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종립 사립고교 종교교육 사건)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사인(私人)에 의한 ‘종교의 자유’ 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형태 [2]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소극) [3]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으로, 종립학교가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와 학생들이 가지는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그 해결 방법 [4] 공교육체계에 편입된 종립학교의 학교법인이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의 한계 [5]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강제배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그 위법성의 판단 기준 [6] 종립학교가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적인 종교행사와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참가 거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신앙을 갖지 않거나 학교와 다른 신앙을 가진 학생들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임이 충분히 예견가능하고 그 침해가 회피가능하므로 과실 역시 인정된다고 한 사례 [7] 학교의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한 요건 [8] 교육감이 사립학교의 교육관계 법령 등 위반에 대하여 시정·변경명령 등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인정되기 위한 요건 [9] 서울특별시 교육감과 담당 공무원이 취한 일부 시정조치들만으로는 종립학교의 위법한 종교교육이나 퇴학처분을 막기에는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학생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육감이 더 이상의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거나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도 위와 같은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으로 보호되는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침해 등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져야 한다.


[2] 공교육체계의 헌법적 도입과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 현실 및 평준화정책이 고등학교 입시의 과열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도입된 사정, 그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제도에 의하여 학생이나 학교법인의 기본권에 일부 제한이 가하여진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위 제도가 학생이나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3]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종립학교(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가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와 학생들이 가지는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생기게 되는데, 이와 같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양 기본권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양 기본권 행사의 한계 등을 감안하여 그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및 교육 내지 사립학교의 공공성, 학교법인의 종교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가 학생들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가치 앞에서 가지는 한계를 고려하고, 종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필요하고 또한 순기능을 가진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되나 한편으로 종교교육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는 그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며 그 구제수단이 별달리 없음에 반하여 학교법인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종교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종립학교의 학교법인이 국·공립학교의 경우와는 달리 종교교육을 할 자유와 운영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종립학교가 공교육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속에서 그러한 자유를 누린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5] [다수의견]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생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그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종교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그러한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종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나 학생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그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다고 평가되어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 종교교육이 보편적이고 건전한 사회인의 양성이라는 교육목적에 전혀 어울리지 아니하는 것이 아닌 한, 학생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하여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또는 이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그러한 학생에게 전학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종교의 자유를 가지는 학생의 인격적 가치를 무시하여 일방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제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종교교육 거부의 의사가 학생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등학생이라는 그 연령대가 아직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인격적으로 미성숙의 성장단계임을 감안한다면 학생 본인의 의사표현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태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본인의 진지한 성찰을 거친 것임이 명확히 확증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부모도 이에 동의한 경우라야 한다. [6]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강제배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적인 종교행사와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참가 거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등 신앙을 갖지 않거나 학교와 다른 신앙을 가진 학생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임이 충분히 예견가능하고 그 침해가 회피가능하므로 과실 역시 인정된다고 한 사례. [7] [다수의견] (가)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서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없다. 그러나 학교가 그 징계의 이유로 된 사실이 퇴학 등의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징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징계는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그 학생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 (나) 甲에 대한 퇴학처분은 그 징계의 이유로 된 사실이 퇴학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음에도 징계에 나아간 것으로, 그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여 甲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된다고 본 사례.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가)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비위사실이나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등도 징계양정의 참작자료로 삼을 수 있으므로, 징계처분의 이유가 된 사실이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음에도 징계를 한 것으로서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그 징계양정에 참작한 비위사실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甲에 대한 퇴학처분은 교사에게 불손하게 반항하였다는 징계사유와 아울러 징계양정의 자료로 삼을 수 있는 비위사실들을 감안하면, 그 징계처분의 이유로 된 사실만으로 징계대상이 된 학생이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여 퇴학처분이라는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볼 수는 있을지라도, 그 징계에서 인정된 사실이 퇴학처분을 할 정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거나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학교법인에게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8] [다수의견]

초·중등교육법은 제6조에서 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제7조에서 교육감은 학교에 대하여 교육과정운영 및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장학지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63조 제1항에서 “관할청은 학교가 시설·설비·수업·학사 및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육관계 법령 또는 이에 의한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학교의 설립·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사립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국가 교육이념을 실현하고 그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그러한 학교 운영을 통하여 학생 개개인의 균형 있는 정신적·육체적 발달을 도모하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교육감이 위 법률의 규정에서 정하여진 직무상의 의무를 게을리하여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교육감의 장학지도나 시정·변경명령 권한의 행사 등이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위 법률의 규정 형식과 교육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교육감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야만 교육감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된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대법원은 종래 공무원의 부작위의 경우에도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됨을 밝혀 왔다.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이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위법성 판단의 전제가 되는 작위의무는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국가배상법에서의 위법이라는 개념은 법령에 명문으로 정해진 작위의무의 위반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 및 조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정되는 공무원의 직무상 손해방지의무에 대한 위반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결과, 그 작위의무의 판단 자체에 공무원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라는 과실 요소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게 되므로 위와 같이 인정되는 작위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9] 서울특별시 교육감과 담당 공무원이 취한 일부 시정조치들만으로는 종립학교의 위법한 종교교육이나 퇴학처분을 막기에는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학생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육감이 더 이상의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거나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20조 제1항,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2]

헌법 제10조,

제31조 제1항,

제4항,

제36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47조 제2항,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7조 제2항,

제84조 제2항 [3]

헌법 제20조 제1항,

제31조 제4항 [4]

헌법 제20조 제1항,

제31조 제4항 [5]

헌법 제20조 제1항,

제31조 제4항,

민법 제750조,

제751조 [6]

헌법 제20조 제1항,

제31조 제4항,

민법 제750조,

제751조 [7]

민법 제750조 [8]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6조,

제7조,

제63조 [9]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6조,

제7조,

제63조

【참조판례】 [3]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50747 판결(공2007상, 13),

