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헌마1177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등 [전원재판부 2015헌마1177, 2016. 4. 28.] 【판시사항】 가. 헌법재판소가 입법개선시한을 정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국회가 입법개선시한까지 개선입법을 하지 아니하여 국회의원의 선거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국회에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헌법상 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적극) 나. 국회가 헌법에서 위임한 선거구에 관한 입법의무를 상당한 기간을 넘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체하였는지 여부(적극) 다. 국회의원의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에 대하여, 심판청구 이후 국회가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획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주관적 목적이 달성되어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인정한 사례 【결정요지】 가. 헌법 제41조 제3항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선거구에 관하여 직접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에게는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명시적인 헌법상 입법의무가 존재한다. 나아가 헌법이 국민주권의 실현 방법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선거구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헌법 해석상으로도 피청구인에게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의무가 인정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입법개선시한을 정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국회가 입법개선시한까지 개선입법을 하지 아니하여 국회의원의 선거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국회는 이를 입법 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나. 헌법재판소는 구 선거구구역표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피청구인에게 1년 2개월 동안 개선입법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선거구 획정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에 따른 입법을 하기에 불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입법개선시한을 도과하여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하여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 등의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선거권자의 선거정보 취득이 어렵게 되었던 점, 이러한 선거구 공백 상태가 2달여의 기간 동안 계속되어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여전히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합리적인 기간 내의 입법지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지체를 정당화할 다른 특별한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 다.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 당시는 물론 결정 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존재해야 하는데, 2016. 3. 2. 피청구인이 선거구를 획정함으로써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고 있던 피청구인의 입법부작위 상태는 해소되었고, 획정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선거권자로서 투표하고자 하였던 청구인들의 주관적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에 관한 반대의견 국회의원의 선거구는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권 행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선거구는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헌법합치적 상황이라 할 것이고, 특히 국회의원선거가 임박(臨迫)하였을 때에는 그 헌법적 입법요구는 더욱 높아진다. 이 사건의 경우 선거구를 전제로 하는 예비후보자등록이 이미 시작되는 등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매우 임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일 40여일 전까지도 피청구인은 헌법이 위임한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 등의 선거운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선거권자의 선거정보 취득을 어렵게 하는 등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 채 제한된 선거정보에 바탕을 두고 실시된 선거는 자칫 그 민주적 정당성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결국 피청구인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헌법의 명시적 위임에 의한 국회의 입법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서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피청구인의 입법지체에는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유가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는 입법의무불이행으로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 등의 선거운동의 자유 및 선거권자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1항 제2호 공직선거법(2015. 6. 19. 법률 제1333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1항 【참조조문】 헌법 제24조, 제25조, 제41조 제3항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2 제1항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 제59조, 60조의3 제1항 공직선거법(2015. 6. 19. 법률 제1333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공직선거법(2016. 3. 3. 법률 제1407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의2 【참조판례】 다. 헌재 2014. 4. 24. 2012헌마2, 판례집 26-1하, 209, 217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별지1명단과 같음
피청구인 대한민국 국회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5헌마1177 사건
청구인 송○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군 선거관리위원회에 2015. 12. 15.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다.
청구인 송○은, 헌법재판소가 2014. 10. 30.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2항 별표 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201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라는 결정(2012헌마190등,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 하고, 위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이하 ‘구 선거구구역표’라 한다)을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이하 ‘선거구’라 한다)를 획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 송○의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5. 12. 1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5헌마1220 사건
청구인 이○우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위 결정상의 입법개선시한인 2015. 12. 31.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청구인 이○우의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5. 12.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2016헌마6 사건
청구인 하○수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2015. 12. 31.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 및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설치ㆍ운영에 관하여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4조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청구인 하○수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2016헌마17 사건
청구인 조○한은 2015. 12. 15. ○○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자이고, 이 사건의 나머지 청구인들은 ○○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선거권자들이다.
이 사건 청구인들은 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2015. 12. 31.까지 위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 ② 선거구 부존재로 인하여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을 그 임기만료일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 제2호, ③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을 2016. 4. 13.로 하는 내용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상의 공고가 예비후보자인 청구인 조○한의 선거운동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 등과 선거권자인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마. 2016헌마25 사건
청구인 정○봉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자이다.
청구인 정○봉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2015. 12. 31.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 정○봉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1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바. 2016헌마64 사건
청구인 손○표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자이다.
