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도피·강제집행면탈·범인도피교사·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5도20396, 판결] 【판시사항】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 /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경우에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도 처벌되는지 여부(소극) /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공범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한 경우,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형법 제151조가 정한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범인도피죄는 타인을 도피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타인에는 공범도 포함되나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또한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때 공범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더라도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참조조문】 형법 제30조, 제31조 제1항, 제151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도11137 판결(공2009상, 135), 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도13999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15. 12. 11. 선고 2015노250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피고인 2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범인도피와 범인도피교사에 관한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2는 운영하던 콜라텍을 공소외인에게 양도한 다음 인근에서 다른 콜라텍을 개업·운영하던 중 공소외인의 항의를 받고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피고인 3 앞으로 변경하였다. 이후 공소외인이 피고인 2를 상대로 콜라텍 영업금지와 처분금지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 2는 위 소송에 따른 판결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 1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동의를 받아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피고인 1 앞으로 변경하였다.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소외인으로부터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당하자 피고인 1에게 실제로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하였다. 피고인 1은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경찰관에게 자신이 실제로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하였고 검찰주사에게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후 공소외인이 피고인 1을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하자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고인 1에게 동일한 부탁을 하였고, 피고인 1은 마찬가지로 경찰에서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 피고인 3은 피고인 1로 하여금 범인을 도피하도록 교사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 1은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범인도피와 범인도피교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직권으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공범자 중 1인이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범행 은닉과 밀접불가분 관계를 가졌다면 자기도피와 마찬가지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 피고인들이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동정범으로서 한 범인도피교사 행위와 범인도피 행위는 자신들의 범행 은닉과 밀접불가분 관계에 있어 자기도피와 마찬가지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고, 방어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

다. 대법원 판단 (1) 형법 제151조가 정한 범인도피죄에서 ‘도피하게 하는 행위’란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도11137 판결 등 참조). 범인도피죄는 타인을 도피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타인에는 공범도 포함되나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또한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때 공범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더라도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위에서 본 공소사실을 위 법리와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범인도피의 대상이 되는 피고인 2, 피고인 3의 범행은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 1에게 콜라텍을 허위로 양도하여 채권자 공소외인을 불리하게 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 1은 허위양수인으로서 행위의 모습이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동정범이라 할 수 있다.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피고인 1에 대한 조사는 콜라텍을 허위로 양수하였는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피고인 1을 포함한 공범자 모두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로서 그중 피고인 2, 피고인 3의 범행에 관한 것만을 분리할 수 없다. 피고인 1이 콜라텍을 실제 양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허위로 진술하고 그에 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하였고 그것이 피고인 2, 피고인 3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없다. 이는 피고인 1에 대한 고소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다고 해도 이는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이 범인도피와 범인도피교사에 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결론은 옳다. 원심의 판단에 범인도피죄와 범인도피교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와 피고인 2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