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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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해석

[2]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미치는 효력(=절대적 효력)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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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수의견] (가) 당사자 쌍방이 가지고 있는 같은 종류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서로 대등액에서 소멸시키기로 하는 상계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상계계약의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한다. 이러한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나)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권자 甲 은행의 채무자 乙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甲 은행이 乙 주식회사로부터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위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위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고 보아, 甲 은행의 乙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은 출자전환에 의하여 전액 만족을 얻어 소멸하였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채권자 甲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주식회사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甲 은행의 乙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甲 은행과 乙 주식회사가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 은행과 乙 주식회사는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 은행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2] [다수의견]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므로,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지 아니한다.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연대채무의 경우에는 민법 제418조 제1항에서 채무자 1인이 상계를 함으로써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상계한 금액만큼 소멸한다는 이른바 절대적 효력의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는 그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공동불법행위 등의 경우에 연대채무와 구별되는 부진정연대채무가 인정되는 취지와 사용자 책임, 공작물의 점유자 등의 특수한 책임을 인정하고 특히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는 민법의 태도로부터 알 수 있는 바는, 민법은 채권자의 이중의 채권만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불법행위 피해자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게 하여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상계에는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함이 타당하고, 나아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상계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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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법 제105조, 제492조 제1항, 제493조 제2항

[2] 민법 제418조 제1항, 제496조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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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공1989, 673)(변경),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24364 판결(공1997상, 297)(변경),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5다75002 판결(변경)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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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상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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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성보석)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11. 14. 선고 2007나8589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가지고 있는 같은 종류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서로 대등액에서 소멸시키기로 하는 상계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상계계약의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한다. 이러한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쌍용건설’이라고 한다)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된 사실, 원고와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은 위와 같은 출자전환에 의하여 전액 만족을 얻어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기업개선작업절차에 있어 출자전환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상계 내지 상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므로,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지 아니한다. 이와 달리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하더라도 그 상계의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미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24364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5다75002 판결의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원심은, 원고와 쌍용건설이 이 사건 출자전환에 의하여 원고가 발행받는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 전액의 만족을 얻었고, 이와 같은 사유는 쌍용건설의 원고에 대한 채무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에 절대적 효력을 미쳐 피고의 손해배상채무도 같은 금액만큼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계 내지 상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중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해석에 관한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과, 상고이유 중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미치는 효력에 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이 있다.

4. 상고이유 중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해석에 관한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이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상계를 하거나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하는 경우 그 채무소멸의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한 데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원고와 쌍용건설 사이에 이 사건 출자전환에 의하여 원고가 발행받는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수의견의 법률행위 해석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법률행위가 행하여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다6024, 603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를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쌍용건설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을 제3호증)에는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쌍용건설이 원고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비록 기업개선작업약정이 이루어진 후인 1999. 4. 24.자로 쌍용건설이 원고에게 발행하여 준 주식청약확인서(갑 제11호증),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상계 및 출자전환확인서(갑 제12호증)에 각 ‘상계’, ‘상계의사표시’와 같은 문구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주식청약확인서 등은 그로써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는 처분문서가 아니라 사후적·일방적으로 작성된 확인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에서 원고와 쌍용건설이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표시한 문언인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 기업개선작업은 재무적 위기에 처한 기업과 채권 금융기관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적인 채무조정절차이다. 채권 금융기관으로서는 기업개선작업을 통하여 당장 자신의 기존 채권의 내용이 감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채무자인 기업이 재무적 위기를 벗어나 장차 영업활동을 통하여 얻는 수익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채무자가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청산하게 됨으로써 회수할 수 있는 금액보다 더 많다는 기대하에 기업개선작업에 응하게 된다. 