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헌라1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전원재판부 2015헌라1, 2016. 5. 26.] 【판시사항】 가. 대한민국 국회가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이하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에서 국회의장 및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피청구인 적격이 있는지 여부(소극) 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2. 5. 2. 제307회 국회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중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가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소극) 다. 피청구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라 한다) 위원장이 2015. 1. 29.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해 기재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가 소속 위원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한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라.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4. 12. 17. 북한인권법안을 포함한 11건의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한다) 및 2016. 1. 6.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포함한 10건의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하고, 이들을 합하여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한다)에 대한 심판청구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률의 제ㆍ개정 행위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는 국회가 피청구인적격을 가지므로, 청구인들이 국회의장 및 기재위 위원장에 대하여 제기한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들은 2016. 1. 11.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하였는데, 이것은 가결선포행위가 있은 날인 2012. 5. 2.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심판청구로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음이 명백하므로 부적법하다. 다.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에 의하면,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되어야 위원장은 무기명투표로 표결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비로소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표결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동의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로 인하여 기재위 소속 위원인 청구인 나○린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한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 가사 청구인 나○린의 주장과 같이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 중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부분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하여 표결을 실시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위헌 여부는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는 청구인 나○린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한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라. (1)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직권상정권한은 국회의 수장이 국회의 비상적인 헌법적 장애상태를 회복하기 위하여 가지는 권한으로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에 속하고, 의안 심사에 관하여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국회에서는 비상적ㆍ예외적 의사절차에 해당한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 각 호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뿐 국회의원의 법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지정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장은 직권상정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법안 심의ㆍ표결권에 대한 침해위험성은 해당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어야만 비로소 현실화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 (2)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를 심사기간 지정사유로 규정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여부에 관하여는 여전히 국회의장에게 재량이 인정되는 것이지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의무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3)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그 의안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는 입법자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에 의해 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할 수 있는 비상입법절차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법의 공백이 발생한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나아가 헌법실현에 관한 1차적 형성권을 갖고 있는 정치적ㆍ민주적 기관인 국회와의 관계에서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기능적 한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근거규범도 아닌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그 심사를 최대한 자제하여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를 선결문제로 판단하더라도,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해석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서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다. (4) 이와 같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으며, 그 근거조항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나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이유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 또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별개의견 및 기각의견 1.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른 안건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사유의 제한은 단순히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권한 행사를 침해하는 문제로만 볼 수는 없고,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 행사를 침해하는 문제까지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가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한 법률안이 심사기간 지정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면 의결도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제2 심사기간 지정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위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에서 심의하고 표결할 기회 자체가 박탈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위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에서의 심의권과 표결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 146명이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를 요청한 것에 대하여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이를 거부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헌법상 부여된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개연성이 없다. 2.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특별정족수를 비롯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1차적 자치규범인 국회법 등의 제ㆍ개정은 물론 실제 국회운영 등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관한 국회법의 내용에 헌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그 자율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국회의 의사와 내부규율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 즉 국회법의 내용에 대하여는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가 아니다.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근거 법률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 고유의 의사절차에 관한 규정으로서, 국회선진화법의 다른 제도 도입의 전제가 되는 핵심적인 개정 사항이다. 위 조항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사유 등에 관한 규정 내용은 국회의 고유한 자치적 입법권 영역이자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나. 우리나라 국회의 법률안 심의는 본회의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국회에 접수된 안건 중 상당수가 위원회 단계에서 폐기되는 대신 위원회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거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ㆍ의결된 내용대로 가부(可否) 표결만 하는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원회 중심주의 하에서, 상임위원회의 심사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위원회의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안건을 바로 본회의에 회부하는 이른바 직권상정제도는 매우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입법절차로 볼 수밖에 없다. 다. 일반정족수는 다수결원리를 실현하는 국회의 의결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 자체가 헌법상의 원칙이나 원리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국회가 자신의 의사절차에 관한 제도를 스스로 입안하면서 가중다수결과 일반다수결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국회의 자율영역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회법에 심사기간 지정사유가 발생하면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안건을 직권상정하여야 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 여부와 그 경우 심사기간 지정사유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역시 국회의 자율영역에 속한다. 라. 통상적인 입법절차에서 입법교착(立法膠着)이 발생하는 것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의 원내 제1, 2당 배분 및 각 상임위원장의 원내 정당 의석별 배분 관행, 상임위원회에서도 위원장과 교섭단체별 간사의 합의에 의하여 의사일정과 심사안건 지정 및 안건의 심의ㆍ표결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및 협상력,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정당에 기속되어 심의ㆍ표결하는 경향 등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입법교착은 사실영역의 문제일 뿐 규범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 결과 상임위원회에서 일시적으로 입법교착이 발생한 법률안이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입법절차를 통하여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으로 인하여 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이 해결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마. 따라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국회 자율권의 한계를 벗어나 현저히 입법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다수결원리 내지 의회민주주원리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준수한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기각 및 인용의견 1.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국회를 구성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하여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는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법률안들의 본회의 부의ㆍ상정이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청구인들은 본회의에서 그 법률안들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써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적법하다. 2.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한 청구인들의 권한침해 여부 가.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여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국회의 의결 대상인 특정 안건이 그 내용과 의미에 비추어 가중다수결이 요구될 정도로 헌법상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경우(헌법 제53조 제4항, 제64조 제3항, 제65조 제2항, 제77조 제5항, 제130조 제1항)가 아닌 한 절대다수결을 의사결정방식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헌법 제49조에서 규정하는 다수결원리는 국회의 의사형성과정에서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다수파의 견해를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친 후 다수의 의사로 결정한다는 데 그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의회민주주의에서 다수에 의한 의결은 불가피하고 소수는 그에 승복해야 하며, 소수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헌법상의 다수결원리가 실현되고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의 소수파에게 보장된 것은 다수결에 의한 국회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있기 전 그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소수파의 의견을 개진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 의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권이나 국회의 다수파를 대신하여 의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나.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국회의 위원회는 국회 운영에서 논의의 전문화와 효율성을 위하여 구성되는 국회의 내부기관인 동시에, 본회의 심의 전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거나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입안하는 국회의 합의체 기관으로, 그 역할은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여 본회의의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 의안 심의가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우리 헌법이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법률안 등 의안의 심의 주체를 ‘국회’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점, 위원회는 국회 본회의의 안건 심의ㆍ표결을 위한 예비적 심사기관에 불과하여 안건의 최종적인 처리권한은 본회의에 있는 점, 이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한 의안도 의원 30인 이상이 찬성하면 다시 수정되어 표결될 수 있고, 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도 의원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 헌법은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체는 본회의이며, 국회의 최종적인 권한 행사도 본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본회의 결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의안처리과정에서 본회의가 그 권한을 행사하고자 할 경우에는 이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본회의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역시 안건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본회의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이 위원회 운영 및 의사진행에 관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각 교섭단체별 간사와 협의하도록 정함으로써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이른바 ‘협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주의에 따른 위원회 운영으로 말미암아 국회 내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는 논쟁적 안건, 즉 쟁점안건의 경우 위원회 단계에서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 간에 협의(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그에 대한 심사ㆍ표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교착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위원회 단계에서 발생하는 쟁점안건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국회에서는 안건의 비상처리절차를 두고 있다. 라. 국회법상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제85조)는 위원회 단계에서의 쟁점안건에 관한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본회의에서 그 안건에 대한 심의ㆍ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상처리절차로서, 제정 국회법에서 도입된 후 현재까지 국회법에 존속되어 온 제도이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을 천재지변의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여 그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그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심사기간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국회의 다수파가 책임을 지고 다수결원리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회의 소수파가 사실상 의안의 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및 책임정치의 구현이 어렵게 되었다. 한편 국회선진화법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안건의 신속처리제도(국회법 제85조의2)는 위와 같이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요건을 강화함으로 초래될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함께 도입된 제도로 설명되고 있으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다수결을 요건으로 함으로써 사실상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의 합의를 요구하고, 가중다수결 요건을 통과하더라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각각 상당한 기간 동안 심사와 표결을 모두 거쳐야 하는 점에서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대신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한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마. 위에서 본 사항을 종합해 보면,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하여 적어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당해 안건의 본회의 부의ㆍ상정을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ㆍ상정하여 전체 국회의원이 당해 안건에 대하여 심의ㆍ표결하도록 하는 비상처리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그 요건으로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만을 마련하고 있을 뿐,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과반수가 심사기간 지정요구를 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마련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더라도 그 안건에 대한 국회의원의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49조에 의한 국회 의사결정방식으로서의 다수결원리와 헌법상의 본회의 결정주의에 위반되고, 나아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및 의회민주주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 입법재량 및 의사자율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바. 그렇다면,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 146명의 심사기간 지정 요청에 대한 것이므로, 위 거부행위로 인하여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고,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인 국회의원 157명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위헌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기하여 이를 거부한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 사.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그 효력을 즉시 상실하게 하는 경우에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이 불가능하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되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에 의하여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국회법 제85조 제1항으로 인하여 쟁점안건(법안)의 적시 처리가 어려워지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다른 안건까지 쟁점안건에 연계하여 함께 처리하는 ‘졸속입법’의 관행이 제19대 국회의 운영과정에서 지속되어 왔다. 그로 인하여 정국의 운영과 국가정책 결정에서 어느 정당에게 책임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되어 책임정치의 실종을 가져왔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여야의 대화와 타협만을 강조하였지, 대화와 타협에 따른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지 아니한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 장기간의 입법교착 상태로 인하여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한계 내지 실패 상황이므로,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입법교착의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회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을 선언함으로써 입법교착 상태를 가져오는 원인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49조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63조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 제1항, 제85조의2 국회법 부칙(2012. 5. 25. 법률 제11453호) 【참조판례】 가. 헌재 2005. 12. 22. 2004헌라3, 판례집 17-2, 650, 651 헌재 2008. 6. 26. 2005헌라7, 판례집 20-1하, 340, 354 헌재 2010. 12. 28. 2008헌라7등, 판례집 22-2하, 567, 578 나. 헌재 2010. 12. 28. 2008헌라6등, 판례집 22-2하, 567, 577 다. 헌재 2010. 12. 28. 2009헌라2, 판례집 22-2하, 612, 617-618 라. 헌재 1997. 7. 16. 96헌라2, 판례집 9-2, 154, 165 헌재 2010. 12. 28. 2008헌라6등, 판례집 22-2하, 567, 587-588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별지1] 청구인 명단과 같다
대리인 법무법인 위너스
담당변호사 손교명 외 1인
피청구인 1. 국회의장
대리인 법무법인(유)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2인
2.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피청구인들 [별지2] 보조참가인 명단과 같다
보조참가인 대리인 법무법인
(유)정률
담당변호사 박성수 외 1인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제18대 국회는 2012. 5. 2. 쟁점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여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를 구현하고자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 대신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에 대해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국회선진화법’이라 한다)을 가결하였고, 이는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공포되어 제19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12. 5. 30.부터 시행되었다.
