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 등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4헌마367, 2016. 3. 31.] 【판시사항】 가. 외국인에게 근로의 권리에 관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나. 고용 허가를 받아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근로자의 출국만기보험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3항 중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 부분이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위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헌법상 근로의 권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의미하는데,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인정되며, 건강한 작업환경,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합리적인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의 근로조건은 임금과 그 지불방법, 취업시간과 휴식시간 등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수령하는 데 관한 조건들이고,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은 퇴직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 지급시기에 관한 것은 근로조건의 문제이므로 외국인인 청구인들에게도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나. 불법체류자는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그 신분의 취약성으로 인해 강제 근로와 같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으며, 행정관청의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됨으로써 안전사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순기능직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통한 국내 정주는 일반적으로 사회통합 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 고용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이 근로자의 퇴직 후 생계 보호를 위한 퇴직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불법체류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할 때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그 지급시기를 출국과 연계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체류기간 만료가 퇴직과 직결되고,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출국한다는 것을 전제로 고용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정한 것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나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시기와 다르게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고용허가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의 특수한 지위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외국인근로자에 대하여 내국인근로자와 달리 규정하였다고 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퇴직금의 성질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로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법목적은 기본적으로 출국만기보험금이 가진 퇴직금의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퇴직금의 성질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무조건 출국과 연계하는 것은 퇴직금의 본질적 성격에 반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 한편, 외국인근로자도 생계보호를 위해 퇴직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내국인근로자와 다르지 않다. 인간 존엄성의 기초가 되는 생계는 그것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로 정하여 외국인근로자에게 퇴직금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3항 중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32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 제1항, 제2항, 제4항, 제18조, 제18조의2, 제30조 제1호, 제32조 제1항 제5호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7. 28. 대통령령 제25521호로 개정된 것) 제21조 【참조판례】 가. 헌재 1998. 6. 25. 96헌바27, 판례집 10-1, 811, 818 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판례집 13-2, 714, 724 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판례집 19-2, 297, 304 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판례집 23-2상, 623, 639 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판례집 23-2상, 659, 668 헌재 2013. 9. 26. 2012헌바186, 판례집 25-2상, 715, 724 헌재 2003. 7. 24. 2002헌바51, 판례집 15-2상, 103, 118 나. 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판례집 23-2상, 659, 669 다. 헌재 2001. 6. 28. 99헌마516, 판례집 13-1, 1393, 1406 헌재 2003. 12. 18. 2001헌바91, 판례집 15-2하, 406, 420 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판례집 19-2, 297, 311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R. R 프라사드(R. R. PRASAD) 2. R. 노디르(R. NODIR) 3. S. 슈흐라트(S. SHUKHRAT)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고지운, 백신옥, 윤지영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들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고 대한민국에 입국한 네팔 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근로자들이다.

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을 이탈하지 아니한 채 1년 이상 근무하고 기간 만료로 출국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국회는 2014. 1. 28. 외국인근로자들이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하고도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청구인들은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과 그 적용 시기를 정한 부칙 제2조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4. 5.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으로 삼은 규정 중 부칙 규정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의 적용 시기를 정한 규정인데, 이 부칙 규정의 고유한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또한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정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여기에 한정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외국인고용법’이라 한다) 제13조 제3항 중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출국만기보험ㆍ신탁) ③ 출국만기보험등의 가입대상 사용자, 가입방법ㆍ내용ㆍ관리 및 지급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지급시기는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체류자격의 변경, 사망 등에 따라 신청하거나 출국일 이후에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일부터 14일) 이내로 한다.


[관련조항]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출국만기보험ㆍ신탁) 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이하 “사용자”라 한다)는 외국인근로자의 출국 등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외국인근로자를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이하 “피보험자등”이라 한다)로 하는 보험 또는 신탁(이하 “출국만기보험등”이라 한다)에 가입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험료 또는 신탁금은 매월 납부하거나 위탁하여야 한다.

② 사용자가 출국만기보험등에 가입한 경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

④ 출국만기보험등의 지급사유 발생에 따라 피보험자등이 받을 금액(이하 “보험금등”이라 한다)에 대한 청구권은 「상법」 제662조에도 불구하고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이 경우 출국만기보험등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소멸시효가 완성한 보험금등을 1개월 이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이전하여야 한다.

