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판시사항】 [1]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 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 항소심이 별도의 증거조사 없이 위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2] 항소심이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심이 조사한 증인을 다시 심문하지 아니하고 그 조서의 기재만으로 그 증언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 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항소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한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도2208 판결(공1987, 130),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도968 판결(공1987, 1431) /[2]

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공1991, 2871)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공익법무관 손천우

【원심판결】 수원지법 2004. 12. 23. 선고 2004노396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피고인이 서울 85고 (이하 번호 생략) 코란도 밴 화물차를 운전하여 성남시 수정구 신흥 3동 4124 앞 도로를 운행하던 중 업무상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길을 걸어가던 피해자를 우측 후사경 및 후렌다 부분으로 들이받아 상해를 입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피해자와 목격자인 공소외 1의 진술은, 2003. 6. 13. 22:35경 신흥 3동 종합시장 뒷골목을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피해자의 뒤에서 시속 약 30km의 속도로 진행하여 오던 뉴 코란도 밴 화물차량에 왼쪽 팔과 무릎 부위를 충격 당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노상에 넘어졌고, 그대로 도주하던 차량의 번호를 보니 서울 ××고 (이하 번호 생략)인 것을 목격하였으며,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사거리의 우측 빵집 앞에 주차된 피고인의 차량을 발견하고 차량번호와 당시 피고인 차량의 진행방향이 일치되어 운전자를 기다렸는데 빵집에서 나오는 피고인을 보고 '방금 저 골목으로 지나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피고인이 '차는 원래부터 여기에 서 있었다.'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자신을 충격한 차량번호를 이야기하자 피고인이 '나는 그런 일 없다.'고 하면서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하였으며, 이에 피해자는 112 신고를 하고 다음날 경찰에서 가해차량의 차량번호가 서울 ××고 (이하 번호 생략)이고 뒷유리에 흰색글씨가 적혀 있었다고 진술하고, 2003. 7. 21. 경찰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 사람이 가해자가 맞다고 하였다는 것이고, ② 이 사건 사고 접수 후 경찰이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서울 ××고 (이하 번호 생략) 흰색 코란도 차량을 전산조회하자 피고인의 형인 공소외 2 소유의 서울 85고 (이하 번호 생략) 차량으로 확인되어 공소외 2를 상대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하였으나, 피고인이 위 차량의 실제 소유주이자 사용자라고 하면서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으며, ③ 피고인을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당신이 그 사고를 내고 도주했습니까.', '당신이 그날 성남의 골목길에서 보행자를 충격했습니까.', '그날 밤 당신이 그 골목길에서 사고를 낸 것입니까.'라고 질문을 한 후 부정적인 대답을 하도록 하였으나 거짓반응을 나타내었고, '그 시간대에는 족발배달을 할 시간으로 성남에 갈 이유가 없으며 또한 그 곳에서 보행자를 충격한 적도 없고 성남에 가지도 않았으며 피해자와 이야기한 적도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하도록 하였으나 역시 거짓반응을 나타내었으며, 위 각 증거에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후 도주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위하여 빵집에 들어가서 상황을 지켜 보려고 할 수도 있었던 점, 피고인의 차량 뒷유리에 흰색글씨나 그 존재 흔적이 보이지 아니하나, 피해자로서는 가해차량의 번호만 외우면 족한 것이지 뒷유리의 글자를 자세히 보려고 할 필요는 없으므로 뒷유리의 글자에 대한 피해자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당시 대학생이던 피해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피고인을 가해자로 지목할 이유가 없고, 가사 피해자 일행이 빵집 앞에 있던 차를 보고 번호를 역으로 추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차량이 이 사건 현장 부근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므로 이 사건 현장에 간 적이 없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2. 가. 그러나 우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결과회시를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86. 11. 25. 선고 85도220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미국 유타대학 심리학 교수 라쉬킨과 키셔 등이 연구개발한 유타구역비교검사법을 사용하였다는 것인바, 기록을 모두 살펴 보아도 위 검사법이나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위와 같은 세 가지 전제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결과회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차량조회 결과는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기억에 의존하여 피고인의 차량을 찾아낸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피해자와 공소외 1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와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사고 차량은 시속 30km 정도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사고를 내고 멈추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것인데, 야간에 사고를 당하여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시속 30km 정도의 속력으로 진행하는 차량의 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보이는 점, 사고를 내고 도주한 자가 사고장소로부터 100m 정도 떨어진 빵집에서 빵 등을 산다고 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와 목격자가 경황 중에 사고차량의 번호를 착각할 수도 있고 빵집에 서 있던 피고인 차량의 번호를 보고 역으로 추리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사고차량의 뒷유리에 흰색 글씨가 적혀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 차량의 뒷유리에는 흰색 글씨나 그 존재 흔적을 찾기 어려운 점, 평소에 모르던 사람을 길에서 한번 보고 짧게 대화만 한 상태에서 38일 만에 다시 보고 동일인임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는 점 등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지 아니하다. 항소심이 항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심이 조사한 증인을 다시 심문하지 아니하고 그 조서의 기재만으로 그 증언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1심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기재 자체에 의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보이는 경우에 항소심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보지도 아니하고 제1심의 증인신문조서의 기재만에 의하여 직접 증인을 신문한 제1심과 다르게 그 증언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 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을 유죄의 증거로 하려면 그 증인을 다시 신문하여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하는 사정들에 대하여 확인을 하여 의문점을 해명하여 본 연후라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결과회시와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증거로 하여 별도의 증거조사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강신욱 고현철(주심) 김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