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도6810
도주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판시사항】 [1] 임의동행의 적법요건 [2]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이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하고, 불법 체포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므로 피고인이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에 정한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어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할 수는 있겠으나, 그 경우에도 수사관이 단순히 출석을 요구함에 그치지 않고 일정 장소로의 동행을 요구하여 실행한다면 위에서 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한편 행정경찰 목적의 경찰활동으로 행하여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질문을 위한 동행요구도 형사소송법의 규율을 받는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역시 위에서 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2]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이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하고, 불법 체포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므로 피고인이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에 정한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어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제200조 제1항,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2]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제200조 제1항,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형법 제145조 제1항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춘천지법 2005. 8. 26. 선고 2005노42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ㆍ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ㆍ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1항에 의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적 출석을 요구할 수는 있겠으나, 그 경우에도 수사관이 단순히 출석을 요구함에 그치지 않고 일정 장소로의 동행을 요구하여 실행한다면 위에서 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한편 행정경찰 목적의 경찰활동으로 행하여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 소정의 질문을 위한 동행요구도 형사소송법의 규율을 받는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역시 위에서 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동행한 시각이 동틀 무렵인 새벽 06:00경이었고, 그 장소는 피고인의 집 앞이었으며, 그 동행의 방법도 4명의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집 부근에서 약 10시간 동안 잠복근무를 한 끝에 새벽에 집으로 귀가하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4명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을 동행한 것인 점, ② 피고인을 동행한 경찰관 공소외 1이 1회 검찰진술에서 “ 공소외 2(피고인의 누나로서 도난당한 수표를 피고인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진술하였다)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화천경찰서로 데리고 온 사실이 있고, 공소외 2의 진술을 확인하고 피의자 (이름 생략)을 검거하기 위하여 춘천시 퇴계동 소재 (이름 생략)의 집에 출장을 가서 피의자 (이름 생략)을 긴급체포하면서 검거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여 원심상피고인 공소외 2에 대해서는 임의동행하였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경우는 긴급체포하였다는 식으로 양자를 구별하였고, 2회 검찰진술에서는 “ 공소외 2의 진술서와 진술조서를 근거로 하여 현장에서 긴급체포하려고 하였으나 (이름 생략)이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공소외 2의 진술 외에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피고인을 긴급체포하면 보강증거를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이름 생략)의 동의를 얻은 후 임의동행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애당초 피고인을 긴급체포할 의사로 피고인의 집으로 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공소외 1은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공소외 2가 이야기한 절도 사실에 대하여 고지하니 피고인이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하여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해 보고 피고인의 이야기가 맞으면 그냥 돌아가도 좋다고 설득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에게 동행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지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진술은 하고 있지 않는 반면에,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당시 경찰관들로부터 동행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고지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경찰관들이 동행을 요구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말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이 원심 법정에서 경찰서에서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관 1명이 따라와 감시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경찰서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도 피고인이 임의로 퇴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사법경찰관이 그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한 이후에 비로소 피고인에 대하여 긴급체포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동행의 형식 아래 행해진 불법 체포에 기하여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어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3. 원심은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동행이 임의성을 결여하였고, 따라서 그 실질은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이루어진 강제연행 즉 체포에 해당하며, 이에 이은 긴급체포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이 형법 제145조 제1항 소정의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원심이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수사관서로의 동행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함에 있어서 설시한 이유는 위의 법리와는 다소 달라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피고인에 대한 수사관서로의 동행과 이에 이은 긴급체포를 불법으로 보아 피고인에 대한 도주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조치는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이강국 손지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