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도110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배임죄의 성립요건 및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乙 주식회사의 丙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丙 은행에 甲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줌으로써 丙 은행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甲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2] [다수의견] (가) 배임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실무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심리·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원칙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 (가)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 즉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형법은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배임죄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를 가할 것을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더라도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지 않으면 배임죄의 기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로 이해된다. 따라서 재산상 손해가 구성요건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기죄나 횡령죄 등 다른 재산범죄의 재산상 이익이나 손해에 관한 해석론을 같이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배임죄의 경우에는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의무부담행위에 따라 채무가 발생하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손해 발생의 위험일 뿐 현실적인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배임죄는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므로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는 한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있는 때에 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그런데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채무가 발생하여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아니라 재산권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어떠한 채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채무가 언제나 이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즉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채무의 기한이나 조건, 채무자의 자력과 변제 의사, 채권자의 청구와 수령, 소멸시효 등 여러 사정에 따라 그 채무는 실제로 이행될 수도 있고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무가 발생하여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익 침해의 위험에 불과한 것을 현실적인 법익의 침해로 사실상 의제하는 것이어서 보호법익의 보호 정도에 따라 침해범과 위험범을 구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유효하면 그에 따른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무효인 경우에도 그로 인해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그 자체로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므로,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 따라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도 그 발행행위의 법률상 효력 유무나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 또는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계없이 회사가 그 어음채무나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배임죄는 기수가 성립한다. [3] 甲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乙 주식회사의 丙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丙 은행에 甲 회사 명의로 액면금 29억 9,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줌으로써 丙 은행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甲 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고 당시 상대방인 丙 은행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발행행위가 甲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면,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였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거나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甲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에 대한 심리 없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5조, 제355조 제2항, 제359조 [2]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25조,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제359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민법 제103조, 어음법 제17조, 제77조 [3]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제359조,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참조판례】 [2]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공1997하, 2870),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공2004상, 712),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822 판결(공2013상, 285)(변경),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도10302 판결(공2013상, 519)(변경)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서치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4. 1. 10. 선고 2013노32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르는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일관되게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1973. 11. 13. 선고 72도1366 판결, 대법원 1980. 9. 9. 선고 79도2637 판결,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도546 판결,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702 판결,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 등 참조). 또한 재산상 손해의 유무는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택하여,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다만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경우를 의미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므로, 배임행위가 법률상 무효이기 때문에 본인의 재산 상태가 사실상으로도 악화된 바가 없다면 현실적인 손해가 없음은 물론이고 실해가 발생할 위험도 없는 것이므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993 판결,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도2963 판결,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도1375 판결, 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도142 판결, 대법원 2008. 6. 19. 선고 2006도487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2. 3. 선고 2011도16763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법원판례에도 불구하고, 배임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실무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심리·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그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원칙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대표이사의 회사 명의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무효인 경우에도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 아니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0822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1도10302 판결 등은 배임죄의 기수 시점에 관하여 이 판결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해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다른 회사의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에 피해회사 명의로 액면금 29억 9,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줌으로써 ○○상호저축은행에 29억 9,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회사에 같은 액수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대표권남용에 해당하여 피해회사에 대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발행 당시 이 사건 약속어음이 유통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 당시 피해회사에 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고 당시 상대방인 ○○상호저축은행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발행행위가 피해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면, 그로 인해 피해회사가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였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거나 그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피해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대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죄를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으며,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배임죄가 위험범임을 전제로, 대표이사의 회사 명의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대표권남용 등으로 무효인 경우 그로 인해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거나 그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이러한 사정에 대한 심리 없이 이 사건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가능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별개의견 또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한다. 그러나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하고, 의무부담행위로 인해 채무가 발생하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다수의견과는 다른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이하에서 그 이유를 살펴본다.
