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다82046, 82053
【판시사항】
편집[1]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된 보전처분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사실상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추정이 번복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확정판결의 취득 혹은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한 요건 및 당사자가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반하는 허위주장을 하는 등의 행위만으로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편집[1]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그 피보전권리가 실재하는지 여부의 확정은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사실상 추정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고의·과실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
[2]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 혹은 부존재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기판력이 발생하여 당사자의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때문에 위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취득 혹은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함으로써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당사자가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반하는 허위주장을 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불리한 증거는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제출된 증거의 내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등의 행위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편집[1] 민법 제750조,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300조 [2]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16조
【참조판례】
편집[1]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31033 판결
[2]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17409 판결
【전 문】
편집【원고(반소피고), 상고인】원고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나주축산업협동조합
【원심판결】광주지법 2009. 9. 17. 선고 2009나2084(본소), 2091(반소)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이 인정한 기초적 사실관계
소외 1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남평지소에서 1997. 1. 17. 소외 2( 소외 1의 여동생) 명의로 2,000만 원을, 1997. 1. 20. 소외 3( 소외 1의 어머니) 명의로 2,000만 원을 각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받았는데, 당시 각 대출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서명을 소외 4( 소외 1이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가 대필하였고, 그 옆에 원고의 도장을 소외 1이 날인하였다.
소외 1이 이 사건 대출 원리금채무의 상환을 지체하여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자, 피고는 2000. 1. 18. 광주지방법원 2000카단1244호로 위 각 대출금에 대한 보증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원고의 급료 등을 가압류(이하 '이 사건 가압류'라 한다)하였다.
그 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판결( 광주지방법원 나주시법원 2000. 7. 14. 선고 99가소754, 99가소755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 광주지방법원 2003. 12. 19. 선고 2000나8324, 2000나8331 판결)은 “원고가 자필서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각 대출 서류 중 원고 작성 명의 부분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원고가 소외 1에게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대출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도록 위임하였는지는 증인 소외 4, 5의 각 증언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며, 그 외 다른 증거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상고기각(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2094, 2004다22100 판결)으로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종전 민사소송’이라 한다).
한편, 원고는 종전 민사소송의 항소심 계속 중인 2002. 8. 20. 전남지방경찰청에 “사실은 소외 1이 이 사건 대출을 받음에 있어 원고가 연대보증을 승낙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이 대출약정서의 연대보증인란에 원고의 이름과 주소를 기재하고 그 옆에 함부로 새긴 원고 명의의 인장을 날인하여 원고 명의의 자립예탁금대출약정서 2부를 위조하고, 이를 피고 대출담당자에게 제출하여 4,000만 원을 대출받았으니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사실을 기재한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원고가 소외 1로부터 연대보증을 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원고의 재직증명원, 신분증 및 인장을 교부해 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이 위 대출금을 사용한 후 제때 변제하지 못하여 피고로부터 민사소송을 제기당하자, 소외 1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위와 같이 탄원서를 제출하여 소외 1을 무고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 광주지방법원 2004. 12. 24. 선고 2003고단660 등 판결)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심( 광주지방법원 2005. 5. 25. 선고 2005노115 판결)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상고기각(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도3815 판결)으로 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소송’이라 한다).
2. 본소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그 피보전권리가 실재하는지 여부의 확정은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되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사실상 추정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고의·과실의 추정이 번복될 수 있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31033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가압류의 본안소송인 종전 민사소송에서 피고 패소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시 민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대출관계서류를 소지하고 있었고, 증인 소외 1이 원고의 승낙을 받아 위 서류들을 작성하였다고 증언하였던 점, 그 후 관련 형사소송에서 실제로 원고가 이 사건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승낙하였음이 인정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가압류가 부당하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가압류를 한 데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가압류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본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3. 반소에 관한 원심 판단의 당부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 혹은 부존재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기판력이 발생하여 당사자의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때문에 위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취득 혹은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함으로써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당사자가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반하는 허위주장을 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불리한 증거는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제출된 증거의 내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등의 행위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1740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심은, ① 원고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민사소송에서 연대보증을 하거나 이를 승낙한 사실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다툰 점, ② 원고가 위와 같은 허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종전 민사소송에서 소외 4, 5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증언케 한 점, ③ 원고가 종전 민사소송의 항소심 계속 중 증인 소외 1을 무고한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법원을 기망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와 다른 내용의 원고 승소확정판결을 취득함으로써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채권 만족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종전 민사소송은 기본적으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서 원고는 어디까지나 방어적인 입장이었던 데다가, 허위 증거의 제출 등이 동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허위 주장만으로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소외 4의 종전 민사소송에서의 증언 요지는 “ 소외 1의 부탁으로 대출관련서류에 원고의 이름을 대필한 것은 사실이나, 도장은 내가 찍지 않았고, 누가 찍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인바, 이 부분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소외 4가 원고의 이름을 대필한 사실은 원심도 인정한 바이다). 한편, 소외 5의 종전 민사소송에서의 증언 요지는 “ 소외 1이 대출관련서류에 원고의 막도장을 조각하여 날인하였다”는 것인바, 관련 형사소송의 판결문 등에 의하면 이 부분 증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소외 5가 위와 같이 증언함에 있어 원고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고 단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마지막으로, 원고가 소외 1을 사문서위조 등 죄로 고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종적으로 무고로 인정된 것은 종전 민사소송이 종결된 한참 뒤이므로, 위와 같은 고소행위가 종전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종전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것이 피고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함으로써 그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정황들만을 기초로 하여 원고의 위와 같은 응소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한 것은 확정판결의 편취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반소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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