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에 대한 이의의소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다37176, 판결] 【판시사항】 [1] 상사유치권 배제 특약이 당사자 사이의 묵시적 약정으로도 가능한지 여부(적극) [2] 甲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甲 회사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乙 은행이 甲 회사한테서 추심위임을 받아 보관 중이던 丙 주식회사 발행의 약속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 취득을 주장하며 그 어음금 상당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자 甲 회사의 관리인이 이를 부인하였는데, 대출금 약정 당시 계약에 편입된 乙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에는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지체한 경우,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의 동산·어음 기타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된 것이 아닐지라도 계속 점유하거나 추심 또는 처분 등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는 사안에서, 추심위임약정만으로 위 어음에 관한 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보아 상사유치권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은 상인 간의 거래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담보를 취득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민법상의 유치권과 별도로 상사유치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상법 제58조 본문은 “상인 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상사유치권을 인정하는 한편 같은 조 단서에서 “그러나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상사유치권을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은 묵시적 약정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2] 甲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甲 회사에 대출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乙 은행이 甲 회사한테서 추심위임을 받아 보관 중이던 丙 주식회사 발행의 약속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 취득을 주장하며 그 어음금 상당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자 甲 회사의 관리인이 이를 부인하였는데, 대출금 약정 당시 계약에 편입된 乙 은행의 여신거래기본약관에는 ‘채무자가 채무이행을 지체한 경우,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의 동산·어음 기타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된 것이 아닐지라도 계속 점유하거나 추심 또는 처분 등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는 사안에서, 어음에 관하여 위 약관 조항의 내용과 달리 상사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약관 조항에 우선하는 다른 약정이 있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의 명시적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음의 추심위임약정만으로 乙 은행과 甲 회사 사이에 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보아 乙 은행의 위 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에 상사유치권 배제 특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58조 [2] 상법 제58조


【전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윤재식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채무자 주식회사 대우로지스틱스의 관리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4. 13. 선고 2011나377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법은 상인 간의 거래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담보를 취득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민법상의 유치권과 별도로 상사유치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상법 제58조 본문은 “상인 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상사유치권을 인정하는 한편 같은 조 단서에서 “그러나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상사유치권을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은 묵시적 약정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

2.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아하엠텍 주식회사(이하 ‘아하엠텍’이라 한다)는 채무자 주식회사 대우로지스틱스(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에게 운송료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액면 61,050,000원, 지급기일 2009. 9. 30.인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 한다) 1매를 발행·교부하였다.

나. 채무자 회사는 2009. 6. 30.경 금융기관인 원고에게 이 사건 어음의 추심을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어음만기일까지 이 사건 어음을 보관하였다.

다. 그런 상태에서 2009. 7. 2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회합109호로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소외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라.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대출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원고는 2009. 9. 2. 위 회생절차에서 이 사건 어음에 관한 상사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어음 채권 61,050,000원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채무자 회사의 관리인 소외인은 담보권이 없다는 이유로 회생담보권을 부인하고 이를 회생채권으로 시인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어음의 만기일인 2009. 9. 30. 아하엠텍으로부터 위 어음금을 지급받고 아하엠텍에게 이 사건 어음을 교부하였다.

바.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회확979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0. 8. 5. ‘원고는 추심위임약정에 의하여 채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교부받아 보관하게 된 것이므로, 수임인인 원고는 추심한 금전을 위임인인 채무자 회사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는 원고가 위 어음에 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 의무이행에 어긋난다 할 것이어서, 원고와 채무자 회사 사이에는 유치권을 배제하는 묵시의 특약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담보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

사. 원고의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6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약관 조항’이라 한다)은 “채무자가 은행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에는,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의 동산·어음 기타의 유가증권을, 담보로서 제공된 것이 아닐지라도 은행이 계속 점유하거나 제2항에 준하여 추심 또는 처분 등의 처리를 할 수 있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여신거래기본약관은 원고와 채무자 회사의 위 대출금 약정 시 계약에 편입되었다.

3.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을 갖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가. 원고는 채무자 회사와의 추심위임약정에 따라 이 사건 어음을 보관하다가 만기일에 발행인에게 제시하여 발행인으로부터 어음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발행인에게 이 사건 어음을 교부하고, 그로 인하여 취득한 어음금을 위임인인 채무자 회사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와 같이 추심을 위하여 발행인에게 이 사건 어음을 교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원고가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여 그에 대한 점유를 계속한다는 것은 위 의무이행 즉 위임받은 이 사건 어음상의 권리실행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소지인으로서의 권리실현에 장애를 가져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점에서 원고와 채무자 회사 사이에는 유치권을 배제하는 묵시적인 특약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여신거래에 관한 기본약관으로, 그 자체로 어음대출이나 어음할인과 같은 여신거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추심위임약정에서 그 위임인에 대하여 적정한 추심의무와 같은 적극적인 행위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여 위와 같이 상사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특약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임치 등 단순 보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와 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상사유치권의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당시 원고가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이 있었는지를 본다. 먼저 원고는 채무자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권이 있었고 채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추심위임받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상사유치권 성립의 기본적인 요건은 구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원고와 채무자 회사 사이에 상사유치권 배제에 관한 특약이 있었는지가 문제된다. 유가증권은 그 속성상 일반 동산과 달리 금전과 비슷하게 취급될 수 있으므로, 유가증권에 관한 유치권의 행사가 유가증권의 추심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이행과 강한 충돌을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어음의 추심위임만으로는 상사유치권 배제의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약관 조항과의 관계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원고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회사 소유의 어음 등이 담보로 제공된 것이 아니더라도 채무자의 이행지체가 있으면 그 어음을 계속 점유할 수 있고, 대출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이 사건 약관에 나타난 원고의 의사는 채무자 회사의 대출채무가 지체되면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회사의 어음이 담보물로 제공된 것이 아닐지라도 담보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점유, 처분, 환가 등을 통하여 대출금채권의 만족을 얻겠다는 것이다. 은행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해 담보물로 제공되지 않은 동산, 유가증권에 대하여도 상사유치권을 행사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법정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그 목적물을 처분하여 채권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은 강력한 채권 회수 장치이다. 그런데 이 사건 약관 조항이 포함된 여신거래기본약관은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게 대출을 하면서 체결된 대출약정에 편입되어 당사자인 원고와 채무자 회사에 효력을 미치고 있었다. 그와 같이 이 사건 약관 조항의 효력이 원고 및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채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어음의 추심위임을 받으면서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내용과 다르게 이 사건 어음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상사유치권 배제의 특약이 있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우선하는 다른 약정이 있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내용의 명시적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사건 어음추심위임약정만으로 원고와 채무자 사이에 유치권 배제에 관한 묵시적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도외시한 의제적인 해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이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상사유치권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원고와 채무자 회사 사이에 유치권을 배제하는 묵시적 특약이 있었다고 보아 원고의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상사유치권 성립을 부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사유치권 배제 특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