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헌바129
형법 제7조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3헌바129, 2015. 5. 28.] 【판시사항】 가.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다.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가.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외국의 형사판결은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므로 동일한 범죄행위에 관하여 다수의 국가에서 재판 또는 처벌을 받는 것이 배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중처벌금지원칙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대한민국 내에서 거듭 형벌권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입법자는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게 어떠한 요건 아래,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하여 일정 부분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나, 신체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와 더불어 헌법이념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이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바, 외국에서 실제로 형의 집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은 어느 범위에서든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는 다소 축소될 수 있다. 입법자는 국가형벌권의 실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요적으로 산입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덜 침해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할 수도 있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상실할 경우, 임의적으로나마 형을 감면할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감면 적용을 받아야 할 사람에 대하여도 감면을 할 수 없게 되므로,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16.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형벌법규가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게 어떠한 요건 아래,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의 문제는 형벌의 특수성 및 국가사법권의 독자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외국에서는 우리 형사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불법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임의적 감면 방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일선 법원에서는 형 집행의 정도 등을 고려해 법률상 감경을 하거나 형을 면제하기도 하고, 집행유예 등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을 동시에 적용하기도 하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사안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지 규정상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조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14. 5. 29. 2013헌바171, 판례집 26-1하, 343, 350 나. 헌재 1992. 4. 14. 90헌마82, 판례집 4, 194, 206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송○수
대리인 변호사 안시현, 이제일
당해사건 대법원 2013도2208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주 문]
1.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2016.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1. 6. 22. 홍콩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위조, 행사한 범죄사실로 체포되어 홍콩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8개월 정도 복역하다가 대한민국으로 강제추방되었고, 입국할 때 체포되어 다시 기소되었다.
인천지방법원은 청구인에 대하여 같은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하였고(2012고단10017), 청구인이 제기한 항소(인천지방법원 2012노3338) 및 상고(대법원 2013도2208)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상고심 재판 계속 중 형법 제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3. 4. 11. 위 신청이 기각되자(대법원 2013초기137), 2013. 5.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조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7조(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 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에서 이미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어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고,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외국과 국내에서 거듭 처벌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 또한, 동일한 범죄로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고 다시 국내에서 처벌을 받은 자와 국내에서만 처벌을 받은 자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연혁
세계 각국의 형법은 서로 다른 제도를 가지고 있어 외국 형법에 의한 처벌과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이 별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 즉, 내국인의 국외범(형법 제3조)이나 외국인의 국외범(형법 제5조)에 대하여 해당 외국 법원이 처벌하였더라도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다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사실상의 이중처벌과 같은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하여 형을 선고할 때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사실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도록 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에 도입된 이래 그 내용의 변동 없이 현재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 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원칙’이 국가형벌권의 기속원리로 헌법상 선언된 것으로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헌재 2014. 5. 29. 2013헌바171).
형사판결은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외국의 형사판결은 원칙적으로 우리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므로 동일한 범죄행위에 관하여 다수의 국가에서 재판 또는 처벌을 받는 것이 배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중처벌금지원칙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대한민국 내에서 거듭 형벌권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이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외국에서 형사처벌을 과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런 외국판결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판력이 없으므로 여기에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2366 판결).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 제7항은 “어느 누구도 각국의 법률 및 형사절차에 따라 이미 확정적으로 유죄 또는 무죄선고를 받은 행위에 관하여서는 다시 재판 또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도 위 조항의 일사부재리원칙이 다수 국가의 관할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단지 판결이 내려진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이른바 이중위험(double jeopardy)을 금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유엔 인권이사회 결정 No. 204/1986 참조).
따라서 헌법상 일사부재리원칙은 외국의 형사판결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외국에서의 형 집행의 반영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맡김으로써 위와 같은 사정이 반영되지 아니한 채 별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의 종류에 따라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내지 재산권 등을 제한한다. 국가형벌권의 행사 및 그 한계는 신체의 자유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그 헌법적 한계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나) 판단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자에게 적용되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제2조, 제4조) 내국인이 범한 죄에 대하여 범죄지의 여하를 불문하는 속인주의(제3조)와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법익을 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한 보호주의(제5조, 제6조)를 가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행위자에 대하여 우리 형법뿐 아니라 외국의 형법이 함께 적용될 수 있어, 이미 외국에서 재판을 받아 형이 집행되었더라도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다시 재판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국가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면서도 피고인의 실질적인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외국 판결의 집행을 형의 임의적 감경 또는 면제의 사유로 정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를 다시 국내에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경우에도, 입법자는 국가형벌권 행사로 인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입법자는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게 어떠한 요건 아래,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 외국에서 처벌받은 자의 실질적인 불이익을 감안하는 것에 대한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국가권력의 독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형벌의 특수성 및 국가사법권의 독자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점에서 입법자에게는 일정 부분 재량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신체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와 더불어 헌법이념의 핵심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이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바(헌재 1992. 4. 14. 90헌마82 참조), 외국에서 실제로 형의 집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은 어느 범위에서든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입법형성권의 범위는 다소 축소될 수 있다.
