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대금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96911, 판결] 【판시사항】 [1]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채권양도의 통지를 한 경우, 그 대리통지에 관하여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그리고 대리행위에 현명(顯名)의 요구가 준수되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방법 [2] 하도급인 乙이, 도급인 甲이 乙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공사대금 중 일부를 하수급인 丙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하도급대금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丙에게 교부하고 丙이 이를 甲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여 甲이 수령한 사안에서, 그 문서 발송과 수령으로 위 공사대금 중 일부에 관한 유효한 채권양도의 통지가 행하여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행할 수 있음은 일찍부터 인정되어 온 바이지만, 대리통지에 관하여 그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그리고 그 대리행위에서 현명(顯名)의 요구가 준수되었는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양도인이 한 채권양도의 통지만이 대항요건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한 뜻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채무자의 입장에서 양도인의 적법한 수권에 기하여 그러한 대리통지가 행하여졌음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커다란 노력 없이 확인할 수 있는지를 무겁게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양수인에 의하여 행하여진 채권양도의 통지를 대리권의 ‘묵시적’ 수여의 인정 및 현명원칙의 예외를 정하는 민법 제115조 단서의 적용이라는 이중의 우회로를 통하여 유효한 양도통지로 가공하여 탈바꿈시키는 것은 법의 왜곡으로서 경계하여야 한다. 채권양도의 통지가 양도인 또는 양수인 중 누구에 의하여서든 행하여지기만 하면 대항요건으로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도인이 하도록 한 법의 취지를 무의미하게 할 우려가 있다.

[2] 하도급인 乙이, 도급인 甲이 乙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공사대금 중 일부를 하수급인 丙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하도급대금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丙에게 교부하고 丙이 이를 甲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여 甲이 수령한 사안에서, 그 서면에 “甲 귀하”라고 기재된 것은 적어도 일차적으로는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의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서면을 甲에게 보내어 甲의 동의를 얻으려는 취지이므로 그 문서가 채권양도의 합의를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취지로 작성된 乙 명의의 문서가 丙에게 교부되었다는 것만으로 乙이 丙에게 채권양도의 통지까지 대리할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그 문서를 甲에게 우송하는 것이 채권양도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서면 하단에 컴퓨터로 작성된 “하수급인 丙”이라는 기재 바로 앞에 “발신”이라는 수기(手記)가 있는 점은 그 문서의 작성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그 발신이 丙을 당사자로 하여 행하여지는 것임을 추단하게 하고 그것이 乙을 대리하여 하는 의사로 행하여진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민법 제115조 단서는 그 발신에 관하여 적용될 여지가 없음에도, 위 문서 발송과 수령으로 공사대금 중 일부에 관한 유효한 채권양도의 통지가 행하여졌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권양도 통지의 대리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14조, 제115조, 제450조 [2] 민법 제114조, 제115조, 제450조,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최신창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양태훈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0. 10. 22. 선고 2009나25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권의 양도에 법이 당사자들의 양도 합의 외에 채무자에의 통지 등의 대항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명백하게 한다는 것 외에도 채권의 귀속 등에 관한 채무자의 인식을 통하여 채권에 관한 거래를 보다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다. 어떠한 채권을 양수하거나 그에 담보를 설정받는 등으로 채권에 관하여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내용은 어떠한지, 또 무엇보다 채권자가 누구인지 등에 관하여 가능한 한 확실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러한 정보가 없으면 그 사람은 양수 등의 거래를 함에 있어서 명백한 불안을 안게 되어, 거래 자체를 꺼리거나 아니면 상대방, 즉 채권을 양도 기타 처분하려는 사람에게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 아니면 양수 기타 거래를 하지 않게 될 것이고, 한편 이와 같이 상대방에게 현저히 불리한 조건의 거래는 당연히 상대방측이 마다하게 된다. 따라서 재화의 원활한 유통에 큰 가치를 두는 우리 법은,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동산에 관하여는 점유를 이른바 공시방법으로 채택한 것과 같이, 지명채권에 관하여는 일반 제3자가 채무자에게 탐문함으로써 채권의 존재와 귀속 등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양도의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는 것을 ―채무자의 ‘승낙’과 함께. 여기서 ‘승낙’은 그 말의 통상적인 뜻과는 달리 채무자가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고 있음’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채권양도의 기본적인 대항요건으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 구상의 구체적인 예이다( 민법 제450조. 채권에 대하여 민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담보권인 질권의 설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민법 제349조 참조). 