나.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1) 대법원은 그동안 일관되게 배임죄를 “재산상 권리의 실행을 불가능하게 할 염려 있는 상태 또는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 위태범”이라고 하면서(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도334 판결 등 참조),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에는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라고 보아 왔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 대법원 2014. 2. 3. 선고 2011도1676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이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 즉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그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2) 또한 형법은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배임죄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를 가할 것을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더라도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지 않으면 배임죄의 기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로 이해된다. 따라서 재산상 손해가 구성요건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기죄나 횡령죄 등 다른 재산범죄의 재산상 이익이나 손해에 관한 해석론을 같이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배임죄의 경우에는 그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3) 다수의견이 배임죄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실해 발생의 위험은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 발생의 앞선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대법원이 배임죄에서의 손해는 현실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해 왔으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와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판단해 온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위험을 수반하는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결과가 본인에게 귀속될 여지조차 없는 경우라면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실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즉 실해 발생의 위험은 피고인이 본인에게 재산상 현실적인 손해를 가져올 만한 임무위배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구체화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실해 발생의 위험은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형법이 배임죄의 구성요건으로 명시한 현실적인 손해 발생에 이르는 중간과정에 불과하다. 피고인이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일련의 과정 중 실해 발생의 위험 단계에서 이미 손해를 가한 것으로 파악하여야 할 법률상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4) 종래 판례는 배임죄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이는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이른바 배신설의 입장에 따른 것이다. 배신설에 대하여는 배임죄가 성립하는 신임관계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위험이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가 배임죄에서 제외되는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남게 되며, 결국 어떠한 신임관계를 배신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게 된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배임죄의 임무위배행위를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라고 보면서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까지 현실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사실상 임무에 위배한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그 즉시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결과를 초래하여 배임죄의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그동안 배임죄에 대하여는 배임죄를 구성하는 임무위배행위와 단순한 민사적 채무불이행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고, 사적자치의 영역에 형사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거나 민사사건의 형사사건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그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보는 종래의 판례는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5) 물론 그동안 대법원은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보면서도 배임죄의 손해 요건에 해당하는 실해 발생의 위험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으로 한정하는 등(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그 위험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그러나 배임죄의 손해 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현실적 위험과 그에 미치지 않는 위험을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상으로는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본인의 재산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기만 하면 대부분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되고 있는 실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법률의 문언에 따라 손해와 손해 발생의 위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대신, 손해 발생의 위험을 그 정도에 따라 구분하여 배임죄의 지나친 확장을 차단하고자 한 대법원의 노력이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배임죄에 관한 형법규정은 국민들에 대한 행위규범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6) 우리 형법은 배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그 보호법익인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에 이르지 아니하고 재산권 침해의 위험만 발생한 경우 배임죄의 기수가 아니라 배임죄의 미수로 처벌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이다. 이러한 우리 형법의 태도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의 기본적인 요청에 부합한다. 배임죄에서의 손해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독일과 같은 국가의 법제에서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일정한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개념을 미수범 처벌규정이 있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무리하게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형법은 미수범을 원칙적으로 형의 임의적 감경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배임죄의 기수와 미수의 처벌 정도에 결정적인 차이가 없다. (7)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구성하게 되면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만 초래된 경우에는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하지 않아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볼 수 없는 근거의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는 배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을 단순히 양적인 기준으로만 측정하여 법정형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까지 포함하여 이득액을 산정하게 되면 행위의 가벌성에 비해 과중한 법정형이 적용되어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구체적 타당성 없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 특히 임무위배행위로 인한 실해 발생의 위험만으로 상대방이 그 손해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간주하여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정서상으로나 쉽게 수용하기 힘들다. 최근 대법원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의 이득액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만 초래된 경우에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를 적용하기 위해 형법상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그보다는 배임죄를 형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하게 침해범으로 구성한 다음 실해 발생의 위험만 초래된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 의무부담행위에 따라 채무가 발생하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손해 발생의 위험일 뿐 현실적인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종래 판례는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고 보아 왔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5890 판결, 대법원 2014. 2. 3. 