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2헌마409, 2014. 1. 28.] 【판시사항】 가.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이하 ‘수형자’라 한다)’에 관한 부분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이하 ‘집행유예자’라 한다)’에 관한 부분 및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이 조항들을 함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지 여부(적극)

나.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사례 【결정요지】 가.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하여 전면적ㆍ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와 집행유예자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 특히 집행유예자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를 차별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나.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의 위헌성은 지나치게 전면적ㆍ획일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위헌성을 제거하고 수형자에게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재판관 이진성의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및 수형자 부분에 대한 위헌의견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수형자에 대해 응보적 기능으로서 일정한 제재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재가 참정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정당성과 준법의무는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바,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준법의식을 강화한다고 볼 수 없어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은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결정을 통하여 선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전체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안창호의 수형자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있어 정상을 참작 받아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집행유예자의 경우와 달리, 수형자는 그 범행의 불법성이 크다고 보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자로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이다. 그들에 대해 격리된 기간 동안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과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에 관한 부분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조 제2항, 제10조, 제11조, 제24조, 제37조 제2항, 제41조, 제67조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1항 【참조판례】 가. 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4-2, 15, 28헌재 1995. 5. 25. 91헌마67, 판례집 7-1, 722, 738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683헌재 1999. 5. 27. 98헌마214, 판례집 11-1, 675, 697-698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판례집 16-1, 468, 469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 판례집 21-2하, 327, 341-347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구○현(2012헌마409)

2. 홍○석(2012헌마409)

3. 전○수(2012헌마409)

청구인 1. 내지 3.의 대리인 변호사 남승한

4. 서○훈(2012헌마510)국선대리인 변호사 윤정대

5. 곽○철(2013헌마167)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상훈


[주문]


1.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에 관한 부분,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아 그 형의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아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각 법률조항 부분은 201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2헌마409 사건

청구인 구○현은 2011. 9. 15.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1. 12. 2.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청구인 홍○석은 2011. 12. 22.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병역법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1. 12. 30.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청구인 전○수는 2012. 2. 15.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병역법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2. 2. 2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들은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의 선거권이 없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4.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2헌마510 사건

청구인 서○훈은 2010. 5. 12. 부산고등법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상해)죄 등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2010. 7. 29. 그 판결이 확정되어 현재 교도소에 수용 중인 사람이다. 청구인은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의 선거권이 없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청구인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5. 3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2013헌마167 사건

청구인 곽○철은 2012. 5. 24.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2. 8. 3.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이다. 청구인은 형법 제43조 제2항, 제1항 제2호에 따라 2012. 12. 19.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형법 제43조 제2항, 제1항 제2호가 청구인의 평등권,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 3.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 구○현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선거권이 제한되었고, 나머지 청구인들은 유기징역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선거권이 제한되었으므로, 심판대상을 청구인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이를 편의상 ‘수형자’라고 하고, 수형자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 가석방된 사람으로서 잔형기가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포함한다)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에 관한 부분(이를 편의상 ‘집행유예자’라 한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선거권이 제한되는 집행유예자는 제외한다) 및 ②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2.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

○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형의 선고와 자격상실, 자격정지)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전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기재된

자격이 정지된다.


[관련조항]

○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형의 선고와 자격상실, 자격정지) ①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다음에 기재한 자격을 상실한다.

1. 공무원이 되는 자격

2. 공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

3. 법률로 요건을 정한 공법상의 업무에 관한 자격

4. 법인의 이사, 감사 또는 지배인 기타 법인의 업무에 관한 검사역이나 재산관리인이 되는 자격

○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1.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

3. 선거범,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 및 제49조(선거비용관련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 또는 대통령ㆍ국회의원ㆍ지방의회의원ㆍ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내지 제132조(알선수뢰)ㆍ「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알선수재)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형이 실효된 자도 포함한다)

4.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선거권이 정지 또는 상실된 자

② 제1항 제3호에서 “선거범”이라 함은 제16장 벌칙에 규정된 죄와 「국민투표법」 위반의 죄를 범한 자를 말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 및 수형자라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공직선거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의 입법목적이나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추어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뿐만 아니라, 개개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이 선거권 제한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지 세심히 살피지 아니한 채 과실범, 가석방자, 집행유예자, 경미한 범죄로 단기 자유형을 받은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 피해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이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과 사익이 더 크므로 법익균형성도 상실한 조항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

(1) 입법연혁

1948. 3. 17. 최초로 제정된 구 국회의원선거법(군정법령 제175호) 제2조 제3호는 “자유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 중에 있거나 또는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은 그 뒤 일부 자구가 수정되었지만 같은 취지로 관련 법률에 규정되었고,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동일하게 유지되어 왔다. 형법 제43조는 1953. 10. 3. 법률 제293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조문이다.