한편 법이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수인이 아니라 양도인이 하여야 대항요건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도록 정한 것은 종전의 채권자로서 스스로 처분을 행한 양도인이 한 통지를 통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그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 명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만일 양수인이 채권양도의 통지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채무자로서는 과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유효한 채권양도가 있었는지를 보다 파고들어 확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통하여서만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에 관한 법규정은 위와 같은 제도구상에 비추어 일반 거래이익을 도모·증진한다는 관점에 충분한 비중을 두어 해석·운용되어야 하고, 단지 관련 당사자의 직접적인 이익 간의 형량에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즉 종전의 채권자와 양수인 사이에 채권의 양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만에 이끌려 양수인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 행사를 쉽사리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게 되면, 위와 같은 대항요건의 구비를 요구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채권거래의 안정과 원활을 도모하려는 법의 취지가 몰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리하여 행할 수 있음은 일찍부터 인정되어 온 바이지만, 대리통지에 관하여 그 대리권이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그리고 그 대리행위에서 현명(顯名)의 요구가 준수되었는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이 양도인이 한 채권양도의 통지만이 대항요건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한 뜻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채무자의 입장에서 양도인의 적법한 수권에 기하여 그러한 대리통지가 행하여졌음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커다란 노력 없이 확인할 수 있는지를 무겁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양수인에 의하여 행하여진 채권양도의 통지를 대리권의 ‘묵시적’ 수여의 인정 및 현명원칙의 예외를 정하는 민법 제115조 단서의 적용이라는 이중의 우회로를 통하여 유효한 양도통지로 가공하여 탈바꿈시키는 것은 법의 왜곡으로서 경계하여야 한다. 채권양도의 통지가 양도인 또는 양수인 중 누구에 의하여서든 행하여지기만 하면 대항요건으로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앞서 본 대로 채권양도의 통지를 양도인이 하도록 한 법의 취지를 무의미하게 할 우려가 있다.

2. 원심은, ‘신우 티피지 글라스’(이하 ‘신우’라고 한다)가 피고가 신우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공사대금 중 3,840만 원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하도급대금 직불동의서’(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문서’라고 한다)의 문면, 특히 그 서면에 “최신창호[피고의 상호이다] 귀하”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원고가 그 서면을 피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고 피고가 이를 2007. 7. 6. 수령한 점을 들어, 이 사건 문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이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신우가 원고에게 채권양도 통지의 권한을 준 것으로 보이고, 비록 원고가 신우를 대리하여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것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도 원고가 대리인으로서 통지한 것임을 알 수 있었으므로 민법 제115조 단서에 의하여 현명이 없이도 대리행위로서 유효하므로, 위 대리통지는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문서의 제목이나 문언은 물론이고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그에 관한 명시적 주장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문서는 신우측이 작성한 것으로서,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하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의 요건(“발주자[도급인]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수급인 = 하도급인]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경우”)에 맞추어 하도급인인 신우가 도급인인 피고(“최신창호”)가 자신이 받을 도급대금을 하수급인인 원고(“가나 스카이”)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채권의 양도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그리하여 거기에 “최신창호 귀하”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은, 적어도 일차적으로는, 앞서 본 법규정이 하도급인 외에도 도급인인 피고측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서 이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이 서면을 피고측에 보내어 피고의 동의를 얻으려는 취지로 기재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문서에 의하여 우선 직접청구권의 취득이라는 법적 이익을 얻게 되는 원고가 피고의 동의를 구하여 이를 피고에게 우송하는 일을 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사건 문서가 원심의 판단과 같이 채권양도의 합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취지로 작성된 신우 명의의 문서가 원고에게 교부되었다는 것만으로 신우측이 원고에게 다름아닌 채권양도의 통지까지 이를 대리하여 할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서면에는 하단에 컴퓨터로 작성된 “하수급인 가나스카이[원고의 상호이다]”라는 기재의 바로 앞에 “발신”이라는 수기(手記)가 있다. 이 사건 문서를 피고에게 우송하는 것이 채권양도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문면은 앞서 본 이 사건 문서의 작성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그 발신은 원고측이 당사자로서 행하여지는 것임을 추단하게 하고, 그것이 신우측을 대리하여 하는 의사로 행하여진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달리 그러한 의사를 따로 짐작하게 할 만한 사정은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할 의사를 가지고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민법 제115조 단서는 이미 이 사건에 적용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를 들어 유효한 채권양도 통지가 행하여졌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에는 채권양도 통지의 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