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세대학교 시국 선언 반대 성명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Focus on Story(이하 총학)는 지난 6월 19일, 공식적인 합의 없이 인터넷을 통해 일방적으로 국정원 문제에 대한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분개하였고 세연넷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대의사를 개진하였다. 당시 학생들 반대의사의 주요 골자는 ‘민주화를 외치는 집단이 비민주적인 태도’로 학교명의 혹은 총학생회 명의의 시국성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총학은 절차상의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은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불과 4일 동안 인터넷으로만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는 785명 참여, 609명 입장표명 찬성이라는 표를 받게 되면서 시국성명에 명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투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국선언 반대 연합(http://www.facebook.com/groups/populistout/) 일동 203명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총학의 시국선언을 반대하며 조속히 대안을 모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아 래

1. 절차상의 문제

첫째, 투표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30,000여 명에 달하는 연세대학교 학우들 중 단 785명만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총학 관계자를 제외하면 600명에 불과한 학생들만이 이 투표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2% 미만의 투표율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 사전공시가 매우 불충분했다. 기업에서도 주주총회 시 주주에게 최소 2,3주 전에 소집을 사전 공지하도록 되어있다. 물론 학생자치단체가 상장기업의 형식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투표를 한다는 사전공지를 제대로 걸지 않은 채 열흘도 안 되는 기간 만에 투표를 강행해 버리는 악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결과 위의 언급한 저조한 투표율이 나타나게 되었다.

셋째, 오프라인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총학은 온라인+오프라인 중복투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오프라인 투표를 실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온라인 투표에서 학번, 이름, 연락처를 모두 공개하라는 비밀투표의 원칙조차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였다. 이에 대해 총학은 외부인의 참여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였으나 어차피 공개투표라면 학생증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나눠주는 오프라인 투표와 병행하였다 하더라도 충분히 중복투표를 걸러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투표는 오히려 지인의 학번과 연락처만 알면 누구나 대리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넷째, 학생 총투표의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였다. 1/10 이상의 재학생의 총투표 찬성 성명을 받아 1/2이상의 학생이 참여, 참여자의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안건이 통과되는 것이 학생 총투표의 절차다. 그러나 총투표 찬성 성명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투표율은 2% 미만에 불과했다. 시국선언은 대학생이 사회에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회의 경상적인 활동범위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지극히 특수한 활동이다. 당연히 학생 총투표의 절차를 갖추었어야 했다.


2. 설문조사 자체의 문제

첫째, 설문조사의 객관성을 상실하였다. 질문 이전에 논의의 배경을, 그것도 한쪽 입장만 적은 배경을 한 페이지 가까이 올린 후 설문조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 평가될 수밖에 없다.

둘째, 설문조사의 질문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첫 번째 항목에서 ‘위 설명에 근거한 내용으로 입장 표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시 보류한다.’라는 질문지가 포함되어야 했다. 또한 두 번째 항목에서 ‘입장표명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에는 시국선언을 세분화 하여 ‘총학생회 명의의 총체적 시국선언’, ‘찬성자 이름만 모두 망라하는 개별적 시국선언’으로 설정했어야 했다. 현재의 질문지는 총학이 원하는 의도가 명백해 보이는 잘못된 설문지였다.

3. Focus On Story 해명에 대한 추가 반론

첫째, 총학은 방학기간이라 학교에 학생들이 많이 없고 더구나 농활기간이라 확운위 소집도 어렵기 때문에 총투표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총투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무리하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학교 이름과는 별개로 개별 시국선언을 했어야 옳다.

둘째, 오프라인과 온앺 등을 여러 가지 이유로 배제하였는데, 비록 총학의 의견처럼 모두가 접근 가능한 방법은 아니지만 한 표라도 늘려야 되는 상황에서 온앺이나 오프라인 등의 모든 수단을 강구했어야 맞다. 앞서 말했듯이 공개투표인 상황에서 중복투표 방지를 위해 다른 투표 방식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셋째, 총학은 미리 결론을 내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한 투표가 아니며 특정 정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위의 내용으로 비추어 보면 총학 측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오히려 양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빈약한 총학의 해명글로 인하여 더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결 언

총학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고려하여 재투표를 시행하라. 다시 말하지만 총투표가 어렵다면 그것은 개별 시국성명으로 갈 일이지 총투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무리해서라도 강행한다는 것은 날치기에 불과하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총학은 학생의 대표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공학원 식당 문제 등 교내의 일도 처리하지 못한 채 정치활동에만 여념이 없는 총학은 이미 연세대학교 학생의 대표가 아니다.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본다.

필자와 뜻을 같이하는 연세대학교 학우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