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위반·위조사도화행사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도2249, 판결] 【판시사항】 위조된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이 외국에서 강제통용력이 없고 국내에서 사실상 거래 대가의 지급수단이 되지 않는 경우, 그 화폐 등을 행사한 행위가 위조통화행사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위조사문서행사죄 또는 위조사도화행사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형법상 통화에 관한 죄는 문서에 관한 죄에 대하여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통화에 관한 죄가 성립하는 때에는 문서에 관한 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조된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이 강제통용력을 가지지 않는 경우에는 형법 제207조 제3항에서 정한 ‘외국에서 통용하는 외국의 화폐 등’에 해당하지 않고, 나아가 그 화폐 등이 국내에서 사실상 거래 대가의 지급수단이 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형법 제207조 제2항에서 정한 ‘내국에서 유통하는 외국의 화폐 등’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화폐 등을 행사하더라도 형법 제207조 제4항에서 정한 위조통화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형법 제234조에서 정한 위조사문서행사죄 또는 위조사도화행사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207조 제2항, 제3항, 제4항, 제234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3340 판결(공2003상, 666),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도3487 판결(공2004상, 1033)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전재현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2. 2. 2. 선고 2011노11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각 관세법 위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세법 위반죄의 고의 및 공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의 객체인 ‘문서 또는 도화’는 문자나 이에 준하는 부호를 사용하여 물체 위에 어떤 사람의 의사 또는 관념을 표현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 또는 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한편 형법상 통화에 관한 죄는 문서에 관한 죄에 대하여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통화에 관한 죄가 성립하는 때에는 문서에 관한 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조된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이 강제통용력을 가지지 않는 경우에는 형법 제207조 제3항에서 정한 ‘외국에서 통용하는 외국의 화폐 등’에 해당하지 않고(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도3487 판결 참조), 나아가 그 화폐 등이 국내에서 사실상 거래 대가의 지급수단이 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형법 제207조 제2항에서 정한 ‘내국에서 유통하는 외국의 화폐 등’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3340 판결 등 참조), 그 화폐 등을 행사하더라도 형법 제207조 제4항에서 정한 위조통화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형법 제234조에서 정한 위조사문서행사죄 또는 위조사도화행사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이 사건 10만 파운드화는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에서 1971년에 발행한 5파운드화 권종을 스캐너 등을 사용하여 10만 파운드화로 위조한 것으로, 일반 모조지 위에 5파운드화 특유의 도안(앞면: 여왕의 초상화,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와 천사 등, 뒷면: 웰링턴 공작의 상반신, 전쟁 중에 싸우는 군인들)이 표시되어 있고 그 전면에 “BANK OF ENGLAND, I PROMISE TO PAY THE BEARER ON DEMAND THE SUM OF ONE HUNDRED THOUSAND POUNDS, LONDON FOR THE GOV AND COMP OF THE BANK OF ENGLAND” 등의 기재와 “BU68 953130”, “£100000” 등의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도안과 문자내용이 결합되어 통상 화폐가 갖추어야 할 외관상의 객관적 요소들을 갖추어 소지인에 대하여 영국 중앙은행이 100만 파운드(10만 파운드의 오기로 보인다)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지불수단이라는 외관을 가지게 되었는바, 여기서 도안 부분만이 따로 도화로서 혹은 문자내용 부분만이 따로 문서로서 어떤 사람의 의사 또는 관념을 표현한 것으로 그 내용이 법률상 또는 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10만 파운드화에 대한 처벌은 통화에 관한 죄로 의율하여야 하고 문서에 관한 죄로 의율하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조사도화행사의 점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이 사건 10만 파운드화는 위와 같이 앞면과 뒷면에 영국의 5파운드화 특유의 도안이 표시되어 있는 한편, 앞면에 위와 같이 영국 중앙은행이 그 소지자에게 10만 파운드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과 함께 위 은행 “CHIEF CASHIER”의 서명이 인쇄되어 있는 사실, 영국 중앙은행은 10만 파운드화 권종을 발행하거나 유통시킨 사실이 전혀 없고, 위 10만 파운드화는 1971년에 발행된 5파운드화 권종을 스캐너 등을 이용하여 위조한 것으로 영국에서 강제통용력이 없음은 물론 국내에서 유통되지도 않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10만 파운드화는 형법 제207조 제3항에서 정한 외국에서 통용하는 외국의 화폐 등이나 형법 제207조 제2항에서 정한 국내에서 유통하는 외국의 화폐 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이를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07조 제4항에서 정한 위조통화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비록 위 10만 파운드화가 영국 지폐의 외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국 중앙은행 “CHIEF CASHIER”의 의사의 표현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 또는 사회생활상 의미 있는 사항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의 객체인 ‘문서 또는 도화’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10만 파운드화를 행사한 행위는 위조사문서행사죄 또는 위조사도화행사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위조사도화행사의 점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법상 통화에 관한 죄와 문서에 관한 죄의 관계 및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의 객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으나,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각 관세법 위반의 점과 무죄로 판단한 위조사도화행사의 점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도 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