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헌마385
2008헌마385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9년 11월 26일 판결. |
판시사항
편집-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라 한다.)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소극)
-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심판대상적격(‘공권력의 불행사’)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소극)
-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적극)
-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편집[1]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는 것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
부작위’인바, 위 입법부작위(또는 입법의무의 이행에 따른 입법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이고, 그 자녀들은 위 입법부작위로 말미암아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자연스런 죽음을 뒤로한 채 병상에 누어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환자의 부양의무자로서 연명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 이해관계를 갖지만, 이와 같은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부담은 간접적, 사실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은 자신 고유의 기본권의 침해에 관련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2]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쟁점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와 이러한 기본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지 여부이다.
[1]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
[2]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국가의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하는 자기결정권은 자율을 핵심적 요소로 하며, 그 자율은 자신이 선택가능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선택가능한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할 수있는 개인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그 환자의 자기결정은 존재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 그 환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나 연명치료 중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문제될 뿐이고, 결국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그의 사전의료지시 여부와는 관련지울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문제는 환자의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보호제도와 사회보험제도 및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등도 아울러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다. 즉 이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인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담론의 장을 마련하여 숙의하고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참조판례
편집- 헌재 1997. 3. 27. 94헌마277, 판례집 9-1, 404, 409
- 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 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6
- 헌재 1990. 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 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6-17
- 헌재 2003. 6. 26. 2000헌마509, 판례집 15-1, 741, 749
-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따름판례
편집- 헌법재판소 2010.10.28. 선고 2008헌마612 판결
참조법령
편집- 헌법 제10조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전 문
편집- 당 사 자
- 청 구 인
- 김○경
- 특별대리인 이정화
- 이○숙
- 이○자
- 이○희
- 이○화
-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1인
주문
편집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편집-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김○경은 1932. 8. 26.생으로 2008. 2. 18.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이하 ‘병원’이라고만 한다.)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인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이에 병원의 주치의 등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청구인 김○경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이때부터 청구인 김○경은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으면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 투여·인공영양 공급·수액 공급 등의 치료(이하 ‘이 사건 연명치료’라 한다.)를 받았다.
(2) 청구인 김○경의 자녀들인 나머지 청구인들은 병원 주치의 등에게 ‘이 사건 연명치료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징후만을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고, 청구인 김○경이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하였으나, 병원 주치의 등은 ‘청구인 김○경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청구인 김○경이 사망에 임박한 상태가 아닌데도 이 사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의사의 생명보호 의무에 반하고 형법상 살인죄 또는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위 요청을 거부하였다.
(3) 이에 청구인들은(청구인 김○경은 소송상 특별대리인을 통하여) 2008. 5. 11. “① 청구인 김○경과 같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인데, 국회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② 한편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2항, 제3항에 근거한 보건복지가족부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요양급여기준 규칙’이라 줄여 부른다.) 별표 2 비급여대상(이하 ‘비급여대상 조항’이라 부른다.)에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비급여 대상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행위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지 아니한 결함이 있어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의 입법부작위 및 요양급여기준 규칙 중 비급여대상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국회의 ‘입법부작위’ 외에 결함 있는 행정입법으로서 보건복지가족부령인 ‘요양급여기준 규칙 중 비급여대상 조항’에 대해서도 심판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다. 즉, 청구인들은 요양급여기준 규칙 중 비급여 대상 조항(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제1항, 별표 2)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의료현장에서 청구인 김○경과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양급여기준 규칙은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따른 요양급여가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시행되도록 하기 위하여 요양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상한 등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한 것이고, 의사나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청구인들 주장처럼 요양급여기준 규칙에 비급여 대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에 해당하는 사항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로써 해당 치료행위가 국민건강보험에 따른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외에, 바로 해당 치료행위를 금지시키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연명치료 중단으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이에 관여한 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에 따른 요양급여의 합리적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는 요양급여기준 규칙 등, 국민건강보험법령의 규율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 규칙 중 비급여 대상 조항이 소위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를 포함하여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 등에 관한 행정입법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들이 동일한 입법사항에 대하여 입법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한편, 입법이 있으나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행정입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청구는 양자를 선택적으로 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특히 앞서 본 바에 비추어 보면 비급여대상 조항에 대한 청구는 청구인들이 그 규율대상과 효력에 관한 착오에 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위 비급여대상 조항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국회의 입법부작위에 대한 것, 즉 ‘죽음에 임박한 환자로서 연명치료의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 이러한 환자를 위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라 한다.)의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 한정한다.
