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43778, 판결] 【판시사항】 [1]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계약상 채무 이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 체결 당시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은 경우,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지방공사가 아파트 분양공고 및 분양계약 체결 당시, 아파트 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과정에 유적지가 발견되어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질 경우 아파트 건설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거나 그 추진·실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입주자 모집공고문과 분양계약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고, 별도로 수분양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사안에서, 분양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 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가 지방공사에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이 부담하는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그 사유로 말미암아 후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그에게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장애사유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채무불이행이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가 불이행된 것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계약의 원만한 실현과 관련하여 각각의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적절하게 분배한다는 계약법의 기본적 요구에 부합한다. [2] 지방공사가 아파트 분양공고 및 분양계약 체결 당시, 아파트 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과정에 유적지가 발견되어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질 경우 아파트 건설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거나 그 추진·실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입주자 모집공고문과 분양계약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를 별도로 수분양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사안에서,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위 장애사유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분양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 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가 지방공사에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0조 [2] 민법 제390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대전도시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양삼승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1. 4. 29. 선고 2010나499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및 제3점에 대하여 가. 계약당사자 일방이 자신이 부담하는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알았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그 사유로 말미암아 후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그에게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장애사유를 인식하고 이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거나 채무불이행이 상대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무가 불이행된 것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이 계약의 원만한 실현과 관련하여 각각의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적절하게 분배한다는 계약법의 기본적 요구에 부합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 건설사업과 관련하여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나 그 승인조건으로 “발굴조사가 완료된 후 문화재청과 협의하여 관련 문화재 보전조치사항이 이행된 다음에 착공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부가되어 있었고, 이와 별도로 승인권자인 대전광역시장으로부터 “매장문화재 조사 후 지도위원회 및 문화재청장의 최종 결정 후 사업 추진이 가능하며, 필요시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의 보존·관리를 지시할 수 있어 사업계획의 변경이 수반될 수도 있으므로, 문화재청장의 최종 결정 이후 분양을 추진하거나 사전분양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분양공고문에 ‘문화재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표기하여 민원의 발생이 없도록 조치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받았다. (2) 또한 피고의 대표자인 사장은 이 사건 분양공고 전에 개최된 ‘상대동 유적 등 발굴(시굴)조사 3차 지도위원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당시 위 회의에서의 논의된 내용, 즉 시굴조사과정에서 발굴조사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는 유구가 확인되어 정밀조사가 필요하였던 사정을 알 수 있었으므로 그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장차 발굴조사를 거쳐 현지 보존결정의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 회의 도중에 직접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구가 발견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사항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고려하여 사업 추진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위와 같은 회의결과를 종합하여 중앙문화재연구원장은 시굴조사결과 유구가 확인된 상대동 및 관저동의 유적지는 발굴조사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한국토지공사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발굴허가를 받아 재단법인 한국백제문화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이 사건 아파트 부지를 포함한 상대동 유적지에 관하여 발굴작업을 진행하였다. (3) 그런데 피고는 위 승인조건이나 공문내용과 달리 문화재청장의 최종 결정이 있기 전에 이 사건 아파트를 사전 분양하면서 그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입주시기와 관련하여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 발굴조사로 인하여 사업계획 및 아파트 공사일정의 변경이 있을 경우에 2011년 12월로 예정된 입주일이 변경·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고지하고, 분양계약서에도 위와 같은 내용만을 기재하는 한편 계약의 해제와 관련하여서도 피고의 귀책사유로 입주예정일로부터 3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만을 두었을 뿐이며, 장차 발굴조사결과 여하에 따라 현지 보존결정이 있을 경우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건설사업 자체가 폐지되거나 그 사업부지의 변경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이 사건 아파트건설사업계획 자체의 변경가능성에 관하여는 위 모집공고문 및 분양계약서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아니하였고, 별도로 이를 알리지도 아니하였다. (4) 그 후 피고는 발굴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이 사건 아파트 공사를 착공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서 고려시대 저택 유구가 발견되자 중앙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지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그 원형보존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여 최종적으로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 대하여 현지 원형보존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는 당초의 부지에 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 공고 및 각 분양계약 체결 당시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사유, 즉 장차 이 사건 아파트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과정에서 유적지가 발견되어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그 추진·실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반면 이 사건 분양 공고문이나 분양계약서에 문화재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계획 자체의 폐지나 그 부지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이상, 위와 같은 장애사유에 관한 위험을 이 사건 아파트의 수분양자들이 인수하였다고 볼 수 없고, 기록상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그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이행불능에 있어서 귀책사유의 판단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의 이 부분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분양공고 및 분양계약 체결 당시 그 수분양자들에게 장차 문화재 발굴조사결과에 따른 현지 보존결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건설사업의 폐지 또는 그 사업부지의 변경 등 이 사건 아파트건축사업계획의 구체적인 변경 가능성에 관하여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서 계약이 해제된 때에 피고가 수분양자들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위약금의 산정기준에 따라 계산된 금액이 민법 제398조 제2항 소정의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피고에게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위와 같이 산정된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