선고 2011도16763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경제적 관점’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률적 관점에서의 판단 결과에 기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를 의미하므로 배임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배임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고, 배임죄는 침해범으로 보아야 하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란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본인의 재산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2) 대표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하였는데 그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채무가 발생하여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도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법률적 의무를 부담하는 상태에 놓일 뿐 회사의 재산에 현실적인 변동이 초래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이것을 현실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채무의 이행의무 자체를 현실적 손해로 보는 것이다. 즉 손해를 법률적·회계적 관점에서 파악한 것이지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한 것이 아니다. (3)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배임죄는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므로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는 한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있는 때에 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그런데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채무가 발생하여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아니라 재산권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어떠한 채무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채무가 언제나 이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즉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채무의 기한이나 조건, 채무자의 자력과 변제 의사, 채권자의 청구와 수령, 소멸시효 등 여러 사정에 따라 그 채무는 실제로 이행될 수도 있고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채무가 발생하여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익 침해의 위험에 불과한 것을 현실적인 법익의 침해로 사실상 의제하는 것이어서 보호법익의 보호 정도에 따라 침해범과 위험범을 구별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채무의 발생을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로 본다면 의무부담행위로 인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에도 그 채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무관하게 언제나 연대보증채무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 연대보증채무액 상당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의 이득액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과연 이러한 해석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의 이득액에 관한 현재의 판례의 입장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배임죄는 침해범으로 보아야 하고,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전제로 이 사건을 살펴본다. (1)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유효하면 그에 따른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무효인 경우에도 그로 인해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그 자체로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므로,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 따라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도 그 발행행위의 법률상 효력 유무나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 또는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계없이 회사가 그 어음채무나 그로 인해 부담하게 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배임죄는 기수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지만 피해회사가 그 어음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피해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될 가능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아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죄를 적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보호 정도와 재산상 손해 요건,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와 같이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별개의견은 배임죄가 침해범임을 전제로, 대표이사의 임무를 위반한 의무부담행위로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더라도,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까지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것에 불과하므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이에 관한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나. 종래 판례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면서도, 실해 발생의 위험은 단순한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경우만 의미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139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다시 말해 종래의 판례도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본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배임죄의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본 것은 아니고, 그로 인해 본인의 재산이 현실적으로 침해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 즉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배임죄의 기수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종래 판례에서 말하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위험범에서 말하는 위험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재산권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는 그 자체로 보호법익에 대한 현실적인 침해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판례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에 관하여 현실적인 손해와 실해 발생의 위험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임무에 위배된 행위로 본인의 채무가 발생하는 등으로 본인의 재산에 대하여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야기된 때에는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이고,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는지 위험범으로 보는지에 따라 기수 시점을 달리 볼 논리적인 근거는 없다.
다. 형법은 제355조 제1항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횡령죄와 배임죄는 타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범죄라는 점에서는 그 성질이 같지만, 횡령죄는 재물을,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을 그 객체로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형법은 배임죄의 객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한정하면서 행위자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에 상응하여 발생하는 본인의 재산상 손해를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로 정하고 있으므로 그 재산상 손해의 의미는 재산상 이익과의 관계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재물이란 물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체물을 의미하므로 권리는 그것이 재산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산상 이익은 모든 재산적 가치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반드시 유체물의 물리적 증감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재산에 관한 권리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권리를 취득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초래되는 재산상 의무의 부담 또한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상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배임죄를 순수한 이득죄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의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그런데도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까지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가 아예 없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형법의 체계에 비추어 보아 타당하지 않다.