한편, ‘국제수형자이송법’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을 전제로 하여(제3조) 외국에서 자유형을 선고받은 대한민국 국민을 일정한 요건 하에 국내로 이송하여(제11조 제1항) 국내에서 그 자유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제15조 내지 제17조), 국내이송수형자에 대하여 외국에서 선고된 자유형을 집행중인 때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공소제기를 제한하고 있다(제18조). 법무부장관은 국내이송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안전과 질서 유지,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이송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국내이송을 하지 아니하므로(제12조 제1항), 이 경우 우리 형법에 따라 별도로 처벌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외국에서 형 집행중인 대한민국 국민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한 ‘국제수형자이송법’의 목적(제1조 참조)과 그 제도의 인도주의적 취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단지 법정형의 임의적 감면사유로만 정하고 있어,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법관의 재량에 따라 그러한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아니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입법형식은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형의 집행단계에서 필요적으로 산입하여 주는 방법 등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형의 감면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개별적인 사건에 따라서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일선 법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절히 적용하여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외국에서의 형 집행 사실이 필요적으로 반영되는 것과 구체적인 사건의 판결 선고 시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가사 구체적인 사건에서 양형 요소로 참작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이 실제로 감안된 것인지, 감안되었다면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를 의무적으로 산입하거나, 산입 자체는 의무적이되 산입의 범위를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입법형식 등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국가형벌권의 행사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외국에서의 형벌이 경미하거나 범죄의 성격상 국내에서 다시 처벌할 필요성이 강한 경우에도 처벌의 공백이나 혼란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일의 경우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새로운 형에 필요적으로 산입하도록 하고(독일 형법 제51조 제3항)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종류가 국내 형법과 다른 경우 법원은 재량에 의해 산입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독일 형법 제51조 제4항 참조). 한편, 일본의 경우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때에는 형의 집행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일본 형법 제5조 단서).
결국, 입법자는 국가형벌권의 실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요구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거나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요적으로 산입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하여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덜 침해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할 수도 있도록 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기본권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공익보다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았음에도 형이 감면될 수 있는 가능성에 그치고 형이 필요적으로 감면되거나 형기가 의무적으로 산입되지 않는 등 외국에서의 처벌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 있어 받게 되는 신체의 자유 제한 등 개인의 불이익이 훨씬 더 중대하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원칙에도 위반된다.
4)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3) 그 밖의 주장에 대한 판단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원칙은 대한민국 내에서 구속력을 가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일한 범죄로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고 다시 국내에서 처벌을 받은 자와 국내에서만 형의 집행을 받은 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할 수 없어 차별 취급 여부를 논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은 이유없다.
5.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형을 감면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의 임의적 감면이 아닌 형의 필요적 감면 내지 필요적 형기산입조항 등과 같이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데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결정으로 즉시 효력을 상실할 경우 임의적으로나마 형을 감면할 근거규정이 없어지게 되어 감면 적용을 받아야 할 사람에 대하여도 감면을 할 수 없게 되므로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여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형의 선고 내지 집행에 있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형식을 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늦어도 2016. 12. 31.까지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17.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6.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2016.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형벌법규가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게 어떠한 요건 아래,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것인지의 문제는 형벌의 특수성 및 국가사법권의 독자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할 수 있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입법자가 외국형사판결의 일사부재리 효력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일사부재리 효력을 부정하면서 형의 집행단계에서 필요적 산입을 할 것인지 또는 형의 선고단계에서 필요적 감면 내지 임의적 감면의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 등과 같이 이를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강한 영역이 있고,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외국에서는 우리 형사법이 정한 형보다 가벼운 형을 규정하거나 혹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불법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임의적 감면 방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일선 법원에서는 범죄사실의 동일성, 형 집행의 정도 등을 고려해 법률상 감경을 하거나, 외국에서의 형 집행으로 피고인에 대한 형벌 목적이 대부분 달성되었다고 보이는 경우 형을 면제하기도 하고, 집행유예 등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을 동시에 적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동일한 범죄사실이 아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제반 사정의 일부로서 양형 요소로 참작하기도 하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사안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주권의 한 속성으로 이해되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및 개인의 기본권 보장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형이 감면될 수 있는 가능성에 그친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개인의 불이익이 더 중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각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다수의견이 언급한 독일과 일본 외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감면 조항을 아예 두고 있지 않은 미국, 외국에서 형의 전부 집행을 받은 국외범에 대하여 처벌을 배제하는 오스트리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처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중국 등에 이르기까지 외국에서 처벌을 받은 자에 대하여 국내에서의 형사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임의적 감면의 불가피성, 법원의 실무, 법익의 균형성, 각국의 입법례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단지 규정상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