(2) 입법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수형자의 선거권제한 여부 및 그 범위와 방법은 나라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본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고, 호주와 이탈리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주정부에게 일정한 경우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독일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법관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부가적인 제재로 일정 기간을 정하여 선거권 제한을 선고할 수 있다. 한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스웨덴 등은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 중 여러 곳에서 선거권 제한 규정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캐나다는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해 오다가 1993년과 2002년 두 번에 걸친 대법원의 위헌판결로 현재 모든 수형자가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2004년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규정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하였다. 영국법에 따르면 모든 수형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유럽인권재판소는 2005년 유럽인권조약상의 핵심적 권리인 선거권을 획일적ㆍ무차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유럽인권조약 제1의정서 제3조의 위반이라고 선언하였다. 호주 대법원은 2007년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하였고,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2010년 불법징수죄, 수뢰죄 등 특정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판결확정 후 5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하였다.


나. 헌법재판소의 종전 결정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에서 재판관 1인의 위헌의견이 있었으나 8인의 합헌의견에 따라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이후 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 결정에서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중 제2호 전단(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부분에 대하여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을, 재판관 3인이 기각의견을, 재판관 1인이 각하의견을 표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였으나, 위헌정족수에 이르지 못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선거권 제한의 한계

(1) 선거권의 의의와 선거권 제한의 한계

헌법은 제1조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는 무엇보다도 대의기관의 선출을 의미하는 선거와 필요한 경우 국민의 직접적 결정을 의미하는 국민투표에 의하여 실현된다. 선거는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국가기관과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민주주의는 참정권의 주체와 국가권력의 지배를 받는 국민이 되도록 일치할 것을 요청한다.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이러한 민주주의적 요청의 결과가 바로 보통선거의 원칙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선거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보통ㆍ평등선거원칙은 국민의 자기지배를 의미하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한 민주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헌재 1999. 5. 27. 98헌마214).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유보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선거권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법권의 유보 아래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 구체화하라는 뜻이며, 선거권을 법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조,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를 보장하는 헌법 제41조 및 제67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이 같은 중요성으로 인해 한편으로 입법자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하며, 또 다른 한편에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그 심사의 강도도 엄격하여야 한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따라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더욱이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성년자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갖는 것을 요구하므로,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하는 선거권 제한의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한계가 한층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등).


(2)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한계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소위 ‘시민으로서의 지위 박탈(civil death)’의 일종으로서 그 역사적 뿌리가 깊다. 당시에는 참정권이란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성별, 인종 등을 기준으로 하여 일부의 시민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로서, 누구에게 그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공동체의 순수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보통선거원칙이 확립된 이후 더 이상 ‘시민으로서의 지위 박탈’은 현대의 시민권 개념과 조화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사상의 근저에 전제된 ‘어떤 사람들은 선거를 할 자격이 없다’는 개념은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보통선거원칙과 세계관의 다원주의에서 인정되기 어렵다.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선거의 결과로 선출된 입법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선출하는 주권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범죄자에게 형벌의 내용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선거권 제한 여부 및 적용범위의 타당성에 관하여 보통선거원칙에 입각한 선거권 보장과 그 제한의 관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의 위헌의견).


라.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까지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선거권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갖는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하여 그가 선고받은 자유형과는 별도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집행유예자 또는 수형자 자신을 포함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담고 있는 이러한 목적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고,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의 위헌의견).