대법원 2009. 1. 15.자 2008그202 결정 / [7]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20007 판결(공1997하, 3063),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37294 판결 / [8]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공1998상, 1588),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759 판결(공2006하, 1509),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공2008상, 653)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대광학원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고스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5. 8. 선고 2007나1024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학교법인 대광학원(이하 ‘피고 대광학원’이라 한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종교교육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 (1) 기본권의 침해와 손해배상청구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도 위와 같은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으로 보호되는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침해 등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져야 한다. (2) 학생과 학교법인의 기본권 충돌과 그 위법성 판단 (가)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에 대한 침묵을 뜻하는 소극적인 신앙고백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 및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등과 더불어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보다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한편 사립학교의 설립자 및 학교법인은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1항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4항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으로서 자신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학교를 설립하고 이를 운영할 자유를 가진다(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설립자나 학교법인이 가지는 사학 운영의 자유에는 설립자나 학교법인의 종교적·세계관적 교육이념에 따라 교과과정을 자유롭게 형성할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므로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 즉 ‘종립학교’에서 종교행사 및 종교과목 수업(이하 종교행사와 종교과목 수업을 합하여 칭할 때는 ‘종교교육’이라 한다)을 할 자유는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도 일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도시 및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은 고등학교 입시의 과열을 해소하여 중학교 교육이 입시과목 위주로 편성되는 것을 막아 학생에 대한 전인적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고등학교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여 고등학교 교육의 질적 균등과 확대를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학교군별로 추첨을 통하여 학교에 강제로 배정하는 방법으로 실시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4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7조 제2항, 제84조 제2항). 학생은 헌법 제31조 제1항 및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그 부모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및 헌법 제10조 등에 의하여 사립학교 선택권을 갖는 것이 원칙이고, 이러한 사립학교 선택권은 학생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사립학교 역시 사학의 자유에 의하여 학생 선발권을 가진다. 그런데 위와 같은 평준화 정책 및 그로 인한 강제배정으로 인하여 학생의 사립학교 선택권과 사립학교의 학생 선발권이 제한되었다. 그러나 헌법 제31조 제1항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이를 실현할 의무와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여 공교육체계를 교육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1조 제6항이 선언하고 있는 교육제도 법률주의는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일시적인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하여 영향을 받거나 집권자의 의도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것을 예방하고 장래를 전망한 일관성이 있는 교육체계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하여 교육제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0. 3. 30. 선고 99헌바14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예외적인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립 고등학교는 교원, 교육내용, 교과용 도서의 사용, 학교에 대한 공적 지도·감독 등 학교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국·공립학교와 구분 없는 동일한 규율을 받고(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23조, 제29조, 제63조, 제64조, 제65조 등), 국가로부터 학교의 기본적 운영을 위한 재정결함보조금과 교육활동을 위한 기타보조금 등의 재정지원을 받는 등으로 공교육체계 내에 편입되어 있다. 공교육체계 내에서 학생에 대한 교육은 집단적인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다양한 가치관과 능력·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그에 알맞은 교육을 받을 권리는 현실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이라는 제도적인 이유로 인하여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절반 가량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체계 내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국·공립학교를 더 많이 신설하지 않는 이상 사립학교에게 학생 선발권을 전면적으로 부여하기 어렵고, 사립학교가 학생 선발권을 가진다 하여도 학생 또한 학교 선택권을 가지게 됨에 따라 상당수의 사립학교가 정원 확보에 실패할 수 있음에도 사립학교가 공교육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이상 그러한 사립학교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국·공립학교의 다수 신설과 사립학교에 대한 현재보다 더 많은 지원은 모두 현재의 교육재정상 현실적이지 않다. 즉 이러한 공교육체계 내에서는 교육의 확대와 기회균등이라는 국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학생과 학교 모두의 교육에 관한 기본권은 제한될 수 있고 그러한 기본권에 포함되는 학생의 사립학교 선택권과 그 이면에 있는 사립학교의 학생 선발권 또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평준화정책이 시행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자신의 신앙 또는 무신앙에 따라 자유로이 사립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종립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도 있게 된 반면, 종립 고등학교 역시 자신과 동일한 종교를 가진 학생만을 선발하지 못하고, 신앙을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이나 나아가서는 학교와는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까지도 배정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공교육체계에 편입되었고 평준화정책이 실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학교법인의 사학의 자유가 근본적으로 박탈된다고 볼 것은 아니므로 종립학교는 여전히 종교교육을 할 자유를 가지고, 학생 역시 종립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종교의 자유를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자신의 의사에 반한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은 공교육체계의 헌법적 도입과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 현실 및 평준화정책이 고등학교 입시의 과열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도입된 사정, 그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른 학교 강제배정제도에 의하여 학생이나 학교법인의 기본권에 일부 제한이 가하여진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위 제도가 학생이나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다) 그렇지만 이로써 학생들이 신앙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 채 강제배정된 학교로 입학하게 되고, 종립학교가 그 학생들을 상대로 자유로운 참가를 보장하지 아니하고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이른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한다면, 그 특정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지거나 종교를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를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종교교육에 강제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전학을 가는 등의 특별한 조치 없이는 이를 면할 길이 없으며, 참여한 후에도 그 특정 종교를 신앙으로 가진 학생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즉 위와 같은 교육제도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학교가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와 학생들이 가지는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양 기본권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50747 판결, 대법원 2009. 1. 15.자 2008그202 결정 등 참조), 그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양 기본권 행사의 한계 등을 감안하여 그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학생이 가지는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는 부작위에 의하여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참조) 학교법인이 가지는 종교교육의 자유와의 사이에서 위계질서를 논하기는 어려우며 양자의 기본권 모두 인격적 가치 및 자유권적 가치를 가지므로 추상적인 이익형량만으로는 우선하는 기본권을 정할 수 없다.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충돌하는 기본권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화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 및 그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 행사의 한계, 그러한 한계 설정으로 인한 기본권 제약의 정도가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선언하면서 헌법 스스로 학교법인의 기본권이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나 학생의 학습권이라는 기본권을 구체화한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헌법 규정에 터 잡아 제정된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규정하여 학교법인의 기본권은 학생의 기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한도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구 교육법(1997. 12. 13. 법률 제5437호 교육기본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된 것) 제155조 제1항을 근거로 제정되어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교육부고시 제1997-15호(이후 교육부고시 제2004-85호로 그 내용이 그대로 이어졌다. 이하 ‘이 사건 교육부고시’라 한다)가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할 때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 복수로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종립학교가 정규과목으로서의 종교과목을 부과하는 경우 그와 다른 선택과목을 편성하도록 함으로써 신앙을 가지지 않은 학생들이나 학교법인과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에 대하여 종교교육을 할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는 것 역시 학교 강제배정제도 아래서의 학생의 기본권과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조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 강제배정제도로 인하여 학교법인의 기본권만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사립학교는 독자적인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되는 것이고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은 특정한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선교의 자유의 일종인 종교교육의 자유는 종립학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나 신앙을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를 선전하고 전파하는 자유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종립학교에 대하여 평준화정책이 합헌이고 학생들이 강제로 배정되었다는 이유로 종교교육을 제한하는 것은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나 운영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개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기본법 제9조 제3항), 종교교육 역시 학생들의 올바른 심성과 가치관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종립학교가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여 그 자체만으로 바로 강제로 배정된 학생들에 대한 관계에서 학교법인의 종교교육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학생의 소극적 종교행위의 자유 및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도 외부로 표현되는 실현 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한다면 제한이 수반될 수 있으므로, 학생 또한 피교육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기르기 위하여 앞서 본 한계 내에서 실시되는 종교교육을 용인하여야 한다. 