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대학교 민교협 시국 선언

국정원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정치교란은 국기문란 사건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직전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작업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일련의 사건은 결국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여론조작 및 불법선거개입 사건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감추고 인터넷 공간에서 의견게시와 댓글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정보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어겼다는 것 이외에도, 불법적인 선거개입이 국정원장의 조직적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정황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되는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더구나 사건이 불거진 후 경찰 수사의 진행 과정에서 전 서울경찰청장이 사건의 진실을 축소하고 왜곡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법적 질서를 송두리째 훼손시켰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기문란 사건의 주모자요 당사자인 국정원은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어서도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리해서 공개하는 정치교란을 자행하고 있다. 우리는 왜 지금 이 시점에 대화록이 공개되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모른다. 설사 백번 양보하여 현 국장원장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명예'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왜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이 동의받지 못할 방법이어야만 하는지 우리는 모른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그 결과나 주장에 있는 게 아니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과정과 절차 및 방법의 정당성에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한 정부와 집권 여당의 대응에는 우려할 점이 너무 많다. 특히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불법과 탈법을 눈앞에 두고서도 정파적 이해관계에만 눈먼 정치 공세로 국기문란 사건들의 참모습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상황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이 일련의 사태를 계획하였다면, 그리고 그 수행에 앞장 선 전현직 국정원장들의 행동을 추동하였다면, 국정원장을 임명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마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경제성장과 함께 정치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 앞에서 우리의 소중한 믿음과 가치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그 전후사정과 시시비비를 규명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가 외면당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과연 약속된 번영과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성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법치를 확립하기 위하여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당국은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과 선거개입, 서울경찰청의 수사 축소와 은폐, 그리고 국정원의 부당한 정치개입에 대해 명백히 그 진상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며, 정치권은 국민적 갈등만을 불러일으키는 무익한 정치 공세는 자제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2013. 6. 27.
서울대 민교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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