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85352, 판결]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채무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잘못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다툰 경우,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인 조합원 乙 등이 甲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등의 효력을 다투면서 甲 조합에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乙 등이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없어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乙 등에게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확정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고,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인 조합원 乙 등이 甲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등의 효력을 다투면서 甲 조합에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乙 등이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부동산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乙 등에게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0조 [2] 민법 제39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공2003상, 495)


【전문】 【원고, 상고인】 신당제7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철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9. 23. 선고 2010나6446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확정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고(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참조),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 원심은, ① 원고가 서울 중구 신당동 45 일대 51,817㎡(이하 ‘이 사건 사업구역’이라 한다)에 관하여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고, 피고들은 그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소유한 자인 사실, ② 서울 중구청장은 2007. 1. 19. 원고가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531명 중 427명으로부터 조합설립동의를 받았다고 보고 원고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한 사실, ③ 원고는 2007. 10. 13.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여 지상 15층 아파트 15개 동을 총 사업비 245,706,022,739원, 연면적 130,178.40㎡로 신축하는 내용 등의 관리처분계획(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라 한다)을 승인하고, 대림산업 주식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하였음을 전제로 원고와 대림산업 주식회사 사이의 공사도급계약 체결에 관한 승인결의를 하였으며, 서울 중구청장은 2008. 6. 26. 위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인가처분(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라 한다)을 하고 이를 공고한 사실, ④ 피고 1 등은 2008. 12. 1. 원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조합설립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원고 조합의 2007. 10. 13.자 관리처분총회결의 중 시공자선정결의에 대한 추인결의 및 위 공사도급계약 체결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20342)를 제기하였는데, 2009. 9. 17.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이 사건 동의서에 기초한 원고 조합의 설립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으나, 원고 조합은 2009. 5.경부터 2009. 8. 26.경까지 사이에 조합원들로부터 ‘신축건축물의 설계개요’ 등 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새로이 정한 동의서를 조합원 444명으로부터 제출받아 2009. 8. 26.경 법에 정한 정족수를 갖추게 되었고, 그로써 별도의 조합설립동의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므로, 원고 조합의 설립은 보완된 동의서 징구로 유효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1 등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9나101017)은 2010. 8. 26.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원고 조합의 설립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인 항고소송으로 서울 중구청장의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을 다투어야 하고, 민사소송으로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소각하판결을 선고한 사실, ⑤ 피고 1 등은 2009. 9. 10.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2007. 1. 19.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서울행정법원 2009구합37579)를 제기하였는데, 2010. 11. 24. “조합설립 동의 당시에 사용된 이 사건 동의서는 법적사항이 탈루된 동의서로서 무효이므로 이를 기초로 이루어진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역시 효력이 없는 동의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위법이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는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것으로서 중대하다고 할 것이나, 인가신청 시에 제출된 이 사건 동의서에 ‘건축물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항목이 기재되어 있었던 이상 비록 조합설립 동의 당시에 이 부분이 공란이었다고 하더라도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위 피고들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여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1누2073)이 계속 중인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토대로 피고들의 이 사건 각 부동산 인도의무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조합설립결의, 시공자선정결의, 조합설립인가처분, 공사도급계약 체결결의 및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 등의 효력이 다투어지고 있는 기간에는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질 만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고, 피고 1 등이 이 사건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거나 피고들이 원고의 건물명도소송에 응소한 행위가 권리실현이나 권리보호를 빙자하여 원고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사로 행하여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서양속에 반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조합설립결의, 시공자선정결의, 조합설립인가처분, 공사도급계약 체결결의 및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 등의 효력이 다투어지고 있는 동안에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3항은 “시장·군수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6항 본문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들 법규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으면 목적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등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므로 사업시행자는 목적물에 대한 별도의 수용 또는 사용의 절차 없이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28394 판결 참조). 그리고 주택재개발사업에서의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와 등기에 의해 설립되고,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되지 않은 한 정비사업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1088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2008. 6. 26. 서울 중구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받아 그 인가처분이 고시되었으므로,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피고들은 사업시행자인 원고의 인도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또한 원고의 조합정관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시행계획에 의한 철거 및 이주의무’를 조합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조합원인 피고들은 위 정관규정에 의해서도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가 인정된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설립결의 당시 이 사건 동의서에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에 대한 기재가 없어 하자가 있기는 하나, 원고가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할 당시 제출된 이 사건 동의서에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이 기재되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및 그에 이어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밖에 피고들이 내세우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의 하자들도 그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피고 1 등이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 역시 항소심에서 피고 1 등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피고 1 등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12. 5. 10.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이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들이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피고들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박병대 고영한(주심) 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