다만 종립학교와 학생의 기본권 모두 일정 한도에서 제한이 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할 자유는 독립한 기본권의 주체인 학생들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인 반면 학생의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 점,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비판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방식으로 행하여진다면 그 자체로 교육 본연의 목적을 벗어났다고 볼 소지가 높은 점, 그로 인하여 학생이 입게 되는 피해는 지속적이고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종립학교와 학생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학생의 법익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앞서 본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의 목적과 그 불가피성 및 그로 인한 학교 강제배정제도의 시행으로 종립학교는 학생 선발권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그 반면에 학생들을 강제로 배정받아 정원을 확보하여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고 나아가 교세를 확장할 수도 있으며 종교교육을 거부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종교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를 누릴 여지가 있기도 하나, 종립학교로 진학하게 된 학생은 국·공립학교 등 종교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는 학교에 배정된 것에 비하여 그 배정으로 인하여 누리는 특별한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대립하는 양 법익의 가치와 보호목적 등을 모두 고려하여 양 법익 행사에 있어서 실제적인 조화를 실현하려면, 먼저 이러한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및 교육 내지 사립학교의 공공성, 학교법인의 종교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가 학생들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가치 앞에서 가지는 한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종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필요하고 또한 순기능을 가진다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되나 한편으로 종교교육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는 그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며 그 구제수단이 별달리 없음에 반하여 학교법인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종교의 자유 및 운영의 자유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역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한다면 비록 학교법인이 국·공립학교의 경우와는 달리 종교교육을 할 자유와 운영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종립학교가 공교육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속에서 그러한 자유를 누린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생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그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종교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그러한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종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나 학생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이 사건 종교교육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먼저 피고 대광학원이 실시한 종교행사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학교 강제배정에 따라 피고 대광학원이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하여 설립·운영하는 대광고등학교에 입학하였으나 평소 종교를 가지지 아니하였던 학생인 사실, 대광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이 있는 매일 아침에 담임교사의 입회 아래 5분 정도 찬송과 기도 등을 실시하는 경건회 시간을 가졌고, 매주 수요일 정규 교과시간에 강당 등에서 1시간 가량 찬송과 목사의 설교, 기도 등을 하는 수요예배를 진행하였는데 원고는 입학 이후부터 위 경건회 시간 및 수요예배에 참석한 사실, 위 학교는 학생들에게 매년 3박 4일에 걸쳐 합숙하면서 각종 기도와 성경읽기 등을 하는 생활관 교육을 받게 하였고, 부활절에는 정규 교과시간에 부활절 예배를 진행하였으며 그로부터 3일간 정규 수업시간 일부로 심령수양회라는 시간을 편성하여 설교 및 기도 등을 진행한 사실, 또한 매년 반별 성가대회를 개최하였고 추수감사절에도 정규수업 대신 감사예배를 진행하였으며 성탄절에는 학생들을 교회에 출석하도록 한 사실, 원고는 2003년에 위 생활관 교육, 부활절 예배, 성가대회, 추수감사절 예배에 참석하였고 성탄절에는 교회로 출석한 사실, 대광고등학교는 위와 같은 종교행사를 거행함에 있어 원고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학생들이 경건회 시간에 참석하지 아니하면 지각으로 처리하고 주의를 주기도 하였으며 수요예배가 있을 때에는 교사들이 학급을 돌아다니며 참석하지 않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여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청소를 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고 성탄절에 교회에 출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사실, 원고는 2002년 1학기말 학생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교회에 1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학생회 회칙상의 자격요건을 시정하여 줄 것을 교목교사에게 건의한 적이 있고, 2002년 말과 2004년 초경에는 교목 및 담임교사에게 예배참가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였으나 교사들로부터 자중하고 학교방침에 따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을 뿐이고 학교의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대광고등학교가 실시한 종교행사는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기도와 설교, 찬송 등의 방법으로 전파하는 종파적인 행사라고 할 것임에도 위 학교는 이에 참석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에게 일정한 불이익을 줌으로써 참석을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아무런 신앙을 갖지 아니한 원고가 그러한 행사에 대한 참가 여부를 자유로운 상태에서 결정할 수 없도록 하였다고 보이므로, 이는 신앙을 가지지 아니한 원고의 기본권을 고려한 처사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대광고등학교가 원고에게 종교행사의 내용과 방식에 대하여 사전에 어떠한 설명을 하거나 동의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심지어는 수차례에 걸친 이의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하여 기독교 교리에 입각한 여러 종류의 종교행사를 오랜 기간 동안 빈번하게 반복하여 실시한 행위는 그러한 종교행사가 학생의 올바른 심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종립학교에서 허용되는 종교행사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원고가 입학 당시 기독교 교육과 함께 모든 교과교육을 충실히 받겠다고 선서하거나 일시적으로 종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들어 입학 이후 이루어질 다양한 종교행사의 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이해한 후 자유로운 상태에서 종교행사 참가에 포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수차례 종교행사 등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왔던 점, 원고가 성년에 이르지 못한 고등학생으로 학교의 교육방침에 대하여 일일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용이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나) 다음으로 피고 대광학원이 실시한 종교과목 수업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대광고등학교는 주당 1시간씩 정규 수업으로 종교과목을 부과함에 있어 대체과목을 편성하지 아니하였고, 그 수업시간에 기독교 경전인 성경을 읽고 그에 관한 토론 등을 진행하였으며 학생들에게 십계명이나 사도신경을 써오도록 과제를 부과하기도 한 사실,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그 종교과목 이수에 대한 교사의 평가의견을 기재하도록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대광고등학교가 실시한 종교과목 수업은 기독교 교리에 입각한 종파교육이라고 할 것인데 그럼에도 학교가 이 사건 교육부고시와는 달리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아니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실질적인 참가의 자율성도 보장하지 아니하였으며 사전 동의조차 얻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비록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은 교원수, 학급수, 시설 등 학교의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종교과목 수업 진행이 종파교육을 실시함에 있어 원고의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한계를 고려하여 이루어진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대광고등학교가 종교과목에 대하여 별도의 시험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원고가 학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종교과목 수업에 관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바 없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고 대광학원이 시행한 종교교육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원고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강제배정으로 입학한 학생들 모두가 피고 대광학원과 동일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위와 같은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할 경우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가능하고 그 침해는 회피가능하다고 할 것이어서 과실 역시 인정된다. 나아가 이로 인하여 피고 대광학원의 건학이념과 같은 종교를 가지지 않은 원고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음은 넉넉하게 추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조치는,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징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1)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서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없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2000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학교가 그 징계의 이유로 된 사실이 퇴학 등의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도 징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그 징계는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그 학생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3729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대광고등학교 학칙은 성행이 불량하여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된 자,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결석이 수업일수의 3분의 1 이상인 자,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집단적 행동으로 수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자, 특별교육을 이수하였음에도 동일한 내용의 교칙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퇴학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학칙의 위임에 따라 징계기준을 정한 대광고등학교 학생선도규정은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거나 폭력을 가한 학생에 대하여 학교내 봉사·특별교육 이수·퇴학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학생선도규정에서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거나 폭력을 가한 학생에 대해서는 마치 개전의 가망이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퇴학처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학칙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상위규범인 학칙에서 정한 데에 따라 학생이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였음을 징계사유로 한 경우에도 그에 따른 퇴학처분은 학생에게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된 때에만 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담임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였고, 2003. 11. 교내 급식과 관련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한 사건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며, 학교 공동 기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학생회장 신분으로 학생들을 선동하였다는 등의 징계사유로 이 사건 퇴학처분을 받은 사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대광학원 사이의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가합4809호 퇴학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였다는 것 이외에는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사실, 원고는 2004. 