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헌바331
구 법원조직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 등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5헌바331, 2016. 9. 29.] 【판시사항】 가.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구 법원조직법(1994. 7. 27. 법률 제4765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 제2항(이하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소극) 나.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연임발령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 구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이라 한다)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소극) 다.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이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지 여부 (소극) 【결정요지】 가. 입법권이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여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과 사법권의 적절한 행사에 요구되는 판사의 근무와 관련하여 내용적ㆍ절차적 사항에 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 실무에 정통한 사법부 스스로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할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규인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관련조항의 해석과 판사에 대한 연임제 및 근무성적평정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서 말하는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이란 판사의 연임 등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사법기능 및 업무의 효율성을 위하여 판사의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것, 즉 직무능력과 자질 등과 같은 평가사항, 평정권자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사항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의 입법목적과 관련조항의 해석 및 용어의 사전적 의미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에서 말하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란 판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평가 결과가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나쁜 경우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판사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판사를 그 직에서 배제하여 사법부 조직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판사의 근무성적은 공정한 기준에 따를 경우 판사의 사법운영능력을 판단함에 있어 다른 요소에 비하여 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연임심사에 반영되는 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가는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실시되어 누적된 것이므로, 특정 가치관을 가진 판사를 연임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근무성적평정을 실제로 운용함에 있어서는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항을 평정사항에서 제외하는 등 평정사항을 한정하고 있으며, 연임 심사과정에서 해당 판사에게 의견진술권 및 자료제출권이 보장되고, 연임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판사의 신분보장과 관련한 예측가능성이나 절차상의 보장이 현저히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사법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대한 별개의견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헌법 제108조에서 허용한 대법원규칙의 제정범위에 속하는 것이며,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규칙과 저촉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법률은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대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법원조직법(1994. 7. 27. 법률 제4765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 제2항 구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제2호 【참조조문】 헌법 제75조, 제101조 제1항, 제3항, 제103조, 제105조, 제106조, 제108조 구 법원조직법(2007. 5. 1. 법률 제8411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44조의2 제1항 판사 근무성적평정규칙(2007. 5. 1. 대법원규칙 제2082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2항 【참조판례】 가. 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등, 공보 237, 1067, 1070 헌재 2016. 7. 28. 2014헌바242등, 공보 238, 1209, 1215 나. 헌재 2010. 10. 28. 2008헌마638, 판례집 22-2하, 216, 228 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등, 판례집 21-1하, 545, 561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서○호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외 5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28773 연임하지않기로하는결정취소
[주 문]
구 법원조직법(1994. 7. 27. 법률 제4765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 제2항, 구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제2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02. 2. 18. ○○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후 □□지방법원, △△지방법원, ▽▽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중 2011. 12. 16. 대법원장에게 연임희망원을 제출하였다. 법관인사위원회는 2012. 1. 27. 청구인이 연임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로서 심의대상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였고, 같은 날 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사유를 통지하였다. 청구인은 2012. 2. 7. 법관인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하였으며, 법관인사위원회는 같은 날 청구인을 연임부적격으로 의결하였다. 연임적격 여부에 관하여 대법관회의를 거친 후, 대법원장은 청구인의 10년 동안 근무성적평정 결과와 법관인사위원회의 연임적격에 관한 심의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이 구 법원조직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의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2. 10. 청구인을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2012. 2. 18.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자, 2012. 8. 28.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2구합28773). 위 소송 계속 중 청구인은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구 법원조직법 제44조의2 제2항과 판사의 연임결격사유를 정한 구 법원조직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행정법원 2012아3543), 2015. 8. 13. 취소소송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5. 9.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법원조직법(1994. 7. 27. 법률 제4765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 제2항(이하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이라 한다), 구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이라 하고,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법원조직법(1994. 7. 27. 법률 제4765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근무성적 등의 평정) ② 제1항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구 법원조직법(2005. 3. 24. 법률 제7402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판사의 연임) ② 대법원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판사에 대하여는 연임발령을 하지 아니한다.
2.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관련조항]
구 법원조직법(2007. 5. 1. 법률 제8411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하는 법원의 조직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4조의2(근무성적의 평정) ①대법원장은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다.
판사 근무성적평정규칙(2007. 5. 1. 대법원규칙 제2082호로 개정된 것)
제4조(평정사항) ②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하여 평정하여서는 아니된다.
3.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의 내용과 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법률에서 정하지 않은 채 하위법규인 대법원규칙에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를 판사의 연임결격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판사가 자신의 연임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없고, 연임 심사권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연임이 결정되도록 하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다.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근무성적평정을 판사의 연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여 법관의 신분에 중대한 불이익을 야기한다. 따라서 그 근거가 되는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무성적평정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에 관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아무런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대법원규칙에 백지위임하고 있다. 또한 근무성적평정 자료의 비객관성, 불공정성, 불투명성 및 이의나 소명절차의 부재로 인해 법관의 신분보장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높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근무성적 평정권자의 자의적 평정에 의하여 판사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게 하여 이들의 신분 보장을 위협하므로 헌법상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이 근무성적평정의 내용 및 절차를 하위법규인 대법원규칙에 백지위임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는 수권조항으로, 법률조항 자체에서 근무성적평정의 내용이나 법관의 신분변동에 영향을 주는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법의 독립이나 법관의 신분보장을 직접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백지위임에 해당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에서 함께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기로 한다.
(1) 대법원규칙에 대한 입법위임과 포괄위임금지원칙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와 함께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데,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등; 헌재 2016. 7. 28. 2014헌바242등 참조).
