 그 밖의 사유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고 있지 않다.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혼인, 임신, 출생이다. 이들은 모두 출생 당시에 결정되는 것이므로, 출생 이후의 사정에 따라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출생 이후의 사정인 ‘사회적 친자관계’의 존부를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로 보는 것은 출생 당시를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를 정하고 있는 민법의 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3) 출생 이후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거나 파탄되었다는 사정은 일관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와 목적에도 반한다. 별개의견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친자관계’는 평가적인 요소가 많아 일관된 기준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또한 사회적 친자관계의 파탄은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변적이다. 재판 시점에서 보아 사회적 친자관계가 파탄된 것으로 볼 수 있더라도 그 관계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 별개의견은 자녀가 생부와 사회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해 온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여 생부와 법률상 친자관계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자녀와 생부의 사회적 친자관계 역시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나아가 이러한 기준을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로 보아 법률상 추정된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친생추정 규정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하게 안정시키고자 하는 데에 입법 목적이 있다. 또한 민법이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을 제한하는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두어 친생추정의 효력을 법률에서 인정하는 다른 추정에 비하여 강한 효력을 갖도록 한 것도 신분관계의 안정을 통하여 이해관계인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법률에 명시적인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법 의도와 목적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법률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독일에서 생부에게 친생추정이 되는 자녀에 대해서 친생부인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형성된 부자 사이에 ‘사회적 가족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생부의 친생부인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독일 민법은 친생부인 절차를 법률로 정하면서 자녀의 법적 지위 안정을 위해 신청권자와 신청기간을 제한하고 있다(제1600조, 제1600조의b). 특히 아버지(혼인 또는 인지 등에 의하여 인정된 경우), 어머니, 자녀뿐만 아니라 생부도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다른 신청권자와는 달리 생부의 친생부인권 행사는 법률상 형성된 부자 사이에 ‘사회적 가족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정하여 생부의 친생부인권을 더욱 제한한다. 부자 사이에 사회적 가족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생부의 친생부인을 허용한 것이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형성된 사회적 가족관계를 보호하여 신분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적 가족관계’ 개념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친생추정 규정에 따른 법률관계를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가족관계를 혈연관계보다 우위에 두는 결과가 된다. 이와 반대로 친생자관계를 부정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친자관계의 파탄’을 기준으로 법률상 추정된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확실하게 판명된 생물학적 친자관계나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법의 해석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다수의견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에 대해서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되 그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제정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를 ‘남편만이 자녀의 출생을 안 날부터 1년 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남편으로서는 위 기간 내에 자녀가 자신의 친생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대법원은 제정 민법이 적용되던 사안에서 부부 중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위 대법원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그 이유로 친생추정 규정은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않은 경우까지 이를 적용하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 부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를 성립하게 하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판례는 위에서 본 문제점을 인식하고 친생추정 규정을 둔 취지를 살리면서 이 규정의 적용으로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해석론을 전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동거의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판례를 변경하여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무제한적으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수의견은 이 판례를 언급하지 않았고 이 문제에 관해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가와 ② 종래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고 있던 친생추정 예외와는 다른 사유로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친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종래 대법원 판례에서 외관설에 따라 인정했던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를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지 여부나 판례를 변경하여 혼인 중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제한 없이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구체적 해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피고들에 대해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에도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수의견은 위 판례의 변경 여부를 다루지 않고 위에서 본 쟁점에 따라 피고들에게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볼 수 있는가에 한정하여 판단한 것이다.