6. 16. 08:30경 대광고등학교 방송실에서 ‘대광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예배를 강요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원고는 수요예배를 거부하겠다. 원고가 학교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때까지 원고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교내방송을 한 사실, 그 후 담임교사가 원고에게 방송실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하여 잘못을 시인하고 학교 측에 사과하라고 권유하자, 원고는 담임교사 앞에서 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고, 잘못이 있다면 방송실 관리를 소홀히 한 학교 측에 책임이 있다.’라고 소리를 치고 ‘원고가 전학을 하든 퇴학을 당하든 상관이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가 변화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원고는 같은 날 학교를 마친 후 18:00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대광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한 사실, 원고는 그 다음날인 2004. 6. 17. 점심시간 무렵에 교무실로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자퇴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등을 문의하였고, 담임교사로부터 학생선도위원회의 개최가 예정되어 있으니 학교에 부모를 모시고 오라는 말을 듣고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부모가 왜 학교에 죄인처럼 와야 하느냐.’고 큰 소리로 항의한 사실, 원고는 방과 후인 같은 날 17:30경에도 재차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사실, 담임교사가 2004. 6. 18. 10:00경 원고에게 학교에 적대적인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하고 학교에 사과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자신이 진행하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대답한 사실, 대광고등학교는 같은 날 13:00경 교감, 교목실장, 생활지도교사 등이 참석한 학생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앞서의 징계사유를 들어 먼저 원고에게 전학을 권유하여 이를 승낙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고, 이를 거부하면 퇴학처분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징계결의를 한 사실, 그 후 원고와 원고의 부모가 전학을 거부하자, 원고에게 이 사건 퇴학처분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가 된 원고의 담임교사에 대한 불손한 행동이나 지도에 불응한 행위의 내용 및 정도가 결코 경미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퇴학처분은 학생의 신분이나 명예에 대하여 쉽사리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 그 처분에 최대한의 신중을 기하여야 함이 당연하고, 학칙에 따라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취하여져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발단이 된 교내 방송 및 1인 시위를 하고 학교당국 및 담임교사와 갈등을 빚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대광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위법하게 강행한 데 있고, 학생인 원고가 학교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일반적으로 교사에 대한 의견표현 이외에 달리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가 수차례 교사들에게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학교의 방침에 따르라는 답변만을 들은 후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이나 우리 사회의 정서상 학교 내부의 문제를 교육감 등에게 진정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아니하다는 사정도 이 사건 징계의 불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하고 아울러 대광고등학교가 사랑과 용서라는 기독교 이념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설립되었다는 점도 위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더구나 원고는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하였고 재학 중에는 학생회 부회장 및 회장을 차례로 역임하였으며, 이 사건 교내 방송 이전의 재학기간 동안에는 교내 급식 개선과 관련하여 학교 측과 마찰을 빚은 것 이외에는 학교의 교육방침이나 정책에 순응해 왔고 달리 학교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고가 교사에 대하여 다소 극단적인 반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차례의 시정 요구가 묵살되어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보고 선택한 교내방송 후 흥분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학교의 잘못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고 자신의 잘못만을 질책당하는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이고 그 이후의 언행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러한 여러 사정을 감안한다면 원고의 위와 같은 언행만으로 원고가 개전의 가망이 없는 학생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사유만으로는 학칙에서 정하는 퇴학처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뿐만 아니라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의 담임교사에 대한 불손한 태도만으로도 퇴학처분까지 가능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위반 내용이나 담임교사의 권면 등 이 사건 퇴학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징계로 퇴학처분을 선택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조치에는,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초·중등교육법은 제6조에서 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제7조에서 교육감은 학교에 대하여 교육과정운영 및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장학지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63조 제1항에서 “관할청은 학교가 시설·설비·수업·학사 및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육관계법령 또는 이에 의한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학교의 설립·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기간을 정하여 그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사립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국가 교육이념을 실현하고 그 운영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나아가 그러한 학교 운영을 통하여 학생 개개인의 균형 있는 정신적·육체적 발달을 도모하려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교육감이 위 법률의 규정에서 정하여진 직무상의 의무를 게을리하여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감의 장학지도나 시정·변경명령 권한의 행사 등이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위 법률의 규정 형식과 교육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교육감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야만 교육감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4482 판결,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75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교육감 및 담당 공무원이 2002년경부터 대광고등학교에 대하여 수차례 장학지도 등을 통하여 학교 내의 종교교육이 이 사건 교육부고시를 준수하여 운영되도록 지도를 해 왔으며, 교장·교감 회의 등 각종 회의와 연수 시에 학교 종교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안내하여 온 사실, 원고가 서울특별시 교육청 건물 앞에서 앞서 본 1인 시위를 한 후, 담당 장학사 등이 수차례 대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질의를 하는 등으로 종교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정규교과 시간 외 종교행사에 관하여 그 운영 등을 개선하도록 시정조치를 한 사실, 담당 공무원이 피고 대광학원으로부터 대광고등학교의 학칙 등 자료를 제출받아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퇴학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절차에 참가하여 조언을 하기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의 행사가 교육감의 합리적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 아래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이 사건 교육부고시를 준수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장학지도나 종교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일부 시정조치를 하는 등으로 어느 정도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교육감은 시정·변경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그 위반행위를 취소하거나 학교의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제63조 제2항) 이는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교육감이 시정·변경명령과 그 위반에 대한 조치를 취할 때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본다면, 비록 서울특별시 교육감과 담당 공무원이 한 위와 같은 조치들만으로는 피고 대광학원의 위법한 종교교육이나 퇴학처분을 막기에는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원고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육감이 더 이상의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위 법리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상황 아래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무원의 지도감독 권한 또는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의 불행사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상고이유 중 종교교육에 관한 판단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과 징계처분에 관한 판단에 대한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이유의 판단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상고이유 중 종교교육에 관한 판단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피고 대광학원이 행한 이른바 종파교육이 원고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하고, 나아가 그러한 교육을 실시할 경우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예견·회피될 수 있어서 피고 대광학원의 과실 역시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다수의견이 이 부분 불법행위책임을 긍정한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학교법인은 학생과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이고, 종교단체가 설립한 종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할 자유는 헌법 제2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종교의 자유 및 헌법 제10조, 제31조 제1항, 제4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기본권이자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가치질서에 해당한다. 그리고 종립학교는 특정 종교의 교리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고 또 이를 전파하는 것을 건학이념으로 하여 설립된 사립학교이므로 종립학교에서 특정 종교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그 존립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 사항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종교교육을 할 자유는 그 특정 종교를 신앙하는 학생들에 대한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종교를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이나 그 특정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에 대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이러한 종립학교에 대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이유로 하여 교과과정 등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종립학교가 가지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며, 동시에 그러한 간섭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한편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은 각자 독자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지며 국가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 서로 동등한 지위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충돌되는 기본권 상호간에 쉽사리 그 우열을 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공동생활에서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둘 이상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 그 우열을 비교하여 그 중 하나의 기본권의 행사를 다른 기본권의 침해로 보아 이를 위법행위로 단정하는 일은 가급적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상호 충돌되는 기본권들이 모두 외부적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상대적 기본권으로서 동등한 지위에 있는 때에는 그 기능과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조화점이 모색되어야 하고, 이 점은 다수의견도 수긍하고 있는 바이다.