(2) 판단
(가) 구 법원조직법(2007. 5. 1. 법률 제8411호로 개정되고, 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의2 제1항은 대법원장으로 하여금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그러한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는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국회가 모두 법률에서 정하게 되면 자칫 입법부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근무성적평정 사항을 정할 수 있어 오히려 사법의 독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사의 근무성적을 평가함에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규정함에 있어 국회가 전문적 능력과 기술상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권력분립의 정신에 따라 입법권이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최소화하여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측면과 사법권의 적절한 행사에 요구되는 판사의 근무와 관련하여 내용적ㆍ절차적 사항에 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 실무에 정통한 사법부 스스로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정하도록 할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판사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규인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한편,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제1항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근무성적평정의 대상이나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구 법원조직법(2011. 7. 18. 법률 제10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헌법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하는 법원의 조직을 정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면서(제1조), 대법원장은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44조의2 제1항),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연임발령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제45조의2 제2항).
판사에 대한 연임제는 판사의 임기 동안 판사의 신분을 보장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역할 외에도, 판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과 국가의 사법보장 책임을 감안하여 판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등에 있어 그러한 판사를 연임에서 제외함으로써 판사의 성실성과 전문적 숙련성 확보를 통해 사법기능 및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판사의 능력 및 적성을 장기적이고 누적적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판사의 연임에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이처럼 관련조항의 해석과 판사에 대한 연임제 및 근무성적평정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서 말하는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이란 판사의 연임 등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사법기능 및 업무의 효율성을 위하여 판사의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것, 즉 직무능력과 자질 등과 같은 평가사항, 평정권자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사항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의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 부분이 불명확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며, 근무성적평정 결과를 판사의 연임결격사유로 규정한 것이 사법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차례로 살펴본다.
(1)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가) 명확성원칙
명확성원칙이란 법령을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 대상자, 즉 수범자가 규제내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동시에 법 집행자에게 객관적 판단지침을 주어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법해석 및 집행을 예방하기 위한 원칙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요구되는 원칙이다(헌재 2010. 10. 28. 2008헌마638 참조).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해당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와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즉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의 의미 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판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중대성과 국가의 사법보장 책임을 감안하여 판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자를 연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로써 연임제가 자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판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판사의 직에서 배제하여 사법부 조직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한편, ‘근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장에 적을 두고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일컫는바, 법관의 주된 직무가 재판업무의 수행인 점을 고려하면, ‘근무성적’이란 법관으로서의 직무수행, 즉 재판업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평가한 결과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재판업무의 수행에 있어 판사에게 요구되는 법률지식, 법적 사고 능력, 법정에서의 소송 진행 능력, 판결작성 능력 등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저히 불량’의 사전적 의미는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상태가 나쁨’을 일컫는바, 이에 대한 평가는 판사에게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직무수행능력의 수준에 비추어 충분히 판단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구 법원조직법 제44조의2 제1항은 대법원장으로 하여금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판사에 대한 연임발령 역시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해당하므로 근무성적에 대한 평가 결과가 연임발령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에 관한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수 있으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의 입법목적과 관련조항의 해석 및 용어의 사전적 의미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에서 말하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한 경우’란 판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평가 결과가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나쁜 경우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판사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지 여부
(가)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
사법권의 독립은 권력분립을 그 중추적 내용의 하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특징적 지표이고 법치주의의 요소를 이룬다. 사법권의 독립은 재판상의 독립, 즉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할 뿐, 어떠한 외부적인 압력이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의 독립을 위해 법관의 신분보장도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헌법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관의 신분보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바(헌법 제101조 제1항 및 제3항, 제103조, 제105조, 제106조 등 참조), 사법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올바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런데 헌법이 사법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은 그것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전제가 되기 때문이지,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법의 독립성 외에 책임성도 함께 요구되는데, 판사의 연임제도는 사법의 책임성을 실현하는 제도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사법의 책임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오히려 법관의 독립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근무평정제도는 어디까지나 판사에 대한 연임제를 객관적으로 운용하고, 판사의 성실한 직무수행 및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판단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은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판사를 연임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판사를 그 직에서 배제하여 사법부 조직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판사의 근무성적을 연임결격사유의 평가 요소의 하나로 규정한 것이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없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사법의 독립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인적 자원으로 사법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판사에 대한 평가기준이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가 없이는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를 그 직에서 배제하여 사법의 책임성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판사의 근무성적은 그것이 공정한 기준에 따를 경우 판사의 사법운영능력을 판단함에 있어 다른 요소에 비하여 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연임심사에 반영되는 판사의 근무성적에 대한 평가는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실시되어 누적된 것이므로, 단기간이나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특정 업무에 대한 평가와 달리 평정권자의 자의적인 평가를 통해 특정 가치관을 가진 판사를 연임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물론 판사가 근무성적에 대한 평정결과 및 연임 여부에 연연할 경우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사법부 내부에서의 법관의 독립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근무성적평정을 실제로 운용함에 있어서는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항을 평정사항에서 제외하는 등(판사 근무성적평정규칙 제4조 제2항) 평정사항을 한정하여 이러한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실제 연임 심사과정에서 해당 판사에게 의견진술권 및 자료제출권이 보장되고, 연임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으로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으로 인해 판사의 신분보장과 관련한 예측가능성이나 절차상의 보장이 현저히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의 취지, 연임사유로 고려되는 근무성적평정의 대상기간, 평정사항의 제한, 연임심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연임결격조항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의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판사를 연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는 점만으로 사법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대한 별개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2016. 6. 30. 2014헌바456등 결정에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 대한 입법위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75조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및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대법원규칙에 입법권한을 위임한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헌법 제75조는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위임의 명확성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은 법관의 근무성적평정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108조에서 허용한 대법원규칙의 제정범위에 속하는 것이며,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규칙과 저촉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법률은 근무성적평정에 관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근무평정조항에 대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