제3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3조 제1항 전단을 위반하여 출국만기보험등에 가입하지 아니한 사용자

제32조(과태료)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5. 제13조 제1항 후단을 위반하여 출국만기보험등의 매월 보험료 또는 신탁금을 3회 이상 연체한 사용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7. 28. 대통령령 제25521호로 개정된 것)

제21조(출국만기보험ㆍ신탁) ① 법 제13조에 따른 보험 또는 신탁(이하 “출국만기보험등”이라 한다)의 가입대상 사용자는 다음 각 호 모두에 해당하는 자로 한다. 다만, 법 제1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제외한다.

1.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3조에 따른 적용범위에 해당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

2. 법 제18조 또는 제18조의2 제1항에 따른 취업활동 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

② 제1항에 따른 출국만기보험등의 가입대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효력발생일부터 15일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출국만기보험등에 가입하여야 한다.

1. 법 제13조에 따른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이하 “피보험자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을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과는 별도로 매월 적립하는 것일 것

2. 계속하여 1년 이상을 근무한 피보험자등이 출국(일시적 출국은 제외한다) 또는 사망하거나 체류자격이 변경된 경우 등에는 해당 출국만기보험 등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하 이 조에서 “보험사업자”라 한다)에 대하여 적립된 금액을 일시금으로 청구

할 수 있을 것. 다만, 피보험자등의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그 일시금은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야 한다.

3. 출국만기보험등에 의한 일시금을 받을 피보험자등의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것일 것.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립된 보험료 또는 신탁금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일시금을 받을 권리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가. 피보험자등이 사업 또는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하여 사업주와 근로관계가 종료된 상태에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연속하여 4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게 된 경우

나. 법 제25조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에 따른 사유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4. 보험사업자가 출국만기보험등의 계약 전에 계약 내용을 피보험자등에게 확인시키고 계약 체결 후에는 그 사실을 통지하는 것일 것

5. 보험사업자가 매년 보험료 또는 신탁금 납부 상황과 일시금의 수급 예상액을 피보험자등에게 통지하는 것일 것

③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종료되거나 체류자격이 변경된 경우 출국만기보험등의 일시금의 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퇴직금의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차액을 외국인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④ 사용자 및 외국인근로자는 제3항에 따른 일시금의 금액과 퇴직금 금액의 차액을 확인하기 위하여 보험사업자에게 일시금 금액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사업자는 지체 없이 해당 일시금을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확인하여 주어야 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제36조 등에 따라 사업장 변경 또는 체류기간 만료로 출국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또는 청구서 접수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받아왔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추가됨으로써 청구인들의 경우 출국하기 전까지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이는 과도하게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퇴직금 지급과 관련하여 외국인근로자를 현저히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4. 적법요건

가.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 여부는 기본권의 성질에 좌우되는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과 같은 ‘인간의 권리’로서의 성격을 갖는 기본권들이 외국인에게 인정된다(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근로의 권리 중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 역시 외국인에게 보장되고(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고용허가를 받아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인력으로서 지위를 부여받은 외국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도 인간의 권리로서 보장된다(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등; 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나. 출국만기보험금과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

청구인들은 국내 기업에 취업함을 목적으로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를 받아 입국하여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인력으로 그 지위를 인정받았으므로, 청구인들이 선택한 직업분야에서 취득한 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채권을 지급 받을 권리는 기본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으로 사회적으로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의 기초가 되고, 퇴직금 역시 후불임금으로서(헌재 1998. 6. 25. 96헌바27 참조), 특히 ‘정년퇴직하는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 및 ‘중간 퇴직하는 근로자의 실업보험’의 기능을 하므로(헌재 2013. 9. 26. 2012헌바186 참조)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편이 됨과 동시에 인간 생존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이를 지급받을 권리는 인간의 권리로서 보호된다.

