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편집

[1]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제1심의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경우, 항소심이 취해야 할 조치

[2]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현행범을 체포하면서 압수한 증거물의 경우, 현행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에 따라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 사례

[3] 형사재판에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및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에 있어 합리적 의심의 의미

【참조조문】 편집

[1] 형사소송법 제282조 / [2]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3]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편집

[1]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도2347 판결(공1995상, 2010) / [3]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공2004하, 1290)

【따름판례】 편집

대법원 2011.12.08. 선고, 2010도15628 판결 [미간행]

【전 문】 편집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훈외 9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08. 3. 14. 선고 2007노10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제1심의 공판절차에 관하여 항소심이 취한 조치에 위법이 있다는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82조에 규정된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제1심의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이므로, 이러한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변호인이 있는 상태에서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 위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기하여 다시 판결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도2347 판결).

원심은 이 사건이 필요적 변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제1심법원이 제8회 공판기일과 제9회 공판기일에 변호인 없이 개정하여 증거조사를 실시하고 그 증거들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은 위법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이를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심리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 및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정당하다.

변호인은 위와 같은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제1심의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루어진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피고인의 심급의 이익을 박탈하지 않기 위하여 위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파기하는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하지만, 일반적인 재판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366조, 제364조 참조), 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흉기 휴대 상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위법수집증거를 채택한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변호인은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압수한 석궁과 화살 등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이를 발부받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석궁과 화살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증거로 사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항은 2008. 1. 1.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규정이고, 형사소송법 부칙 제2조 단서는 “이 법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따라 행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면 수사기관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인 2007. 1. 15.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위 증거물들을 적법하게 압수하였고, 이와 같이 압수한 후에 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부칙 조항에 의하여 종전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행한 압수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압수물들을 증거로 사용한 원심의 조치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을 주장하는 피고인·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형사소송법 제308조),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과 정황들은 다음과 같다.

가) 목격자의 진술, 물적 증거 등 객관적 또는 직접적인 증거의 존재

피고인은 2007. 1. 15. 18:30경 흉기 휴대 상해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범행(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의 현장에서 체포된 현행범이고, 범행 직후 피해자 공소외 1의 비명을 듣고 범행 현장으로 달려온 목격자도 2명 있으며, 피고인은 체포 당시에 석궁과 화살 3개를 가지고 있었고, 석궁가방 안에 화살 6개, 회칼, 노끈 4개를 가지고 있다가 압수되었다(변호인은 압수된 물품 중에서 위 피해자의 몸에 박혔다고 주장하는 부러진 화살 1개가 증발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증거물이 조작되었으므로 원심의 판단에 법령위반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수사기관이 범행현장에서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정적인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증거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우 위 화살 1개라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나머지 검사 제출의 증거에 의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는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위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현장에 바로 온 목격자들은 서로 몸싸움하던 피고인을 위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킨 다음 위 피해자의 옷을 들추니까 시뻘겋게 피가 묻어 있어서 경찰과 소방서에 바로 신고했다는 것이고, 출동한 소방관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위 피해자는 배꼽부위에 상처가 있었고 출혈로 인하여 속옷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그 사이에 피고인 주장처럼 위 피해자가 스스로 자해를 할 시간이나 기회를 갖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위 피해자를 진료하고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의 증언과 진단서 등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복부 배꼽 좌측 부분에 길이 2㎝ 정도, 깊이는 근육층까지 뚫고 들어가 있는 상태의 창상이 발견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분석 감정결과 위 피해자가 입고 있었던 검정색 조끼, 흰색 속옷 상의, 연하늘색 내의, 흰색 와이셔츠 등에서 혈흔이 발견되었고, 유전자형 분석 결과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었다(피고인은 조끼와 속옷에 모두 혈흔이 발견되었는데 중간에 입은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압수된 증거물에 의하면 속옷과 내의에는 복부 부위에 다량의 출혈흔적이 육안으로 확인되지만 조끼에는 육안으로 혈흔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량의 흔적만 보이는 점, 처음 위 피해자를 목격한 경비원은 위 피해자의 옷을 들추니 다량의 혈흔이 보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와이셔츠의 혈흔이 육안으로 잘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속옷과 내의에서 다량의 출혈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의 증명력이 훨씬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