다. 원래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은 학생이 그 학교를 선택하여 입학한다는 자발적인 동의에 의하여 정당화된다. 학생은 학교에 자발적으로 입학함으로써 그 학교의 독자적인 설립이념 및 이에 근거한 교육목표나 교과과정 등 자율적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승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의 시행으로 그 정책이 시행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고, 나아가 종교를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이 종립학교에 배정되거나 종교를 가진 학생들도 자신의 종교와 다른 종교를 설립이념으로 하는 종립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학생이 종립학교의 자율적 질서에 편입되는 근거를 학생 자신의 동의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립학교가 국가의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및 학교 강제배정제도에 따라 학생을 배정받게 되었다 하여서 종립학교가 본래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종교교육의 자유까지 당연히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종립학교와 그 종교를 신앙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위와 같은 교육정책을 실시한 데 기인한 것이므로 그 해결에 관한 제1차적인 책임도 국가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로서는 모든 학생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학교를 설치·운영하여 종립학교 진학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종립학교에 배정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고등학교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여 종립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강제배정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국가의 교육재정 등에 비추어 불가피하다고 한다면, 사립학교 중 상당수가 종립학교라는 실정 등을 감안하여 적어도 이러한 제도의 시행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책임은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고 이를 해결할 책무를 종립학교에게 전가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교육부고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고시는 종립학교는 종교과목 수업을 부과할 경우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포함, 복수로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고시는 교육행정상의 규제에 관한 것일 뿐 학생에게 학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이행을 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국가가 종립학교를 위하여 위 고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보면, 종립학교가 종교과목을 수강하는 대다수의 학생들과는 별도로 소수의 학생들을 위하여 대체과목 수강 등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였다 하여 이를 사법상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학교교육은 건전한 양식을 가지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전인적 교육이고( 교육기본법 제2조, 제9조 제3항), 종교교육은 학생들의 올바른 심성과 가치관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와 이를 믿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이고 우리나라 국민은 종교적 관용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및 학교 강제배정제도의 실시로 특정 종립학교에서 그 설립이념과 다른 종교를 가지거나 또는 종교가 없는 학생들이 그 설립이념인 종교를 신앙하는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종립학교가 종교과목의 부과 등과 관련하여 일정한 제약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 역시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종립학교에서 실시하는 종교수업과 종교행사는 물론 선교행위 등도 이를 용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기도 하지만 법질서의 통일성을 지키고 조화로운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가로서 일정한 한도 내에서는 감내하여야 할 성질의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종교가 없는 사람이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선교를 통하여 종교를 가지게 되거나 개종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종교 선택이나 개종은 한 번의 선교로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선교와 그에 따른 내면에서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 심지어는 내적 갈등을 통하여 그 특정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나 피안의 세계 등에 대한 종교적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종교 선택이나 개종을 위하여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내면적인 갈등이나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오히려 그러한 갈등 등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종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실시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이러한 갈등이나 혼란 등을 학생이 원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릇 인간이 종교적 정체성을 비롯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이미 자신이 가진 것과는 다른 세계관·가치관·종교관 등과 부딪히며 숱한 내면적 갈등과 심적인 고민의 과정 등을 겪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다양한 세계관·가치관·종교관에 대한 자신 나름의 검증과 비판의 기회를 가지게 되며, 이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거나 더욱 공고하게 다지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 시절은 아직 성년에 이르지 못한 학생들이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탐색해 가는 중요한 성장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내면적인 갈등과 혼란 등을 겪는 것은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종립학교가 시행하는 종교교육이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도 있는 종교적 갈등이나 혼란 등을 야기하였다거나 이에 대하여 학생이 다소간 불만을 표시한 것만으로 섣불리 이를 한계를 벗어난 종교교육으로 보아 제한할 것은 아니다. 종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불법행위의 성립을 넓게 인정한다면, 헌법상 보장된 종교교육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종교교육을 위축시킬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교단체의 사립학교 설립 등 교육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의 공교육 담당 비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칫 공교육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종교적 자극을 받고 그를 통하여 자신이 신앙할 종교를 선택할 기회를 제한받게 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상과 같이 생각하여 보면, 결국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그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나서 위법하다고 평가되어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 종교교육이 보편적이고 건전한 사회인의 양성이라는 교육목적에 전혀 어울리지 아니하는 것이 아닌 한, 학생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하여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또는 이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그러한 학생에게 전학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종교의 자유를 가지는 학생의 인격적 가치를 무시하여 일방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제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종교교육 거부의 의사가 학생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등학생이라는 그 연령대가 아직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인격적으로 미성숙의 성장단계임을 감안한다면 학생 본인의 의사표현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태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본인의 진지한 성찰을 거친 것임이 명확히 확증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부모도 이에 동의한 경우라야 할 것이다.