나. 청구인들은 국회 교섭단체 ○○당 소속의 제19대 국회의원들로서,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청구인 나○린은 정책위원회의 수석부의장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라 한다) 소속 위원이고, 나머지 청구인들은 ○○당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 내지 위원이거나 정책위원회의 의장, 부의장, 정조위원장이다.
다.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회의원 146명은 2014. 12. 9.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을 포함한 11건의 [별지3]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이하 ‘직권상정’이라 한다) 요청을 하였으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2014. 12. 17.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없고, 심사기간 지정을 전제로 한 본회의 부의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였다.
라. 청구인 나○린을 포함한 11명의 기재위 소속 위원들은 2015. 1. 15. 피청구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하 ‘기재위 위원장’이라 한다)에게 기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은 2015. 1. 29. 기재위 위원 총 26명 중 11명이 서명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이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라 한다)는 기재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에 따라 위 지정동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송부하였다.
마. 이에 청구인들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 중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합의’ 부분 및 제85조의2 제1항 중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부분이 가중된 특별정족수를 요구하고 있어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 등에 반하여 위헌이며, 피청구인들은 위헌인 위 국회법 조항들에 근거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하지 아니하거나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위 국회법 조항들 및 위와 같은 피청구인들의 행위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5. 1. 30.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바. 한편, 청구인들을 포함한 ○○당 소속 의원 157명은 2015. 12. 16.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포함한 10건의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하여 직권상정 요청을 하였으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2016. 1. 6.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은 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였다.
사. 이에 청구인들은 2016. 1. 11. 이 사건 청구취지에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6. 1. 6.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포함한 10건의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 및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2. 5. 2. 제307회 국회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중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에 대하여 청구인들의 권한침해의 확인 및 무효의 확인을 구하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의 2015. 1. 30.자 권한쟁의심판청구서, 2016. 1. 11.자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위 당사자들의 2016. 1. 28. 변론기일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대한민국 국회가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이하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라 한다) [청구인들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85조의2 제1항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나,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은 ‘법률’ 그 자체가 아니라 ‘법률의 제ㆍ개정행위’를 그 심판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므로(헌재 2010. 6. 24. 2005헌라9등 참조), 위 국회법 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 역시 그 심판대상을 위 국회법 조항들의 개정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로 본다], ②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4. 12. 17. 북한인권법안을 포함한 11건의 [별지3]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한다) 및 2016. 1. 6.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포함한 10건의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한다, 이하 이들을 합하여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라 한다), ③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이 2015. 1. 29.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해 기재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라 한다), ④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2. 5. 2. 제307회 국회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중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및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무효인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관련조항]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심사기간) ① 의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해당 호와 관련된 안건에 대하여만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1. 천재지변의 경우
2.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3.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 ①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체계ㆍ자구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포함한다)을 제2항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이하 이 조에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라 한다)를 의장에게, 안건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은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② 의장은 제1항 후단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가결된 때에는 해당 안건을 제3항의 기간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는 안건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위원회가 전단에 따라 지정된 안건(이하 “신속처리대상안건”이라 한다)에 대한 대안(代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본다.
국회법 부칙(2012. 5. 25. 법률 제11453호)
이 법은 2012년 5월 30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85조의3 및 제106조의2 제10항의 개정규정은 2014년 5월 30일부터 시행한다.
3. 당사자들 및 피청구인들 보조참가인의 주장
[별지5] 기재와 같다
4. 판단
가. 국회선진화법상 심사기간 지정제도(국회법 제85조) 및 안건신속처리제도(국회법 제85조의2)의 도입배경
종래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사유나 대상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국회의장은 필요시 어떠한 안건에 대해서나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직권상정제도는 주로 원내정당들 간 입장 차이로 인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지지하는 법안이 통상적인 입법과정을 통해 처리되지 못하는 입법교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를 우회하여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73. 2. 7. 법률 제2496호로 개정된 국회법 제77조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으나 한동안 활용되지 않다가, 제12대 국회에서 24건, 제13대 국회에서 40건, 제14대 국회에서 21건, 제15대 국회에서 87건, 제16대 국회에서 5건, 제17대 국회에서 29건을 직권상정 한 바 있고, 제18대 국회에서 97건을 직권상정하여 역대 국회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국회의장이 이와 같은 예외적인 수단을 통해 직권상정을 할 때마다 여야 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서 결국 국회가 공전되는 또 다른 파국적 교착상태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왔다.
이에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지자 마침내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당의 주도 아래 여당은 기존의 의사강행수단이었던 국회의장 직권상정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데 합의하는 대신 야당은 회의장 및 의장석 점거라는 관행적 의사저지수단을 제도적으로 불법화하는 데 동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 심사기간 지정제도(국회법 제85조)를 변경하고, 위원회 안건조정제도(같은 법 제57조의2)와 무제한 토론제도(같은 법 제106조의2)라는 의사저지수단을 제도화하는 한편, 안건신속처리제도(같은 법 제85조의2)와 의안자동상정 간주제도(같은 법 제59조의2),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도(같은 법 제85조의3), 법제사법위원회 체계ㆍ자구심사 지연 법률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도(같은 법 제86조) 등을 통해 종래의 직권상정제도를 대신할 다른 형태의 의사촉진수단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그중 안건신속처리제도는 여야 간 쟁점안건이 심의대상도 되지 못하고 위원회에 장기간 계류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하도록 하여 위원회 중심주의를 존중하면서도 입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위 개정안은 2012. 5. 2. 제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192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되었고, 제19대 국회의 임기개시일인 2012. 5. 30.부터 적용되고 있다.
나.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처분 또는 부작위를 야기한 기관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만이 피청구인적격을 가지므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이들 기관을 상대로 제기하여야 하고(헌재 2010. 12. 28. 2008헌라7등 참조), 법률의 제ㆍ개정 행위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는 국회가 피청구인적격을 가진다(헌재 2005. 12. 22. 2004헌라3; 헌재 2008. 6. 26. 2005헌라7 등 참조). 따라서 청구인들이 국회의장 및 기재위 위원장에 대하여 제기한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다.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한 청구취지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이 준용하는 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 또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0. 12. 28. 2008헌라6등 참조).
청구인들의 이 부분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2016. 1. 11.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고, 추가되는 심판대상은 ‘2012. 5. 2. 제307회 국회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중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인바, 그 사유가 있은 날인 2012. 5. 2.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음이 명백하므로 부적법하다.
라.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1) 권한의 침해 또는 현저한 침해위험성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해당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권한쟁의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제기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헌재 2010. 12. 28. 2009헌라2 참조).
(2) 판단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은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이 경우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서명이라는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을 갖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되어야 위원장은 무기명투표로 표결을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비로소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표결할 권한을 가지게 되므로, 청구인 나○린의 권한에 대한 침해위험성은 이때 현실화된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 당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의 소관 위원회인 기재위 위원은 총 26명으로 청구인 나○린은 재적위원 과반수에 못 미치는 11명의 위원이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에게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기재위 소속 위원들에게 위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표결할 권한 자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로 인하여 청구인 나○린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한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가사 위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 중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부분이 위헌으로 선언되더라도,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하여 표결을 실시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위헌 여부는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 자체만으로는 기재위 소속 위원인 청구인 나○린의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대한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마.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근거조항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합의’를 심사기간 지정사유로 규정한 것과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그 의안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가 다수결의 원리 등에 반하여 위헌이므로 위헌인 위 국회법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먼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본다.
(가) 국회법상 의장은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고(제85조 제1항),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이는 국회의 수장이 국회의 비상적인 헌법적 장애상태를 회복하기 위하여 가지는 권한으로 국회의장의 의사정리권에 속하고, 의안 심사에 관하여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국회에서는 비상적ㆍ예외적 의사절차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회법 제85조 제1항 각 호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 국회의원의 국회 본회의에서의 법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나)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국회의장이 위 국회법 조항에 따라 해당 안건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하였으나 해당 위원회가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여, 국회의장이 중간보고를 들은 후 본회의에 이를 부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해당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어야만 해당 안건에 대하여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청구인들의 법안 심의ㆍ표결권에 대한 침해위험성도 이때 비로소 현실화된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심사기간 지정사유가 있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직권상정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국회의장이 해당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통상적인 입법절차를 통해, 즉 상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국회법 제54조, 제58조), 본회의에 부의되고 상정된 법안에 대하여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종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이 상임위원회에서 발생한 입법교착을 타개하여 쟁점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던 것을 방지하고자,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심사기간 지정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결과 과거에 비해 국회의원이 본회의에서 쟁점법안에 대하여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빈도가 줄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실적ㆍ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간접적인 불이익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현저하게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자체만으로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다음으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위헌이 되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보건대, 가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를 심사기간 지정사유로 규정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다수결의 원리 등에 반하여 위헌이 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별지3] 및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여부는 여전히 국회의장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위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의무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마지막으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위헌이 되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성격 및 국회법 제85조 제1항과의 관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가 비상적이고 예외적인 입법절차라는 점은 앞서 본바와 같고, 미국, 일본의 입법례를 보면 적어도 재적의원의 의사가 다수결의 방식에 따라 정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장 1인에게 직권상정권한을 부여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비교법적으로도 이례적인 비상입법절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임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상입법절차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상임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 상태를 해결하고자 여러 개의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심사 중에 있다. 신속처리안건지정 요건을 규정한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에 국민 안전에 중대한 침해 또는 국가 재정ㆍ경제상의 위기가 초래될 우려가 명백한 안건으로서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는 경우 의장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 심사기간 및 본회의 상정기간을 75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에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 또는 국가 재정ㆍ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이 현저하게 우려되는 경우로서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국회선진화법의 도입배경 및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입법자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을 불완전, 불충분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라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볼 때,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청이 있으면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직권상정하여야 하는 규정을 반드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두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같은 내용의 비상입법절차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와는 전혀 별개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서 반드시 함께 규율하여야 할 성질의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보기는 어렵고, 입법자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에 의해 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할 수 있는 비상입법절차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법의 공백이 발생한 경우라 할 것이므로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규범의 부재를 의미하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그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할 것이다.