청구인 손○표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2015. 12. 31.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 손○표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2015헌마1177, 1220, 2016헌마25, 64 사건
2015헌마1177 사건의 청구인 송○, 2016헌마64 사건의 청구인 손○표는 구 선거구구역표에 따라 예비후보자로 각 등록한 ○○군□□군에 대한 선거구, □□구에 대한 선거구의 입법부작위를 다투나, 선거구를 규정한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되어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위 청구인들과 관련되는 특정 지역의 선거구를 확정할 수 없고, 선거구 전체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어 부존재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 청구인들은 선거구 전체에 대한 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고, 나머지 청구인들 역시 선거구 전체에 대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이를 심판대상으로 한다.
나. 2016헌마6 사건
청구인 하○수는 피청구인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외에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라 한다)의 설치와 운영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4조 전체의 위헌확인도 함께 구한다. 그런데 위 청구인은 여ㆍ야 동수로 추천된 획정위의 구성상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거구획정안이 의결되기 어려움에도, 공직선거법 제24조에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아니한 입법의 결함이 존재하고 이로 말미암아 선거구 공백상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획정위의 의결요건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4조 제11항으로 한정한다.
다. 2016헌마17 사건
이 사건의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외에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34조 제1항 제2호,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을 2016. 4. 13.로 하는 내용의 중앙선관위 공고의 위헌확인을 구하므로 이를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의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 공직선거법(2015. 6. 19. 법률 제1333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 제11항(이하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이라 한다),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을 2016. 4. 13.로 하는 내용의 중앙선관위의 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공직선거법(2015. 6. 19. 법률 제1333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⑪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제25조 제1항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된 것)
제34조(선거일) ①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은 다음 각호와 같다.
2. 국회의원선거는 그 임기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번째 수요일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2015헌마1177, 1220, 2016헌마25, 64 사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개선시한이 도과하도록 피청구인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이 청구인들이 출마할 선거구로 확정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지역적 범위도 확정할 수 없는 등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의 자유, 공무담임권이 침해된다.
나. 2016헌마6 사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개선시한이 도과하도록 피청구인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헌법 제41조 제3항 등이 위임한 입법의무를 게을리 한 것으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은 획정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획정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 입법의 결함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선거구 공백 상태가 초래되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다. 2016헌마17 사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선거구가 확정되지 아니함으로써,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청구인 조○한의 선거운동의 자유 등과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이 침해된다.
선거구의 부존재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선거정보를 제대로 취득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국회의원선거일을 ‘그 임기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정함으로써 청구인 조○한의 선거운동의 자유 등과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
만약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선거일 지정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필요로 하는 조항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부정된다면, 중앙선관위의 이 사건 공고가 선거일을 정한 구체적 행위라 할 것인데, 그렇다면 이 사건 선거일조항과 동일한 이유로 이 사건 공고는 청구인 조○한의 선거운동의 자유 등과 나머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
4.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가. 진정입법부작위의 적법요건
헌법재판소는 2014. 10. 30.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2항 별표 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투표가치의 평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201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라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위 입법개선시한까지 구 선거구구역표에 관한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헌법불합치결정은 본질적으로 위헌결정이고, 다만 일정한 기간 내에 위헌상태를 제거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위헌성이 확인된 법률의 효력 상실 시기만을 잠정적으로 유보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구 선거구구역표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개선시한인 2015. 12. 31.까지는 효력이 지속되다가, 피청구인이 위 입법개선시한까지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2016.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그렇다면 이때부터 국회의원의 선거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한 입법의 흠결이 발생하게 되었는바, 청구인들은 이러한 입법의 흠결, 즉 진정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어야 하므로(헌재 2003. 5. 15. 2000헌마192등 참조), 이하에서는 피청구인에게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헌법상의 입법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나. 헌법상 입법의무의 존재
먼저 헌법은 입법자인 피청구인에게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구를 입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즉 헌법 제41조는 제1항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다고 하여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선거원칙을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국회의원 수의 하한을 규정한 다음, 제3항에서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선거에 관한 사항에 대한 법률유보를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선거구에 관하여는 헌법에서 직접적으로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가 국회의원선거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함에 있어서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도, 선거구에 관한 입법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어떤 형성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에게는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명시적인 헌법상 입법의무가 존재한다 할 것이다.