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2002년 입학 당시 대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 교육과 함께 모든 교과교육을 충실히 받겠다고 선서하였고 학생회장으로 취임하면서도 학교의 교육방침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한 사실, 원고는 2004년 6월경 교내 방송을 하기까지 2년이 넘는 상당한 기간 동안 몇 차례 종교행사에 관한 불만을 나타내기는 하였으나 곧 교사의 권유에 따라 기독교의식이 포함된 각종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종교과목 수업에 대하여는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부모도 위 교내 방송 이전까지는 종교교육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원고와 같은 학년의 학생 1명이 종교행사를 거부하고 전학을 간 사례가 있었음에도 원고나 그의 부모는 전학을 요구한 일이 없었고 위 교내 방송 이후에는 학교 측에서 오히려 전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는데도 이를 거부한 사실, 대광고등학교는 종교과목에 대하여 별도의 시험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이를 성적 등에 반영한 일이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원고는 그와 같은 종교교육에 대하여 위 교내 방송 이전까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확신에 기초한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이를 따르겠다고 선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고, 더구나 미성년인 원고를 보호하고 교육할 권한과 의무를 지닌 그의 부모 역시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에 대하여 아무런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고 하면 아직 미성년자인 원고가 위 교내 방송 이후로 표시한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일시적·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숙고한 결과로 얻어진 종국적인 결단에 기하여 종전의 종교교육 수용의 의사를 번복하여 행하여진 것인지가 의심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설사 그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에 대한 친권자인 부모의 동의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러므로 피고 대광학원이 원고의 위와 같은 의사표시에 지체없이 대응하여 인적 및 물적인 설비를 새롭게 마련하고 종교 이외의 과목을 편성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종전과 같은 종교교육을 실시한 것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고가 위 교내 방송으로써 학교의 종교교육에 대한 종국적인 거부의사를 부모의 동의 아래 명확하게 밝혔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피고 대광학원이 종전대로 종교교육을 실시하였는지를 인정할 자료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고, 또 설령 그와 같이 실시되었다고 하여도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사. 또한 설사 이 사건에서 피고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이 그 한계를 넘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대광학원에게 이러한 위법한 종교교육을 실시한 것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1) 우선 종립학교가 행하는 종교교육이 학생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법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는 위에서 다수의견도 누누이 말하는 것처럼 헌법상의 여러 가치와 우리의 교육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후에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미묘한 이익형량과 종합적인 고려를 통하여 비로소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는 어려운 문제에 관하여, 이제 강제배정제도가 실시됨을 계기로 종립학교가 종전부터 행하여져 오던 종교교육에 관하여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의 경계 설정에 관하여 스스로 적절한 판단을 하고, 그 허용된 것의 한계 내에서 종교교육이 행하여지도록 종전의 종교교육에 변경을 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종립학교 측에 과실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일찍이 대법원 1973. 10. 10. 선고 72다2583 판결이 “법령의 해석이 복잡 미묘하여 어렵고 학설·판례가 통일되지 아니한 때에 공무원이 신중을 기해 그 중 어느 한 설을 취하여 처리한 경우에는 그 해석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수 없다”고 판시한 이래로, 대법원은 행정청이 위법한 행정처분을 행한 경우에 대하여 그 행정처분이 위법하는 것 자체만으로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행정청이 관계 법령의 해석이 확립되기 전에 어느 한 설을 취하여 업무를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빚었다고 하더라도 처분 당시 그와 같은 처리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여러 차례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판단이 반드시 행정처분의 특성으로 말미암은 것으로서 위법한 처분을 한 행정청의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또한 대법원은 ―이는 다수의견이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판단에서 이미 원용하였지만― 징계권의 일탈·남용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과 관련하여, 징계권자의 피징계자에 대한 징계의 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어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의 징계 경중에 관한 관련 규정의 해석 잘못에 불과한 경우에는 그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징계위원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없으며, 또 피징계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을 할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이나 근로자의 비위행위 등의 정도, 불이익처분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피징계자의 비위행위가 불이익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소정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서 당해 불이익처분을 한 것이라면, 징계권자로서는 피징계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하면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비록 당해 불이익처분이 사후 법원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되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과실이 없다는 태도를 확고하게 취하고 있다(최근의 재판례만을 들자면,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5두826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한계 설정이라는 극히 어려운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종전과 같은 종교교육을 실시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한 것에 어떠한 무리한 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과실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역시 피고 대광학원의 불법행위책임은 부정되어야 한다. (2) 더욱이 원심판결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측의 대광고등학교는 평준화정책 훨씬 이전인 1947년경에 개교하여 그 때부터 수십 년에 걸쳐 종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하는 등 종교교육을 실시하여 왔는데 그 동안 대광고등학교에 재학한 수많은 학생 중에 이러한 종교교육에 이의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학생이 있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이루어진 종교교육에 대하여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었다면 피고 대광학원으로서는 자신의 종교교육이 정당하다는 데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졌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사정 아래에서 피고 대광학원에게 학교 강제배정제도가 시행되었다고 자신의 존재의의가 부정될 수 있는 종교교육 방식의 변경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나아가 일찍이 대법원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이 학칙으로 6학기 이상의 대학예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하고 있더라도 위 대학교의 대학예배는 목사에 의한 예배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학생들에 대하여도 예배시간의 참석만을 졸업의 요건으로 할 뿐 그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위 대학교의 예배는 복음 전도나 종교인 양성에 직접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무효의 학칙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6다3726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는 비록 종립대학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판시에 표명된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및 사학의 자유 보장에 관한 취지는 이 사건 종립학교에도 궤를 같이한다. 더욱이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은 대학예배 참석을 학생의 신분관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졸업요건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이에 반하여 앞서 본 대로 이 사건 종교교육 등에 관하여는 학교 측이 그 수행 정도를 졸업요건으로 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평가대상으로조차 삼지 않았다) 전체 종립학교가 종교교육에 관한 규범적 판단기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러므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 대광학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다수의견은 부당하며,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찬동하지 아니하는 이유를 밝혀 둔다.