(나) 국회의 의사자율권
국회는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언제, 어떻게 입법할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지며, 법안심의를 위한 의사절차와 규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참조).
이러한 의사자율권에 기초하여 국회운영의 원리로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한 결과, 국회의 예비적 심사기관인 상임위원회가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본회의의 판단자료로 보고하면, 본회의에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ㆍ의결된 내용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키는 형태로 국회의 최종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입법절차를 국회법에 두게 되었다. 국회법은 위와 같이 통상적인 입법절차에 따라 위원회의 심의ㆍ표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 의안이나 비상적 입법절차인 심사기간 지정제도에 따라 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한 채 본회의에 상정된 의안 등과 같이 의안이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된 경우에만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본회의에서 해당 의안에 대해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하도록 의사절차를 정하고 있는 것이다.
1)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 취지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이 신속입법을 위한 우회적 절차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물리적 충돌을 막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할 수 있는 수정안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화와 타협에 의한 의회정치의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합의가 있는 경우를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사유로 규정한 이유는, 국가적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이거나 안건을 긴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또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군소정당의 극한적 투쟁으로 안건의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교섭단체대표의원들 간의 합의로 해당 안건을 책임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이는 각 교섭단체의 의사를 대표의원을 통하여 국회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절차를 스스로 정한 것으로서 국회의 의사자율권의 내용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2) 국회법은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나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은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제33조), 교섭단체대표의원은 국회운영위원회의 위원이 되도록 하여(제39조 제2항) 각 교섭단체의 의사를 대표의원을 통하여 국회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법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여 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제74조 제2항, 제85조의3 제2항, 제86조, 제95조 제5항, 제104조 제2항, 제112조 제9항).
국회의 의사와 운영에 관한 합의제의 강화는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보다 진지하게 합의에 나서야 할 동기와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합의제를 강화하여 다수당이 소수당과의 합의 없이는 법안을 처리할 수 없게 하면 다수당은 수정안과 절충안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소수당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고, 소수당도 다수당의 수정안과 절충안에 대해 반대로만 일관하는 경우에는 정책의 실패나 지연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는 정치적 위험부담 때문에 다수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쟁점법안에 대하여 쉽사리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권한을 동원하던 관행을 시정하고, 대화와 타협에 의한 의회정치의 정상화를 위하여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에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라는 심사기간 지정사유를 두어 합의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 국회의 입법형성권이나 의사자율권을 벗어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4) 상임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 상태로 인해 의결에 이르지 못하는 입법기능장애가 야기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교착 상태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이 여야 동수(同數)로 구성되거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야당에 배분하는 관행 내지 여야 정치력의 부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지 입법절차를 규율하고 있는 국회법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회 내부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화와 토론, 설득과 타협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만일 제도적인 미비가 그러한 입법교착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면 헌법 및 법률에 정해진 법률의 제ㆍ개정절차에 따라 제도개선을 함으로써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입법의 잘못이나 결함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하지, 이 사건처럼 국회의 다수파 의원들이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문제에 개입하게 되면 국회의원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번번이 사법적 수단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리기도 어렵다.
더욱이 헌법실현에 관한 1차적 형성권을 갖고 있는 정치적ㆍ민주적 기관인 국회와의 관계에서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기능적 한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근거규범도 아닌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최대한 자제하여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여야 간 합의와 타협을 통해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어느 한 쪽만 동의하고 밀어붙이려는 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될 수 없도록 국회운영의 원리로 합의제를 강화하면서 도입된 유기적 연관을 갖는 일련의 제도들 중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해서만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다) 헌법상 또는 헌법해석상 유래하는 입법의무의 부존재
가사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를 선결문제로 판단하더라도,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해석상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아니한다.
1) 의회민주주의와 다수결의 원리
가) 의회민주주의 원리는 국가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유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적 정당성까지 요구한다. 절차의 민주성과 공개성이 보장되어야만 민주적 정당성도 획득될 수 있다. 의회민주주의국가에서 의사절차는 공개와 이성적 토론의 원리, 합리적 결정, 다원적 개방성, 즉 토론과 다양한 고려를 통하여 의안의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 의결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헌재 2010. 12. 28. 2008헌라6등 참조).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의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는 의사형성과정에서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다수파의 견해를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다수의 의사로 결정한다는 데 그 정당성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헌재 2010. 12. 28. 2008헌라6등 참조).
헌법 제49조 전문은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하여,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다수결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다수결의 원리를 실현하는 국회의 의결방식은 헌법이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하는 일반정족수를 기본으로 한다. 일반정족수는 국회의 의결이 유효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석의원 또는 찬성의원의 수를 의미하므로, 의결대상 사안의 중요성과 의미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에 의결의 요건을 달리 규정할 수 있다. 즉 일반정족수는 다수결의 원리를 실현하는 국회의 의결방식 중 하나로서 국회의 의사결정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 이를 헌법상 절대적 원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 제49조에 따라 어떠한 사항을 일반정족수가 아닌 특별정족수에 따라 의결할 것인지 여부는 국회 스스로 판단하여 법률에 정할 사항이다. 국회법 제109조도 “의사는 헌법 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하여 국회법에 의결의 요건을 달리 규정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가중다수결은 헌법 제53조 제4항, 제64조 제3항, 제65조 제2항, 제130조 제1항과 같이 그 결정의 의미와 중요성이 특별히 엄중한 경우에만 요구된다는 인용의견은, 헌법 제49조의 문언의 의미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국회는 입법절차에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의원들 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발표하며,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타협하고 설득함으로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법안이 발의되어 통과되기까지는 수많은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통해 법안은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되고 수정되는 과정을 겪는다.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국회의 본회의를 통과하는 법안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적시에 제ㆍ개정되지 않는 지연입법도 문제지만,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성급히 진행된 졸속입법 역시 문제라고 할 것이다.
우리 국회는 의안 심의에 관한 국회운영의 원리로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상임위원회의 심사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원회 중심주의 하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입법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본회의에서 제대로 심사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법률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견 수렴이나 이해관계인들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여 졸속심사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법안의 핵심내용을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차이가 뚜렷하게 대립되는 소위 쟁점법안일수록 심도 있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임에도, 쟁점법안에 대하여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기 보다는 쉽사리 직권상정권한을 동원하던 것이 그 동안의 관행이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다수파 의원들이 원하는 법안은 상임위원회의의 논의 등 모든 입법절차를 생략한 채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으로서 다수파의 독재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고, 이는 결국 국회 의사의 형성과정에서 소수의 참여 및 토론과 설득의 기회를 배제하자는 것이어서 오히려 다수결의 원리의 정당성 근거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2) 외국 입법례와 우리 법제의 비교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청이 있는 경우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의 논거로 미국, 일본, 독일의 안건비상처리절차나 안건신속처리절차와 같은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위 국가들은 모두 양원제 국가로서 구조적으로 법안을 신중하게 심사하는 입법과정이 확립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의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는 폐단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법률통과의 용이성을 제고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단원제와 위원회 중심주의를 구조적 특징으로 하는 우리 국회는 법률안에 대한 신중한 심사보다는 법안 통과에 용이한 입법과정 구조로 분류된다.
또한, 국회선진화법 도입 당시 자료들에 의하면 국회법 제85조의2의 안건신속처리제도는 인용의견이 비상처리절차로 소개하고 있는 미국 하원의 ‘위원회심사배제 동의제도’를 변형하여 도입한 것으로 확인되는바, 이러한 입법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비상처리절차와 신속처리절차를 구분하는 인용의견의 접근방법은 주의를 요한다 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 하원의원들 간에는 소관위원회의 법안에 대한 결정권을 서로 존중하는 상호호혜성의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원회심사배제 동의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1931년부터 2002년 사이에 미국 하원에 제출된 심사배제요청안은 총 563건으로, 이 가운데 47건만이 하원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는데 성공했고, 그 중 위원회 수준의 논의를 생략하고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19건이었으며, 최종적으로 입법에 성공한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이에 반하여 우리의 경우에는 앞서 본 것처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제도가 활용되기 시작한 제12대 국회부터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전인 제18대 국회까지 사이(1984년-2012년)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건수가 303건이나 되는바, 미국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은 수의 법안을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한 채 처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국회가 미국과는 다른 정치적 토양 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외국의 입법례를 우리의 법제와 평면적으로 비교하여서는 곤란하며, 각국의 정부형태와 입법절차의 관행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제19대 국회의 심사기간 지정제도 활용례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제19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의 사유로 심사기간을 지정한 사례는 6건으로, 2014. 12. 2. 소방안전교부세를 지방교부세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교부세법안을 직권상정하여 처리한 이래 2015. 12. 3.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관광진흥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직권상정하여 처리한바 있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2호의 사유로 2016. 2. 23.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을 직권상정하여 처리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소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헌법재판소가 근거규범도 아닌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그 심사를 최대한 자제하여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의 규정이나 해석에 의하더라도 국회에게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면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부의하는 방법으로 비상입법절차를 마련해야 할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서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 나아가 그 근거조항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나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의안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그 의안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이유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 또한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의 별개의견 및 기각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기각 및 인용의견,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조용호의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별개의견 및 기각의견
우리는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법정의견과 결론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별개의견을 밝히고,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청구가 적법하여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여야 하고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기각의견을 밝힌다.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해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거나 현저한 침해의 위험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여기서 ‘권한의 침해’란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한 청구인의 권한침해가 과거에 발생하였거나 현재까지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현저한 침해의 위험성’이란 아직 침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침해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을 의미한다.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 단계에서 요구되는 ‘권한의 침해 또는 현저한 침해의 위험성’ 요건은, 청구인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이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충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06. 5. 25. 2005헌라4 등 참조).
(2) 피청구인 국회의장에게 2015. 12. 16.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포함한 10건의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를 요청한 국회의원 157명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정한 헌법 제49조에 따를 때 위 법률안이 심사기간 지정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기만 하면 찬성의결도 가능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해당한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이와 같이 찬성의결이 가능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할 경우에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심사기간이 지나면 안건을 본회의에 반드시 부의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하여 심의ㆍ표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헌법 제49조에 비추어 보면,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른 안건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사유의 제한은 단순히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권한 행사를 침해하는 문제로만 볼 수는 없고,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 행사를 침해하는 문제까지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청구인들의 주장에 따를 때,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여서 위 법률안이 심사기간 지정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기만 하면 의결도 할 수 있는 국회의원 157명 중 일부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제2 심사기간 지정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위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에서 심의하고 표결할 기회 자체를 근원적으로 박탈당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위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에서의 심의권과 표결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법정의견은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에 의하여 상정된 이후라야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발생한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된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상당한 기간 내에 안건을 상정하지 아니한다면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은 이미 침해된 상태가 되었다고 볼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법 제76조 제1항은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요청된 안건의 목록을 그 순서에 따라 작성하고 이를 매주 공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안건이 본회의에 회부되면 안건의 목록 작성과 공표라는 상정행위를 할 것을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재량에 맡기지 아니하고 의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이전 단계인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본회의 의결 정족수에 못 미치는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본회의 의결 정족수를 초과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국회의원들이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기대어 심사기간 지정을 거부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 그 자체가 다수결 원리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면 그 단계에서 이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개연성은 명백히 발생한 것이다.