나) 피해자 공소외 1의 진술과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검토

위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시각에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고 기다리는데 2층 계단 중간쯤 어둠 속에서 피고인이 활같이 생긴 무언가를 들고 나타나 ‘그게 판결이냐’는 등 질문을 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이 위 피해자가 있던 현관까지 내려왔고 피고인이 어느 위치에서 화살을 발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위 피해자는 화살에 맞은 것을 순간적으로 발견하고 화살을 빼냈으며, 피고인과 몸싸움을 하면서 현관 바깥쪽으로 탈출 시도를 하고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구조요청을 한 사실, 피고인과 위 피해자가 아파트 입구 바깥 계단에서 함께 굴러 넘어졌는데 그 후에 피고인이 위 피해자 배 위에 올라타 죽여버리겠다고 말을 한 사실, 그 후 목격자들이 나타나 피고인을 떼어 놓았고, 위 피해자는 처음에는 신고를 망설였으나 아파트 경비원이 옷 속에 피가 묻어있다고 하여 비로소 배에서 피가 나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경비원에게 신고를 부탁한 사실 등을 비교적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다(이 사건 범행이 어둠 속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났고 위 피해자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석궁을 발사한 정확한 지점이나 위 피해자와의 거리, 위 피해자가 피고인의 어느 부위나 물건을 붙잡고 몸싸움을 하였는가에 대한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못하다고 하여 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위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직후에는 피고인을 경찰에 신고하여 공론화하는 것을 망설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증인으로 출석하여 재판부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종국적으로 관대한 처벌을 하여 달라고 진술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일부러 허위 진술로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피고인에게 엄벌을 받도록 할 의도나 동기도 엿보이지 않는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 목격자들에 의하여 제지당할 당시나 출동한 경찰관에 의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당할 당시에 범행사실을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 판사를 처단하려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 직후 고등학교 동창인 언론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 이름으로 담당판사를 상대로 일을 저질렀으니 이를 보도해달라고 통화를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구금되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부터 위 피해자에게 석궁을 고의로 발사할 생각은 없었고 위협만 할 생각이었는데 몸싸움 과정에서 실수로 석궁이 발사되어 위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되었다고 진술을 바꾸고 있다. 나아가 원심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위 피해자가 복부에 화살을 맞은 적이 없으면서도 영웅심리 등으로 자해하였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피고인은 또한 2007. 1. 8. 일반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전문요리사용 회칼 1개를 81,000원에 구입하여 범행 현장에 노끈과 함께 가지고 갔다가 압수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07. 1. 27. 노량진수산시장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회칼을 미리 구입하여 석궁 가방에 노끈과 함께 우연히 보관하였을 뿐 범행 당시 회칼을 일부러 소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압수된 석궁 가방의 모양이나 구조에 비추어 석궁 이외의 다른 물건을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이고 피고인이 별다른 조리 경력도 없으면서 이사하기 20일 전에 전문요리사용 회칼을 미리 구입하여 소지한다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피고인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

나아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증거물을 압수한 경찰관의 증언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형 분석결과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물이 범행 현장에서 사용된 석궁 또는 화살이나 피해자의 옷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고, 위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옷, 위 피해자의 상해 진단서,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의 증언 등 위 피해자의 상해사실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증거도 부정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전반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증거나 정황을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다.

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추단케 하는 사정들

피고인은 2006. 11. 10.경 석궁을 구입한 다음 1주일에 1회 정도 60, 70여 발씩 석궁을 발사하는 연습을 하였고, 2006. 12. 28.부터 이 사건 범행일까지 사이에 약 7회에 걸쳐 위 피해자의 거주지 부근을 찾아가 거주지 및 귀가시각을 확인하였는데, 피고인 주장처럼 단지 위 피해자에게 겁을 주려고 하였을 뿐이라면 위와 같이 수많은 발사 연습을 하고 범행현장을 답사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석궁은 시위를 당겨 걸면 자동적으로 안전장치가 잠겨 이를 풀기 전에는 화살이 발사되지 않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석궁에 화살을 장전하고 아파트에 숨어서 위 피해자를 기다렸고, 손가락을 방아쇠울에 넣은 채로 위 피해자에게 다가갔고 석궁이 발사되었는데, 피고인 주장대로 단지 위 피해자를 위협만 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석궁이 발사되도록 안전장치를 풀어 놓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에 목격자들에 의하여 위 피해자로부터 격리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석궁에 화살을 장전하려고 시도하였다가 목격자들에 의하여 제지당하고 석궁을 빼앗긴 사실이 있고, 또한 인터넷사이트 등에 국민은 법을 위반한 판사를 처단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공공연하게 판사를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여 왔다.