-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청구인 김○경과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단순히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켜 생명의 의학적 징후만 계속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무의미하다. 이러한 환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본인의 의사에 기초하여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자연사에 관한 입법 즉,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비가역적으로 죽음의 과정에 이른 환자에 대하여도 생명유지의무를 둘러싼 다툼이 발생하고 청구인 김○경과 같이 삶의 질이 거의 없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도 생명의 절대적 보호라는 명분 아래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가 계속되는 바람에 죽음의 과정만 연장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위와 같은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연사에 관한 법률을 마련할 구체적인 헌법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국가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은 환자 본인은 물론 환자의 비참한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경제적ㆍ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가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양심의 자유, 건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 나.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의견요지
자연사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관하여 헌법상 명시적인 입법위임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공론화된 이후 사회적합의에 따라 추진될 사항으로서 국회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헌법 해석상으로도 위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자연사에 관한 입법의 불비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직접 당사자는 환자 본인인 청구인 김○경이라 할 것이다. 나머지 청구인들은 청구인 김○경의 자녀들로서 이 사건 연명치료에 의존하여 병상에 누워있는 청구인 김○경으로 인하여 심적 괴로움을 겪는 등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를 갖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에 관한 자기관련성이 없어 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자연사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여 이를 정당화하면 자연사를 빙자하여 경제적 이익이나 편의를 위한생명단축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 엄격히 보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때 이에 관한 환자본인의 진정한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기타 절대적 생명보호의 원칙, 생명존중에 관한 종교윤리적인 문제 등에 비추어 생명에 관련된 치료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인정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권리 보호에 관한 입법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설령 위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구체적 기본권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이에 따른 존엄사에 관한 입법은 생명보호에 관한 문제의 성격상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의하여 강제되는 것보다는 의료계, 종교계 등 다방면에서 견해를 모으고 찬반논란을 거쳐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국회에서 그 입법 여부 등에 관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칙에 부합하는 점, 위 권리에 관한 입법이 없더라도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을 통하여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고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점, 위 권리의 보호를 입법을 통하여 할 것인지, 법원의 재판에 맡길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역시 입법재량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헌법해석상 위 권리보호에 관한 입법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헌법상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에 관한 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3) 청구인 김○경은 이 사건 헌법소원과 별도로 병원을 상대로 법원에 연명치료의 중단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1심 및 항소심에서 각 승소하였는바, 상고심에서 승소하여 1심 승소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위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가 실현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헌법소원을 유지할 권리보호 이익이 소멸하므로, 위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게 된다.
-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 이○숙, 이○자, 이○희, 이○화의 심판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경우를 의미하므로 원칙적으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공권력의 작용에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헌재1997. 3. 27. 94헌마277, 판례집 9-1, 404, 409).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는 것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마련하여야 할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이다. 위 입법부작위(또는 입법의무의 이행에 따른 입법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에 이르는 당사자인 청구인 김○경이라 할 것이다.
나머지 청구인들은 청구인 김○경의 자녀로서 위 입법부작위로 말미암아 어머니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자연스런 죽음을 뒤로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환자의 부양의무자로서 연명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 이해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위 나머지 청구인들의 이와 같은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부담은 가족인 환자에 대하여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치료가 계속됨에 뒤따른 간접적, 사실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나머지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은 자신 고유의 기본권의 침해에 관련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 나. 청구인 김○경의 심판청구
(1) 권리보호이익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제기할 수 있다. 헌법소원이 비록 적법하게 제기되었더라도 권리보호이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당시에도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 당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더라도 심판 계속중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된 경우에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게 된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판례집 1, 31, 38;헌재1994. 7. 29. 91헌마137, 판례집 6-2, 122, 133 참조).
청구인 김○경은 이 사건 헌법소원과 별도로 법원에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청구인 김○경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소를 제기하여, 1심 법원에서 청구인용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08. 11. 28. 선고 2008가합6977 판결)을 받았고, 이에 대한 병원 측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서울고등법원 2009. 2. 10. 선고 2008나116869 판결, 대법원 2009.5.21. 선고 2009다7417 판결) 위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병원 측은 위 확정판결에 따라 2009.6. 23. 청구인 김○경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시술을 시행하였다.
따라서 청구인 김○경은 인공호흡 치료에 관한 한,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로부터 구제되어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할 상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권리구제는 이 사건 연명치료 중 인공호흡 치료에 한정된 것이고, 병원 측은 청구인 김○경에 대하여 다른 연명치료, 즉 인공영양 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을 계속하고 있다. 청구인 김○경이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연명치료의 중단 범위가 반드시 인공호흡 치료에 한정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위 청구인의 주장 속에 국가가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중단하여야 할 연명치료의 범위’도 입법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법원의 위와 같은 권리구제로 인하여 청구인 김○경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의 모든 상황이 종료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 김○경에 대한 법원의 판결 및 그 집행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김○경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 이익이 존재한다 할 것이다.
