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판시사항】 [1]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신의칙상 거래 상대방에게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2] 甲 법인이 乙 법인의 필리핀 丙 관리청에 대한 토지 임차권을 양도받은 후 위 토지 위에 아파트와 상가를 건축·분양하는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丁 주식회사로부터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았는데, 戊 주식회사가 丁 회사의 甲 법인에 대한 위 대출채권 등을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甲 법인의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 등에 관하여 매매계약체결 과정에서 丁 회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甲 법인이 乙 법인으로부터 乙 법인이 필리핀 丙 관리청에 대하여 가지는 필리핀 소재 토지에 관한 임차권을 양도받은 후 위 토지 위에 아파트와 상가를 건축·분양하는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丁 주식회사 등과 대출 및 사업약정을 체결하였고 丁 회사가 위 약정에 따라 甲 법인에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였는데, 戊 주식회사가 丁 회사의 甲 법인에 대한 위 대출채권 등을 매수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戊 회사는 매매계약 당시 甲 법인의 채무불이행과 공사 중단 등으로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 등 개발사업의 위험성에 관하여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매매계약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丁 회사가 매매계약 체결에 앞서 임차권에 관한 자료들을 戊 회사 측에 전달함으로써 임차권과 관련된 위험요소를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甲 법인과 丙 관리청 사이에 임차권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의무이행약정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그 내용 및 이행가능성 등을 직접 조사하여 戊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리 탐지하고 이를 戊 회사에 고지하여야 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계약체결 과정에서 丁 회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항 [2] 민법 제2조 제1항, 제11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59247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유나이티드피에프제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안식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서성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11. 7. 선고 2013나367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그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그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5924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우선 그 판시와 같이 ① KT GLOBAL SUBIC, INC.(이하 ‘케이티글로벌수빅’이라고 한다)가 2006년 및 2007년경 BOTON LIGHT AND SCIENCE PARK, INC.(이하 ‘BLSP’라고 한다)로부터 BLSP가 SUBIC BAY METROPOLITAN AUTHORITY(이하 ‘SBMA’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가지는 필리핀 수빅만 소재 Lots 9~13 및 15~18 각 토지에 관한 임차권(이하 ‘이 사건 임차권’이라고 한다)을 양도기간 2054. 8. 9.까지로 정하여 양도받은 사실, ② 위 각 토지 위에 아파트 및 상가를 건축·분양하는 이른바 ‘필리핀 수빅 암펠로스타워 프로젝트’(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이라고 한다)와 관련하여 케이티글로벌수빅은 시행사 겸 차주 지위에서, 한일건설 주식회사(이하 ‘한일건설’이라고 한다)는 시공사 겸 채무인수인 지위에서, 그리고 피고는 대주 지위에서 2008. 4. 15. 대출 및 사업약정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약정에 따라 2008. 4. 23. 케이티글로벌수빅에 이른바 PF대출의 방법으로 이 사건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 292억 5,000만 원을 대출하여 준 사실, ③ 원고는 삼일회계법인 및 안진회계법인(이하 ‘이 사건 회계법인들’이라고 한다)의 실사를 거친 후 2011. 6. 29.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케이티글로벌수빅에 대한 위 대출채권(미상환원금 29,249,521,914원. 이하 ‘이 사건 대출채권’이라고 한다), 가지급금 및 그에 대한 담보권 등의 자산을 6,537,341,413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시행자인 케이티글로벌수빅의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이 있음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를 기망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유로 이를 인용하였다. ① SBMA가 2011. 6. 9. 케이티글로벌수빅에 보낸 문서(갑 제32호증)에는 “케이티글로벌수빅이 이 사건 개발사업을 위하여 5년 내에 미화 1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사항 등 케이티글로벌수빅이 SBMA와 체결한 이행증서(Deed of Undertaking)에 정한 약정사항들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SBMA가 이 사건 임차권 양도를 승인한 것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피고가 2011. 6. 24. 한일건설에 보낸 문서(갑 제5호증)에는 “2010년 5월 이후 이 사건 개발사업의 공사가 중단됨으로 인하여 SBMA의 수빅만 개발계획이 지연됨에 따라 SBMA가 임차권 박탈 등 제재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탐문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전에 이미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원고나 위 각 회계법인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에 피고로부터 위 각 문서를 제공받지 못하였다. ② 원고로서는 피고가 제공하여 준 정보 내지 자료를 통하여서는 이 사건 임차권의 박탈 가능성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사정에 관하여 원고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③ 이 사건 대출채권의 상환자원은 케이티글로벌수빅이 이 사건 개발사업을 통하여 얻는 수익이므로 만약 케이티글로벌수빅이 이 사건 임차권을 박탈당하게 되면 이 사건 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되어 원고가 이 사건 대출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은 희박하여진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위 각 회계법인은 이 사건 개발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로 이 사건 대출채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였고, 원고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신의칙상 