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다31316
손해배상(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다31316, 판결] 【판시사항】 [1] 경개로 인한 구채무의 소멸이 신채무의 성립에 의존하는지 여부(적극) 및 조건부 경개의 경우 구채무의 소멸과 신채무의 성립 자체가 조건의 성취 여부에 달려 있는지 여부(적극) [2] 이미 확정적으로 취득한 폐기물 소각처리시설 관련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수주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매립장 복원공사를 상대방으로부터 하도급받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 약정은 상대방이 위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경개계약이라고 해석한 사례
【판결요지】 [1] 경개계약은 구채무를 소멸시키고 신채무를 성립시키는 처분행위로서 구채무의 소멸은 신채무의 성립에 의존하므로, 경개로 인한 신채무가 원인의 불법 또는 당사자가 알지 못한 사유로 인하여 성립하지 아니하거나 취소된 때에는 구채무는 소멸하지 않는 것이며( 민법 제504조), 특히 경개계약에 조건이 붙어 있는 이른바 조건부 경개의 경우에는 구채무의 소멸과 신채무의 성립 자체가 그 조건의 성취 여부에 걸려 있게 된다.
[2] 이미 확정적으로 취득한 폐기물 소각처리시설 관련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상대방이 수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매립장 복원공사를 장차 그 상대방으로부터 하도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약정은 상대방이 위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경개계약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상대방이 위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위 약정은 효력을 잃게 되어 신채무인 위 복원공사의 하도급 채무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구채무인 소각처리시설 관련 채무도 소멸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47조, 제500조, 제504조 [2] 민법 제147조 제2항, 제500조, 제504조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5. 5. 13. 선고 2004나143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제3약정(공주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중간처리업 사업권 포기 이행합의서)은 제1약정(폐기물 중간처리업 공동사업협약서, 사업권양도계약서) 및 제2약정(공주시 생활폐기물 중간처리업 일괄수행 합의각서)으로 인한 채무의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규정하고 그 내용을 일부 변경하여 체결된 계약으로서 제1, 2약정과 일체로 하나의 사업권양도계약을 이루며, 그 계약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는 의무는 피고에게 공주시 검상동 소재 폐기물 소각처리시설 운영권 중 원고 지분을 양도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피고가 부담하는 의무는 원고에게 5억 8,000만 원을 지급하는 외에 공주시 금흥동 소재 비위생매립장 복원공사(이하 ‘이 사건 복원공사’라고 한다) 중 쓰레기수거·운반 및 폐기물 제거작업 등을 하도급하는 것인데, 위 제3약정 중에서 원고가 이 사건 복원공사 중 일부 작업에 대한 하수급 권리를 취득하는 대신 당초의 제1, 2약정에 정해져 있던 위 소각처리시설 일반운영 부문(이하 ‘이 사건 시설운용’이라고 한다) 하수급 권리를 포기한 것은 경개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그런데 경개계약은 구채무를 소멸시키고 신채무를 성립시키는 처분행위로서 구채무의 소멸은 신채무의 성립에 의존하므로, 경개로 인한 신채무가 원인의 불법 또는 당사자가 알지 못한 사유로 인하여 성립되지 아니하거나 취소된 때에는 구채무는 소멸되지 않는 것이며( 민법 제504조), 특히 경개계약에 조건이 붙어 있는 이른바 조건부 경개의 경우에는 구채무의 소멸과 신채무의 성립 자체가 그 조건의 성취 여부에 걸려 있게 된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여 위 제3약정, 특히 피고가 부담하는 반대급부의 내용을 변경한 부분이 조건부 경개계약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제3약정 당시 이미 소각처리시설이 완성되고 원고와 피고 공동 명의의 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제1약정에 따라 확정적으로 취득한 이 사건 시설운용 하수급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에(더욱이 제1약정에는 8억 원의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시설운용 업무의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수주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이 사건 복원공사 중 일부 작업을 장차 피고로부터 하도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원심에서 원고는 “제3약정은 피고의 이 사건 복원공사 수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후일 피고의 공사수주를 조건으로 하여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한 이상 제3약정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제1약정에 따른 피고의 이 사건 시설운용 하도급 의무도 소멸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며, 피고 역시 “이 사건 복원공사 하도급 약정은 피고의 복원공사 수주를 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채무의 불이행 자체도 없다.”라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제3약정은 피고가 이 사건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 경개계약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그 해제조건이 성취된 경우, 즉 피고가 이 사건 복원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위 제3약정이 효력을 잃게 되며, 그 결과 피고의 이 사건 복원공사 하도급 채무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제1, 2약정에 따른 이 사건 시설운용 하도급 채무도 소멸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취지가 포함된 피고의 조건부 계약 주장에 대하여 제대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경개계약인 제3약정에 의하여 제1, 2약정에 따른 피고의 이 사건 시설운용 하도급 채무가 확정적으로 소멸하였다고 속단한 나머지, 그 채무의 존속을 전제로 하여 제1약정에 따라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의 이유를 밝히지 아니하고 조건 있는 법률행위의 해석 및 경개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