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전환사채 발행 업무상배임 사건)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도235, 판결] 【판시사항】 실질적으로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전환사채를 발행한 경우, 전환사채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업무상배임죄의 죄책을 지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이때 전환사채 인수인이 전환사채를 처분하여 대금 중 일부를 회사에 입금하였거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였다는 사후적인 사정이 이미 성립된 업무상배임죄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전환사채는 발행 당시에는 사채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서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한 때에 비로소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사채의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전환사채 인수인이 사전 공모하여 제3자에게서 전환사채 인수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용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전환사채 발행절차를 마친 직후 인출하여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전환사채를 발행한 경우에, 전환사채의 발행이 주식 발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목적대로 곧 전환권이 행사되어 주식이 발행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신주인수대금의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환사채의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회사에 대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모두 납입되어 실질적으로 회사에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의 임무를 위반하여, 전환사채 인수인이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고서도 전환사채를 취득하게 하여 인수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게 하고, 회사가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여 취득하여야 할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을 취득하지 못하게 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업무상배임죄의 죄책을 진다. 그리고 그 후 전환사채의 인수인이 전환사채를 처분하여 대금 중 일부를 회사에 입금하였거나 또는 사채로 보유하는 이익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의 이익을 비교하여 전환권을 행사함으로써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였더라도, 이러한 사후적인 사정은 이미 성립된 업무상배임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상법 제513조, 제628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12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원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12. 15. 선고 2011노26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전환사채는 발행 당시에는 사채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서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한 때에 비로소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사채의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자와 전환사채 인수인이 사전 공모하여 제3자로부터 전환사채 인수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용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전환사채 발행절차를 마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전환사채를 발행한 경우에, 그와 같은 전환사채의 발행이 주식 발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그 목적대로 곧 전환권이 행사되어 주식이 발행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신주인수대금의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12 판결 참조), 전환사채의 발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회사에 대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모두 납입되어 실질적으로 회사에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의 임무를 위반하여, 전환사채 인수인으로 하여금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고서도 전환사채를 취득하게 하여 인수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게 하고, 회사로 하여금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여 취득하여야 할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을 취득하지 못하게 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로써 업무상배임죄의 죄책을 진다. 그리고 그 후 전환사채의 인수인이 전환사채를 처분하여 그 대금 중 일부를 회사에 입금하였거나 또는 사채로 보유하는 이익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의 이익을 비교하여 전환권을 행사함으로써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였더라도, 이러한 사후적인 사정은 이미 성립된 업무상배임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00. 6. 중순경 싱가포르 공소외 3을 주간사로 하여 미화 1,000만 달러(이하 달러는 ‘미화’를 의미한다) 상당의 해외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라고 한다) 발행을 추진하면서, 이 사건 전환사채 중 800만 달러(한화 95억 3,000만 원) 상당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제3자로부터 일시 자금을 융통하여 직접 인수하거나 또는 일단 공소외 3이 인수하면 납입된 인수대금을 이용하여 피고인이 재매수하기로 계획하였다.

나.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00. 6. 23. 공소외 4, 공소외 5로부터 22억 6,500만 원씩 합계 45억 3,000만 원을 차용하여 공소외 4, 공소외 5의 이름으로 이 사건 전환사채 중 400만 달러 상당(이하 ‘이 사건 제1 전환사채’라고 한다)을 인수하고 위 차용금으로 그 인수대금 400만 달러를 납입하였고, 공소외 3 역시 피고인과 사전에 체결한 재매수약정에 따라 같은 날 이 사건 전환사채 중 또 다른 400만 달러 상당(이하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라고 한다)을 인수하고 그 인수대금 400만 달러를 납입하였다.

다. 공소외 3은 같은 날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대금 1,000만 달러 중 비용 34만 달러를 제외한 966만 달러를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평화은행 외화보통예금계좌에 입금하였는데, 피고인은 곧바로 그중 466만 달러에 상당하는 5,197,774,000원을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평화은행 보통예금계좌로 이체한 후 그중 45억 3,000만 원을 인출하여 공소외 4, 공소외 5에 대한 위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였다.