한편, 헌법 제32조는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근로의 권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인정되며, 건강한 작업환경,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합리적인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다(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참조). 여기서의 근로조건은 임금과 그 지불방법, 취업시간과 휴식시간 등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수령하는 데 관한 조건들이고(헌재 2003. 7. 24. 2002헌바51 참조),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은 퇴직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 지급시기에 관한 것은 근로조건의 문제이므로 외국인인 청구인들에게도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


5. 출국만기보험 제도 개관

가. 제도의 도입 이유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가 외국인근로자의 출국 등에 따른 퇴직금 지급 보장을 위하여 외국인근로자를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로 하여 출국만기보험 또는 출국만기일시금신탁(이하 보험과 신탁을 합하여 편의상 ‘출국만기보험’이라고만 한다.)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는 외국인고용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되었다.

이는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 이탈 없이 일정기간 이상을 근무하다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외국인근로자 출국시 사업주의 퇴직금 일시 지급 부담을 완화하고, 외국인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을 방지하며, 체류기간 만료 후 원활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근로자들이 직접 사용자에게 청구하여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지급이 담보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는데, 출국만기보험은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형식이므로 퇴직금 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퇴직금을 확실하게 보장하게 되었다.


나.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법률의 개정 경과

2003. 8. 16. 법률 제6967호로 제정된 외국인고용법 제13조 제1항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를 피보험자 또는 수익자로 하여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34조의 규정에 의한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하여 출국만기보험이 퇴직금 대신으로 설정된 제도임을 명시하였다.

2005. 12. 30. 법률 제7829호로 개정된 외국인고용법은 제13조 제1항 제1문에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출국 등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한 경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하여 출국만기보험이 퇴직금 지급을 위한 제도임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한편, 2014. 1. 28. 법률 제12371호로 개정된 외국인고용법은 심판대상조항인 출국만기보험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명시하였다. 제13조 제3항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는 피보험자등이 출국한 때부터 14일(체류자격의 변경, 사망 등에 따라 신청하거나 출국일 이후에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일부터 14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명시함으로써 그 지급시기와 관련된 논란을 종식시키고 체류기간 만료 이후의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 출국만기보험의 내용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해당 외국인근로자의 취업활동기간이 1년 이상 남은 경우 근로계약의 효력발생일부터 15일 이내에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외국인고용법 제1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이 때 사용자가 납입하여야 할 금액은 매월 통상임금의 8.3%이고(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1호, 고용노동부고시 제2011-33호), 1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근로자가 퇴직할 때는 출국만기보험금(1년에 1개월분의 통상임금)을 받게 된다.

다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출국만기보험금과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퇴직금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는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을 사용자에게 청구하여 받게 된다.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종료되거나 체류자격이 변경된 경우 출국만기보험금의 금액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퇴직금 금액보다 적은 경우 그 차액을 지급하여야 하고(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 사용자 및 외국인근로자는 출국만기보험금의 금액과 퇴직금 금액의 차액을 확인하기 위하여 보험사업자에게 출국만기보험금의 금액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사업자는 지체 없이 해당 일시금을 서면(전자문서를 포함)으로 확인하여 주어야 한다(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21조 제4항).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매월 보험료등을 3회 이상 연체한 경우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외국인고용법 제30조 제1호, 제32조 제1항 제5호).

출국만기보험금 및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금의 차액은 2014년 법 개정 전까지는 퇴사한 날로부터 14일 내에 지급되었으며, 특히 출국을 앞두고 신청한 경우에는 출국하기 전에 모두 지급되었다.

출국만기보험금에 대한 청구권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다만 소멸시효가 완성되더라도 보험금은 보험사의 수익으로 귀속되지 않고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전되어 이후에라도 외국인근로자가 이를 수령할 수 있다. 출국만기보험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을 1개월 이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이전하여야 한다(외국인고용법 제13조 제4항).

한편, 심판대상조항의 신설로 인하여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본국으로 출국하는 외국인근로자는 출국 1개월 전(출국예정신고 후) 보험사업자에게 보험금을 신청하고, 그 수령은 출국한 이후 14일 이내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수령방법으로는, ① 해외계좌 입금방식, ② 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후 직접 현금을 수령하는 방식이 있다.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1년 미만 근무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사업주에 귀속된다.


