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다56603, 56610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56610, 판결] 【판시사항】 [1] 화재보험에서 화재 발생의 우연성이 추정되는지 여부(적극) [2] 화재보험약관에서 면책사유로 정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해당하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자(=보험자) 및 그 증명의 정도 [3] ‘피보험자 등이 보험금청구 등에 관한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화재보험 약관조항의 취지와 해석 방법 및 위 약관조항에 의해 피보험자가 상실하게 되는 보험금청구권의 범위 [4] 손해보험에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피보험자의 결정 기준 및 임차인이 임차건물과 내부 시설 등에 대하여 피보험자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자신을 소유자로 기재하여 화재보험을 체결한 경우 위 화재보험을 책임보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상법 및 화재보험약관 규정의 형식 및 취지,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자에게 면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소정의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피보험자로 하여금 신속하게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하려는 화재보험제도의 존재의의에 비추어 보면, 화재보험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단 우연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고, 다만 화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보험자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추정이 번복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화재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여기에서의 증명은 법관의 심증이 확신의 정도에 달하게 하는 것을 가리키고, 그 확신이란 자연과학이나 수학의 증명과 같이 반대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정확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치 않는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고,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을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3]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에는 피보험자는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잃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화재보험 약관조항의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같은 요청에 따라 피보험자가 이에 반하여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약관조항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조금이라도 약관에 위배하기만 하면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본래 피해자 다중을 보호하고자 하는 보험의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기능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 약관조항에 의한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여부는 그 취지를 감안하여 보험금청구권자의 청구와 관련한 부당행위의 정도 등과 보험의 사회적 효용 내지 경제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한편,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서 위 약관에 의해 피보험자가 상실하게 되는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허위의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의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4]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임차인이 임차건물과 그 안에 있는 시설 및 집기비품 등에 대하여 피보험자에 대하여는 명확한 언급이 없이 자신을 보험목적의 소유자로 기재하여 화재보험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화재보험은 다른 특약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그 목적물의 소유자인 타인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까지 보상하기로 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을 갖는다고는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상법 제659조 제1항, 제683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2] 상법 제659조 제1항, 제683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3] 상법 제657조, 제683조, 민법 제105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6조 제2항 제1호 [4] 상법 제639조, 제665조, 제683조, 제719조

【참조판례】 [2]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72578, 72585 판결 / [3][4]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공2007상, 498) / [3]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 20234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29105 판결 / [4]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공2003상, 714)