(2) 헌법소원의 대상적격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헌재 1996.10. 31.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참조). 청구인 김○경이 주장하는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인 입법부작위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6 참조). 그런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헌법해석상’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구체적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라 할 수 있는 연명치료의 중단은 생명권 주체인 환자 본인의 의사를 떠나서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은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자기운명결정권(헌재 1990.9. 10. 89헌마82, 판례집 2, 306, 310 참조)의 한 내용으로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으로 포섭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하 항을 바꾸어, 먼저 ‘연명치료를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으로 위 기본권이 인정된다면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살핀다.
4.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 인정 여부가. 죽음에 임박한 환자로서 연명치료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자 역시 법적으로 사망에 이르지 아니하여 생존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는 생명과 직결된 치료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를 중단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그의 사망 시기를 앞당겨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단축과 관련된 결정이므로 이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생명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나.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인간존엄성의 활력적 기초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헌재 1996.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생명권의 주체라도 자신의 생명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한편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생명권 못지않게 우리헌법상 최고의 가치를 이루고 있다 할 것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생명은 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죽음이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인간 실존의 한 영역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죽음이란 삶의 마지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삶의 또다른 형태라 할 것이므로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다. 이와 같이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 17417 판결 참조).
청구인 김○경이 과연 위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으나 이러한 다툼은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이 사건 심판의 직접적인 심리대상은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는 청구인 김○경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기본권으로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면서 그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기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청구인 김○경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에서 특별히 문제되지 아니한다.
라.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참조).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이와 같다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마.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
- 5.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의무 인정여부
가. 헌법상의 입법의무를 어느 정도로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바로 입법자와 헌법재판소 사이의 헌법을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공동의무 및 과제의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입법자와 헌법재판소는 모두 헌법규범의 구속을 받고, 입법자는 입법작용을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한 헌법재판의 형태로 각각 헌법을 구체화하고 실현한다. 그런데 어떠한 사항을 법규로 규율할 것인가, 이를 방치할 것인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세계관적 고려 아래 정해지는 사항인 것이고, 따라서 일반국민이 입법을 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권을 향유하고 있음은 별론하고 입법행위의 소구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만일 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임을 탓하여 이 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단을 받아 입법당국으로 하여금 입법을 강제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면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지위에 갈음하게 되어 헌법재판의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민주주의원칙은 입법자의 민주적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입법의무는 예외적으로만 이를 인정하고, 되도록이면 헌법에 명시적인 위임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은 극히 한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6-17;헌재 2003.6.26. 2000헌마509, 판례집 15-1, 741, 749 참조).
나.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의 이와 같은 한계속에서 입법의무 위반은 국가가 기본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입법이 유일한 수단인데도 입법자가 전혀 입법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 한하여 확인할 수 있다. 입법자가 입법을 통하여 기본권의 보호의무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일본, 영국 등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입법이 없이 사법기관의 결정례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 등이 허용되고 있고, 독일에서도 최근 2009.9. 1. 시행된 개정민법(BGB 제1901a조, 제1904조 제2항 등)에서 ‘환자의 처분’ 등에 관한 규정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와 같았음을 볼 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입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위 입법부작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 김○경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 대상적격의 흠결로 부적법하다.
- 6. 결 론
결국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청구인 김○경의 심판청구의 부적법성에 관하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 7.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생명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생명권의 주체라도 자신의 생명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권, 즉 죽을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자신의 생명에 대한 처분은 도덕규범이나 종교규범이 효력을 가지는 영역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 역시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제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권리로부터는 죽을 권리가 도출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취하고 있다[Pretty v. United Kingdom, ECHR(2002) No. 2346/02].
우리의 입법자 역시 이러한 헌법상의 기본권 체계를 고려하여 살해를 촉탁 또는 승낙하거나 자살한 자의 행위는 범죄로 규정하지 않되 피해자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고 살해하는 행위나 자살을 교사 또는 방조하는 행위는 생명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252조). 만일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권이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것이라면 피해자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고 살해하는 행위나 자살을 교사 또는 방조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므로 생명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불가벌적 행위로서 비범죄화 하였어야 전체 법체계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생명권 못지않게 우리 헌법상 최고의 가치를 이루고 있다는 전제에서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생명은 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라 할 수 있는 연명치료의 중단은 생명권의 주체인 환자 본인의 의사를 떠나서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미리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위 결정은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자기결정권으로 포섭될 수 있다고 한다.