라. 출국만기보험금의 성격과 지급시기

퇴직금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에 해당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1항은,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고용법 제13조에서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의 출국 등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에 가입하는 경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위에서 본 것처럼 출국만기보험금의 경우는 통상임금으로 계산되므로 평균임금으로 계산되는 퇴직금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고용법은 그 차액에 대해 외국인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고용법상 출국만기보험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로를 제공한 외국인근로자의 퇴직금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반적인 퇴직금의 경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와 근로기준법 제36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하는 경우 등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전까지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에 관해 별도 규정이 없었으므로 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규정을 근거로 보험약관에서 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여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든 출국하는 경우든 퇴직 후 신속하게 출국만기보험금을 받고 퇴직금과의 차액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었다. 즉,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내국인근로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개정된 외국인고용법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외국인근로자가 본국으로 출국한 후 14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재 고용허가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는 출국하지 않는 한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6.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것은 우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본국으로 출국 후 14일 이내로 하는 것이 외국인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또한 내국인근로자의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반면,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출국 후 14일 이내에만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여, 퇴직금 지급 시기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도 문제된다.


나.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1)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 등의 지급시기, 다시 말해 외국인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시기와 같은 근로조건에 관한 문제는 근로의 권리 중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에 포함되어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퇴직금의 지급시기와 같은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 입법자는 여러 가지 사회적ㆍ경제적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그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폭넓은 입법재량이 있다. 따라서 구체적 입법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여 근로의 권리에 관한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가 아닌 한, 헌법위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입법 내용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 합리성을 담보하고 있으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는 이러한 입법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한편, 기본권 주체성의 인정 문제와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외국인에게 근로의 권리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곧바로 우리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보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참조). 다만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그것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으면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을 곤란하게 하여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점을 감안한 판단이 요구된다.


(2) 심판대상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해 신설되었다.

그런데 불법체류자는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그 신분의 취약성으로 인해 강제 근로와 같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으며, 행정관청의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됨으로써 안전사고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단순기능직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통한 국내 정주는 일반적으로 사회통합 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 고용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위와 같은 사정으로 우리나라는 외국인근로자의 국내 취업을 허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단기체류를 원칙으로 하고, 체류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모두 본국으로 귀국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가 증가하여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게 되었고, 입법자는 심판대상조항을 신설하여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과 연계시키게 되었다. 비록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이 위에서 본 것처럼 근로자의 퇴직 후 생계 보호를 위한 퇴직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불법체류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할 때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그 지급시기를 출국과 연계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은 2003년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출국만기보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제도의 설계 당시부터 출국과 연계시키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정책은 국내 정주를 방지하는 단기순환고용 정책으로서, 이들은 입국할 때부터 이미 출국을 예정하고 있는 자들이므로 출국을 전제로 퇴직금에 상응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심판대상조항이 신설되기 전까지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아 실무상 출국예정일 1개월 전에 청구가 가능하였고,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그 시점에 지급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 등의 퇴직금 지급시기에 관한 규정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외국인근로자를 배려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청구인들은 불가피하게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생계를 위해 보험금을 즉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은 보통 3년(외국인고용법 제18조)이며, 그 이후 2년 미만(1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연장(외국인고용법 제18조의2)을 받는 것이 현실이므로 중간에 퇴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에서 임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생계에 곤란을 겪을 우려는 적으며, 구직 활동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외국인고용법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호 단서 나목에 따라 적립된 보험료 등의 50%의 범위에서 일시금을 받을 권리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을 수도 있어서 구직활동기간 동안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는 적다. 게다가 전 사업장에서의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전 사업자에게 퇴직금(평균임금 기준)과 출국만기보험금(통상임금 기준)과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외국인근로자는 퇴직 후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서도 이직으로 생기는 생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청구인들은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출국하는 경우 본국에서 이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나, 출국 후에는 신속하게 이를 지급 받을 수 있도록 ① 외국인근로자의 해외계좌로 입금하거나, ② 공항의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후 직접 현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3년의 소멸시효제도를 두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을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전하도록 하여 이를 피보험자에게 찾아주는 등 출국만기보험금이 빠짐없이 지급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외국인근로자의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정한 것이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일반적으로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배제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01. 6. 28. 99헌마516; 헌재 2003. 12. 18. 2001헌바91).

고용허가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이므로(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참조), 퇴직금 지급 시기와 관련해서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지만, 퇴직금의 성격을 가진 이 사건 출국만기보험금은 내국인근로자와 달리 출국 후에만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 사이에는 차별이 발생한다.