라. 친생부인의 소에서 원고적격을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민법은 다음과 같은 개정 과정을 거쳐 친생부인의 소의 엄격성을 완화하였다.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 제847조 제1항은 친생부인의 소에서 제소기간을 ‘남편 또는 아내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정하여 남편 또는 아내가 자녀에 대한 혈연관계의 진실을 인식할 때까지 제소기간이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친자관계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숙려할 기간을 부여하여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2017. 10. 31. 법률 제14965호 개정으로 신설된 민법 제854조의2, 제855조의2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친생추정이 미치도록 하면서도 어머니와 어머니의 전 남편은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를, 생부는 인지의 허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친생부인의 소보다 간이한 방법으로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서 친자관계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자녀나 생부(자녀에게는 생부에 비하여 친생부인권을 허용할 필요성이 더욱 크고 생부에게 친생부인권을 인정할 것인지, 이를 인정할 경우 어떠한 제한을 할 것인지에 관해서 논란이 많으므로, 이하에서는 자녀에 한정하여 논의를 전개한다)에게는 친생부인권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자녀에게는 아무런 예외 없이 친생부인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자녀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법률상 추정된 부자관계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부자관계 사이에 현저히 불일치가 생기는데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입법론으로 민법을 개정하여 자녀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에게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친생부인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 해석론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인정 범위를 더욱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것은 민법이 친생추정 규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형성하고자 한 친자관계의 모습을 해칠 우려가 있고 법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서는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해서는 그 규정에 따라 친생자관계를 확정하고,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자녀 등에 대해서는 현행 민법의 체계적·합리적 해석을 통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써 친생자관계를 확정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서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고유한 권한이자 사명이고, 법령의 문언적 의미가 갖는 내포와 외연을 모두 고려하여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방법이라면 법원은 마땅히 헌법합치적인 해석에 따라 이러한 해석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남편 또는 아내에게 인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에서는 남편 또는 아내는 친생자 아님을 알게 된 경우 그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자녀와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는 친생부인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이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되더라도 친생부인의 소로써는 친생추정 규정에 따른 법률상 친자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 이외에 실체상의 법적 친자관계와 가족관계등록상의 법적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러한 차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규정(제865조)을 두고 있다. 민법 제865조에 따르면 친생자관계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남편 또는 아내는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는 경우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민법 제865조의 규정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자녀는 친생추정 규정에 따른 친생추정의 효과를 받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데도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만으로 곧바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자녀에 대해서 법률상 추정된 친자관계를 혈연적 진실에 부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방향으로 민법을 해석한다면, 자녀의 인격권과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그리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관계에 관한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을 법령 해석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대법원이 취할 올바른 해석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민법이 인정하고 있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통하여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를 제거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따르더라도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을 받는 자녀에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와 같은 결과가 친생추정 규정과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둔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와 같은 해석을 통하여 자녀에게 친생추정이 적용되는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자녀에게 보장된 헌법상 기본권을 실현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먼저 자녀의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유를 원인으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이 민법 제865조의 문언에 비추어 당연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친생추정이 되는 자녀의 친자관계에 이해관계가 있으면 누구든지 자녀의 신분관계와 관련하여 민법 제865조에 따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민법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는 신분관계의 조기안정, 자녀의 복리, 혼인가정에 대한 제3자의 개입 방지 등에서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녀와 부부의 사생활과 혼인가정의 평화를 보호한다. 이와 같은 친생추정 규정의 입법 취지와 친생부인의 소 규정에서 친생부인을 구하는 절차나 기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자 하는 목적을 고려하면 혼인 중에 출생하여 친생추정이 되는 자녀의 신분관계를 다툴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이와 같은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한정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친생추정 효과를 받는 자녀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기 때문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밖에는 신분상·재산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녀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친생부인의 소 규정은 남편 또는 아내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으로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다. 친생추정이 되는 자녀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부인의 소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그 제소기간을 제한하여야 하는데 그 기산점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알았을 때(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그 사유를 알았다면 성년에 이른 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친생추정이 되는 자녀가 친생자관계부존재를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의 기판력은 가사소송법 제21조에 따라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어 누구도 소송상으로나 소송 밖에서 그와 같은 친생부인의 효과와 반대되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어 친생추정의 효과는 사라진다. 그러나 친생부인의 효과를 갖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녀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는 곧바로 친생추정의 예외를 주장하거나 친생추정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확정판결이 없는 상태에서는 친생추정의 효력을 받는 자녀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없고 생부도 그러한 자녀를 상대로 인지를 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친생추정 규정이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지 않는 범위에서 친생추정 규정에 따른 친생추정의 효과를 번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친생부인의 소에서 원고적격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라이선스

편집
 

이 저작물은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7조에 따라 비보호저작물로 배포됩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저작물이 있습니다.

  1.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3.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5.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