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헌바98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 위헌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9년 5월 28일 판결.


【판시사항】

가. 해상에 관하여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 등을 정한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 제4호 중 ‘선박소유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선박충돌로 인한 책임제한 여부와 관련한 당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의 인정 여부(적극)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재산권이 제한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국제사법의 규정 형식과 법조문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상’이란 선박을 이용한 상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충돌이나 그로 인한 책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국제사법은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61조에 따라 준거법을 지정하도록 하면서 선박소유자가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책임제한의 범위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준거법을 지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한 준거법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으로서, 그 재판에 적용될 뿐만 아니라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나.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준거법으로 선적국법이 적용된 결과에 불과하다. 즉 이 사건 사고에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함으로써 선박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을 적용한 경우보다 현저하게 낮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 해당 선박의 선적국, 채권자들의 국적 등이 상이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반사적인 결과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내․외국 선박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이므로 차별적 취급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선박에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하여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을 적용한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 해당 선박의 선적국, 채권자의 국적 등이 상이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국제사법은 제60조 제4호로 “해상(海商)에 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책임제한의 범위는 선적국법”에 의하고, 제61조에서 “영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그 충돌지법”에 의하며(제1항), “공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가해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상(海商)이란 선박을 이용한 상행위(商行爲)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박충돌이나 그로 인한 책임은 해상(海商)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에 관해서는 책임의 존부와 범위뿐만 아니라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책임제한의 범위에 관해서도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가 아니라 제61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박충돌에 관하여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61조를 적용하고 각 선박당사자의 책임제한의 여부와 제한범위에 대해서는 제60조 제4호를 적용하여 각 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하여 결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와 제61조의 취지를 잘못 해석․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처럼 법률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므로,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를 선박충돌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의 원칙(법치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 제4호 중 ‘선박소유자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 제61조

【당 사 자】

청 구 인  1. 김○문
         2.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대표자 회장 이종구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청해
         담당변호사 서영화 외 3인

당해사건부산고등법원 2007라43 책임제한절차 개시신청

【주 문】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 제4호 중 선박소유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말레이시아 선적의 컨테이너선 붕가 마스 라판(BUNGA MAS LAPAN)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가 2005. 12. 1. 15:15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동방 22.5마일 해상에서 대한민국 선적의 ○○호와 충돌하여 ○○호가 침몰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 이에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말레이시아 법인 엠아이에스씨 버하드(MISC BERHARD, 이하 ‘버하드 법인’이라 한다)는 2006. 8. 25. 부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물적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책임제한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06책4), 법원은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에 따라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의 가부 및 그 범위에 관한 준거법으로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법인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하여 책임한도액이 말레이시아 국화 1,129,511.80링깃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2007. 1. 10. 책임제한절차 개시결정을 하였다.
(3) ○○호의 소유자인 청구인 김○문 및 그에게 759,467,700원의 선체보험금을 지급하여 그 범위에서 버하드 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할 권리를 취득한 청구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위 결정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하고(2007라43), 그 소송 계속중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7카기28), 2007. 8. 13.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 제4호 중 선박소유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해상) 해상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한다.

4.선박소유자․용선자․선박관리인․선박운항자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책임제한의 범위

[관련규정]
국제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60조(해상) 해상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은 선적국법에 의한다.

1.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2.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