나아가 헌법 해석상으로도 피청구인에게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의무가 인정된다. 헌법은 국민주권의 실현 방법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헌법 제24조의 선거권은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과 함께 대의제도를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서, 대의기관을 구성하는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권리이다. 즉 선거라는 것은 대의제도를 구성하는 개념요소이자 이를 실현하는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선거를 통해서 국민은 국가의 통치와 운영을 담당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에게 일정한 기간 동안 국가적 의사결정권을 위임하므로, 선거는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표자의 의사결정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용과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선거구는 개별 국회의원 후보자가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고 그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지는 장소적 범위가 된다. 만약 선거구의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거구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후보자의 피선거권 및 선거권자의 선거권 실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 해석상으로도 국민주권의 원리와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고 국민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부여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헌법상 입법의무의 이행지체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를 지고 있다고 하여서 그 의무 불이행의 모든 경우가 바로 헌법을 위반한 경우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입법자는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위임받은 입법을 자의적으로 지연시킬 수는 없으므로, 헌법이 위임한 선거구에 관한 입법의무를 상당한 기간을 넘어 정당한 사유 없이 해태하였다면, 입법자는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헌법재판소는 2014. 10. 30.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선거구 획정에는 정치세력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투표가치의 평등을 보장하면서도 지역대표성도 도모해야 하는 등 수많은 요소의 조정이 요구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여 피청구인에게 201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도록 입법개선의무를 부여하였고, 이는 위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1년 2개월에 이르는 기간으로 피청구인이 선거구 획정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에 따른 입법을 하기에 불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개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입법개선시한을 도과하여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하였다. 그로 인하여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 특히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은 자신이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이 어느 선거구에 속하게 될지를 전혀 확정할 수 없어 선거운동의 지역적 범위 또한 확정할 수 없게 되었고, 선거운동을 위한 선거사무소의 위치조차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국회의원선거권자 역시 선거구의 공백으로 인하여 자신이 속한 지역구 후보를 특정할 수가 없어,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후보자에 대한 정보교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등 선거정보에의 접근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이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선거정보의 원활한 취득이 어려운 선거구 공백 상태가 입법개선시한 도과 후 2달여의 기간 동안 계속되어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피청구인은 여전히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엄격해진 인구비례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분구하거나 통합하면서 지역구국회의원의 수를 조정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의 입법지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선거구는 헌법이 직접 법률에 위임한 입법사항이고, 국민주권의 원리와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함에 있어 막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이 산재하여 있었다는 정치적 상황과 같은 사유는 그 지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나아가 피청구인이 선거구에 관한 입법을 제외한 다른 입법 활동은 여전히 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해 보면, 선거구에 관한 피청구인의 입법의무 지체를 정당화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를 상당 기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상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권리보호이익의 소멸
다만, 헌법소원심판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 당시는 물론 결정 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헌재 2014. 4. 24. 2012헌마2 참조).
그런데 여당과 야당은 2016. 2. 23. 선거구획정기준에 최종 합의하였고, 이어 획정위는 2016. 2. 28.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였으며, 2016. 3. 2. 피청구인이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위한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함에 따라, 위 개정 공직선거법은 그 다음 날 공포되어 시행되었다(법률 제14073호). 이로써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고 있던 피청구인의 입법부작위 상태는 해소되었고, 획정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선거권자로서 투표하고자 하였던 청구인들의 주관적 목적도 달성되었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들에 대한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되었다.
결국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5. 나머지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2016헌마6 사건의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24조 제11항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획정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결함이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법령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자체에 의하여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그 자체에 의하여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란 법령에 의하여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2014. 10. 30. 2012헌마192등).
살피건대, 공직선거법 제24조는 획정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하여 규정한 조항으로서, 위 청구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은 획정위로 하여금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일 뿐이고, 선거구획정안 그 자체는 선거구를 획정하는 법률적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획정위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국회의장이 이를 다시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하며(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2항), 위 소관 상임위원회 등은 이를 심사한 후 선거구의 명칭과 그 구역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법률안을 제안하여야 한다. 