5.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상고이유 중 징계처분에 관한 판단에 대한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원고에 대한 퇴학처분은 그 징계의 이유로 된 사실이 퇴학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음에도 징계에 나아간 것으로 그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여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

나. 징계가 징계양정을 그르친 것에 해당하여 결과적으로 징계의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징계가 징계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다수의견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다2000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되지 아니한 비위사실이나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 등도 징계양정의 참작자료로는 삼을 수 있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2365 판결,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퇴학처분의 이유가 된 사실이 퇴학처분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음에도 징계를 한 것으로서 징계권의 행사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그 징계양정에 참작한 비위사실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이 사건에서 본다. 대광고등학교는 당초 원고가 담임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였고, 2003. 11. 학교의 명예를 실추한 사건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며, 학교 공동 기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였고, 학생회장 신분으로 학생들을 선동하였다는 등의 징계사유로 이 사건 퇴학처분을 하였으나 위 퇴학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관련 소송에서 교사에게 불손한 반항을 하였다는 것 이외의 징계사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선 징계사유로 인정된 원고의 담임교사에 대한 문제된 언행은 그 방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학생으로서 스승에게 취할 수 있는 것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불손한 것으로 결코 사소한 잘못이라 할 수 없고, 나머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실들도 비록 위 관련 소송에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아니하였으나 징계양정의 자료로는 삼을 수 있는 비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즉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대광고등학교의 학생회 부회장으로 있던 2003. 11.경 외부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교내 급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배지와 학생의 날 행사 관련 유인물을 만들어 등교시간에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생활지도부장의 인증 없이 대자보를 교실에 부착한 행위로 인하여 그 무렵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되었다가 정식의 징계결의 없이 지도차원에서 훈계에 처하는 결정을 받았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원고가 학생회 간부의 지위에 있으면서 학교 내부의 문제를 합리적인 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지 아니하고 외부 단체의 도움을 받아 다수 학생들의 의사표현인 것처럼 공론화시킴으로써 학교 내부의 갈등을 조장한 것으로 이 사건 징계양정의 불리한 참작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원고가 무단으로 교내방송을 한 것을 대광고등학교의 학칙에 정한 징계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러한 원고의 행동은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의도적으로 돌출적인 행동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학교에 대하여 종교교육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과격한 행동으로 나아간 것으로 학교의 공공시설인 방송실을 정당하지 못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원고가 학생회장이라는 지위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교내방송을 통해 종교교육에 관한 학교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앞으로 수요예배를 거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원고가 학교에 대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학생회장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보아 학생들의 동참을 선동한 것으로 보일 여지도 있어, 이러한 점들도 원고에 대한 불리한 징계양정의 자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징계권자인 대광고등학교장이나 징계위원들인 학생선도위원들이 이러한 원고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징계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교사에 대한 불손한 반항이라는 위 징계사유와 아울러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징계양정 사유들을 참작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의 이유로 된 사실만으로 원고가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여 퇴학처분이라는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볼 수는 있을지라도, 이 사건 징계에서 인정된 사실이 퇴학처분을 할 정도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거나 징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징계결정에 앞서 담임교사가 수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종교교육 등에 대한 이의제기는 충분히 되었으니 자중하고 학교에 대해 사과하라는 등으로 충고하였고, 대광고등학교가 최종적인 퇴학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기도 하였던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비록 원고의 불손한 행동이 학교의 과도한 종교교육으로 인한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퇴학처분이 징계양정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었다는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서, 피고 대광학원에게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그러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6.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가.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대광고등학교의 종교교육 실시와 퇴학처분 등에 대하여 적절한 시정·변경명령 권한 등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대법원은 종래 공무원의 부작위의 경우에도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됨을 밝혀 왔다.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하는 것이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위법성 판단의 전제가 되는 작위의무는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8520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57856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4003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국가배상법에서의 위법이라는 개념은 법령에 명문으로 정해진 작위의무의 위반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 및 조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정되는 공무원의 직무상 손해방지의무에 대한 위반을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결과, 그 작위의무의 판단 자체에 공무원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라는 과실 요소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게 되므로 위와 같이 인정되는 작위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시정·변경명령 등의 불행사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본다.