또한 헌법소원심판과 마찬가지로 권한쟁의심판도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 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는바,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와 같이 헌법 제49조가 적용되는 안건에 대하여 본회의에서 의결도 얼마든지 가능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국회의원들이 통상적인 입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국회의장에게 특정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본회의 부의를 요청하였음에도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라 거부하는 경우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근원적인 헌법적 해명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2014. 12. 9.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국회의원 146명의 [별지3]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 요청한 것에 대하여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따라서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 요청에 대한 거부행위가 아니어서, 청구인들의 헌법상 부여된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개연성이 없다.
(4)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청구인들의 권한쟁의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청구인들의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본안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청구인들은,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2016. 1. 6. 청구인들을 포함하여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넘는 국회의원 157명의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 요청’을 헌법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원리의 본질을 침해하여 위헌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들어 거부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헌법상 권한인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헌법상 권한인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으려면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위법하거나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어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위헌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법률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사유를 ① 천재지변의 경우, ②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③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청구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회의원 157명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정한 심사기간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피청구인 국회의장을 상대로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위반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부의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는 것이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위법한 것이 아님은 명백하고, 청구인도 이를 다투고 있지 않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어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가 위헌인지 여부이다.
(2) 국회의 자율권과 국회선진화법
국회는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대표자로 선출된, 200인 이상의 국회의원들로 구성(헌법 제41조 참조)된 합의체의 국가의사결정기관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이 강한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기관이며 행정부나 사법부를 포함하여 국정을 통제하는 기관이다. 국회는 다른 헌법기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의사와 내부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즉 국회는 자신을 스스로 조직하고 헌법상 부여받은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상태로 내부질서를 형성하는 권한인 자율권을 가진다. 국회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국회의 내부사항에 관해서는 행정부나 사법부 등 다른 국가기관의 개입이나 간섭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과 국회가 국민대표기능ㆍ입법기능ㆍ국정통제기능ㆍ헌법기관구성기능 등을 적절히 수행하려면 의사와 내부사항에 관한 국회의 자주적 결정을 존중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64조 제1항도 “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회의 자율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회의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준거규범으로 ‘법률’을 언급함으로써 그에 관한 1차적 자치규범의 형식이 법률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국회의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1차적 자치규범이 바로 국회법이다. 또한 헌법 제49조 전문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여 국회가 정하는 법률로 특별정족수를 정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특별정족수를 비롯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1차적 자치규범인 국회법 등의 제ㆍ개정은 물론 실제 국회운영 등에 관하여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므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관한 국회법의 내용에 헌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 비추어 그 자율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자율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국회의 의사와 내부규율 사항에 관한 국회의 판단 즉 국회법의 내용에 대하여는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그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도 그 예외가 아니다(헌재 1998. 7. 14. 98헌라3 참조). 이는 앞에서 살핀 권력분립원칙에 입각한 국가기능체계상의 한계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으로서 사법본질상의 한계에 구속되는 헌법재판소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헌법질서 아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정치적 헌법기관인 국회가 가지는 정치적 활동공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국회법이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는 것 외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기에 국회의장이 입법교착을 이유로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형식적인 협의를 거친 후 직권상정을 하였고 그 결과 쟁점 법률안 등이 본회의 등에서 의결되는 과정에서 여야 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서 결국 국회가 공전되는 또 다른 파국적 교착상태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국회선진화법은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국회 스스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개정하여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무제한 토론제도(국회법 제106조의2) 등의 합법적인 의사저지수단을 도입하고 안건신속처리제도(국회법 제85조의2)와 의안자동상정 간주제도(국회법 제57조의2),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도(국회법 제85조의3), 법제사법위원회 체계ㆍ자구심사 지연 법률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도(국회법 제86조 제2, 3, 4항) 등의 직권상정제도를 대체할 의사촉진수단을 새로 도입하였다. 국회선진화법은 이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통해 헌정사상 반드시 극복해야 할 폐해로 지적되어 왔던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 회의장 내 폭력 등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등 쟁점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또한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되고,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되도록 하는 한편, 예산안 등이 법정 기한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였다. 이처럼 국회선진화법은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앞서 본 여러 제도들을 유기적으로 도입한 결과물이다.
(3)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가) 청구인들은, 제2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국회의원 157명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해당하여 헌법 제49조에 따를 때 [별지4] 목록 기재 법률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만 하면 찬성의결이 가능함에도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의할 경우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없어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 등에 위반되고, 그 결과 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을 해결할 수단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국회는 국회의 의사나 내부규율에 관하여 자치법규인 국회법 및 국회규칙을 스스로 정할 수 있고, 이러한 국회의 의사나 내부규율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고유의 자치적인 입법영역이므로, 이에 관한 국회의 광범위한 자율권은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이 충실히 보장하여야 함은 앞서 보았다.
청구인들이 다투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근거 법률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 고유의 의사절차에 관한 규정으로서 국회선진화법의 다른 제도 도입의 전제가 되는 핵심적인 개정 사항이다. 위 조항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사유 등에 관한 규정 내용은 국회의 고유한 자치적 입법권 영역이자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위 조항을 제ㆍ개정 내지 삭제할 것인지 여부나 심사기간 지정 사유를 포함하여 직권상정제도를 어떤 요건 하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나아가 위 조항은 국회 스스로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개정한 것이고, 위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회 스스로 언제든지 이를 개정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의 내용에 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회 내부에서 대화와 토론, 설득과 합의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관한 위헌 주장을 판단할 때에는 그 내용에 헌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지, 즉 입법재량권의 현저한 일탈ㆍ남용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 국회는 국민대표기능ㆍ입법기능ㆍ국정통제기능ㆍ헌법기관구성기능 등을 수행한다. 국회가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국민대표로 구성된 국회의원 전원에 의하여 운영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나, 국회의원 전원이 장기간의 회기 동안 고도의 기술적이고 복잡ㆍ다양한 내용의 방대한 안건을 모두 다루기에는 능력과 시간의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원회제도가 창설되었고(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이에 헌법도 제62조에서 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상임위원회를 포함한 위원회는 국회의원 가운데서 소수의 위원을 선임하여 구성되는 국회의 내부기관인 동시에 본회의의 심의 전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거나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입안하는 국회의 합의제기관이다. 위원회의 역할은 국회의 예비적 심사기관으로서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여 본회의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심사결과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될 경우 그 심사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여 본회의의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비록 헌법 제53조 제1항의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의 의미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회의 법률안 심의는 본회의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국회에 접수된 안건 중 상당수가 위원회 단계에서 폐기되는 대신 위원회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에서 거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ㆍ의결된 내용 그대로 가부(可否) 표결만 하는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헌재 2000. 2. 24. 99헌라1 참조). 이와 같은 위원회 중심주의 하에서, 상임위원회의 심사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위원회의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안건을 바로 본회의에 회부하는 이른바 직권상정제도는 매우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입법절차로 볼 수밖에 없다.
위원회 중심주의 아래에서 국회법이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되기 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입법은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한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본회의에서 충분히 법률안을 심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견 수렴이나 이해관계인들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졸속 입법이 될 가능성도 많았다. 결국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국회 스스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개정하여 기존의 의사강행수단이었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 사유를 ① 천재지변의 경우, ②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③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다. 이러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은 위원회 중심주의를 강화하여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를 타파하고 소수파를 정책결정과정에 능동적으로 흡수하여 대화와 토론, 협상과 합의를 통하여 폭력적 원내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는 의사형성과정에서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다수파의 견해를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다수의 의사로 결정한다는 데 그 정당성의 근거가 있다(헌재 2010. 12. 28. 2008헌라7 참조).
헌법 제49조 전문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여 다수결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고 규정하여, 헌법 또는 법률로 일반정족수와 달리 의결정족수를 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에 헌법의 다른 조항을 살펴보면, 법률안의 재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53조 제4항).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와 대통령을 제외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63조 제2항, 제65조 제2항). 계엄의 해제 요구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77조 제5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65조 제2항, 제128조 제1항, 제130조 제1항). 국회의원 제명 처분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헌법 제64조 제3항). 국회법의 다른 조항을 살펴보면, 국회선진화법을 통하여 도입된 가중다수결 외에도 번안동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국회법 제91조). 의원자격상실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국회법 제142조 제3항).
따라서 일반정족수는 다수결의 원리를 실현하는 국회의 의결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 자체가 헌법상의 원칙이나 원리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국회가 자신의 의사절차에 관한 제도를 스스로 입안하면서 가중다수결과 일반다수결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국회의 자율영역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회법에는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정한 다른 규정들도 다수 존재한다. 산회 선포 당일 회의를 다시 개의할 것인지 여부(국회법 제74조 제2항),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ㆍ상정 여부(국회법 제85조의2 제8항), 예산안 등의 본회의 자동부의 여부(국회법 제85조의3 제2항),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 심사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및 본회의 부의 여부(국회법 제86조 제2항, 제4항), 의안에 대한 수정동의 요건 완화 여부(국회법 제95조 제5항), 교섭단체대표연설의 추가실시 여부(국회법 제104조 제2항), 전자장치를 이용한 투표 여부(국회법 제112조 제9항)에 관한 규정들이 그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자신의 의사절차에 관한 제도를 스스로 입안하면서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합의를 요건으로 정할 것인지도 가중다수결과 일반다수결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자율영역에 속한다.
결국 국회법에 심사기간 지정사유가 발생하면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안건을 직권상정하여야 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직권상정 여부를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재량에 맡기는 제도를 마련할 것인지 여부와 그 경우 심사기간 지정사유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나 과반수 또는 3분의 2를 초과하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정할 것인지, 아니면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와 같이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정할 것인지 역시 국회의 자율영역에 속한다.