라. 피고인은 2000. 6. 26.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대금 중 나머지 500만 달러에 상당하는 5,572,000,000원을 공소외 1 회사 명의의 평화은행 보통예금계좌로 이체한 후 다시 그중 30억 원을 인출하여 현대신용금고에, 20억 원을 인출하여 강남신용금고에 입금하였고, 다음 날인 2000. 6. 27. 현대신용금고에 입금된 위 30억 원을 담보로 하여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경영하는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6 회사’라고 한다)와 공소외 7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7 회사’라고 한다)의 이름으로 현대신용금고로부터 30억 원을 대출받고, 여기에 강남신용금고에 입금된 위 20억 원을 담보로 융통한 자금을 합하여, 그 자금으로 공소외 6 회사와 공소외 7 회사의 이름으로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를 대금 440만 달러에 재매수하였으며, 이후 2000. 8. 4. 현대신용금고와 강남신용금고에 입금되어 있던 위 합계 50억 원을 인출하여 현대신용금고로부터의 대출금 등 이 사건 제2 전환사채 재매수를 위하여 융통한 자금을 모두 변제하였다.

마. 피고인은 2000. 10. 4. 이 사건 제1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2000. 12. 하순경 매각하였고, 2000. 8. 공소외 1 회사의 경영권 양도를 전제로 공소외 8, 공소외 9에게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를 매각하였으며, 이후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는 2000. 10. 4. 공소외 8, 공소외 9에 의하여 주식으로 전환되었다.

바. 피고인은 이 사건 제1 전환사채가 전환된 주식의 처분대금과 이 사건 제2 전환사채의 처분대금 중 27억 원을 공소외 1 회사에 입금하였고, 나머지는 공소외 10 회사(이하 ‘공소외 10 회사’라고 한다)의 주식 27억 원 상당의 인수에 대한 투자금 등으로 사용하였는데, 공소외 1 회사의 2000. 6. 7.자 이사회의사록에는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으로 취득한 자금 중 27억 원을 피고인에게 대여하여 피고인의 이름으로 공소외 10 회사 주식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으나, 위 의사록은 2001. 5. 중순경 전환사채 인수대금의 지출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목적으로 사후에 작성한 것이고, 그 내용도 이익이 실현되면 공소외 1 회사에 입금하지만 손실은 전부 피고인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사. 한편 공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대금 명목으로 입금되었던 금전 중 최종적으로 공소외 1 회사에 귀속되지 않은 금액에 대하여 이를 피고인에게 대여하였으나 회수불능인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제1 전환사채 부분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4, 공소외 5로부터 자금을 차용하여 인수대금을 납입한 후 이 사건 제1 전환사채가 발행되자 곧바로 위 인수대금을 인출하여 위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였으므로, 이 사건 제1 전환사채는 실질적인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은 채로 발행되어 피고인에게 인수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 사건 제2 전환사채 부분에 관하여 보면, 외형적으로는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를 공소외 3이 인수하였다가 피고인이 재매수한 것이지만, 피고인은 사전에 계획하였던 바에 따라 일단 공소외 3으로 하여금 최초의 인수인이 되도록 하였다가 곧바로 공소외 3이 납입한 인수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 사건 제2 전환사채를 재매수하고 곧이어 위 인수대금을 인출하여 위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였으므로, 그 실질은 이 사건 제2 전환사채 역시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은 채로 발행되어 피고인에게 인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소외 1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피고인은 대표이사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전환사채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공소외 1 회사로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여, 실질적으로는 인수대금이 납입되지도 않은 채로 이 사건 제1, 2 전환사채 800만 달러 상당을 발행하여 이를 인수함으로써 그 사채가액 800만 달러 상당의 이득을 얻고, 공소외 1 회사로 하여금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하여 인수대금, 즉 800만 달러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써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에 해당하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제1 전환사채가 전환된 주식의 처분대금과 이 사건 제2 전환사채의 처분대금 중에서 27억 원을 공소외 1 회사에 입금하였고, 나머지 중 27억 원을 공소외 10 회사의 주식 인수에 대한 투자금으로 사용하면서 이 투자는 공소외 1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이사회의사록을 작성하였다. 그렇지만 관련된 이사회의사록의 작성 경위나 내용의 비정상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0 회사에 대한 투자는 공소외 1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개인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또한 이 사건 제1, 2전환사채의 발행과 인수 및 처분의 경위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1 회사에 입금된 27억 원 역시 피고인이 처음부터 공소외 1 회사의 운용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처분하여 그 대금을 입금시킨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피해의 일부를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모두 피고인의 범의를 부정할 사정은 되지 못한다.

나.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공소외 1 회사에 입금된 27억 원 및 공소외 10 회사에 대한 투자금으로 사용된 27억 원 합계 54억 원은 공소외 1 회사를 위하여 사용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54억 원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41억 3,000만 원 부분은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나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로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실질적으로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전환사채의 발행과 업무상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