이후 국회의장은 위 제안된 선거구법률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여야 하고(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6항), 국회 본회의에서 위 법률안이 통과되어 공포되고 시행되어야 비로소 선거구 획정에 관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선거구획정안에 대한 획정위의 의결요건을 규정한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이 직접적으로 선거구 공백사태를 초래한다거나 이로 인하여 직접 위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등이 제한되는 등 위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의결요건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선거일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2016헌마17 사건의 청구인들은, 선거일은 선거구가 획정되어 예비후보자의 사전선거운동이 온전히 가능한 날로부터 120일 이후로 정해져야 한다면서, 이 사건 선거일조항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어떤 법령조항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애당초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으므로, 그 법령조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선거일조항은 단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만을 정하고 있을 뿐,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선거운동의 방식이나 그 대상과 관련하여 위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위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선거운동의 자유 등에 대한 침해는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아니라 선거구 부재(不在) 상황을 만든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기간 제한은 공직선거법상의 다른 조항, 예컨대 공직선거법 제59조(선거운동기간), 제60조의2(예비후보자등록) 등에 의한 것이고, 이 사건 선거일조항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위 조항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결국 위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이 사건 선거일조항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이 사건 선거일조항으로 인하여 위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변동이 생긴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선거일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 이 사건 공고에 대한 심판청구
2016헌마17 사건의 청구인들은, 만약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선거일 지정이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필요로 하는 조항이어서 직접성이 부정된다면, 중앙선관위의 이 사건 공고가 선거일을 지정한 구체적인 행위이고, 위 선거일조항과 동일한 이유로 이 사건 공고가 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선거일은 이 사건 선거일조항에 의하여 이미 정해진 것이므로, 중앙선관위의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투표일 2016. 4. 13.(수)”로 공고한 것은 이 사건 선거일조항이 정한 선거일을 구체적으로 계산하여 그 날짜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고가 새로이 위 청구인들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치거나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변동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고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결국 위 청구인들의 이 사건 공고에 대한 심판청구도 부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에 관한 아래7.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에 관한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피청구인에게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고, 피청구인이 그 헌법상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는 점은 법정의견과 그 견해를 같이 하나, 법정의견과 달리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본안 판단에 나아가야 하며, 피청구인의 위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심판의 이익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보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청구인들의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2. 7. 18. 2000헌마707 참조).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의 선거구구역표에 관하여 입법개선시한을 정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음에도, 국회가 그 입법개선시한을 도과한 후에도 새로운 선거구를 마련하지 아니하여 선거구 공백 사태가 초래된 경우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헌재 2001. 10. 25. 2000헌마92등 참조), 앞으로도 이러한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반복하여 발생되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선거구 공백 상태는 헌법 제41조 제3항이 규정한 입법명령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의 선거운동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국회의원선거권자의 선거정보 접근을 어렵게 하여 선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선거에 임박하여서까지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직까지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적이 없는바, 이 문제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 심판청구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성
입법자가 입법의무를 지고 있다고 하여 그 불이행의 모든 경우가 바로 헌법을 위반한 경우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즉 입법자에게는 형성의 자유 또는 입법재량이 인정되므로 입법의 시기 역시 입법자가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음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는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위임받은 입법을 거부하거나 자의적으로 입법을 지연시킬 수는 없는 것이므로, 가령 입법자가 입법을 하지 않기로 결의하거나 상당한 기간 내에 입법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입법부작위는 이와 같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는 경우에 한하여 위헌으로 인정되는 것이다(헌재 1994. 12. 29. 89헌마2).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대의기관으로서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정책을 형성하며 국정을 통제하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므로,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선거는 국민주권원리와 민주주의원리를 실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선거권은 ‘국민에 의한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직접적으로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을 선출하고 간접적으로는 어떠한 정부를 원하느냐에 관한 국민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입법자는 이를 위한 실질적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선거권이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헌재 2013. 8. 29. 2012헌마840).
그런데 국회의원의 선거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 국회의원 후보자가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고 그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지는 장소적 범위가 되는 것으로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후보자의 피선거권 실현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후보자가 아닌 선거권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국회의원 후보자를 특정할 수 있고, 그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여 지지 여부나 투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므로, 선거구는 국회의원선거권 행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가 된다. 또한 4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국회의원총선거에 더하여 비정기적으로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등 사실상 상시선거체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헌법의 해석상 국회의원의 선거구는 대의민주주의의 안정성과 국민의 선거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상시적(常時的)으로 존재하는 것이 헌법합치적인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선거가 임박(臨迫)하였을 때에는 그 헌법적 입법요구는 더욱 높아진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국회의원선거 일정상 예비후보자등록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야기된 선거구의 부존재로 인하여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 속하게 될지를 확정할 수 없어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지역을 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도 그 선거운동의 범위나 대상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등 선거운동에 있어서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 즉, 선거구의 분구나 합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경우 구 선거구구역표에 따라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선거구의 부존재로 인하여 예비후보자들이 해당 선거구에 적합한 지역 맞춤형 선거 공약 내지 정책을 호소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 이는 의정활동보고 등을 통하여 선거운동기간 전에도 사실상 선거운동의 효과를 누리는 기존 국회의원들에 비하여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에게 더욱 불리한 것으로서, 자칫 정치신인의 선거운동 기회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도입한 예비후보자제도의 취지가 상당 부분 몰각될 우려가 있다. 