아울러 앞서 보았듯이 직권상정제도가 매우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절차인 점을 고려한다면, 국회법에 반드시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의 요구에 따라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그와 같은 규정을 두는 것이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절차인 직권상정 제도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 나아가 통상적인 입법절차에서 입법교착(立法膠着)이 발생하는 것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의 원내 제1, 2당 배분 및 각 상임위원장의 원내 정당 의석별 배분 관행, 상임위원회에서도 위원장과 교섭단체별로 1명씩 두는 간사의 합의에 의하여 의사일정과 심사안건 지정 및 안건의 심의ㆍ표결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및 협상력,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제에서 국민과 국회의원은 자유위임관계를 그 이념적 기초로 함에도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정당에 기속되어 심의ㆍ표결하는 경향 등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입법교착은 사실영역의 문제일 뿐 규범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 결과 상임위원회에서 일시적으로 입법교착이 발생한 법률안이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입법절차를 통하여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경우도 많기에 청구인들이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로 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을 문제 삼은 북한인권법안 등 다수의 법률안들도 이미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공포되었다. 이처럼 현행 국회법 제85조 제1항으로 인하여 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이 해결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바) 따라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라야 심사기간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에 따라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이를 두고 국회가 국회 자율권의 한계를 벗어나 현저히 입법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여 다수결의 원리 내지 의회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
따라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의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준수한 것으로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도 않으므로 위 거부행위가 위법 내지 위헌이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헌법상 법률안 등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7.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기각 및 인용의견
우리는 이 사건 국회법 개정행위,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모두 부적법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그 견해를 같이 하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가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달리, 이 부분 심판청구에 대하여는 본안 에 나아가 판단하되,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며, 나아가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근거가 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1)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현저한 위험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 단계에서 요구되는 권한침해의 요건은 청구인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관련되어 이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존재할 경우 충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권한의 침해가 실제로 존재하고 위헌 내지 위법한지의 여부는 본안의 결정에서 판단되어야 한다(헌재 2006. 5. 25. 2005헌라4 참조).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을 포함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법률안에 대하여 피청구인 국회의장을 상대로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하였으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서 규정한 요건의 불비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국회를 구성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하여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고,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행위는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법률안이 본회의에 부의ㆍ상정되게 함으로써, 전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그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전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하여 자신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법률안들의 본회의 부의ㆍ상정이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본회의에서 그 법률안들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써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중 이 사건 심판청구 후 본회의에서 심의ㆍ표결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등에 대한 부분은 그로 인하여 당해 법률안들에 대한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할 것이나, 이 부분 심판청구에 대하여도 기각의견에서 적절히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본안에 나아가 판단함이 타당하다.
(2) 법정의견은, 청구인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한 법률안에 대하여 본회의에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하려면 국회의장이 해당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하더라도 중간보고를 들은 후 본회의에 이를 부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해당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어야만 하는데,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의하면 국회의장은 심사기간 지정사유가 있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직권상정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자체만으로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자신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법률안에 대하여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여야 함에도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근거로 이를 거부한 행위가 위헌이므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위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인용결정을 할 경우 그 인용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청구인들이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한 위 법률안에 대하여 그 심사기간을 지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회법 제85조 제2항을 보면 위원회가 지정된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한 안건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가 의장의 ‘권한’인 것처럼 규정되어 있음은 법정의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회법 제85조가 규정하고 있는 ‘심사기간 지정제도’는 위원회 단계에서 발생하는 안건의 교착상태를 해소하여 본회의에서 그 안건에 대한 심의ㆍ표결을 가능하게 하는 비상처리절차인 점, 지금까지 역대 국회에서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운용해온 현황을 보면 법문상 위 현행 국회법 제85조 제2항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위원회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함에 있어 대부분 그 기간을 1일 이하로 정하고 그 기간을 경과한 안건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ㆍ상정하여 표결처리를 해온 점, 국회법 제76조 제1항도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되면 의장은 안건의 목록 작성과 공표를 통하여 안건을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회의장은 자신이 심사기간을 지정한 안건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 및 상정함으로써 그 안건에 대하여 본회의에서 전체 국회의원에 의한 심의ㆍ표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하여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한 청구인들의 권한 침해 여부
(1) 논의의 전제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청구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심사기간 지정 요구에 대하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고, 청구인들도 위 국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어 그에 근거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역시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선결문제로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 여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정의견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청이 있으면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직권상정하여야 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청구인들 주장의 입법부작위는 이러한 내용의 규정을 반드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두어야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보기는 어렵고, 입법자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에 의하여 위원회의 심사를 배제할 수 있는 비상입법절차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며, 따라서 위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위 국회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법정의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규정을 반드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두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청구인들 주장의 입법부작위를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보기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부진정입법부작위에 있어서 심판대상조항과의 관련 문제는 청구인의 주장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는 조항이기만 하면 족하기 때문이다. 청구인들의 주장은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규정한 국회법 제85조 제1항과 무관하게 새로운 비상처리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을 규정하면서,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제1호, 제2호)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적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위헌이므로, 이러한 내용이 비상처리절차의 요건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인바, 이는 입법의 불완전 또는 불충분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주장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위 국회법 조항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선결문제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2)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 여부
(가) 대의민주주의와 헌법상 국회의원의 권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 그리고 국민은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헌법 제41조, 제67조)와 국민투표(헌법 제72조, 제130조 제2항)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행사하는데, 그중 선거는 대의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대의제 또는 대의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이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대표자로 하여금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기관 구성권과 국가정책 결정권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대의민주주의는 국민과 대의기관 사이의 신임에 입각한 자유위임 관계를 그 이념적 기초로 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본질로 간주되는 자유위임관계의 요청상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의기관은 일단 선출된 후에는 임기 동안 국민의 경험적 의사에 구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양심과 판단에 따라 국민 전체의 이익, 즉 공공이익을 추구하고 실현하게 된다(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법 제114조의2). 따라서 대의기관의 구체적인 정책결정이나 정책수행이 설령 국민의 경험적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그 책임과 신임을 물을 때까지는 당연히 국민의 추상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을 그 본질적 요소로 하는 합의체 기관이고, 이러한 국회를 기본요소로 하는 의회주의는 민주적인 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국회에서 다수결로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하고 입법을 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대표자로 선출된 200인 이상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국회(헌법 제41조 제1, 2항)는 헌법상 여러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입법권이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여러 가지의 권한을 부여받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 역시 입법에 대한 권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으며, 이러한 권한에는 법률안의 제출권과 심의ㆍ표결권이 포함된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의회민주주의의 원리,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는 헌법 제40조,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회의원으로 국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41조 제1항 및 국회 의결에 관하여 규정한 헌법 제49조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헌법상의 권한이고, 이러한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각자에게 모두 보장된다는 것 또한 의문의 여지가 없다(헌재 2009. 10. 29. 2009헌라8등 참조).
국민을 대표하는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이 갖는 이러한 심의ㆍ표결권은, 비단 법률안에 대하여 의결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예산안을 심의ㆍ확정하거나(헌법 제54조), 조약의 체결ㆍ비준 등 국가의 중요정책에 관하여 동의권을 행사하거나(헌법 제58조, 제60조, 제79조 제2항 등), 헌법기관의 고위공직자를 선출하거나(헌법 제111조 제3항, 제114조 제2항), 그 임명에 관하여 동의권을 행사하는 등(헌법 제86조 제1항, 제98조 제2항, 제104조 제1항, 제2항, 제111조 제4항) 국회가 의결의 형태로 권한을 행사하는 모든 경우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다(헌재 2012. 2. 23. 2010헌라5등 참조).
(나)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여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법 제109조도 “의사(議事)는 헌법 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회의 의사결정방식으로 일반정족수에 의한 절대다수결의 원칙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헌법은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 요구한 법률안의 의결(제53조 제4항)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대통령 이외의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제65조 제2항 본문)과 계엄의 해제 요구(제77조 제5항)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구하며, 의원 제명(제64조 제3항)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제65조 제2항 단서) 및 헌법개정안의 의결(제130조 제1항)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등 국회에서 의결하는 ‘안건’의 내용과 의미가 특별히 엄중한 경우에 한하여 절대다수결이 아닌 가중다수결을 요구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국회의 기본적인 의사결정이 다수결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국회에 의한 의사결정의 대상인 ‘특정 안건’이 그 내용과 의미에 비추어 가중다수결이 요구될 정도로 헌법상 중요하다고 평가되지 않는 한 절대다수결을 의사결정방식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법도 의원의 자격상실 결정(제142조 제3항)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본회의에서 번안동의에 대한 의결(제91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등 특정한 안건의 내용과 의미가 특별히 중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정족수에 의한 가중다수결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의사결정방식으로서의 다수결원리는 국회가 합의체 또는 회의체 기관이라는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지만, 평등원칙과 다수의사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경험적 판단 및 독단이나 전제를 배제하는 상대주의적 철학 등을 그 이념적 기초로 한다. 의회민주주의에서 다수에 의한 의결은 불가피하고, 소수는 그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 내의 소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그의 의견을 진술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헌법 제49조에서 규정하는 다수결의 원리는 국회의 의사형성과정에서 소수파에게 토론에 참가하여 다수파(이는 재적의원 과반수로 구성되는 특정 정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재적의원 과반수로 구성되는 다수당이 없는 경우에는 제2, 제3당이 연합하여 다수파가 될 수 있다)의 견해를 비판하고 반대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친 후 다수의 의사로 결정한다는 데 그 정당성이 있다(헌재 2012. 2. 23. 2010헌라5등 참조). 국회의 소수파가 다수결에 참여하여 다수파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지금은 비록 소수파라 할지라도 다음 기회에 다수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수파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헌법상의 다수결원리가 실현되고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되, 최종적으로는 다수결원리에 따라 그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관철하는 것이 바로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회의 소수파에게 보장된 것은, 다수결에 의한 국회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있기 전 그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소수파의 의견을 개진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 의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권이나 국회의 다수파를 대신하여 의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국회의 다수파는 주어진 임기 동안 다수결원리에 의하여 국가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이 결정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따라 다수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결정됨으로써 국민주권과 책임정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한편 국회의 소수파는 임기 동안 국가정책의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다수파에 대한 견제와 비판 및 대안 제시를 함으로써 다음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국회의 다수파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및 진정한 헌법상 다수결원리가 구현될 수 있다.