라. 배임죄는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체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7053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4268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재산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으로 구분하고 채무는 소극재산에 속한다. 채무의 발생은 곧 소극재산의 증가로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전체로서의 재산가치가 감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유무는 개별적인 재물의 변동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재산가치 증감에 따라 판단해야 하므로 채무의 발생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다만 판례는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배임죄에서 말하는 손해의 의미를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초래된 경우로 한정해 왔다. 따라서 대표이사의 임무에 위배한 의무부담행위로 회사의 채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의 발생과 그에 따른 소극재산의 증가는 재산상의 불이익 또는 재산가치의 감소로 평가되고 있다. 법인의 경우에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때에도 파산선고를 할 수 있으므로(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6조 제1항), 채무의 발생은 채무의 현실적 이행과 관계없이 법인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채무초과를 파산원인으로 규정한 것은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소극재산의 증가는 단순히 회사의 재무제표의 부채 항목에 계상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신용도나 재무건전성에 직접 영향을 주고, 경우에 따라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채무의 발생과 그로 인한 소극재산의 증가는 사회·경제적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형법상 배임죄의 해석에서만 그 자체로는 아예 재산상 손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마. 별개의견은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그 채무가 언제나 이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의 발생만으로는 재산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유효한 채무가 발생한 경우 그 채무의 부담이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그 채무가 법질서 내에서 정상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전제로 그러한 채무의 이행이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상태가 경제적 관점에서 손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채무자의 무자력이나 변제 의사 등에 따라 채무가 이행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상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채무의 발생이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바. 배임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의 가액에 따라 법정형을 가중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법의 경우 별개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가중한 법정형 적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는 비단 배임죄뿐만 아니라 사기죄나 횡령죄로 인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므로, 이는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의 ‘이득액’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배임죄에서 별개의견과 같이 현실적인 재산의 이동이 수반되는 경우에만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현재 배임죄의 기수로 인정되고 있는 많은 사안이 배임미수죄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어서 재산범죄로서의 배임죄의 규범력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별개의견은 배임죄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이 다른 재산범죄와 달리 ‘손해를 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고, 독일 형법과 달리 미수범 처벌규정을 따로 두고 있으므로, 그 문언에 따라 배임죄는 침해범으로 보고, 손해도 ‘현실적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와 달리 현실적 손해의 앞선 단계에 해당하는 ‘실해 발생의 위험’을 포함하게 되면 배임죄의 처벌범위를 너무 넓히게 되어 죄형법정주의와 책임주의에 반하고, 위 법조항이 국민들에 대한 행위규범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별개의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별개의견은 독일 형법의 해석론을 말하지만, 우리 형법과 같이 배임죄에 관해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 형법의 해석에서,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배임죄는 위험범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형법 규정의 구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손해와 실해 발생의 위험에 대해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경제적 관점에서 손해를 파악하는 이상 양자를 동등하게 인식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배임죄는 재산범죄로서 재산상 거래행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와 이익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재산상 거래에는 돈을 미리 주면서 반대급부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계약의 청약이자 급부의 이행이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돈을 나중에 주기로 하고 반대급부를 먼저 받는 경우도 있으며, 돈과 반대급부를 동시에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거래관계가 실제 법률적으로는 무효임에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외형에 따라 급부를 이행하기도 하고, 거래관계가 유효임에도 적당한 빌미를 찾아 무효를 주장하면서 이행을 거절하기도 한다. 재산상 거래관계에서 이익과 손해는 이렇게 다종다양한 상황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오늘 주고받는 것은 손해와 이익이라고 하면서 내일 주고받은 것은 손해와 이익이 아니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느 범위에서 현실적인 손해와 실해 발생의 위험을 동등하게 볼 것인가는 죄형법정주의를 근간으로 한 형법규범의 해석 문제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 함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와 같은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현실적 위험이 야기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참조). 별개의견도 배임죄의 손해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데, 결국 배임죄의 손해를 거래계의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이상 현실적인 손해와 실해 발생의 위험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형법규범의 합목적적 해석에 따른 것이고, 이는 일반 거래계에서도 쉽게 수용되는 관념이다. 따라서 미수범 처벌규정의 유무로써 배임죄를 침해범 또는 위험범으로 달리 보는 것은 배임죄의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에도 합치되지 않는 해석이다. (2) 별개의견은, 배임죄를 침해범이 아닌 위험범이라고 보는 다수의견의 주요한 논거가 실해 발생의 위험만 초래된 경우에도 배임죄의 기수를 인정함으로써 그 이득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를 적용하여 가중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법은 1983. 12. 31. 제정되었고, 우리 대법원이 배임죄를 위험범이라고 판시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이기 때문에 별개의견의 위와 같은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대법원은 1973. 