(2) 침해의 최소성

보통선거원칙 및 그에 기초한 선거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은 범죄자가 범죄의 대가로 선고받은 자유형의 본질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범죄자의 선거권 제한 역시 보통선거원칙에 기초하여 필요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의 위헌의견).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하여 전면적ㆍ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대상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서부터 매우 심각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고, 과실범과 고의범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며, 범죄로 인하여 침해된 법익이 국가적 법익인지, 사회적 법익인지, 개인적 법익인지 그 내용 또한 불문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이와 같이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선거의 원칙과 선거권 보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선거권의 제한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와 집행유예자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특히 집행유예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으면서, 연령ㆍ성행ㆍ지능과 환경ㆍ피해자에 대한 관계ㆍ범행의 동기ㆍ수단과 결과ㆍ범행 후의 정황 등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아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다.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집행유예자는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또한 집행유예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 있어 형벌에 따른 선거권 제한이 범죄에 대한 책임과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청구인 구○현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청구인 홍○석이나 청구인 전○수보다 선고형이 가벼운데도 불구하고 더 긴 시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받는다.


(3) 법익의 균형성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선거권 제한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일반 시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보다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 개인의 사익 또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


(4) 소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를 차별 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마. 심판대상조항의 일부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 중 집행유예자에 관한 부분은 위헌선언을 통하여 선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의 위헌성은 지나치게 전면적ㆍ획일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위헌성을 제거하고 수형자에게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한다. 다만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범죄의 종류나 침해된 법익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곤란하다. 공직선거법이 선거범의 경우 선거권 제한을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별적인 범죄 유형별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서 별도로 마련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선고형이 중대한 범죄를 나누는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선고형에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이 참작된다. 또한 단기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선거권 제한 범위에서 제외하면, 불법성의 정도가 약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형의 관계, 선거의 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선고형을 정하고, 일정한 형기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의 경우에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늦어도 201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2016.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 중 집행유예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하나 201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기로 한다. 아울러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이 결정과 견해를 달리하여 구 공직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 결정의 의견은 이 결정 이유와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진성의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과 수형자 부분에 대한 위헌의견 및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안창호의 수형자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진성의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및 수형자 부분에 대한 위헌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 중 집행유예자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고, 수형자에 관한 부분도 위헌이라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수형자에 대해 응보적 기능의 일정한 사회적 제재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재가 참정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은 수형자와 집행유예자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수형자나 집행유예자는 사회에 복귀할 것이 예정되어 있거나 이미 복귀한 자이다. 국가는 수형자가 석방된 후에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생활에 복귀하도록 교정행정을 수행하여야 하며,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조치는 그와 같은 재사회화의 목적에 부응하는 것일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실정법을 위반하여 자유형의 처분을 받고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수형자가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생활에 복귀하기 위한 목적에 부응하거나 수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이와 같은 기본권 제한조치는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위해를 가했다고 해서 국가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는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논리필연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자유형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책임에 따르는 기본권 제한이지만, 자유형에 추가하여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선거권 박탈은 범죄에 대한 책임으로 합당하지 않다. 개인의 생래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구성원리로서의 선거권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근간이 되는 권리이므로, 자유형에 부수하는 형벌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다. 주권의 행사와 형사책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에게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의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제재이다.

더욱이 집행유예자는 교정시설에 구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므로 선거권 제한이라는 사회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범죄자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위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해 별도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목적이 정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으로 범죄자에 대한 형사적ㆍ사회적 제재 외에 준법의식 강화가 제시되고 있으나,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고양하기보다는 오히려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침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의 정당성과 준법의무는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바,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준법의식을 강화한다고 볼 수 없다.

‘준법의식 강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 박탈’이라는 수단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이러한 수단의 적절성은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하다.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동안 선거권의 박탈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던 수형자가 출소 후에 선거 절차에 복귀하게 되었을 때 사회 구성원임에도 갖게 되는 이질감이 자책감 또는 무력감, 정치 무관심 내지 정치 혐오 등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어,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이 수형자를 재사회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형사정책적 목적과도 조화되기 어렵다. 오히려 수형자 또는 집행유예자에게 선거권 행사의 기회가 제공됨으로써 건전한 시민참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어, 범죄자의 재사회화 목적에 더욱 부합할 뿐만 아니라 준법의식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선거권의 제한은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은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통하여 선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전체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7. 재판관 안창호의 수형자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 중 집행유예자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는 다수의견에는 찬성 하지만,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가. 선거권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의 기준

선거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다. 다만, 선거권은 국민의 주권행사의 발현으로서 선거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행하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참정권의 제한은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고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가치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헌재 1995. 5. 25. 91헌마67).