또한 채무자로서도 당장 해체·청산하여 소멸하는 것보다는 채권 금융기관들로부터 채무를 일부라도 탕감받고 계속 영업활동을 함으로써 조정된 채무를 변제하여 나가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될 것임이 자명하므로 채권 금융기관과 기업개선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특히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채권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의 기존 채권에 관하여 일부를 면제하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변제받는 것에 비하여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당장의 현금에 의한 만족을 얻지는 못하지만 장차 채무자의 기업가치가 상승함에 따른 주가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등 적어도 주식의 가치 상당의 실질적 채권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을 그 지분율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견제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 되어 유리한 측면이 있으며, 채무자로서도 당장의 현금지출을 억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이익이 있어,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은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개선작업에서의 출자전환의 효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신주 시가 상당액의 변제와 나머지 채권액의 면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채권자를 불리한 지위에 처하도록 하는 해석론은 취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이 채권자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 사이에 기업개선작업이 이루어져 특정 채권액에 관하여 출자전환이 이루어졌으나 채권자가 실제로 발행받은 주식의 시가는 그 채권액에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다수의견과 같이 상계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한다면,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 채무자 1인과 한 상계계약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이상 채권자는 출자전환이 이루어진 채권액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한 채권도 상실하게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출자전환이 이루어진 같은 채권액에 관하여 위와 같이 주식을 발행받는 대신 그 시가 상당액만큼을 현금으로 변제받고 나머지를 면제하기로 하는 약정이 이루어졌다면,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면제는 다른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채권자는 변제받지 못한 나머지 금액, 즉 면제된 금액 상당을 추가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 두 경우에 있어 채권자가 얻는 실질적인 만족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채권자는 궁극적으로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바, 이는 채권자에게 그가 의도하지 아니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출자전환을 약정하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주된 의사는 재정적 위기에 처한 채무자를 당장의 청산의 위기에서 구제하고 궁극적으로 채권자의 채권회수율도 제고하기 위하여 기존의 채무내용을 조정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만족을 현금에 의할 것인가 또는 같은 가치를 가진 주식에 의할 것인가 여부는 당시 채무자의 자금상황이나 지배구조 등을 고려하여 선택할 뿐이고, 출자전환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은 크게 고려하지 아니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대법원은 지금까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이른바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고 있었으므로, 채권자로서는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마련이고, 채무자로서도 자신의 채무 이외에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한 출자전환의 효력에는 굳이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점(이는 이 사건과 같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채무자의 임원인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기업개선약정 당시에는 채무자 이외의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후적으로 밝혀진 경우라면 통상적인 당사자들은 그에 대한 출자전환의 영향을 의사결정의 고려요소로 삼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으로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임은 한층 분명해 진다.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이른바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하여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게 되어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제도의 고유한 기능을 무력하게 하는 점에서도 찬성하기 어렵다.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으로 해석함으로써 부진정연대채무자인 피고는 자신의 채무 전액을 면하게 되어 불법행위자로서, 또는 임무를 해태한 임원으로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요컨대, 이 사건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고와 쌍용건설은 이 사건 출자전환에 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원고가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당사자 어느 일방에게도 이른바 분식결산 등 회사의 경영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책임추궁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와 쌍용건설 사이에 이 사건 출자전환에 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과 신주인수대금채무를 상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해석하여, 쌍용건설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무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도 같은 금액만큼 소멸하였다고 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마땅하다.

5. 상고이유 중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미치는 효력에 관한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를 한 경우 또는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해석하고, 그와 다른 종전 대법원판결들의 견해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러한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우선 연대채무의 경우에는 민법 제418조 제1항에서 채무자 1인이 상계를 함으로써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상계한 금액만큼 소멸한다는 이른바 절대적 효력의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는 그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이 종래 민법상의 연대채무와 구별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개념을 인정하면서 채무의 변제에 대하여는 연대채무와 같이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반면 채무면제, 채권의 포기에 대하여는 연대채무와는 달리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다6560 판결,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28391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19378 판결 등 참조) 또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가진 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하여 온 것( 대법원 1994. 5. 27. 선고 93다21521 판결 참조)은 주로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성립하는 연대채무 관계와는 달리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는 주로 당사자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불법행위를 매개로 하여 성립하게 되므로 불법행위 피해자인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는 채권의 담보력을 강화하여 채권자로 하여금 현실적인 채권의 만족을 얻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행위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은 상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계는 채무면제나 채권의 포기 등과는 달리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상계가 이루어지는 경우 채권자로서는 자신이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가 소멸하기 때문에 그 한도 내에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계에 의한 채무 소멸의 이익은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것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지는 경우와 같이 당장의 경제적 효용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견의 해석에 따른다면 불법행위 피해자 보호의 취지는 현저히 반감된다. 특히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민법 제760조의 문언에 불구하고 이를 부진정연대채무로 해석하여 왔다. 