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국선언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4,22)
우리는 지금 매우 드물게 시대의 역행과 역사의 퇴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이라는 공공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선거 개입으로 당선되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덮기 위한 것처럼 국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다는 의혹이 증폭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을 일입니다. 그러나 21세기 세계화, 민주 시민 시대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시대의 역행이요 역사의 퇴보라고 말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현대사는 ‘개인들의 독단적 의사’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독재를 ‘법치주의’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인 항쟁과 선거로 극복하고,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분립’으로 균형과 견제를 발전시켜왔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 408항 참조) 그러나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은 국가안보와 국익의 토대인 ‘민주’의 가치를 허물어뜨렸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인 국정원의 권력남용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으로써 방치하거나, 왜곡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행정부를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 무능함과 사법부의 수수방관은 ‘법치’를 적극적으로 포기한 것이며, 국민의 존엄과 인권을 위기에 내모는 것입니다.
대중매체는 ‘상황과 사실들과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객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책임 있는 공공생활 참여에 기여해야합니다. 대중매체가 “공동선을 위해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간추린 사회교리」 415항)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언론 역시 과거 어두운 시절, 독재 권력에 아부하고 일조하던 것과 같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의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때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막중합니다. ‘민생국회’라는 장막 속에 숨지 말고, 국가의 근본과 기본을 흔드는 국정원 불법대선 개입 사태부터 “특검”하여 국기를 바로 세워야합니다. 이것이 진정 나라를 위한 것이며 역사에 떳떳한 일입니다.
오늘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배 권력을 쟁취하려는 대통령의 그릇된 욕망이 국가의 기본과 우리의 미래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며, 국회는 특검을 통하여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야 합니다.
2013년 9월 9일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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