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다53733, 53740

채무부존재확인·채권존재확인등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판결] 【판시사항】 [1]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거나 그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 위 채권자가 편취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을 얻은 것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경리업무 담당자가 회사자금의 횡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을 편취한 후 이를 회사 또는 그 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 횡령금 상당액을 변제한 경우, 위 송금 당시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위 회사가 금전취득 또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은 것은 편취행위의 피해자인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경리업무 담당자가 회사자금의 횡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을 편취한 후 이를 회사 또는 그 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 횡령금 상당액을 변제한 경우, 위 송금 당시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위 회사가 금전취득 또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은 것은 편취행위의 피해자인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41조 [2] 민법 제74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공2003하, 1531),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다49726 판결


【전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월명토건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만운)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이헌묵)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6. 7. 21. 선고 2006나1861, 18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들의 경리 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1이 아무런 권한 없이 2003. 12. 18.경 원고 월명토건 주식회사(이하 ‘월명토건’이라 한다)의 명의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여신한도금액을 2억 원으로 하는 여신거래약정 및 추가약정을, 2004. 3. 12.경 원고 명진토건 주식회사(이하 ‘명진토건’이라 한다)의 명의로 피고와 사이에 여신한도금액을 9억 원으로 하는 여신거래약정 및 추가약정을 각 체결한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각 대출계약일 이후 원고들의 각 대표이사에게 원고들의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채무가 존재하지 않으며, 원고들의 예금 잔고가 22억 원 내지 30억 원 상당이라고 허위 보고를 해 오다가 2004. 5. 11.경 행방을 감추었고, 원고 월명토건의 대표이사 소외 2는 그 무렵 검찰에 소외 1이 피고에 예치된 원고 월명토건 명의의 회사 자금 30억 원 상당을 횡령하여 도주하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 원고 월명토건 명의의 2003. 12. 18.자 대출계약에 따라 인출된 금원은 원고 명진토건의 전북은행 보통예금계좌 및 원고 월명토건의 전북은행 당좌예금계좌에 입금되거나 거래처에 송금되는 등으로 사용되었고, 원고 명진토건 명의의 2004. 3. 12.자 대출계약에 기한 대출금 9억 원은 같은 날 원고 명진토건 명의의 피고 은행계좌에 입금되어 당시 위 계좌의 잔액이던 마이너스 6억 98,164,218원을 자동으로 상환하고, 남은 금원은 원고 명진토건의 전북은행 보통예금계좌 및 원고 월명토건의 전북은행 당좌예금계좌에 입금되는 등으로 사용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들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이 사건 각 대출금은 소외 1이 권한 없이 원고들 명의로 체결한 이 사건 각 대출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고, 위 각 대출금이 원고들의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대출금과 그에 대한 법정이자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대출금은 원고들이 아닌 소외 1에 대한 것이며 소외 1이 횡령한 돈이 대출금보다 많으므로 원고들이 어떠한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비록 소외 1이 대출 전후 과정에서 원고들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원고들의 위임 없이 피고와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대출금이 원고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던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어 지급되고, 원고들을 위하여 사용된 이상 위 대출금에 관한 이득은 원고들이 누렸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다49726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들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있던 중 이를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원고들의 명의로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해 이 사건 각 대출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이를 편취한 다음, 원고들에 대한 위 횡령금을 변제하는 방편으로서, 위 편취한 대출금을 원고들 또는 원고들 거래처의 각 예금계좌에 송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원고들 및 원고들의 거래처가 이 사건 각 대출금을 송금받을 당시 그것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원고들이 송금받은 금전을 취득하거나 거래처에 대한 채무가 소멸하는 이익을 얻는 것은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이 원고들의 자금을 실제로 횡령했는지 여부 및 그 횡령액, 소외 1이 피고로부터 편취한 대출금의 구체적인 사용처 및 그 액수, 원고들 또는 원고들의 거래처가 이 사건 각 대출금을 송금받을 당시 그것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한 다음,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나아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제1심이 원고들의 본소 중 주위적 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중 주위적 청구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한 데 대하여, 피고는 반소의 예비적 청구를 일부 기각한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하였을 뿐 본소에 대하여는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들의 본소는 주위적 청구뿐만 아니라 예비적 청구 역시 원심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들이 원심에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예비적 청구에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추가된 예비적 청구가 원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추가한 선택적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양승태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