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32454, 판결] 【판시사항】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동거에 관한 심판을 청구하여 조정이 성립하였음에도 상대방이 구체적인 조치의 실현을 위하여 서로 협력할 법적 의무의 본질적 부분을 유책하게 위반한 경우, 부부의 일방이 그로 인하여 통상 발생하는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동거에 관한 심판을 청구한 결과로 그 심판절차에서 동거의무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관하여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 그 조치의 실현을 위하여 서로 협력할 법적 의무의 본질적 부분을 상대방이 유책하게 위반하였다면, 부부의 일방은 바로 그 의무의 불이행을 들어 그로 인하여 통상 발생하는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에 반드시 이혼의 청구가 전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비록 부부의 동거의무는 인격존중의 귀중한 이념이나 부부관계의 본질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그 실현에 관하여 간접강제를 포함하여 강제집행을 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또 위와 같은 손해배상이 현실적으로 동거의 강제로 이끄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거의무 또는 그를 위한 협력의무의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을 행하는 것은 동거 자체를 강제하는 것과는 목적 및 내용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후자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전자도 금지된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부부의 동거의무도 엄연히 법적인 의무이고 보면, 그 위반에 대하여는 법적인 제재가 따라야 할 것인데, 그 제재의 내용을 혼인관계의 소멸이라는 과격한 효과를 가지는 이혼에 한정하는 것이 부부관계의 양상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게 된 오늘날의 사정에 언제나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특히 제반 사정 아래서는 1회적인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는 것이 인격을 해친다거나 부부관계의 본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참조조문】 민법 제751조, 제826조 제1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4. 10. 선고 2008나6413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원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하 번호 1 생략)로, 피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하 번호 2 생략)로 각 경정한다.


【이 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와 피고는 슬하에 딸 소외 1 및 아들 소외 2를 둔 법률상의 부부로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피고가 2000년 10월경 부부싸움을 한 후 옷가지 등 자신의 짐을 챙겨 원고 및 자녀와 함께 거주하던 집에서 나왔다. 그 후 피고는 몇 차례 집에 들르기도 하였으나 2000년 12월 말경부터는 아예 집에 오지 아니하였으며 현재는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2) 피고는 2001. 8. 31. 원고를 상대로 피고와 원고의 이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 자녀의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로 피고를 지정하여 줄 것 등을 구하는 이혼심판 등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자녀의 양육비를 포함한 부양료로 월 1,500만 원씩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피고의 본소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한편,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2000. 12. 1.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이 해소될 때까지 월 5백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원고의 반소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와 피고의 각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결국 위 제1심판결은 2004. 5. 3.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관련 판결’이라고 한다). (3)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관련 판결에도 불구하고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을 이유로 2004년 12월경 피고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2004느단9742호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동거에 관하여 적당한 처분을 내려 줄 것을 구하는 동거심판청구를 하였다. 위 심판절차에서 동거장소에 관하여 원고는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소재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집을, 피고는 그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광명시 철산동에 소재한 집을 임차하여 동거할 것을 각기 주장하여, 서로의 의견을 절충한 끝에 원고가 피고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함으로써 2005. 3. 30.에 “원고와 피고는 광명시 철산동 소재 방 3칸짜리 30평형대 아파트를 동거장소로 하여 2005년 5월 말부터 동거한다. 피고는 위 동거장소의 마련에 있어 2천만 원의 전세보증금 및 월세 소요 예상액 6십만 원 내지 8십만 원 중 4분의 1을 매월 부담하되, 전세보증금 2천만 원은 피고의 특유재산으로 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고 한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이 사건 조정상의 동거의무 내지 협력의무를 불이행함으로 인하여 그가 입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함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이 사건 조정 후의 여러 사정을 열거한 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이 사건 조정의 성립경위 및 내용 등을 함께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라 동거하지 못하게 된 것은 그 원인이 피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라 원고가 동거장소를 물색하고 임차하는 데 있어서의 보다 능동적인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피고의 그러한 협력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조정 성립 후 3년 가까이 피고와 동거하지 못한 채 홀로 나이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이를 충분히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부부는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인 면에서도 항구적인 결합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포괄적인 협력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부양료를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협력의무를 온전히 다하였다고 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동거에 관한 심판을 청구한 결과로 그 심판절차에서 동거의무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관하여 조정이 성립한 경우에 그 조치의 실현을 위하여 서로 협력할 법적 의무의 본질적 부분을 상대방이 유책하게 위반하였다면, 부부의 일방은 바로 그 의무의 불이행을 들어 그로 인하여 통상 발생하는 비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에 반드시 이혼의 청구가 전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비록 부부의 동거의무는 인격존중의 귀중한 이념이나 부부관계의 본질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그 실현에 관하여 간접강제를 포함하여 강제집행을 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또 위와 같은 손해배상이 현실적으로 동거의 강제로 이끄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거의무 또는 그를 위한 협력의무의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그 배상을 행하는 것은 동거 자체를 강제하는 것과는 목적 및 내용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후자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전자도 금지된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부부의 동거의무도 엄연히 법적인 의무이고 보면, 그 위반에 대하여는 법적인 제재가 따라야 할 것인데, 그 제재의 내용을 혼인관계의 소멸이라는 과격한 효과를 가지는 이혼에 한정하는 것이 부부관계의 양상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게 된 오늘날의 사정에 언제나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은 제반 사정 아래서는 1회적인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는 것이 피고의 인격을 해친다거나 부부관계의 본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나. 위와 같은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부부 사이의 의무, 손해배상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의 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가 들고 있는 대법원 1983. 9. 13. 선고 81므78 판결은 재산권으로서의 성질이 현저한 부양받을 권리(“일종의 신분적 재산권”)의 불이행이 문제되어서 이 사건과 다른 사안에 대한 것이므로, 이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액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에 대하여 정신적 손해의 배상으로 1천만 원의 지급을 명한 것이 현저히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라거나 그에 위자료 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되 원심판결에 그 당사자 표시 중 원고 및 피고의 주민등록번호가 서로 뒤바뀐 잘못이 있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제대로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