3.선장과 해원의 행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책임범위

4. 생략

5. 공동해손

6. 선장의 대리권

제61조(선박충돌) ① 개항․하천 또는 영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그 충돌지법에 의한다.
② 공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각 선박이 동일한 선적국에 속하는 때에는 그 선적국법에 의하고, 각 선박이 선적국을 달리하는 때에는 가해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선박이 어로작업 중인 ○○호와의 충돌 위험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항진하다 발생한 것으로서, ○○호와의 과실 비율은 80:20이고, 이 사건 사고로 ○○호는 5,958,792,030원 상당의 물적 손해를 입었는데, 우리 상법에 의할 경우 버하드 법인이 배상할 물적 책임한도액은 1,864,177, 560원이 되는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법인 말레이시아 상선법이 적용될 경우 책임한도액이 295,062,368원에 그쳐, 이와 같이 우리의 선박이 충돌사고를 당한 경우 상대선이 어느 국적인가 하는 우연한 상황에 따라 배상받을 손해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채권이라는 국민의 재산권에 대하여 제한의 한계를 넘어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의 요지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은 해상위험을 고려하여 해상기업을 특별히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제도로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그 합리성을 인정받아 왔고, 이를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가는 과거부터 해상법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 왔으며, 각국의 특수한 사정과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많은 입법주의가 있어 왔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박소유자가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책임제한의 범위를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 선박과 ○○호의 과실 비율에 관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믿기 어렵고, 또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실손해액은 이를 산정할 자료가 부족하여 말레이시아 상선법에 따른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에 따른 책임한도액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에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함으로써 선박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을 적용하는 경우보다 현저하게 낮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 해당 선박의 선적국, 채권자의 국적 등이 상이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에 불과하고, 그 준거법이 선적국법이기 때문이 아니며, 그 준거법이 사고발생지법이나 채권자의 국적법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 의견의 요지
(1)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은 각국의 특수한 사정과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인데, 국제사법 전부 개정 당시 이와 관련하여 행위지법주의, 법정지법주의, 선적국법주의 등이 거론되었으나, 행위지법주의는 불법행위가 공해에서 이루어진 경우 준거법이 없게 되고, 법정지법주의는 소가 제기된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므로 선박소유자 등 이해관계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곳을 선택하여 소를 제기하게 되고 소 제기의 우연성에 따라 준거법이 좌우되는 등 문제가 있어 이를 배제하고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2) 우리의 법제는 국제적 생활관계 중 해상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대한 준거법의 지정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선박의 특질을 고려할 때 선박에 관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법관계를 규율함에 있어 선적국법이 그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박에 대한 책임한도액이 법정지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당사자 사이에 법정지 선택을 둘러싸고 치열한 분쟁이 생길 우려가 많은 법정지법주의를 배제하고,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이 그 선박이 소속된 국가의 법에 따라 미리 부동적으로 일정 한도로 제한되게 되어 해상기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법적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여 입법한 것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없어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채권이 제한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계속중이고,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며,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국제사법은 그 체계에 있어 ‘해상(海商)’편을 별도로 두어(제9장), 해상에 관하여 선박소유자․용선자․선박관리인․선박운항자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책임제한의 범위는 선적국법에 의하고(제60호 제4호), 개항․하천 또는 영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그 충돌지법에 의하며(제61조 제1항), 공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각 선박이 동일한 선적국에 속하는 때에는 그 선적국법에 의하고, 각 선박이 선적국을 달리하는 때에는 가해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한다고(제61조 제2항)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법의 규정 형식과 법조문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상’이란 선박을 이용한 상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충돌이나 그로 인한 책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국제사법은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61조에 따라 준거법을 지정하도록 하면서 선박소유자가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책임제한의 범위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준거법을 지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서 선박소유자인 버하드 법인의 책임제한 여부 및 그 범위에 관한 준거법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으로서, 그 재판에 적용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재산권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적국법주의를 규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채권의 일종으로서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기는 하나,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준거법으로 선적국법이 적용된 결과에 불과하다.
즉 이 사건 사고에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함으로써 선박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을 적용한 경우보다 현저하게 낮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 해당 선박의 선적국, 채권자들의 국적 등이 상이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반사적인 결과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는 말레이시아 상선법이, ○○호에 대하여는 우리 상법이 적용되는 결과, 말레이시아 상선법에 의하여 산정되는 책임한도액이 우리 상법에 따른 책임한도액의 약 15%에 불과하게 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내․외국인과 내․외국 선박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이므로 차별적 취급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선박에 말레이시아 상선법을 적용하여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한도액이 우리나라 상법을 적용한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고 하더라도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지, 해당 선박의 선적국, 채권자의 국적 등이 상이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준거법을 적용한 결과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국제사법은 제60조 제4호로 “해상(海商)에 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책임제한의 범위는 선적국법”에 의하고, 제61조에서 “영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그 충돌지법”에 의하며(제1항), “공해에서의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은 가해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해상(海商)이란 선박을 이용한 상행위(商行爲)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박충돌이나 그로 인한 책임은 해상(海商)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에 관해서는 책임의 존부와 범위뿐만 아니라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책임제한의 범위에 관해서도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가 아니라 제61조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61조를 적용하고, 그 책임제한의 여부와 한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당위성이나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선박충돌은 2척 이상의 선박이 충돌하는 것인데, 그 경우에 각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하여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에 따라 각 선박의 선적국법을 따로따로 적용하면 선박소유자마다 적용법률이 달라지고 그 책임제한의 유무나 정도도 달라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선박충돌에 관하여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 제61조를 적용하고 각 선박당사자의 책임제한의 여부와 제한범위에 대해서는 제60조 제4호를 적용하여 각 선박의 선적국법에 의하여 결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와 제61조의 취지를 잘못 해석․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처럼 법률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므로, 국제사법 제60조 제4호를 선박충돌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의 원칙(법치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당해 사건은 대한민국 영해에서 대한민국 선적의 선박과 말레이시아 선적의 선박이 충돌한 것이므로, 그 선박충돌에 관한 책임에 관해서는 국제사법 제61조 제1항에 의하여 각 선박소유자의 책임의 존부와 범위뿐만 아니라 그 책임제한의 가부 및 범위에 대해서도 모두 대한민국의 법률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선적의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하여 말레이시아의 법률을 적용하였으므로 다시 심판하게 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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