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도18031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판시사항】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1항, 제308조, 제364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도2829, 82감도612 판결(공1983, 926),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공1997상, 279)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용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10. 19. 선고 (춘천)2016노11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2도2829, 82감도612 판결,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등 참조).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운영의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 소유의 ○○○○ 건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2012. 8. 22.경 피해자에게 ‘○○○○ 건물을 주면 이를 처분하여 2012. 12. 31.경까지 공소외 2 회사의 가수금 합계 3,101,939,295원을 공소외 3 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 한다), 공소외 4 및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공소외 3 회사의 공사미수금 385,000,000원을 지급하며(이하 위 가수금과 공사미수금을 합한 3,486,939,295원을 ‘약정금’이라고 한다), 주식회사 공소외 5 은행(이하 ‘공소외 5 은행’이라고 한다)의 장기차입금 1,057,000,000원을 피고인 명의로 전환하겠다. ○○○○ 건물이 공소외 2 회사 소유로 등기되어 있으니 처분을 위해 공소외 2 회사 주식을 1,000만 원에 전부 매수하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공소외 2 회사 주식 10,000주를 1,000만 원에 모두 인계받음으로써 공소외 2 회사 소유의 3,486,939,295원 상당의 ○○○○ 건물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등 사이의 2012. 8. 22.자 주식인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의 내용 및 피해자의 진술, 공소외 4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토대로, ① 피고인이 피해자 등에 대한 위 약정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 등에게 사전이나 사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 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취득한 매매대금 약 40억 원 중 위 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원리금 채무 등을 제외하고도 20억 원 이상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점, ②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약정금 지급이 어려우면 위 건물을 돌려달라고 하였음에도 그 처분권을 계속 유지하다가 위와 같이 건물을 처분한 점, ③ 위 건물을 직접 제3자에게 처분하든, 현물출자하든 굳이 피고인이 위 건물의 처분권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음에도 위와 같이 공소외 2 회사 주식을 인수함으로써 위 건물의 처분권을 확보해 둔 것을 보면 위 건물의 처분권을 피해자로부터 넘겨받아 그 처분대가를 임의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건물을 현물출자하여 현금화하는 방법에 관하여 설명한 것은 2012. 8. 22. 당시가 아니라 2013년 초경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분양팀을 통하여 위 건물을 처분해 주겠다고 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위 건물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는 피고인의 개인적인 변제능력 내지 변제자력보다는 ○○○○ 건물을 처분하기로 하는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믿고 그 건물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그의 변제능력이나 자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바 없음에도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 및 위 건물의 처분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피고인의 부친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신뢰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고, 나아가 피고인은 실제로 ○○○○ 건물을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6 회사’라고 한다)에 현물출자하려고 하는 등 위 건물을 처분하기 위한 사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다가 외부적·사후적인 사정으로 사업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거기에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 주식 인수의 구체적 경위 및 진행 경과 등의 사정을 모아보면, 피고인이 사업의 진정성이나 전망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피해자가 그에 관한 착오로 말미암아 주식을 양도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이와 같이 원심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 앞에서 본 법리 및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는지를 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2011년경 부동산 경기 악화로 ○○○○ 건물의 분양이 여의치 않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던 중 고향친구의 아들인 피고인을 알게 되어 피고인으로부터 수차 투자를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하다가,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 소유의 ○○○○ 건물을 비싸게 팔아 주겠다고 하자 그에 응하여 그 건물을 매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래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였다. 2) 즉, 피고인은 2012. 8. 22. 공소외 2 회사의 주주로 되어 있던 피해자 및 공소외 7, 공소외 4와 사이에, 그 보유 주식 전부(10,000주)를 1,000만 원에 피고인이 인수하되, 2012. 12. 31.까지 공소외 2 회사의 가수금 합계 3,101,939,295원을 공소외 3 회사, 공소외 4 및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공소외 3 회사의 공사미수금 385,000,000원을 지급하며, 공소외 5 은행의 장기차입금 1,057,000,000원을 피고인 명의로 전환하고, 임차인들과의 계약을 양수하여 2012. 7. 31. 현재의 임대보증금 170,000,000원을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계약의 계약서는 피고인 측에서 초안을 작성한 것인데, 제3조 (1)항에서는 ‘주식인수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각 당사자는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하여, 일단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면 그와 대가관계에 있는 약정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위와 같이 피해자가 공소외 2 회사의 주식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 건물의 처분권을 피고인에게 넘겨준 경위와 동기에 관하여, 피해자는 고향친구의 아들인 피고인이 건물을 비싸게 팔아 준다고 하고 재력도 든든할 뿐 아니라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부동산 분양팀이 있다고 하여 그 말을 믿고 맡긴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제1심이 조사한 증인 공소외 4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게 ○○○○ 건물을 처분하여 주겠다고 한 적은 없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부터 ○○○○ 건물을 투자 개념으로 넘겨받아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는 데 현물출자하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제1심 증인 공소외 8은 2012년 봄경 피고인과 공소외 6 회사를 인수하는 업무를 시작하였지만 인수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그해에 인수가 마무리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4)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인수한 ○○○○ 건물(101~107호, 201호, 202호의 총 9개 호실)을 처분하지 못한 채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2012. 12. 31.까지 약정금을 피해자 등에게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연장된 지급기일인 2014. 6. 30.까지도 그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 5) 오히려 피고인은 2012. 