이는 불법행위 피해자인 채권자로 하여금 공동불법행위자 중 어느 누구로부터도 현실적인 급부를 받아 피해를 전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주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과 같이 공동불법행위 채무자 1인의 상계에 의한 채무소멸의 효력을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게 된다면 채권자는 현실의 급부를 받을 수 없게 되어, 공동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연대채무가 아닌 부진정연대채무로 해석하는 판례의 의의는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나아가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이외에도 민법이 불법행위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직접의 가해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 특별히 추가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책임으로서,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책임( 민법 제758조) 등이 있다. 사용자 책임과 직접의 가해자인 피용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대법원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음을 밝혀 왔고(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5다1193 판결,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 책임과 직접의 가해자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의 관계에 관하여도 이에 준하여 부진정연대채무라고 해석함이 옳을 것이며, 이에 대하여는 다수의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각 책임에 있어 사용자 또는 공작물의 점유자·소유자가 하는 상계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다면, 채권자는 그러한 추가적인 책임이 없었다면 여전히 가지고 있었을 직접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의 종전 판례와 다른 새로운 해석론에 따르면, 민법이 불법행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특별히 추가적인 책임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현실적 급부를 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오히려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상과 같은 문제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를 가져 온 불법행위가 과실에 기한 경우에도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불법행위가 고의에 기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의 억제 및 피해자 보호의 요청이 더욱 절실하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이 가지는 문제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의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고 있는 민법 제496조와의 관계에서 다수의견의 불합리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법 제496조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까지도 상계권 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어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또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 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자와 다른 채무자가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경우 그 다른 채무자가 상계를 함으로써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자도 자신의 채무를 면한다고 해석하게 되면 불법행위 피해자로 하여금 현실의 변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또한 그러한 한도에서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자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손해배상을 통한 불법행위 억제의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므로, 이는 바로 강행규정인 민법 제496조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회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동불법행위 등의 경우에 연대채무와 구별되는 부진정연대채무가 인정되는 취지와 사용자 책임, 공작물의 점유자 등의 특수한 책임을 인정하고 특히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는 민법의 태도로부터 알 수 있는 바는, 민법은 채권자의 이중의 채권만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불법행위 피해자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게 하여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상계에는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함이 타당하고, 나아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상계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이에 관한 종전의 대법원의 견해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와 쌍용건설이 이 사건 출자전환을 하여 원고가 발행받는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 전액의 만족을 얻었고, 이와 같은 사유는 쌍용건설의 원고에 대한 채무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에 절대적 효력을 미쳐 위 손해배상채무도 같은 금액만큼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상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가.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은,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불법행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는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법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 및 반대의견과 같은 해석에 의할 경우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견과 같이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및 상계계약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우리 민법을 해석함에 있어 부진정연대채무라는 관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하여는 종래부터 논의가 되어 왔는바, 부진정연대채무가 민법상의 연대채무와 기본적으로 성질이 동일하긴 하지만 채무자 중 1인에게 발생한 사유가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절대적 효력을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연대채무에 관한 민법 제416조 내지 제422조 및 출재채무자의 구상권에 관한 민법 제425조 내지 제427조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법원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념을 인정하여 왔다. 그런데 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 중의 하나는 민법 제413조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는 것’, 즉 ‘급부의 1회성’이고, 이는 연대채무뿐만 아니라 불가분채무, 보증채무 등 민법이 인정하는 다수 당사자의 채무관계에 공통되는 본질적인 성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채무자 1인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무자가 여전히 원래대로의 채무를 부담한다면 이는 독립된 별개의 채무가 단순히 중첩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연대채무, 불가분채무, 보증채무 등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채무관계’를 민법이 별도로 규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부의 1회성’은 마찬가지 이유에서 부진정연대채무에 관하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 이러한 ‘급부의 1회성’은 특히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 있어 채권자는 자신이 입은 손해 이상의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대원칙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피해자인 채권자로 하여금 자신의 손해 이상으로 배상을 받게 하는 것은 가해행위가 이루어지기 전 상태로의 회복을 도모한다고 하는 손해배상의 본래 목적에 반한다. 이는 민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민법 제390조, 제393조, 제741조, 제742조, 제750조 등의 합리적인 해석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다. 한편, 상계는 쌍방 당사자가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일방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 후 다시 동일한 내용의 자신의 채권의 이행을 받는 무용한 절차를 생략하기 위하여 쌍방의 채무를 동시에 소멸시키는 것으로서, 본래의 채무이행에 갈음하여 민법이 인정하는 간편한 결제수단이다. 또한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상계가 이루어짐으로써 채권자는 자신이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그 한도에서 자신의 채권의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부진정연대채무를 지는 채무자 중 1인이 상계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채권자의 채권은 만족을 얻게 되며, 그에 따라 다른 채무자도 자신의 채무를 면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만약 반대의견과 같이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서 상계에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면 필연적으로 이중의 채무이행, 즉 이중의 채권만족이 일어날 수 있다. 