(다) 우리나라 국회의 구성과 운영
1) 본회의와 위원회의 관계
국회 상임위원회를 포함하여 국회의 위원회는 국회 운영에서 논의의 전문화와 효율성을 위하여 의원 가운데서 소수의 위원을 선임하여 구성되는 국회의 내부기관인 동시에 본회의 심의 전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거나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입안하는 국회의 합의체 기관이다. 위원회의 역할은 국회의 예비적 심사기관으로서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여 본회의의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참조). 그렇기에 국회의 의결을 요하는 안건에 대하여 의장이 본회의 의결에 앞서 소관 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권을 위원회에 위양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안건이 본회의에 최종적으로 부의되기 이전의 한 단계로서, 소관 위원회가 발의 또는 제출된 의안에 대한 심사권한을 행사하여 사전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소관 위원회에 송부하는 행위인 것이다(헌재 2010. 12. 28. 2008헌라7 참조).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 의안 심의는 본회의 중심이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참조), 이는 국회의 운영 및 의사결정과정에서 위원회가 본회의보다 헌법상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늘날 현대국가에서 국회가 심의해야 할 안건의 양이 방대해지고 안건의 질도 고도로 복잡화ㆍ전문화됨에 따라 국회의원 전원으로 구성된 회의체가 갖는 운영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의안 처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가 위원회임을 설명하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 헌법이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법률안 등 의안의 심의 주체를 ‘국회’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점, 위원회는 국회 본회의의 안건 심의ㆍ표결을 능률적ㆍ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예비적 심사기관에 불과하므로, 안건의 최종적인 처리권한은 당연히 본회의에 있는 점(헌법 제40조, 제49조 등), 이러한 위원회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국회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한 의안도 의원 30인 이상이 찬성하면 다시 수정되어 표결될 수 있고(제95조, 제96조),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 즉 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도 의원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87조 제1항)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우리 헌법은 국민을 대표하는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체는 본회의이며, 국회의 최종적인 권한 행사도 본회의를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본회의 결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의안처리과정에서 본회의가 그 권한을 행사하고자 할 경우에는 이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본회의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역시 안건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본회의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본회의 결정주의에 따른 국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저해하거나 왜곡하는 형태의 의사절차를 국회법에 규정할 경우 이는 국회의 입법재량 및 자율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2) 협의주의에 따른 위원회 운영과 교착상태의 발생
의안이 발의 또는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이를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한다(국회법 제81조 제1항). 소관 상임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국회법 제58조 제1항). 법률안의 경우에는 상임위원회에서 그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국회법 제86조 제1항).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국회법 제54조), 위원회가 안건의 심사를 마친 때에는 심사경과와 결과 기타 필요한 사항을 서면으로 의장에게 보고하며(국회법 제66조 제1항), 의장은 보고서가 제출된 때에는 의원에게 이를 배부하고 본회의에 의안을 부의한다(국회법 제66조 제4항, 제81조 제1항).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ㆍ토론을 거쳐 표결하고(국회법 제93조), 안건에 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최종 의결한다(헌법 제49조, 국회법 제109조).
그런데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이 위원회의 의사일정을 정하고 변경하는 것을 포함하여 위원회 운영 및 의사진행에 관한 결정함에 있어 각 교섭단체별 간사와 협의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49조 제2항, 제53조 제4항, 제60조 제1항, 제71조에 따라 준용되는 본회의 의사규정 중 제75조, 제77조, 제86조 제3항), 위원회 운영에 있어 이른바 ‘협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국회법 제59조의2에 의하여 의안의 자동상정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동 조항 단서).
이러한 협의주의에 따른 위원회 운영으로 말미암아 국회 내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의견이 대립되는 논쟁적 안건(이하 ‘쟁점안건’이라 한다)의 경우 소관 위원회가 의사일정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원내 교섭단체 사이에 협의 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위원들 사이에 질의와 토론 등 쟁점안건에 대한 심사ㆍ표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채 위원회 단계에 계속 머물러 있는 교착상태(膠着狀態)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위원회가 협의주의에 따라 운영됨으로써 쟁점안건에 대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국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협의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세계 각국의 국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바로 이러한 위원회 단계에서 발생하는 쟁점안건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국회에서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건의 비상처리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다.
3) 안건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심사기간 지정제도
국회법상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제85조)는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쟁점안건에 대하여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위원회가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면 중간보고를 들은 후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함으로써, 위원회 단계에서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본회의에서 쟁점안건에 대한 심의ㆍ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비상처리절차로서 제정 국회법에서부터 도입되었다. 즉 1948. 10. 2. 법률 제5호로 제정된 국회법에서 국회가 기한을 정하여 위원회에 심사보고를 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제27조)한 이래,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는 현재까지 우리 국회법에 존속되어 온 제도이다. 다만 제정 국회법은 심사기간의 지정주체를 ‘의장’이 아닌 ‘국회’로 규정함에 따라 먼저 본회의에서 절대다수결에 의한 의결로 위원회에 심사기간 지정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 다음, 다시 지정된 심사기간이 경과한 안건에 대하여 본회의 의결이 가능하였다. 이후 1973. 2. 7. 법률 제2496호로 전부개정된 국회법은 심사기간의 지정주체를 ‘국회’에서 ‘의장’으로 바꾸면서 위원회가 이유 없이 지정된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이 중간보고를 들은 후 바로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제77조), 1988. 6. 15. 법률 제4010호로 전부개정된 국회법은 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는 경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도록 규정하였다(제78조 제1항 후문).
그런데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국회법(소위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을 ① 천재지변의 경우(제1호), ②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제2호), ③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여 그 요건을 강화하였다(제85조 제1항). 그러나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라는 것이 위원회 단계에서 쟁점안건에 대하여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협의 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처리절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 각 요건 중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제3호)는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의 합의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으로 볼 수 없고,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으로 볼 수 있는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제1호, 제2호)는 그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의 본회의 결정주의의 한 축을 이루던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4) 안건의 신속처리절차로서의 안건신속처리제도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국회법 제85조의2에 처음으로 도입된 안건신속처리제도는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 중 신속처리대상으로 지정된 안건에 대하여 위원회의 심사기간을 제한하고, 그 심사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해당 안건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다.
즉 국회의장은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가 가결된 때에는 해당 안건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여야 한다(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 위원회는 그 지정일부터 180일 이내에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심사를 마쳐야 하며,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것으로 보거나 법률안 및 국회규칙안이 아닌 안건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심사를 90일 이내에 마쳐야 하고,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국회법 제85조의2 제3, 4, 5항).
안건신속처리제도는 국회법이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초래될 부작용인 원내 갈등에 따른 교착상태로 인하여 안건처리 과정이 무한정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함께 도입된 제도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안건신속처리제도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다수결을 요건으로 정함으로써 사실상 다수파와 소수파의 합의를 요구하는 점, 위원회의 심사 및 표결을 위해 소요되는 ‘기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그 ‘기간’이 지나면 안건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는 점,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가중다수결을 요건으로 하는 제도는 논쟁이 없는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신속처리절차인 점(미국 하원의 규칙적용 정지제도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독일 연방의회의 위원회회부절차 생략제도의 경우 원내교섭단체 또는 재적의원 100분의 5의 발의와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법 조항의 성격을 설명하는 국회법 제85조의2의 제목도 ‘안건의 신속처리’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정된 국회법이 새로 도입한 안건신속처리제도는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대신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한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다만 논쟁이 없는 안건을 통상의 처리절차보다 다소 신속하게 처리하는 신속처리절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안건신속처리제도를 신속처리절차로 보는 이상, 이는 국회의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논쟁이 없는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편의적인 절차로서 국회운영절차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는 아니므로, 그 가결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그러한 절차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헌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약 안건신속처리제도를 위와 같은 신속처리절차로 보지 않고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회 운영절차에 있어서 이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헌법문제가 발생하는 비상처리절차로 본다면, 안건신속처리제도를 규정한 국회법 제85조의2 중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가중다수결을 규정한 헌법 및 기존 국회법 규정들과 달리 국회의 의결을 요하는 ‘특정 안건’의 내용과 의미가 특별히 중요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의 일반적인 의안처리절차에 따라 심의되는 ‘모든’ 안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49조에 의한 다수결원리에 위반되고, 다음 “(마)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우리 헌법상의 본회의 결정주의 원칙 등에 비추어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하여 적어도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ㆍ상정을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ㆍ상정하여 전체 국회의원이 당해 안건에 대하여 심의ㆍ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처리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본회의 결정주의에 위반되며, 나아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및 의회민주주의 원리에도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은 국회법 제85조2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건신속처리제도가 신속처리절차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만약 안건신속처리제도에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도 있다고 본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필수적인 비상처리절차는 어느 한 곳에서만 규정되면 족하다는 점에서 국회법 제85조의2 중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부분을 위헌으로 보고,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굳이 위헌으로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5) 소결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현행 국회법상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등을 놓고 국회 내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쟁점안건이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경우, 대한민국에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여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는 것 외에는 위와 같은 교착상태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짐으로써,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2012. 5. 25. 개정된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시행된 이래 지난 4년 동안 국회의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은 쟁점법률안 중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본회의에 부의ㆍ상정된 안건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1건(제2호 사유로 심사기간이 지정되었다)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였다.
(라) 안건의 비상처리절차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1) 미국
미국 의회에는 긴급을 요하는 쟁점안건에 관한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비상처리절차로서, 하원의 위원회심사배제 동의제도와 하원 규칙위원회의 본회의 강제부의 제도가 있다. 먼저 위원회심사배제 동의제도는 안건의 위원회 심사를 생략하고 본회의 의결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서, 연방하원의 위원회가 회부된 안건을 30일 이상 계류시킬 때 연방 하원의원은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218명의 서명과 함께 소관 위원회의 심사권한을 배제하는 동의(Motion to discharge a committee)를 본회의에 제출할 수 있고, 이는 심사배제 의안목록(Discharge Calendar)에 등재되며, 의안목록에 등재된 지 7일 이후에 동의안은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에 본회의에서 통상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우선 처리된다(미국 하원 의사규칙 제20조 제6항). 위원회심사배제 동의가 가결되면 위원회의 심사권한은 박탈되고, 해당법안은 위원회가 보고한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 심사보고서나 위원회가 제안한 수정안 없이 발의상태로 본회의에 제출되어 심사된다.
그리고 다수당 소속 위원 9명, 소수당 소속 위원 4명으로 구성된 규칙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소관 위원회가 본회의에 보고하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안건을 본회의에 강제로 부의하는 내용의 특별규칙을 채택할 권한인 본회의 강제부의권(Extraction Power)을 가지며, 규칙위원회가 채택한 특별규칙은 본회의에서 통상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2) 일본
일본은 1948년 국회법 개정을 통하여 중의원과 참의원이 위원회 심사 중인 안건에 관하여 특히 필요가 있을 때에는 중간보고를 요구할 수 있고, 중간보고가 요구된 안건에 대하여 바로 본회의에서 심의하거나 위원회의 심사에 기한을 붙여 그 기한 내에 심의를 마치지 못한 때 본회의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중간보고제도를 안건의 비상처리절차로서 도입하였다(일본 국회법 제56조의3). 이러한 중간보고요구 동의의 가결 및 본회의 표결은 모두 통상의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議員) 3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정한다(일본 헌법 제56조).