(2) 그런데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체류기간 만료가 퇴직과 직결되고,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출국한다는 것을 전제로 고용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정한 것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나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시기와 다르게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심판대상조항에서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 후 14일 이내로 한 것은 고용허가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의 특수한 지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근로자가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하나의 사업장에서 한 사용자와만 근로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전 사용자와의 사이에 발생한 출국만기보험금마저도 출국 이후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출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국만기보험금을 내국인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게 되면, 사업장을 변경하는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출국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출국을 해야만 하는 지위에 있는 외국인근로자에게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과 출국을 연계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퇴직금 지급 요건이 퇴직이고, 외국인근로자의 경우는 체류기간 만료 즈음이 퇴직일이 될 것이므로 퇴직금에 상응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출국 후 14일 이내로 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에도 그 출국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퇴직금 지급에 있어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7.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8.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퇴직금의 성질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기본적으로 출국만기보험금이 가진 퇴직금의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퇴직금을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헌재 2005. 9. 29. 2002헌바11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성질을 가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무조건 출국과 연계하는 것은 퇴직금의 본질적 성격에 반한다.

특히 외국인근로자가 체류기간 만료 전에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 첫 월급을 받을 때까지는 수입이 없으므로 전 사용자와의 사이에서 발생한 출국만기보험금이 생활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가 국내에 취업하는 동안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경우는, ①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② 휴업, 폐업, 고용허가의 취소, 고용의 제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③ 상해 등으로 외국인근로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는 부적합하나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외국인고용법 제25조,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 등으로서, 외국인근로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찾아야 하는바,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가운데 보험금마저 출국 후에야 비로소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폐업이나 휴업, 고용허가 취소 등과 같은 사유로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는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직장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때야말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경우 보험금의 50%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생계유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 문제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제한하는 방법이 아니라, 불법체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자국민이 기피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용자로서는 그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저임금에도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불법체류에서 오는 열악한 신분 때문에 통제가 용이하며, 사회보장기여금 납부와 사회적 의무의 이행을 회피할 수 있고, 업무숙련도와 의사소통 면에서 처음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에 비해 장점이 있으며, 채용이나 해고도 자유로워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를 선호하게 된다. 외국인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국에 비해 고임금인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귀국 후 처하게 될 경제적 곤궁 등에 대한 두려움과 화폐의 구매력을 포기할 수 없어 불법체류를 감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불법체류자에 대한 선호와 외국인근로자의 취업 수요가 서로 일치하여 불법체류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만을 출국 후로 강제하는 것이 불법체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고용법 제18조의4는 2012. 7.부터 성실근로자 재입국취업제도를 마련하여, 외국인근로자가 5년 미만(약 4년 10월)의 취업활동을 마치고 외국에 나갔다가 3개월 후 재입국하여 재취업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거의 10년 동안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성실근로자 재입국취업이 아니더라도 자진 출국하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는 특별한국어시험제도를 통해 출국 후 6개월 뒤에 다시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하여 외국인근로자들의 합법체류를 유도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기업의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와 외국인근로자의 취업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로서 실질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 밖에 외국인근로자의 송출국이 자국민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가 증가한 송출국에 대해서는 연간 쿼터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불법체류를 줄이는 실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출국만기보험금이 가진 퇴직금의 성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출국만기보험금을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로 정한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재량을 넘는 과도한 제한이므로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


나. 평등권 침해 여부

내국인근로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외국인근로자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퇴직한 때가 아닌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출국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발생한 이와 같은 차별이 합리적인 것인지 살펴본다.

근로기준법 제36조 등이 퇴직금을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의 경우도 생계보호를 위해 퇴직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내국인근로자와 다르지 않다. 인간 존엄성의 기초가 되는 생계는 그것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이를 감안하여 외국인고용법 제22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도 외국인근로자에 대하여 국내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이나 최저임금법상의 최저임금의 보장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함으로써(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53627 판결), 적어도 생존의 기초를 이루는 근로조건에 있어서는 외국인근로자도 내국인근로자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출국만기보험금의 지급시기를 내국인근로자의 경우와 달리 출국한 때부터 14일 이내로 정하여 외국인근로자에게 퇴직금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근로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소결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근로의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