【전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외 1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봉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9. 6. 26. 선고 (전주)2008나3263, 327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본소 및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 중 건물부분 및 내부시설 보험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점에 대하여 상법 제683조는 “화재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화재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화재보험계약의 약관 제15조는 보상금 지급 사유로서 “화재에 따른 손해”를 정하고 있으며, 약관 제16조에서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서 “1. 피보험자(법인인 경우에는 그 이사 또는 법인의 업무를 집행하는 그 밖의 기관) 또는 피보험자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2. 계약자 또는 계약자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3.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피보험자와 세대를 같이 하는 친족이나 고용인이 고의로 일으킨 손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상법 및 약관 규정의 형식 및 취지,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자에게 면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소정의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피보험자로 하여금 신속하게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하려는 화재보험제도의 존재의의에 비추어 보면, 화재보험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단 우연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고, 다만 화재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보험자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추정이 번복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면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보험사가 스스로 부담하도록 한 약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면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 위와 같은 약관의 취지가 몰각되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점에서도 화재보험금의 청구권자가 먼저 화재발생의 우연성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로 하여금 이 사건 화재 발생의 우연성을 증명하게 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화재보험에서의 우연성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들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제2점에 대하여 화재보험계약의 약관에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바, 여기에서의 증명은 법관의 심증이 확신의 정도에 달하게 하는 것을 가리키고, 그 확신이란 자연과학이나 수학의 증명과 같이 반대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정확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치 않는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고,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을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72578, 72585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사고가 피고 측의 고의에 의한 방화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 상법 제659조에서 정한 고의, 중과실 면책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제3점에 대하여 원고의 화재보험약관은 제29조에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손해통지 또는 보험금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하였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에는 피보험자는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을 잃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보상책임 유무의 판정, 보상액의 확정 등을 위하여 보험사고의 원인, 상황, 손해의 정도 등을 알 필요가 있으나 이에 관한 자료들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지배·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고, 이와 같은 요청에 따라 피보험자가 이에 반하여 서류를 위조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20227, 20234 판결 참조). 다만, 위와 같은 약관조항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조금이라도 약관에 위배하기만 하면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본래 피해자 다중을 보호하고자 하는 보험의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기능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 약관조항에 의한 보험금청구권의 상실 여부는 그 취지를 감안하여 보험금청구권자의 청구와 관련한 부당행위의 정도 등과 보험의 사회적 효용 내지 경제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29105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화재사고의 손해사정인에게 소외 1이 제출하였다는 견적서 등이 피고나 소외 1에 의해 위조되었거나 변조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나 소외 1이 이 사건 화재사고에 따른 손해에 관하여 자신들이 입은 손해에 관하여 일관되지 못하고 과장된 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허위 청구의 경우에 보험금청구권이 상실되도록 규정한 보통약관 제29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은 화재 직후에 경찰에서, “홀 중앙 천장에 달려 있는 무대조명기구의 가액이 약 5억 원가량 되는데, 조명기구를 서울 청계천 상가에서 직접 구입하여 광주에 있는 한양특수조명에 맡겨 설치하게 하였고, 조명은 중고를 구입한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는데, 그 이후 대전에 있는 ‘한빛특수조명(소외 2)’에 299,288,000원에 조명공사를 맡겼다는 취지로 소외 2가 작성한 견적서를 손해에 관한 자료로 제출하였고, 제1심에서는 조명공사업자인 소외 3이 작성한 ‘ 소외 1에게 2004년 1월경 조명 및 기계장치 일체를 2억 8천만 원에 공사해 주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손해사정법인의 감정인에게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견적서와 확인서의 내용은 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과 모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호간에도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중 적어도 1장은 공사업체나 공사대금 등에 관하여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위 공사금액들은 원심이 채택한 △△손해사정법인이 2004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조명시설 공사비로 추정한 약 1억 3천만 원과 비교하여 약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그 허위성의 정도도 작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위 견적서는 법원 감정인 중 재단법인 ○○종합경제연구원이 감정을 하는 데 기초자료로 삼기까지 한 사정(기록에 의하면, 원심도 위 재단법인 ○○종합경제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을 엿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나 소외 1이 손해의 통지나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함으로써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사기적인 방법으로 과다한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측의 위와 같은 행위가 보험금청구권의 상실조항에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보험금청구권 상실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그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다만, 독립한 여러 물건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된 화재보험계약에서 위 약관에 의해 피보험자가 상실하게 되는 보험금청구권은 피보험자가 ‘허위의 청구를 한 당해 보험목적물’의 손해에 대한 보험금청구권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72093 판결 참조), 원심판결의 위와 같은 위법은 조명시설 손해금이 포함되어 단일한 보험금으로 정해진 내부시설관련 보험금 부분인 112,839,097원에 한정된다.

라.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화재보험에 ‘임차자 배상책임담보’가 특약으로 편입된 것으로 인정한 다음, 이에 해당하는 특별약관 제1조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화재로 인하여 보험목적물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가진 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는 손해에 대해서도 이를 보상하도록 되어 있는바, 이는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피보험자가 보험목적물의 임차인인 경우 피보험자가 화재로 인하여 보험목적물 소유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인 피고가 소외 4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는 손해에 대해서도 당연히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무도장을 경영하는 임차인이 임차건물과 그 안에 있는 시설 및 집기비품 등에 대하여 피보험자에 대하여는 명확한 언급이 없이 자신을 보험목적의 소유자로 기재하여 화재보험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화재보험은 다른 특약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그 목적물의 소유자인 타인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까지 보상하기로 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을 갖는다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349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보험청약서나 계약서가 제출되어 있지는 않으나, ① ‘장기보험조회내역’ 기재에 의하면 계약자와 소유자가 모두 피고로 되어 있고 피보험자는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 ② ‘장기보험조회내역’상 담보사항은 건물담보, 집기비품, 내부시설 등 3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보험금청구서는 내부시설과 집기비품에 관한 청구서가 피고 명의로 1장, 건물 부분에 관한 청구서가 소유자인 소외 4 명의로 1장이 별도로 작성되어 원고에게 제출된 점, ③ ‘장기보험조회내역’상 특약란에 특별약관 중 ‘가스사고배상책임담보특약’만이 있고, ‘임차자배상책임특약’은 없는 점, ④ 화재 후에 작성된 손해사정보고서에도 이 사건 보험에 별다른 특약사항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임차자배상책임특약이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 중 건물에 관한 부분은 보험계약자인 임차인이 그 소유자를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화재보험에 ‘임차자 배상책임담보’가 특약으로 편입되었다고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보험자가 아닌 피고에게 건물수리비 손해에 관한 보험금의 지급을 명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화재보험 계약에서 피보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또한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재단법인 ○○종합경제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재감정인인 △△손해사정법인의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여 보험금을 산정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으므로,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본소 및 반소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 중 건물 부분(23,942,092원) 및 내부시설 보험금 부분(112,839,097원)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는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