3) 독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위원회의 임무는 법률안에 대한 보고서의 형태로 본회의에 일정한 의결을 권고함으로써 종결되는데, 의안이 위원회에 회부된 때로부터 회기 중 10주의 기간이 지난 때에 교섭단체 또는 재적의원 100분의 5에 달하는 의원들이 당해 위원회를 상대로 심사보고서 작성을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요구가 있는 때 그 보고서는 연방의회의 의사일정에 의무적으로 상정되는 위원회보고서 작성요구 제도를 두고 있다(독일 연방의회 의사규칙 제62조). 따라서 위원회에서 의안 통과가 지연되거나 다수의 위원들이 의안에 대하여 부정적일 때에도 위원회보고서 작성요구가 있으면 당해 의안은 본회의 의사일정에 의무적으로 상정되는 것이다.
(마)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
국회는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언제, 어떻게 입법할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지고, 안건 심의를 위한 의사절차와 규칙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진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원리상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에 의하여 기속을 받는 것이므로, 국회의 입법형성의 자유나 자율권도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참조).
그런데 우리 헌법에서 국회의 권한은 본회의를 통하여 절대다수결에 의하여 행사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9조), 합의체 결정기관인 국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되 최종적으로는 다수결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이를 관철하는 것이 바로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자 이를 통하여 책임정치가 실현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우리 국회법은 미국, 일본, 독일 등과 같이 그 제정 당시부터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도입함으로써(제27조), 협의주의에 따른 위원회 운영으로 인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발생하는 쟁점안건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비상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있었으나,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제85조 제1항 제1호, 제2호), 우리 헌법의 본회의 결정주의의 한 축을 이루던 심사기간 지정제도의 비상처리절차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선거를 통하여 국민 다수로부터 국정 운영을 위임받은 국회의 다수파가 책임을 지고 다수결원리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거에서 국민 다수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국회의 소수파가 사실상 의안의 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됨으로써,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및 책임정치의 구현이 어렵게 되며, 국회로 하여금 개혁적 입법을 하기 어려운 현상유지형 국회에 머물게 한다.
또한 국회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국회의 다수파가 된다는 것은 곧 국회의 정책 결정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그에 상응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했으나, 국회법이 개정된 후에는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가 의안처리에 있어서 사실상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한 국민들의 투표가치에 관한 평등원칙이 훼손되고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선거제도의 의미가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
그리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다수파라 할지라도 이제 어떤 식으로든 소수파와 타협을 해야 하는 등 국회 의사결정과정에서도 합리적 대안제시를 통한 토론과 설득보다는 정당 지도부 사이의 밀실협상을 통한 거래와 흥정의 유인이 클 수밖에 없어 국회 내에서 숙의민주주의의 성숙과 국회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이 저하될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하여 쟁점안건에 대한 다수파와 소수파의 타협을 통하여 국회의 심의 기능이 강화되고 합의제적 정치가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파와 소수파 지도부의 쟁점안건 주고받기 식 타협의 증가가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위원회가 아니라 본회의가 하여야 한다는 우리 헌법상의 본회의 결정주의 원칙상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안건은 본회의에서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ㆍ상정됨으로써 당해 안건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본회의가 가져야 하는 점,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이 갖는 심의ㆍ표결권 역시 본회의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행사될 수 있어야 하는 점,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국회의원은 모든 안건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는 점(헌법 제49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미국ㆍ일본ㆍ독일 등의 외국 국회에서도 협의주의에 따른 위원회 운영으로 쟁점안건이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경우 쟁점안건을 본회의에 부의ㆍ상정하는 비상처리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하여 적어도 국회의 본회의에서 의결도 할 수 있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ㆍ상정을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본회의에 부의ㆍ상정하여 전체 국회의원이 당해 안건에 대하여 심의ㆍ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처리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 국회법 이래 비상처리절차로서 마련된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비상처리절차로서의 요건으로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제1호, 제2호)의 규정만을 마련하고 있을 뿐,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쟁점안건에 대하여 적어도 재적의원 과반수가 심사기간 지정요구를 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마련하지 아니함으로써, 쟁점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더라도,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이 불가능하도록 하여 당해 안건에 대한 국회의원의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49조에 의한 국회 의사결정방식으로서의 다수결원리와 헌법상의 본회의 결정주의에 위반되고, 나아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및 의회민주주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적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흠결되어 있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 입법재량 및 의사자율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바) 법정의견 및 기각의견의 주장에 대한 검토
먼저 법정의견은, 미국ㆍ일본ㆍ독일의 안건비상처리절차나 안건신속처리절차는 이들 국가가 양원제를 취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는 폐단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법률통과의 용이성을 제고하는 제도이므로, 이를 참고하는 데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입법이 지연되는 폐단을 예방하고 법률통과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안건신속처리절차이고, 안건비상처리절차는 법률통과를 불가능하게 하는 쟁점법률안의 위원회 단계에서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로서 이미 단원제를 취하고 있던 제정 국회법에서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국회에서 70년 가까이 시행되고 있는 절차이며, 양원제를 취하고 있는지, 단원제를 취하고 있는지(단원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뉴질랜드 등의 국회에서도 비상처리절차는 존재한다), 법률통과의 용이성을 제고하는지(법률통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비상처리절차를 이용한다면 이는 동 절차를 남용하는 것이다) 하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기각의견은, 통상적인 입법절차에서 입법교착이 발생하는 것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의 원내 제1, 2당 배분 등 각 상임위원장의 원내 정당 의석별 배분 관행,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과 교섭단체별로 1명씩 두는 간사의 합의에 의하여 의사일정과 심사안건 지정 및 안건의 심의ㆍ표결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 등 사실영역의 문제일 뿐 규범영역의 문제가 아니고, 그 결과 상임위원회에서 일시적으로 입법교착이 발생한 법률안이더라도 통상적인 입법절차를 통하여 본회에서 의결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국회법 제85조 제1항으로 인하여 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이 해결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의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쟁점안건에 대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국회법상의 협의주의에 의한 것이며, 이러한 위원회 단계에서의 교착상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협의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세계 각국의 국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에 비추어 이를 단순히 우리나라 국회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쟁점안건에 대하여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가 발생한 이상, 그것이 사실영역의 문제이든 규범영역의 문제이든 이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로서 비상처리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기각의견에서 예로 드는 교착상태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안건이라면 비상처리절차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이 경우에도 이용한다면 이는 비상처리절차를 남용한 것이다), 비상처리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국회의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합의가 도저히 불가능한 쟁점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하고자 할 때이다. 이러한 쟁점안건에 대하여 위원회 단계에서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현행 국회법 제85조 제1항상으로는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뿐이며, 바로 여기에 이 조항의 위헌성이 있는 것이다.
(3)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 여부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먼저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당 소속 국회의원 146명의 심사기간 지정 요청에 대한 것으로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 요구가 아니므로, 위 거부행위로 인하여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을 포함한 ○○당 소속 국회의원 157명의 심사기간 지정 요청에 대한 것으로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위헌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기하여 이를 거부한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되고, 그 결과 청구인들은 본회의에서 당해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기회 자체가 상실되어 버렸다. 따라서 위 거부행위로 인하여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음이 분명하다.
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은 안건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으로서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위원회 단계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안건에 대하여 적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하는 경우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에 있는바,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그 효력을 즉시 상실하게 하는 경우에는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도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의한 심사기간 지정이 불가능하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즉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은 단순위헌을 통하여 그 효력을 상실시켜서는 제거할 수 없으며, 입법자가 적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심사기간 지정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의무적으로 심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함으로써 제거될 수 있다. 그리고 심사기간 지정제도는 입법절차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내용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회는 광범위한 자유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국회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이 옳다.
라.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제1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이 사건 제2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며,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는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
8.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에 대한 인용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
국회선진화법은 제18대 국회의 이른바 ‘동물국회’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의안처리 개선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 조항들에 붙인 별칭이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그 운용과정에서 제19대 국회를 이른바 ‘식물국회’로 변모시켰다는 것은 우리가 지난 4년간 경험한 정치현실이다. 나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 우리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는 기본원리인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다수결의 원리 등에 위배된다는 인용의견에 견해를 같이 하면서, 아래와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가. 책임정치의 구현과 시의적절한 입법의 필요성
헌법은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는바(헌법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다. 국회가 의결한 법률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국민들의 거의 모든 생활영역을 규율하면서 항상 현실과 맞닿아 있으므로,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게 법률의 내용 역시 신속한 제ㆍ개정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회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에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그 내용을 삭제 또는 수정하고, 새롭게 규율이 필요한 영역이 있으면 기존 법률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거나 아예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입법활동을 제때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과 같이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 특정 사안에 대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입법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아예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낙오될 가능성이 크다. 뒤늦게 쟁점안건(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미 때를 놓치는 경우에는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여야간의 정쟁 등으로 인하여 필요한 입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매우 크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 또는 다수당이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고, 만약에 그 국정운영 또는 입법 결과가 잘못되었다면 다음 선거(대선 또는 총선)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대의민주제와 책임정치의 원리다. 그런데 제19대 국회에서의 여야, 다수당ㆍ소수당을 떠나, 제20대 국회는 물론 그 이후로도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고 다수당이 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이 현재와 같은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제대로 된 책임정치의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은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당시의 여야 모두 소수당으로 전락할 때를 대비한 정치적 보험차원에서 여야 합의 아래 통과시킨 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입법적 불비로 인하여 쟁점안건(법안)의 적시 처리가 어려워지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다른 안건까지 무더기로 쟁점안건에 연계하여 함께 처리하는 ‘졸속입법’의 관행이 제19대 국회의 운영과정에서 지속되어 왔다. 그로 인하여 정국의 운영은 물론 국가정책 결정에서 어느 정당에게 책임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되어버렸고, 이는 결국 책임정치의 실종을 가져왔다. 이러한 책임정치의 실종은 필연적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나.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문제점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이른바 직권상정의 요건으로 천재지변의 경우(제1호),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제2호),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제3호)를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먼저 제3호와 관련하여,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는 사실상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요건일 뿐만 아니라,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는 굳이 제3호와 같은 규정을 따로 둘 필요도 없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는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단지 위원회의 심사를 생략함으로써 입법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입법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절차로서의 직권상정의 의미는 상실된다.