요컨대 채권자는 채무자 1인의 상계로 자신의 채무가 소멸하였음에도 다시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채무자가 3인 이상인 경우 복수의 상계가 이루어진다면 채권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거듭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중의 채권만족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채권자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자신의 본래 채권액을 초과하여 만족을 얻은 금액 상당액을 도로 반환하도록 할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채권자의 반환의무를 인정할 바에는 도로 반환하여야 할 이익의 보유를 아예 처음부터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 나아가,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에도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경우에는 부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출재채무자의 구상권도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반대의견에 따르면 상계를 한 부진정연대채무자는 상계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 부분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다른 채무자에 의한 상계가 이루어진 후에 채권자의 청구에 응하여 현실의 변제를 한 채무자가 상계를 한 채무자에 대하여 부담 부분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바, 만약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상계를 한 채무자는 상계에 의하여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이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면서도, 변제를 한 다른 채무자의 구상청구에 응하여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어 매우 불리하다. 반대로 현실변제를 한 채무자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면 그는 자신이 먼저 변제를 하여 공동면책을 가져왔다면 행사할 수 있었을 구상권을 다른 채무자가 먼저 상계를 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행사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이 취하는 해석론을 일관할 경우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어 어느 채무자에 의하여 상계나 변제가 이루어졌는가 하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상계를 한 채무자와 그렇지 아니한 채무자 사이에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채무액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마. 한편 반대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의 상계에 의하여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자도 자신의 채무를 면한다고 해석하면 민법 제496조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회피하게 된다는 취지로 다수의견을 비판한다. 그러나 민법 제496조가 규정하는 바는 고의에 기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반대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어긋나므로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겠다는 것이지, 우연히 함께 동일한 채무를 지게 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가 자신의 상계권을 행사함으로써 그 반사적 효과로서 고의에 기한 불법행위자의 채무를 소멸하게 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반대의견의 비판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바. 반대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불법행위 피해자의 보호 및 불법행위 가해자에 대한 제재 등이 불법행위, 공동불법행위, 사용자 책임,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에 있어서의 상계의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우리 민법이 추구하는 가치 중의 하나라는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의 추구도 민법의 전체적인 합리적 해석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민법의 합리적 해석을 포기하면서까지 반대의견이 내세우는 가치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7.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한 상계 또는 상계계약에 상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해석론에 의할 경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어 다수의견과 같이 그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그 보충의견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찬성할 수 없다.

나. 민법 제418조는 주관적 공동관계에 있는 연대채무자 중 1인이 반대채권으로 상계한 때에는 채권은 모든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아울러 민법 제423조는 민법 제416조 내지 제422조의 사항 외에는 연대채무자 중 1인에게 발생한 사유는 상대적 효력을 가질 뿐이라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변제 등과 같이 채권의 현실적 만족을 가져오는 사유는 민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더라도 그 절대적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상계 등 그 외의 사유는 주관적 공동관계에 있는 연대채무에 있어서조차 절대적 효력을 인정하는 법규정이 있음으로 인해 연대채무자들 사이에서 그 효력이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민법 제418조는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당사자들 사이에서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배제하는 특약도 허용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부진정연대채무에 관하여는 이와 같은 법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그들 사이에 아무런 주관적 공동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민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에게 발생한 상계 내지 상계계약에 의한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당연히 확장된다고 볼 수 없음은 자명하다. 상계권 행사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해당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과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그 채무소멸의 효력이 확장되는 문제는 구별되어야 하며, 나아가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채권자적 지위에서의 상계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그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곧바로 확장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상계에 의해 변제가 이루어진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채권자에 대한 초과배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효력설이 부당하다고 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이 그의 반대채권을 희생함에 따른 효과는 상계의사표시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소멸이라는 효력을 인정하면 충분한 것일 뿐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까지 채무소멸의 효력을 확장하는 논거가 될 수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피해자의 부진정연대채무자들에 대한 채권과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의 피해자에 대한 반대채권이 서로 대등액에서 소멸하는 상계의 효력에 비추어 이를 채권의 만족 또는 채무자 1인의 이행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이나, 다수의 채무자에 대하여 각각 독립적인 채권을 가진 피해자에게 있어 그 중 1인과의 상계에 의해 생긴 반대채권의 소멸이 곧 변제 등에 의한 현실적 만족과 같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의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상계하더라도 다른 채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다른 채무자에게 미치지 아니함으로써 구상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공동면책에 이르지 못한 당연한 결과이므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하는 구상권 제한의 문제는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상계의 효력에 관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기본적인 견해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현실변제를 한 부진정연대채무자의 구상권 행사는 공동면책에 따른 것이므로 허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불법행위 피해자 보호의 견지에서 이러한 해석이 상계를 한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반대의견은 중복된 채권만족을 용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평의 관념에서 손실과 이득 사이의 궁극적 조정이 가능하다고 새기는 입장임을 밝혀둔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없지는 않으나,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구상의무 분담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넘는 반대채권을 가진 부진정연대채무자에 의해 상계가 이루어진 경우, 절대적 효력설에 의하면 피해자는 상계로 소멸한 채무액 부분만큼 그 실제 피해에 대한 현실적 만족을 받지 못하게 되는 반면, 상계의사표시자인 부진정연대채무자는 ‘부담 부분을 넘어 상계로 소멸한 채권’에 상응하는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로부터 현실적 만족을 얻게 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상대적 효력설에 따르면, 피해자는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의 상계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로부터 먼저 현실적 만족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상대적 소멸설의 장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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