다. 종교의 자유는 우리 법상의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결의 조건이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고 사회 내의 다양한 종교들 사이에 종교적 관용이 요청되는 민주사회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생명, 신체라는 법익에 결코 못지않고 재산권보다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아니하는 것이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와 소극적 신앙실행의 자유의 가장 본질적이고 유일한 내용이라 할 수 있으므로, 종립학교가 학교 강제배정제도에 의하여 신앙을 가지지 않았거나 학교와 다른 신앙을 가졌음에도 그 학교에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참가의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거나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특정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강행하여 학생이 자신이 원하지 아니하는 종파교육에 노출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와 소극적 신앙실행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하고 절박한 침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종립학교가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공교육체계에 편입되고 강제로 배정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상 그러한 종립학교에서 이 사건 교육부고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학생의 동의 없이 종파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이 상당함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학생에 대한 위와 같은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견할 수 있고, 이러한 침해는 교육감의 적절한 시정·변경명령권의 행사로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감의 시정·변경명령 권한은 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 및 인격권이라는 헌법적인 가치의 수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고, 초·중등교육법이 시정·변경명령이 일정 기간 내 불이행된 경우에는 교육감이 그 시정·변경명령의 대상이 된 행위를 직접 취소 또는 정지하거나 학교에 대하여 정원을 감축하는 등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제63조 제2항) 시정·변경명령의 이행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 역시 교육 시행과정에서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교육감의 책무가 중요함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원심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교육감 관할 고등학교 중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교행사를 실시하고 대체과목의 개설 없이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점과 서울시 공무원이 수차례 대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이 사건 교육부고시를 준수할 것을 지시하고 종교교육 현황을 점검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대광고등학교가 이 사건 교육부고시를 위반하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함이 없이 종교교육을 강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라는 침해법익의 중대성·절박성 및 고도의 예견가능성이 인정되고 충분한 회피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비록 초·중등교육법이 교육감에게 시정·변경명령 권한행사에 재량을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는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시정·변경명령 권한의 행사에는 재량의 여지가 거의 없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행사할 의무만이 남게 된다고 할 것임에도, 위 교육감이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것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초·중등교육법 제63조 제1항은 학교가 학사 및 기타 사항에 대하여 교육관계 법령 또는 이에 의한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교육감에게 그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감은 학교장의 학생에 대한 퇴학처분 등 징계처분에 대하여도 당연히 시정·변경을 명할 권한을 가진다. 피고 대광학원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다수의견에서 보듯이, 피고 대광학원의 원고에 대한 퇴학처분은 그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는 학칙에서 정하는 퇴학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뿐만 아니라 징계처분권자 또는 징계위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로서, 그러한 사유로 퇴학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의 행사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심각한 불법성을 지닌 징계처분은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는 인격권 및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고 더구나 퇴학처분은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것으로 학생에게 심각하고 절박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러한 상황하에서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대광고등학교의 장에게 이에 대한 유효한 구제수단인 시정·변경명령 조치를 하지 않은 것 역시 조리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 한편 종립학교가 학교와 신앙이 다른 학생들에게 종파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비록 이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학생들에게 참여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학교 내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학생들은 불참가라는 사실 자체로 다른 다수의 학생들과 구별되게 되고 특별한 학생으로 취급받게 되므로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그러한 교육을 거부하는 것을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과정에서의 학생의 지위는 성인이 공공장소에서 특정한 행사에 참가하거나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시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며, 주어진 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하기 어려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학교가 학생에게 실질적인 참가의 자유를 보장하지 아니할 경우 더욱 심각하게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종립학교가 종파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는 한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학생에게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의 거주지 인근에 공립학교나 종파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는 사립학교를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학생과 학교의 충돌하는 기본권을 직접 제한하지 않고 조화롭게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의 전학에 관한 학칙을 인가하고( 초·중등교육법 제8조 제1항), 교장이 학생의 교육상 교육환경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여 전학을 추천한 자에 대하여 전학할 학교를 지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9조 제5항, 제73조 제5항) 교육감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인근의 공립학교나 비종교계 학교 혹은 학생과 동일한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종립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학교의 종교교육과 학생의 종교적 신념이 배치된다는 이유만으로는 전학이 불가능하도록 전학업무를 처리하여 왔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유효하게 보장할 수단을 학교나 학생이 선택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적절하게 학사행정을 이끌고 지도할 교육감의 의무를 위반한 것에 다름 아니므로 이 역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바. 그럼에도 원심이,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시정·변경명령 등을 발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 서울특별시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조치에는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 서울특별시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되어 원심법원으로 환송되어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동하지 아니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김영란(주심)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