살피건대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판시한 있다(헌재 1990. 9. 10. 89헌마 82, 판례집 2, 306, 310;헌재 2001. 10. 25. 2000헌바 60, 판례집 13-2, 480, 485). 또한, 헌법재판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모든 국민은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일률적으로 자의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으로 정한 민법 조항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친자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부의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여(헌재 1997. 3. 27. 95헌가14, 판례집 9-1, 193, 204) 헌법 제10조에 근거를 둔 자기결정권에 개인의 신분관계·가족관계 형성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이 포함됨을 명확히 하였다.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규정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러한 신상공개제도가 국가가 개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 및 청소년의 성매수 등에 관한 범죄의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은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사회활동을 통한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인자가 될 수 있는 각종 정보자료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하여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위 신상공개제도는 본인이 밝히기를 꺼리는 치부를 세상에 공개하여 위와 같은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현저하게 제한함으로써 범죄인의 인격권에 중대한 훼손을 초래한다고 하였다(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판례집 15-1, 624, 642, 650-651). 이와 같은 일련의 결정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하는 자기결정권은 자율을 핵심적 요소로 하며, 그 자율은 자신이 선택가능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선택가능한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개인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이하 ‘사전의료지시’라 한다)를 보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러서도 그 환자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따라서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사전의료지시 자체를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본다면 사전의료지시 후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의사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사가 바뀌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으며 실제로 바뀌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고,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도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환자가 사전의료지시를 한 경우에는 비록 진료 중단 시점에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의료지시를 한 후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전의료지시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한판시 역시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일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사전의료지시를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보는 것은 법적 의제에 불과하다.
인간이 스스로 꾸려가는 자기 삶의 대서사시에서 죽음은 그 개인과 가족이나 친지에게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사건이다. 개인이 삶의 최후단계에서 맞이하고 싶어하는 죽음의 방식과 시기에 대하여 내린 결정은 자신이 걸어온 삶 자체의 결론으로서 후손들에게 길이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고, 이러한 삶의 이상은 그 개인의 존엄성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공동체가 최대한 존중하여야 하는 것이다.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그 환자의 자기결정은 존재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 그 환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나 연명치료 중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문제될 뿐이다. 평소 연명치료 중단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인 의사를 밝힌 바 없는 앤소니 블랜드(Anthony Bland)라는 영국 청년이 축구장에서 질주하는 사람들에게 깔려 폐가 부서지고 뇌에 산소공급이 끊겨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그의 부모들이 연명치료 중단을 구한 사건에서 영국 상원(House of Lords)의 대법관들의 다수가 그에 대한 연명치료는 그의 최선의 이익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나[Airedale N.H.S.Trust v. Bland (1993) A.C. 789], 위 대법원 2009다 1741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이 사전의료지시가 없었던 환자의 경우 연명치료 중단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 역시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삶의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는 경험을 고려할 뿐 아니라 이성에 기초하여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경우에 그가 어떻게 죽는지는 그의 일생을 평가받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연명치료 중단이 그의 경험과 이성에 기초한 판단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야 말로 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결국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그의 사전의료지시 여부와는 관련지울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환자가 사전의료지시를 한 경우에 연명치료 중단을 자기결정권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사전의료지시를 존중하는 것만이 그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가 사전의료지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를 추정하여 이를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보는 것은 연명치료 중단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와 혼동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 또 다수의견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연명치료 중단은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사람의 정신과 뇌의 기능은 오묘한 것이어서 단순히 물리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발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아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으나 수년간을 더 생존한 예가 있으며 청구인 김○경 역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호흡을 지속하면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다수의견의 논지에는 찬성할 수 없다.
라. 한편 환자는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이나 정신적 고통을 염려하여 사전의료지시를 할 수도 있고, 설령진의로 사전의료지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의사가 연명치료 중단시까지 지속되었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실제로 지속되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환자가 사전의료지시를 하지 않은 경우 환자 가족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된 환자의 가치관 등을 근거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 자칫 환자 가족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추정이 좌우될 위험성이 있다. 나아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는 판단은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얼마든지 번복될 수 있어 치료중단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문제는 환자의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보호제도와 사회보험제도 및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등도 아울러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다. 즉 이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인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담론의 장을 마련하여 숙의하고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삶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머무름(inter homines esse)이고 죽음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머무르기를 그만둠(desinere inter homines esse)이라는 로마인들의 말 속에는 삶 뿐만 아니라 죽음 역시 고독한 인간 실존의 한 영역이 아니라 다른 인간과 맺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죽음이 우리의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이별의 순간임을 일깨워주는 시공을 초월한 인류의 위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마. 그렇다면 청구인 김○경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수의견과 같은 이유로 이를 각 각하하여야 할 것이나, 청구인 김○경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률 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법하다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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