라) 소결론

위 사실과 정황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과 관련한 법령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정당방위 또는 저항권에 대한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피고인·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민사재판의 항소심 진행 중에 이미 재판장인 피해자 공소외 1등을 상대로 형사고소 및 진정을 제기하고, 법원 주변에서 이 사건 민사재판의 제1심 재판장인 공소외 3등 관련 법관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을 몸에 걸고 장기간 1인 시위를 한 점, ② 피고인은 판결 선고가 있기 한 달 전인 2006. 11. 10.경 석궁과 화살을 구입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 공터에서 1주일에 1회 정도 수십 발의 석궁화살을 쏘는 연습을 하고 범행 장소를 여러 차례 답사한 점, ③ 피고인은 범행 당시 이 사건 민사재판의 항소심 판결 결과만을 확인하였을 뿐 판결이유를 알려고 하지 아니하였고, 위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는 등 법에서 정하고 있는 합법적인 구제수단을 밟을 생각을 하지 아니한 채 범행에 나아간 점 등 피고인의 범행 동기 및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장을 상대로 형사고소, 진정, 명예훼손적 시위 등 법정 외에서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을 행사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려고 시도하였다가 그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계획적으로 보복성 범죄를 감행한 것으로 보일 뿐, 정당방위나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당방위 또는 저항권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

가. 채증법칙 위반이나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이 1995년경 제기한 부교수지위확인소송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96나31439) 재판장으로서 당시의 사립학교법상 임용권자에게 승진임용대상인 교원을 승진임용시킬 의무를 지우는 규정은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을 뿐, 성균관대학교의 입시부정에 눈을 감아 시험부정을 만연하게 한 적이 없는 점(설사 피고인 주장대로 피고인이 1995년 성균관대학 입시 과정에 수학문제의 오류를 정확하게 지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출제오류’에는 해당할지 몰라도 ‘입시부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 ② 피해자 공소외 3은 피고인이 2005년경 다시 제기한 교수지위확인소송의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17421) 재판장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재임용거부결정이 학교법인 성균관대학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을 뿐, 성균관대학교의 입시부정에 눈을 감은 적이 없는 점, ③ 피해자 공소외 4는 위 소송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5나84701)에서 사무분담 변경시까지 재판장으로서 변론준비절차를 진행하였을 뿐 직무유기를 한 적이 없고, 피해자 공소외 5는 위와 같은 직무유기를 덮어준 적이 없는 점(피고인이 당사자인 사건만 특별히 먼저, 변론기일을 지정하는 등 다른 사건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심리하여 주어야 할 재판장의 직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약 5개월간 피해자들이 근무하는 법원 출입구 앞에서 피해자들의 실명을 기재하고 피해자들이 성균관대학교 입시부정을 은폐 또는 조장하였다는 사실 또는 법관으로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기재한 대형피켓을 몸에 걸고 1인 시위를 한 점, ⑤ 피고인은 당시 자신에 대한 민사 항소심재판이 진행중인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관련 법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시위를 하는 등 공익보다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판단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명예훼손죄 또는 그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처벌불원의사를 조사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변호인은 원심이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 사건을 재판하면서 피해자들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확인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기록에 첨부된 고발장에 의하면 “피해자들이 모두 공인의 지위에 있는 점을 감안하여 피고발인의 범법행위에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여 왔으나 최근 범법행위의 수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고심한 끝에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피고인을 고발하게 되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고발인은 대법원 법원경비관리대장으로서 위 고발은 개인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법원 내부의 검토 및 의견조율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고발장에 피해자들의 의사가 충분히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추가적으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의 부존재를 조사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치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위 상고이유는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김황식 이홍훈(주심)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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