부담하는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임차권 박탈의 위험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를 기망하였다는 것이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우선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에 SBMA와 BLSP 사이의 임대차계약서(Master Lease Agreement) 및 BLSP의 케이티글로벌수빅에 대한 임차권양도계약서(Assignment Of Leasehold Right) 등 이 사건 임차권과 관련된 계약서 등의 자료를 원고 및 이 사건 회계법인들에 제공한 사실, ② BLSP와 SBMA 사이의 임대차계약서에는 “BLSP가 계약 및 기타 임대인이 부과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SBMA는 계약을 언제든지 조기에 해지할 수 있고, BLSP가 일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SBMA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는 사실, ③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전에 원고가 이 사건 회계법인들로부터 제공받은 각 실사보고서에는 (ⅰ) 시행사인 케이티글로벌수빅이 임차권 확보 후 공사를 진행하다가 시행사의 기한이익 상실 사유 발생 및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인하여 지하층 공사만 한 상태(공정률 26%)에서 2010년 5월경부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고, (ⅱ) 시행사의 채무불이행시 시공사인 한일건설이 사업권을 양수하는 데 대한 SBMA의 조건부 승인은 받은 상태이지만 시공사도 워크아웃 상태에 있어 사업권을 인수할 의향이 없으며, (ⅲ)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면 500억 원 내지 520억 원의 추가 자금조달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고, (ⅳ) 케이티글로벌수빅은 현재 완전 자본잠식의 상황으로 채무변제능력은 회의적이라고 판단되며 자금 여력이 없어 추가 대출을 통한 자금지원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케이티글로벌수빅의 채무불이행과 공사 중단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 및 그 경우 시공사의 사업권 양수 등 예견되는 사태와 그에 따른 문제점을 비롯한 이 사건 개발사업의 위험성에 관하여 실사보고서 등을 통하여 이미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신규자금 투입 등에 의한 사업의 계속 진행으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이 사건 대출채권에 대한 변제재원을 마련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가 알지 못하였던 임차권 박탈의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 상태였다는 근거로 앞서 본 SBMA가 2011. 6. 9. 케이티글로벌수빅에 보낸 문서(갑 제32호증)를 들고 있는 것으로 추단되나, 위 문서는 그 문언상으로도 케이티글로벌수빅이 이행증서(Deed of Undertaking)를 통하여 약정한 의무를 이행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그 불이행시의 불이익을 경고하는 내용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는 SBMA와 BLSP 사이의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이 부과한 사항을 임차인이 위반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등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구체적인 의무의 지적을 통하여 다시 강조하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기록상 SBMA가 위 문서를 발송한 이후 현재까지 케이티글로벌수빅의 이 사건 임차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케이티글로벌수빅의 이 사건 임차권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위 문서만을 가지고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새로운 위험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우선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위 갑 제32호증 문서 및 거기에 언급된 이행증서의 각 존재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위 이행증서는 증거로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들고 있는 피고가 2011. 6. 24. 한일건설에 보낸 위 문서(갑 제5호증)에는 “공사 중단으로 인하여 이 사건 개발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SBMA가 임차권 박탈 등의 제재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탐문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공사 중단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개발사업의 지연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도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에 불과하며, 그밖에 새로운 임차권 박탈 위험 원인의 발생이나 그 실현가능성 등에 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되어 있지 아니하고, 기록상 피고가 그러한 내용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발견되지 아니한다(기록에 의하면 당시 시공사인 한일건설이 2011. 6. 16. 피고에게 공사현장에서 직원을 철수시키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자 피고가 이를 막기 위하여 만일의 경우 임차권이 박탈될 위험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한일건설에 보낸 답신에 그러한 위험성이 ‘탐문’된다고 기재한 사정이 엿보일 뿐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계약 당사자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이 사건 임차권이 박탈될 새로운 위험성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사 그러한 위험성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이상,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매매계약 각 조항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앞서 SBMA와 BLSP 사이의 임대차계약서 등 이 사건 임차권에 관한 자료들을 원고측에 전달함으로써 이 사건 임차권과 관련된 위험요소를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나아가 SBMA와 케이티글로벌수빅 사이에 이 사건 임차권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의무이행약정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그 내용 및 이행가능성 등을 직접 조사하여 원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미리 탐지하고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여야 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체결 과정에서 피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임차권 박탈의 위험성을 원고에게 고지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매도인의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주심) 고영한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