한편, 선거권은 천부의 자연권이 아니라 우리 헌법 제24조에 근거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실정권이므로,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입법자가 선거법을 제정하는 경우에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6. 26. 96헌마89 참조). 또한 선거권은 권리로서의 측면 이외에 대의제 민주국가에서 공동체의 의사결정 원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중범죄자에게 공동체 조직과 운영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대의기관의 입법에 의해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될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선거권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여부

(1) 심판대상조항이 수형자 등에 대해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데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하며, 시민으로서의 책임성 함양과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수형자 등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2)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있어 정상을 참작 받아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집행유예자의 경우와 달리, 수형자는 형사재판에서 법관이 그 범행의 불법성이 크다고 보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한 중범죄자로서 그 집행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자이다. 형사재판에서 법관은 범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형종, 형량을 선택하게 되는데, 법관이 범행 전ㆍ후의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고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선고유예,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아니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일반의 공동체 사회와 격리하여 구금까지 하였다면 그 법률적ㆍ사회적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실형이 선고된 수형자의 경우는 중한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고 공동체의 안전에 해를 끼친데 대한 응보적 제재로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정상적인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해진 사람이므로, 수형자에 대해 ‘공동체로부터 격리된 기간 동안’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과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3)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해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실범, 단기 자유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 책임주의에 반하는 과도한 제한인지 문제될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불법성이 낮은 집행유예자까지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선거권 제한의 범위에 획일적으로 포함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지적은 타당할 수 있지만, 선거권 제한의 범위를 일정 수준 이상의 불법성을 징표하는 수형자로 국한한다면 그 비판의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우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범죄의 종류나 내용이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 범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불법성과 별개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권 제한을 범죄의 종류나 내용과 무관하게 불법성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중한 처벌이 내려진 수형자의 경우로 한정하는 것만으로도 포괄적이고 획일적인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고, 더 나아가 선거권 제한의 기간을 그 형사책임에 비례하여 선고된 구금기간 동안으로만 제한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과실범인 수형자나 단기 자유형 수형자의 경우에도 법관이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등 불법성의 경중이나 사안의 특성을 살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수위가 높은 실형을 선고한 경우이므로, 그들에 대한 선거권 제한의 문제 있어서 다른 수형자의 경우와 달리 취급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물론 과실범인 수형자나 단기 자유형 수형자는 고의범인 장기 자유형 수형자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행의 불법성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이러한 사정은 수형자가 선고받은 형량, 즉, 형사책임의 경중에 비례하여 선거권 제한의 기간에 저절로 반영되므로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집행유예자가 아닌 수형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장에 선다면,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기간이 상대적으로 중한 범죄자인 단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자보다 길어져 선거권 제한에서 그 제재와 책임이 비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다수의견의 비판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4)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집행유예자의 경우와는 달리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은 대의민주주의가 발달한 현재에도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전통과 실정에 맞게 변모되어 여전히 유효하게 운용되고 있다. 다만, 그 구체적 제한 범위나 방법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모든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을 제한하는 일본에서부터,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호주와 이탈리아,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형성된 미국,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법관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부가적인 제재로 일정 기간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는 독일, 수형자라고 하더라도 제한 없이 선거권을 부여하는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이처럼 보통선거의 원칙이 확립된 다수의 선진 각국은 그 나라의 형사법 체계, 범죄의 종류ㆍ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와 선고형과의 상관관계 등과 같은 형사사법 운용 실태, 범죄 및 법적 제재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 역사적 경험, 정치 환경 등 구체적 실정을 고려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를 보더라도 공동체로부터 격리된 수형자에 대해 구금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바로 보통선거의 원칙을 위반한다거나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 또는 불공정하다 할 수 없다.


(5) 결국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수형자가 구금기간 동안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수형자 자신의 범죄행위에 근거한 것으로서 자신의 책임으로 인하여 일정한 기본권 제한을 받는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부분이 보통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기본권침해의 최소성원칙을 위반한다고 할 수 없고,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수형자 개인의 기본권침해의 불이익보다 크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참조).


(6)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거나 보통선거의 원칙을 위반하여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