11. 13. 선고 72도1366 판결에서, “업무상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재산적 가치의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재산적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케 한 경우도 포함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1975. 4. 22. 선고 75도123 판결에서는 배임죄는 침해범이 아니고 위험범임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도 있으며,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특정경제범죄법의 제정과 상관없이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보는 것과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를 적용하는 것 사이에 법리적, 논리적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3) 만약 별개의견과 같이 현실적 손해만을 손해라고 하게 된다면, 이 사건과 같이 대표권을 남용한 배임행위의 경우 배임행위자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는 기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형사책임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채무의 이행을 늦추거나 거절하려 할 것이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대주주라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이행지연 등의 방법으로 기수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등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기수 책임, 미수 책임이 다르게 성립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배임행위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회사의 채무이행 여부나 채무이행의사의 유무, 채무이행의 시기 등에 따라 기수 책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면, 별개의견에 의할 때 초래되는 위와 같은 결과가 책임주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고, 형평성에도 반하게 될 우려가 있다. (4) 별개의견에 따르면, 배임행위자가 기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채무의 이행을 늦추려 할 때, 거래의 상대방이 직접 채권의 강제적 실현을 시도하는 경우, 언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 배임죄는 이익의 취득과 손해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에 기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매각대금이 완납되어 회사가 소유권을 상실할 때 기수로 되는 것인지, 상대방이 배당금을 수령할 때 기수로 되는 것인지, 상대방이 개인적 사정으로 배당금을 곧바로 수령하지 않고 1년 후에 수령한다면 그때에 기수가 되는 것인지 등 해석 여하에 따라 기수의 시점이 불명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별개의견에 따를 때 위와 같은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배임죄의 형벌제재조항이 국민들에 대한 행위규범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 다수의견이 실해 발생의 위험을 현실적인 손해와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고자 함이 아니라 손해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데 따른 규범적 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나 책임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오히려 별개의견과 같이 채무의 이행만을 손해로 보면 형사사법의 불안정성이나 형평성의 문제를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은 의무부담행위가 무효인 경우에는 실행의 착수는 인정하지만 그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반면에 의무부담행위가 유효인 경우에는 채무가 발생하고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러한 이분법적 해석론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 문제를 갖는다.
가. 임무위배행위가 유효인 경우 그 실행의 착수와 동시에 배임죄의 기수가 된다고 보는 것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행위 요건과 결과 요건으로 구분하고 배임미수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형법 규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범죄의 미수와 기수는 하나의 행위가 범죄로 실현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행의 착수(미수)의 인정이나 기수의 인정은 같은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수의견은 실행의 착수가 있는지 여부는 의무부담행위의 유효, 무효라는 민사상의 관점에 관계없이 형법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반면에 기수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의무부담행위가 유효인 경우에는 민사상의 관점에 따라 법률상 채무가 발생한 이상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아니한 채 기수로 판단하고, 무효인 경우에는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느냐는 형법의 관점에 따라 판단한다. 이는 손해의 실현가능성이 의무부담행위가 민사상 유효인 경우에는 크고, 무효인 경우에는 크지 않다는 관점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기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해석으로 타당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의무부담행위가 유효임에도 그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무효임에도 그 의무가 이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대보증행위나 지급보증행위가 유효임에도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함으로써 손해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고, 제3자를 위하여 담보로 약속어음을 유효하게 발행하였으나 그 제3자가 원인채무를 이행함으로써 손해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의 관점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는 법률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온 종래의 일관된 판례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이 점에 관한 분명한 정리가 없음도 지적하여 둔다.
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유효인지 무효인지의 구분이 명백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민사재판 등을 통해 법률적 평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행위의 법률적 효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에 관한 민사재판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법원은 해당 의무부담행위의 사법적 효력에 관하여 먼저 판단한 다음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해당 의무부담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좌우하는 민사적 요건사실, 즉 상대방의 인식 여부나 과실 유무 등에 관하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의무부담행위의 법률적 효력에 대한 최종 평가는 결국 민사재판의 확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당사자의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가 지배하는 민사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우선시하는 형사재판은 그 절차는 물론 추구하는 이념 또한 같지 않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충족 여부를 의무부담행위의 법률적 효력 유무에 따라 곧바로 판단하게 되면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 즉 무효인 의무부담행위가 민사재판에서 유효인 것으로 확정되는 경우와 같이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결과가 다른 경우 등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과 같이 임무에 위배한 의무부담행위의 법률적 효력 유무와 배임죄의 기수 여부를 직접 연동하여 판단하게 되면, 범죄의 성립이나 가벌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어 형법의 보장적 기능이 심대하게 훼손된다.