그리고 제1호 및 제2호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를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로 볼 것인지, 나아가 구체적인 현실 상황이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 또는 교섭단체 간의 이견과 다툼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위 요건에 해당하는 진정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여야의 정쟁으로 입법교착 상태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하여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와 같이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직권상정의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하고,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하여 많은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한 입법교착 상태를 해결할 안건비상처리절차 또는 비상입법절차에 관한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조항으로 인하여 쟁점안건이나 쟁점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성숙된 합의문화가 부족한 우리의 정치적 토양에서 여야의 대화와 타협만을 강조하였지, 대화와 타협에 따른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지 아니한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
결국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제어’와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라는 입법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토양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수파가 다수파에게 자신의 의사를 강제하는 수단(이른바 ‘소수독재’)으로 변질되었다. 지난 4.13 총선 결과에 따른 국회의 정당별 구성비율에 비추어 볼 때,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포함한 일부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개정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제20대 국회의 입법활동 역시 제19대 국회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 국회 자율권의 한계와 헌법재판소의 역할
통상 의사진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는 것은 국회의 자율권에 속한다(헌법 제64조 제1항 참조). 즉, 국회의 의사결정방식에 관하여 국회가 스스로 절차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규칙이 단순히 의사절차의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회법 제85조 제1항과 같이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이를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앞서 보았듯이 장기간의 입법교착 상태로 인하여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그 피해는 국회와 국회의원이 아닌 오롯이 국가와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법교착 상태는 일종의 의회민주주의의 한계 내지 실패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즉, 의회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그 의사결정절차(국회법 제85조 제1항)를 변경하였는데, 그로 인하여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되지 않음으로써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이 의사절차에 관한 규정이어서, 이를 개정하는 것 자체도 위 규정들에 따를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그 한계 내지 실패를 극복하는 길을 터줌으로써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의 당연한 권한이자 역할이다.
다수의견은, 상임위원회에서의 입법교착 상태로 인해 의결에 이르지 못하는 입법기능장애가 야기될 수 있으나 이는 국회 내부에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할 문제이지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국회 스스로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여 온 사건이다. 아무리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규정이나 기본원리를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상 요구되는 법치주의원칙상 자율권을 근거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헌재 2006. 2. 23. 2005헌라6 인용의견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단순히 이를 국회의 의사자율권의 문제라고 외면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다수의견 및 기각의견에서는, 입법교착이 사실영역의 문제일뿐 규범영역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여 이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고 있으나, 법률이나 규칙 등 규범이 불완전하고 불충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의사진행 관행이나 입법절차상의 관행이 나오는 것이므로, 입법교착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는 국회의 관행을 사실영역이라 하여 가볍게 배척할 것은 아니다.
헌법의 해석과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은 단순히 법률가의 논리조작에만 의하여 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상식의 범위 내에서 일반 국민들도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하였던 여야 의원들조차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과 그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자율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여 온 이상,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권한쟁의심판을 보다 활성화하고 입법교착 상황을 해소하여 주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한 것이다.
국회법 제85조 제1항을 포함한 국회선진화법의 일부 규정들로 인하여 야기되는 입법교착의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까운 사례를 보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구구역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헌재 2014. 10. 30. 2012헌마192등)에 따라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시한인 2015. 12. 31.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새로 획정할 의무가 있었고, 그 선거구 획정에 관한 입법이 지연될 경우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관련 예비후보자 등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허송세월하다가 입법시한을 2개월 여를 넘긴 끝에서야 선거구를 획정하고 가까스로 4.13 총선을 시행할 수 있었다. 또한 기각의견에서 언급한 ‘북한인권법’은 2005. 8.에 발의되었음에도 10년 여가 지난 2016. 2.에야 겨우 처리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대화와 타협에 따른 합의정신의 부족, 쟁점안건에 대한 과도한 정쟁과 낮은 준법의식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 헌정사에서 여러 차례 반복, 계속되는 경험이다.
라. 결론
따라서 국회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국회선진화법의 일부 조항 중 국회법 제85조 제1항이나마 그 위헌성을 선언함으로써 입법교착 상태를 가져오는 원인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 길이다.
[별지1]
청구인 명단
1. 주○영
2. 나○린
3. 강○훈
4. 이○재
5. 조○진
6. 심○조
7. 김○태
8. 김□태
9. 이○수
10. 신○범
11. 김△태
12. 김○경
13. 김○원
14. 이○우
15. 권○동
16. 김□원
17. 경○수
18. 윤○옥
19. 이○승
[별지2]
보조참가인 명단
1. 이○걸
2. 최○희
3. 한○애
4. 신○훈
5. 진○미
6. 부○현
7. 박○은
8. 김○준
9. 백○기
10. 박○현
11. 이○주
12. 전○철
[별지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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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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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5]
3. 당사자들 및 피청구인들 보조참가인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 국회법 조항들의 위헌성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또는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만 국회의장이 법안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법률안에 대하여 사실상 만장일치로 의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 역시 신속처리대상안건지정을 위해서는 재적과반수의 동의와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하위법인 국회법이 헌법 제49조의 규정을 배제하고 형해화하여 헌법상 다수결 원리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 나아가 위 국회법 조항들은 무조건적인 합의를 강요함으로써 자유로운 토론과 질의를 전제로 하는 의회주의 원리에 반하고, 국회의원이 아닌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합의를 기준으로 국회의 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회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헌법기관성에도 배치된다.
(2) 피청구인들의 거부행위의 위헌성
위헌인 위 국회법 조항들에 근거한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및 신속처리대상안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
(3)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의 위헌성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은 신속처리대상안건지정을 위해 재적 과반수의 동의와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는바, 위 조항은 국회 스스로의 의사결정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개정에도 위 조항에서 요구하는 가중 다수결 이상의 찬성을 얻었어야 한다. 그런데 위 조항은 2012. 5. 2. 제18대 국회의 제307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재석 192인 중 찬성 127인(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으므로, 당시 국회 재적의원 292명 중 3분의 2 이상인 195명의 찬성을 얻지 못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무효이다.
나.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답변 요지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른 적법한 행위이다. 다만,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대하여는 ① 입법교착과 입법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 ② 소수에 의한 다수지배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여 다수결의 원리에 의한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비판, ③ 여야 간 쟁점안건이 있을 경우 정책적 타당성 및 입법의 시급성에 이견이 없는 나머지 다수 안건까지 연계처리의 대상으로 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 ④ 제19대 국회 운영에 관한 핵심사항을 제18대 국회에서 처리하였다는 비판 등이 존재하므로, 제20대 국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늦어도 제19대 국회 임기(2016. 5. 29. 만료예정) 내에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결론을 내려주길 희망한다.
다.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의 답변 요지
이 사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는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에 따른 ‘소관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동의서’의 제출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므로, 위 거부행위는 국회법을 준수하여야 하는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으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라. 이해관계인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부분
(가) 국회법 제85조 제1항의 위헌성
1) 국회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많은 경우 인내심을 갖고 소관 위원회의 심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나, 의안의 긴급성ㆍ중대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소관 위원회의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 부의하여 전체 국회의원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인 동시에 위원회 중심주의의 한계이다.
2) 국회법 제85조 제1항 제3호가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를 심사기간 지정사유로 둔 이유는 국회의장의 독단적 판단을 배제하고 대표성 있는 의원들의 위임 내지 동의를 받으라는 것으로 보이나, 위 조항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 또는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있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교섭단체 소속 다수의원들의 의사와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소수의 의사에 의해 다수의 의사가 좌우될 위험이 있다.
3)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위원회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기는 하나, 같은 항 제1호, 제2호(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는 과도하게 엄격한 요건으로 인하여 평상시에는 적용되기 어렵고, 제3호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국회의원의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4) 안건신속처리제도 역시 그 의결에 재적의원(위원) 과반수의 서명, 재적의원(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과도한 가중 다수결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후술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다수결 원칙에 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이를 직권상정제도에 대한 대안으로 보기도 어렵다.
(나)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
위헌인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
(2) 이 사건 안건신속처리대상안건 표결실시 거부행위 부분
(가)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의 위헌성
1) 헌법 제49조는 국회의 의결에 있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가중은 구체적ㆍ개별적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여 보다 엄격하고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즉 헌법에서 가중 다수결을 직접 정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하거나 대등한 ‘중대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2)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중 다수결 조항들은 모두 헌법 질서의 핵심적 내용과 관련된 경우로서 성질상 신중을 요하는 것이고, 국회법상 가중 다수결 조항들은 헌법기관의 지위와 관련된 사항이거나 이미 가결된 안건에 대한 재의결에 관한 것으로서 헌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는 가중 다수결 조항들과 유사한 헌법적 질서와 관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성질상 신중함을 요구하는 중대한 사안들이다. 따라서 헌법보다 하위 법률인 국회법에 가중 다수결을 두려면 적어도 그와 대등한 헌법적 질서와 관련된 내용이어야 한다.
3) 그런데 위 국회법 조항은, 대상 안건의 실체적 중대성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과도하게 가중된 정족수를 규정하고 있어 헌법 및 국회법에서 가중 다수결을 두고 있는 다른 규정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에 재적의원(위원) 과반수를 요하는 것은 헌법개정안발의(헌법 제128조 제1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발의(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 등에 필요한 정족수와 같고, 재적의원(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정족수는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 요구에 대한 의결(헌법 제53조 제4항)보다도 가중된 것인데, 과연 이에 필적하는 헌법적 의미를 지녔는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은 헌법 제49조의 다수결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다.
(나) 이 사건 안건신속처리대상안건 표결실시 거부행위의 심의ㆍ표결권 침해
위헌인 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안건신속처리대상안건 표결실시 거부행위는 청구인 나○린의 헌법상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다.
마. 피청구인들 보조참가인들의 주장 요지
(1) 보조참가인들은 □□당 소속 의원으로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 결과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상 권한을 침해받는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피청구인들을 보조하기 위하여 참가신청을 하였다.
(2) 이 사건 심사기간 지정 거부행위 당시 천재지변 또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합의도 없었으므로, 피청구인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85조 제1항에 따라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없었고, 청구인들이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동의서’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피청구인 기재위 위원장이 ‘법률안 신속처리대상안건지정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3) 국회법 제85조 제1항은 국회 내에서의 물리적인 폭력을 근절하고, 협의와 토론에 의한 의사결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법률이라고 할 것이고, 신속한 입법이 필요한 경우 국회법 제85조의2 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를 통해 본회의에서의 심의ㆍ표결이 가능하므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일반정족수에 따라 가결되었으므로 2012. 5. 2. 제307회 국회에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중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가 무효라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