또한 선거구를 전제로 하는 재외선거인명부의 작성이 2016. 2. 24. 시작되는 등 선거 일정상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매우 임박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40여일 전까지도 피청구인은 헌법이 위임한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피청구인이 뒤늦게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고 하여 입법지체로 인한 위와 같은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입법지체로 인하여 침해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은 피청구인의 작위의무 이행이 지체되었던 기간 동안 침해된 상태가 그대로 남는 것이고, 뒤늦게 선거운동의 대상 등이 확정되고, 선거권자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다고 하여 한 번 침해된 기본권이 원상회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 채 제한된 선거정보에 바탕을 두고 실시된 선거는 자칫 그 민주적 정당성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위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2014. 10. 30.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2015. 12. 31.까지 1년 2개월 동안 개선입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부여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이 이를 해태하다가 2016. 1. 1. 구 선거구구역표가 효력을 상실하였음에도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것은 피청구인의 헌법상 입법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명시한 입법개선의 시한을 도과하였음에도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피청구인의 입법부작위는 헌법의 명시적 위임(헌법 제41조 제3항)에 의한 국회의 입법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피청구인의 입법지체에는 법정의견에서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유가 발견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는 입법의무불이행으로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자의 헌법상 보장된 선거운동의 자유 및 선거권자의 선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별지1
청구인 명단
(2015헌마1177)
1. 송○
(2015헌마1220)
2. 이○우
(2016헌마6)
3. 하○수
(2016헌마17)
4. 조○한
5. 박○찬
6. 김○환
7. 장○선
8. 이○영
9. 김○철
10. 변○자
11. 김○일
12. 남○실
13. 김○충
14. 손○균
청구인 4 내지 14의 대리인 법무법인 신율
담당변호사 송평수
(2016헌마25)
15. 정○봉
(2016헌마64)
16. 손○표
청구인 16.의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민종, 조영관
별지2
관련조항
헌법
제41조 ① 국회는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②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③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공직선거법(2015. 6. 19. 법률 제13334호로 개정된 것)
제24조(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①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해당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되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확정되어 효력을 발생하는 날까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한다.
②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되, 직무에 관하여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③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위촉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④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이하 이 조 및 제24조의2에서 “위원회”라 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ㆍ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의결로 선정하여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일 전 1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이하 항 생략)
공직선거법(2016. 3. 3. 법률 제14073호로 개정된 것)
제24조의2(국회의원지역구 확정) ① 국회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
② 국회의장은 제24조 제11항에 따라 제출된 선거구획정안을 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라 선거구획정안을 회부 받은 위원회는 이를 지체 없이 심사하여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법률안(이하 “선거구법률안”이라 한다)을 제안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그대로 반영하되, 선거구획정안이 제25조 제1항의 기준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붙여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획정안을 다시 제출하여 줄 것을 한 차례만 요구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른 요구를 받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새로이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선거구획정안의 위원회 회부에 관하여는 제2항을 준용한다.
⑤ 선거구법률안 중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에 한해서는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⑥ 국회의장은 선거구법률안 또는 선거구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이 제안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부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회의는 「국회법」 제95조 제1항 및 제96조에도 불구하고 선거구법률안 또는 선거구법률안이 포함된 법률안을 수정 없이 바로 표결한다.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
제59조(선거운동기간)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하 호 생략)
공직선거법(2010. 1. 25. 법률 제99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2(예비후보자등록) ① 예비후보자가 되려는 사람(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는 제외한다)은 다음 각 호에서 정하는 날(그 날 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등록을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
2.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시ㆍ도지사선거
선거일 전 120일
(이하 항 생략)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① 예비후보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1.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제1항 및 제6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거나 그 선거사무소에 간판ㆍ현판 또는 현수막을 설치ㆍ게시하는 행위
2. 자신의 성명ㆍ사진ㆍ전화번호ㆍ학력(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력을 말한다. 이하 제4호에서 같다)ㆍ경력, 그 밖에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길이 9센티미터 너비 5센티미터 이내의 명함을 직접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다만, 지하철역구내 그 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다수인이 왕래하거나 집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삭제
4. 선거구안에 있는 세대수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수 이내에서 자신의 사진ㆍ성명ㆍ전화번호ㆍ학력ㆍ경력, 그 밖에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게재한 인쇄물(이하 “예비후보자홍보물”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발송대상ㆍ매수 등을 확인받은 후 선거기간개시일 전 3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우편발송하는 행위. 이 경우 대통령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예비후보자는 표지를 포함한 전체면수의 100분의 50 이상의 면수에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ㆍ우선순위ㆍ이행절차ㆍ이행기한ㆍ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하여야 하며, 이를 게재한 면에는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관한 사항을 게재할 수 없다.
5. 선거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
6. 전화를 이용하여 송ㆍ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7. 삭제
(이하 항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