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대표이사의 대표권남용에 의한 의무부담행위 당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행위는 무효이므로 원칙적으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를 수 없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과실 없이 몰랐다면 그 행위는 유효이므로 곧바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다고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인식이나 과실 유무에 따라 배임죄의 기수 여부가 달라지는데, 사기죄와 같이 행위의 상대방이 기망행위에 속아 처분행위를 하는 것이 구성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범죄가 아님에도 상대방의 주관적인 인식이 있었는지에 따라 기수에 이르렀는지가 좌우된다고 보는 것은 형법의 해석론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의무부담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등 그 행위의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클 가능성이 많다. 결국 다수의견에 의하면 의무부담행위의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그 행위가 무효로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어 오히려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아지는 결과가 된다. 이와 같은 결론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법이 추구하는 책임주의 원칙이나 죄형균형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라. 배임죄에서 구성요건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행위의 주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가 임무에 위배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이지 그 행위가 법률적으로 유효인지 무효인지가 아니다.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산상 손해 발생의 가능성이 없으면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아 미수도 성립할 수 없고, 재산상 손해 발생의 가능성이 있어야 비로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미수가 성립하며, 나아가 재산상 손해 발생의 가능성이 현실화되어야 구성요건적 결과가 실현되어 기수에 이르는 것이다. 배임행위로서의 의무부담행위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형법적 관점에서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일 뿐이므로 기수 요건으로서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는 채무의 발생이 아니라 채무의 이행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채무가 발생한 경우에는 채무가 이행될 위험이 있거나 그 자체로 재산가치가 감소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로써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아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하자는 것은 결국 형벌규정을 그 문언이나 체계에 어긋나게 완화해서 해석하자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마. 다수의견은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는데 그 발행행위가 무효인 경우 회사가 어음채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그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어 회사의 어음채무가 발생하면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그런데 이 경우 약속어음의 제3자 유통은 수취인에 의한 별도의 어음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약속어음의 제3자 유통 시점을 배임죄의 기수시기로 보게 되면 배임행위자가 아니라 그 상대방의 행위에 의해 기수 시점이 결정되게 되어 형벌규정의 해석으로는 매우 어색한 결과가 된다. 그런데 별개의견과 같이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구성하면 약속어음 발행 사안에서도 회사가 어음채무 등을 실제로 이행한 시점에 기수가 된다고 보게 되므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미수와 기수를 구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 등의 의무부담행위를 한 사안 또한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구성하면, 채무를 이행하게 될 가능성으로서의 위험과 채무의 현실적 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구분하여 배임죄의 미수 또는 기수를 판단하게 된다. 다른 의무부담행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위험은 현실화될 수도 있고 잠재되어 있다가 소멸할 수도 있다. 잠재된 위험은 미수에 해당하고 현실화된 위험은 법익에 대한 침해로서 기수가 된다. 이에 따라 기수가 성립한 경우의 현실적 손해액만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의 이득액으로 보게 되므로 그 적용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가 간명하게 해결된다.
바. 임무위배행위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배임죄의 기수가 성립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별개의견 사이에 이견이 없다. 임무위배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잠재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미수도 성립할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는 지점은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의 잠재적 위험의 상태에 있는 경우이다. 다수의견은 임무위배행위가 유효인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기수로 평가하고 무효인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미수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별개의견은 임무위배행위의 유효 또는 무효에 따라 잠재적 위험의 상태를 달리 평가할 실질적이고도 근본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어느 경우이든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미수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미수와 기수로 구분하여 규정한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물론 형법 해석의 원칙에 합치된다. 이상과 같이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주심)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