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성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대선 당시의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살리기의 구호 아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우리는 내심 우려되는 바가 많았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성을 인정하고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효율성 있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대했다.

이 정부가 소위 고소영, 강부자 내각과 청와대 인사를 통해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때도, 쇠고기 정국에서의 촛불집회를 명박산성을 쌓아 막아서고 집회참여자들을 무차별 수사할 때도 우리는 정권 초기의 시행착오일 것으로 이해하고 인내했다.

임기가 보장된 각종 기관의 장들을 몰아낼 때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훼손하고 언론 장악을 위해 미디어 관련법을 밀어붙일 때도, 소수의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각종 정책들을 추진할 때도, 한반도 대운하의 변형이라는 4대강 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도, 겨우 구축한 대북 화해와 신뢰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때도, 용산 참사로 아까운 목숨들이 공권력 앞에서 사라져 갈 때도, 우리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삼키며 과오의 대각성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제 드디어 우리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내려 한다. 60%에 가까운 국민들이 정권과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이라고 믿고 있는, 명백히 정치적 목적으로 인한 무리한 수사와 모욕주기의 결과는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사상초유의 불행한 사태를 낳았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끝없이 늘어선 조문 행렬을 통해 이 정부가 자신의 정책 기조와 인적 구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고비마다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해온 우리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와 질책 앞에서 지식인을 자칭하는 우리는 한없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제라도 이 정부를 향해 끝내 국민에게 배척받는 불행한 정권이 되지 말기를 엄중히 경고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이에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외면한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부로 남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즉각 실천하기를 촉구한다.

-.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소수의 대기업과 부유층, 보수 언론들에게 국한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말라.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여 진정한 국민들의 의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정책 기조와 인적 구성을 전면 쇄신하라.

-. 이명박 정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검찰 수사가 낳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또한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규명하여 처벌하라.

-. 이명박 정부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우리 사회가 피땀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는 어떠한 시도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명심하여 촛불시위로 구속된 인사들을 즉각 석방하며, 언론 장악의 우려를 낳는 미디어 관련 법안 강행 처리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낳을 각종 정책들과 4대강 살리기 등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즉각 추진하라.

-.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긴장 고조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낡은 냉전시대의 발상을 버리고, 긴장 고조로 인해 소모될 국민들의 혈세들을 낭비하는 대신 고통 받는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에 건설적으로 사용하라.

2009. 6. 5.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원하는 경성대학교 서명교수 일동

서명교수 63인 명단

고영진 곽병휴 곽정식 구치모 권 융 김무식 김영배 김영종 김원명 김재기

김재호 김천길 김철범 김태훈 김현정 김후곤 남경태 문중섭 박병일 박숙현

박준원 박훈하 서수덕 성낙운 성 민 손호은 송근원 송기인 신광호 신병률

신창옥 안철현 양태천 양해준 양혜승 오종환 우정기 이남주 이석호 이성훈

이우영 이재하 이재희 이정규 이현석 임병원 전영갑 정규석 정기호 정명환

정원용 정일형 조갑상 조재근 조현선 진재문 최수연 최용규 최진배 한윤환

한은주 홍석희 양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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