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18228, 판결] 【판시사항】 [1] 한계를 일탈하지 않은 행정지도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행정기관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소극) [2] 행정기관의 위법한 행정지도로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자가 그 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은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에서 그 이득을 손익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위법한 행정지도로 상대방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 행정기관이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4]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

【판결요지】 [1] 행정지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은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행정기관은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2] 행정기관의 위법한 행정지도로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자가 그 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었더라도 그 이득은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인 위법한 행정지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행정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위법한 행정지도로 피해자가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것임에 반해 피해자가 얻은 이득은 어업권 자체의 매각대금이므로 위 이득이 위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피해자가 얻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행정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 [3] 위법한 행정지도로 상대방에게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 행정기관이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4]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행정절차법 제48조, 민법 제750조 [2] 민법 제393조, 제763조 [3] 민법 제168조 제3호 [4] 민법 제2조, 제162조 제1항

【참조판례】 [2]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공2005하, 1847),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6다19603 판결(공2007하, 2043) / [4]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다12701 판결(공2007상, 534),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43651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공2008하, 1109)


【전문】 【원고(탈퇴)】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인천광역시 강화군 (소송대리인 변호사 허은강)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6. 2. 8. 선고 2003나41434 판결

【주 문】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및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1995. 1. 3. 이전에 원고에 대하여 행한 행정지도는 원고의 임의적 협력을 얻어 행정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지만, 1995. 1. 3. 행한 행정지도는 그에 따를 의사가 없는 원고에게 이를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정지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1995. 1. 3.부터 원고가 피고로부터 “원고의 어업권은 유효하고 향후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나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은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은 1998. 4. 30.까지 원고가 실질적으로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피고는 원고의 어업면허를 취소하거나 어업면허를 제한하는 등의 처분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 양식장시설공사를 중단하도록 하여 어업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어업권이 정지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결국 어업권이 정지된 경우의 보상액 관련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수산업법령에서 규정한 어업권 정지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산점 및 어업권정지기간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1995. 1. 3. 이전의 피고의 행정지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은 비권력적 작용으로서 행정지도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다면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는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어장시설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1998. 4. 30.부터는 원고가 어업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있었다고 할 수 없어 그 이후에도 원고에게 어업권의 행사불능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각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3498, 3504 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양식어업권을 타인에게 매도하여 그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이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 즉 피고의 위법한 행정지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는 위법한 행정지도로 원고가 일정기간 어업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것임에 반하여 원고가 얻은 위 이득은 어업권 자체의 매각대금이므로 위 이득이 위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원고가 얻은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에서 공제하지 아니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익상계 내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위법한 행정지도 당시 시행되던 구 수산업법 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2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제10항에 따라 원고의 평년수익액을 인근의 동종어업의 어업실적의 50%로 하여 산정한 것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어업권이 정지되는 경우 손실보상은 보상의 원인이 되는 처분일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액은 피고가 공유수면매립공사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1997. 2. 28. 당시 시행되던 개정 시행령(1996. 12. 31. 대통령령 제15241호로 개정된 것)을 적용하여 산정하거나 또는 원고가 어업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 중인 1996. 12. 31. 수산업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으므로 개정 시행령이 시행된 이후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어업손실액은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여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나,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공유수면매립공사를 실제로 시행한 바 없다는 것이므로, 공유수면매립공사가 이 사건 손해배상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어 그 실시계획 인가일 당시의 시행령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개정 시행령 부칙 제11조 제2항에서 “이 영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어업면허·어업허가·신고어업 등에 대한 제한·정지·취소 또는 어선의 계류처분에 따른 손실액의 산출은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개정 시행령 시행 이후의 기간 동안에 발생한 어업손해에 대하여 반드시 개정 시행령에서 정한 어업손실 산정 방법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때 그 중 하나에 의거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면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적법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4942 판결, 2005. 1. 14. 선고 2001다81320 판결, 1983. 7. 26. 선고 82누28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의 어업손실액에 관한 제1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와 원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 중 원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채용하고 제1심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감정인이 원고의 어업손실액을 평가함에 있어 저수지 면적을 양식가능 면적에서 제외한 것이나, 평균 연간판매단가의 산정에 있어 경기도의 숭어 평균 연간판매단가와 서울특별시 농수산물공사의 숭어 평균 연간판매단가를 평균하여 산정한 것, 평년어업경비를 5,230만 원으로 산정한 것 등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평가라거나 경험칙 및 논리법칙에 반하는 평가라고 볼 수 없어, 위 감정을 채용한 원심의 조치가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5.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2286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어업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가운데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00. 3. 2.로부터 역산하여 5년이 경과한 1995. 3. 1.까지 발생한 부분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다음, 피고가 1998. 4. 6.까지 위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해 왔으므로 그에 대한 소멸시효는 1998. 4. 6.부터 진행한다는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1998. 3. 20. 및 같은 해 4. 6. ‘원고의 어업권 및 시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 및 상급기관의 질의, 전문기관의 자료에 의하여 처리해야 하므로 처리기간이 지연됨을 양지하여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사유만으로는 피고가 자신의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위 각 공문은 1998. 4. 29.자로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이 변경되어 원고의 어업면허지역이 공유수면매립지에서 제외되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그 내용은 이 사건 공유수면매립사업이 시행됨을 전제로 하여 그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향후의 처리계획 및 처리지연 상황을 알려주는 취지에 불과하고 1995. 1. 3. 행한 행정지도로 인한 이 사건 손해배상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43651 판결 등 참조)는 점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으나, 원고승계참가인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주심) 김지형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