12. 3. 공소외 5 은행의 ○○○○ 건물에 관한 근저당권채무를 주식회사 공소외 9 저축은행의 근저당권채무로 대환하면서 3~4억 원을 추가로 대출받고, 2013. 5. 22. 공소외 10에게 2억 원을 차용하면서 위 건물(202호 제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4. 6. 12. 함께 사업을 하던 공소외 11의 세금체납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위 건물(202호 제외)을 담보로 제공하여 채무자 공소외 11, 근저당권자 서울특별시, 채권최고액 337,653,350원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하였다. 6) 그러던 중 피고인은 피해자 등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2014년 10~12월경 기획부동산을 통하여 ○○○○ 건물을 7명에게 매도하였는데, 총 9개 호실 중 부동산등기부상 거래가액이 확인되는 101~104호(전유부분 면적 101~103호 각 39㎡, 104호 59.29㎡)와 107호(전유부분 면적 31.81㎡)의 5개 호실의 거래가액만도 2,206,450,000원에 이른다. 그중 101호의 거래가액은 414,000,000원인데, 이를 매수한 공소외 12은 101호를 그 소유의 약 2억 원 상당의 땅과 △△은행 융자금 2억 원을 합쳐 매입하였고, 그 외 잔금 형식으로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공소외 13에게 1,980만 원, 주식회사 공소외 9 저축은행에 1,600만 원, 공소외 14 법무법인에 200만 원을 송금하였다고 하여 위 거래가액과 큰 차이가 없다. 한편 거래가액이 확인되지 않는 각 호실의 전유부분 면적은 105호가 29.88㎡, 106호가 32㎡, 201호가 326.9㎡, 202호가 11.31㎡로 그 합계 면적(400.09㎡)은 거래가액이 확인되는 위 5개 호실의 합계 면적(208.1㎡)보다 많다. 7) 피고인은 위와 같이 ○○○○ 건물을 매도하고도 그 경위를 묻는 피해자에게 가격을 올리기 위해 명의만 넘겨 놓은 것이라고 변명하고,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약정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나. 위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피해자 등으로부터 공소외 2 회사 주식 전부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 건물의 처분권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등 마음대로 이용하다가 결국 제3자에게 매도하여 40억 원 가량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였음에도 피해자 등에 대한 약정금은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에 대하여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사실관계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당시 피해자에게 ○○○○ 건물을 공소외 6 회사에 현물출자하여 현금화하는 방법에 관하여 설명하였다고 하지만,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외 6 회사 유상증자 때 ○○○○ 건물을 현물출자하여 현금화하는 방법에 관하여 설명한 것은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 2013년 초경이라는 것이다. 또한 설령 그런 설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공소외 6 회사 인수 업무의 진행상황이 순조롭지 못하였던 점 등으로 볼 때 ○○○○ 건물의 현물출자가 성사될지 여부는 상당히 불투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피고인은 ○○○○ 건물을 현물출자하려고 하였다고 하면서도 ○○○○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자금을 대출받는 등 모순된 행태를 보였고, 이는 ○○○○ 건물을 처분하는 데에도 장애가 될 뿐인데 기록상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대로 ○○○○ 건물을 현물출자하려면 위와 같이 설정된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하여야 하고, 궁극에는 현물출자의 대가로 인수한 공소외 6 회사의 주식을 환가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데, 그러한 우회적인 경로를 거치는 것이 건물을 곧바로 매도하여 처분하는 것에 비해 피해자 등에 대한 약정금 지급의무의 이행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사정도 없다. 이와 같은 전후 사정으로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부터 공소외 15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8과 함께 공소외 6 회사의 인수업무를 추진하고 있었고 피해자로부터 넘겨받은 ○○○○ 건물을 공소외 6 회사에 현물출자할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투자권유를 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부동산 분양팀이 있다고 하면서 그 건물을 비싸게 팔아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부터 공소외 6 회사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 건물을 공소외 6 회사에 현물출자하려고 하였을 뿐, 피해자 등에게 약속한 대로 건물을 처분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위 현물출자가 무산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여러 차례 건물을 되돌려달라고 하였음에도 피해자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고, 처분 이후에도 건물 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거짓 변명을 하면서, 처분대금을 정산·지급하는 등의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앞에서 본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및 계약 내용 등에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상 약정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 건물을 곧바로 처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어떻게든 위 건물을 자신의 사업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제1심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도 그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증거판단과 범의를 인정하는 데 이른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2)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 건물을 매도한 기획부동산 측과 피고인의 변호인이 ○○○○ 건물의 매도대금에 관하여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증 제10호)만 추가로 증거조사를 하였을 뿐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증거조사나 심리를 한 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점들을 논거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제1심의 증거판단 및 사실인정을 뒤집었다. 그러나 앞에서 본 사실관계와 전후 사정으로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 건물을 비싸게 팔아 주겠다고 하여 위 건물을 넘겨준 것일 뿐 피고인이 추진하던 공소외 6 회사 인수 사업을 신뢰하여 그 건물을 넘긴 것은 아니라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그 사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편취 범의 내지 기망행위 등을 판단하는 데 주된 근거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사업의 성공가능성도 신뢰할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원심이 따로 주목하지 않았거나 제1심과 달리 평가한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관한 사정은,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 사건에서 그 편취 범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한 정황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한 바 없음에도 피해자 스스로 착오에 빠진 것처럼 사실관계를 추론하고 있으나,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의 피고인의 의사, 즉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동기 내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 없이 피해자의 증언에도 일부 배치되는 피해자 측의 사정만을 내세워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른 것은 그 논리적 선후가 맞지 않음은 물론 사기죄에서 기망행위 및 편취 범의를 판단하는 방법을 그르친 것이다. 3) 결국 원심이 무죄의 이유로 들고 있는 판단 근거와 논증 구조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합치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토대로 한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와 항소심의 심급구조로 본 판단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기죄에서 편취의 범의 등에 관하여 잘못 판단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