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2009년 6월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현 시국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2008년 봄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다수 국민의 여망을 안고 출범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 경색일로 치닫는 남북문제,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대운하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 강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주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노 전(前)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은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고 국민들에게 슬픔과 상처를 안겨 주었다.

집권 초기에 가졌던 기대와 희망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 무엇이고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귀 기울어야 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 시국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촉구하며 새로운 국정기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국민이 그 권력의 최종적 토대이며 정당성의 근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와 소망에 대해서 진지하고 성의있게 답함으로써 현 시국의 위기를 국민적 화합과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촉구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방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1. 경색되어 가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북한의 진지한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 경제살리기의 해법은 국민 다수의 설득과 동의를 얻어야 하며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경제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09년 6월 10일

현 시국을 우려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들

강기훈, 고영훈, 권석균, 권태형, 김남수, 김백기, 김상열, 김성복, 김세화, 김승욱, 김연규, 김영찬, 김응운, 김춘식, 김형래, 노명환, 노택선, 박상원, 박석구, 박수영, 박우수, 박재우, 박종평, 박희호, 반병률, 서경희, 성경준, 손기락, 손영훈, 신정아, 신찬수, 신형욱, 여호규, 오은영, 유기환, 유달승, 유재원(언어학과), 윤성우, 이근명, 이기상, 이상직, 이윤석, 이은영, 이장희, 이주헌, 이해윤, 이현송, 임경순, 임근동, 임영상, 장재덕, 전용갑, 정동근, 정일용, 정환승, 차태훈, 채호석, 채희락, 홍성훈, 홍원표 (6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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