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헌마66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5년 12월 22일 판결.

【판시사항】 가.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 제5항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소극) 나. 상위 법령의 규정만으로도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 하위 행정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다. 법무부장관이 사법시험의 ‘성적세부산출 및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법무부령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의 작위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라.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서 과락점수를 받아 불합격된 청구인들이, 사법시험의 ‘성적세부산출 및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법무부령을 제정하지 아니한 법무부장관의 부작위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 제5항은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일 뿐, 그 자체로 응시생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들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어떤 제약을 가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나.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행정입법의 제정이 법률의 집행에 필수불가결한 경우로서 행정입법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곧 행정권에 의한 입법권 침해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 는 것이므로, 만일 하위 행정입법의 제정 없이 상위 법령의 규정만으로도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라면 하위 행정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사법시험법과 동법시행령이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법무부령에 의한 규율을 예정하고 있지만, 사법시험법과 동법시행령이 사법시험의 성적을 산출하여 합격자를 결정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법무부령의 제정이 사법시험법의 집행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이 사법시험의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에 관한 법무부령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사법시험법과 사법시험법시행령은 정원제와 과락제를 모두 기본원칙으로 하면서도 상호간의 우열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정원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락제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위명령에 위임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법무부령으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정원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락제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정하는 것은 하위명령에 의한 모법의 내용변경을 의미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법무부령에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을 규정하였더라면 청구인들이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서 과락을 면하여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청구인들이 사법시험의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법무부령을 제정하지 아니한 법무부장관의 부작위에 대하여 위헌 확인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참조조문】 사법시험법 제11조 제1항, 제2항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 제1항·제2항·제3항·제4 항 【참조판례】 가. 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나., 다.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판례집 10-2, 283 라. 헌재 1989. 4. 17. 88헌마3, 판례집 1, 31 헌재 1989. 7. 28. 89헌마65, 판례집 1, 170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강○훈 외 103인 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이시윤 외 5인 피청구인 법무부장관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은 2003. 1. 1. ‘2003년도 제45회 사법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한 후 2003. 6. 23.부터 6. 26. 사이에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을 실시하였는데, 위 시험의 커트라인은 평균 42.64점으로서 총 응시생 5,122명 중 선발예정인원 약 1,000명에 못 미치는 905명만이 합격하였다. (2) 청구인들은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 응시하여 커트라인을 상회하는 평균점수를 얻고도 한 과목 이상의 시험과목에서 과목별 합격최저점수인 4할을 얻지 못하여 2003. 12. 2. 불합격처리된 사람들이다. (3) 청구인들은, 사법시험법 및 동시행령이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정하지 아니한 피청구인의 행정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행정입법부작위’라 한다)로 인하여 자신들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2004. 1.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1) 심판대상의 확정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행정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이다. 다만, 청구인들은 이 사건 행정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주장함에 있어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 제5항이 사법시험법 제11조 제2항에서 위임받은 항목들 중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을 그대로 하위명령에 재위임한 것은 복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으므로,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 제5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고 한다)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2) 관계 법규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 : 〔별지 2〕기재와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우리 나라 사법시험제도와 같이 상대평가제와 과락 제에 바탕을 둔 정원제를 채택한 경우 시험과목별 난이도의 차이 및 채점위원별 채점수준의 차이에 따라 채점의 결과가 달라져 당초 선발예정인원에 못 미치는 합격자를 낼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법시험을 관장하고 있는 사법시험관리위원회규칙을 통해 제2차 시험의 출제방침 및 출제형식뿐만 아니라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으로서 채점의 기준과 방침, 득점의 분포기준을 비교적 상세히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할채점제도의 합리적 운용을 꾀하기 위하여 표준편차에 의거한 채점편차 조정제도를 도입, 시행하여 상대평가제 및 과락제의 불공정성을 보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법시험법은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의 근간을 직접 법률에 규정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시행령은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의 일부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그 중 다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에 대하여는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재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하위규범이 수권 법률의 내용을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복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이 사법시험법 및 동시행령이 위임한 바에 따라 사법시험법시행규칙 중에 일본의 채점편차 조정 등과 유사한 제도를 포함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규정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제45회 사법시험을 시행한 후 자의적으로 성적을 산출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청구인들은 채점편차조정 등과 같은 성적세부산출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이 시행된 후 자의적인 방법으로 성적이 산출됨으로써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위 기본권 침해는 이 사건 행정입법부작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청구인들에 대한 피청구인의 불합격처분이라는 집행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로서는 그와 같은 불합격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법에 따라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마저 결여하고 있어 부적법하다. (2) 나아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위임에 따라 사법 시험법시행규칙 제7조 제3항 및 제4항에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기타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행정입법부작위가 존재하지도 아니한다. 3. 사법시험제도 개관 가. 사법시험법의 제정 및 주요 내용 (1) 제정경과 사법시험은 1963. 5. 9. 각령 제1290호로 제정된 사법시험령에 기하여 시행되어 오다가 사법시험령을 대체하는 사법시험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이 2001. 3. 28. 법률 제6436호로 제정, 공포되었다. (2) 주요 내용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선발예정인원에 맞춰 과목별 취득점수 합산득점이 고득점인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되, 한 과목이라도 만점의 40% 미만의 점수를 얻은 경우에는 제외되도록 하는 이른바 과락제도를 두고 있다. 나. 사법시험의 합격결정에 대한 규율 (1) 법령의 규정 〔별지 2 〕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 제11조는 제1항에서 사법시험의 합격결정은 각 과목별 취득점수를 합산한 총득점에 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합격결정방법의 기본원칙을 천명한 후 제2항에서 ‘시험의 합격최저점수, 과목별 배점기준,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기타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법시행령 제5조 제1항 본문과 제2항·제4항은 위 위임사항 중 ‘합격최저점수’를, 제5조 제1항 단서는 ‘과목별 배점기준’을 각 정하고, 제5조 제3항은 득점의 계산은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5조 제5항에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법 및 법시행령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법무부령으로 마련된 사법시험법시행규칙은 그 제7조(응시자준수사항을 위반한 자의 처리 등)에서 영점처리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달리 법 및 법시행령에서 위임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있다. (2) 사범시험 제2차 시험 실시, 채점, 합격자 결정 등의 절차 피청구인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을 실시한 후 합격자를 결정하였다. (가) 출제위원 위촉 및 문제은행의 구성, 보관 (나) 시험위원 위촉 및 실제 시험문제의 선정:과목당 4인의 시험위원 전원합의로 문제은행에서 50점짜리 문제 1개와 25점짜리 문제 2개를 각 선정하고, 동시에 해당 문제에 대한 채점기준표 가안 작성 (다) 가채점 및 채점기준표 확정:시험 시행 후 과목별 무작위로 추출한 답안지에 대하여 위 채점기준표(안)에 기한 가채점 실시 후 점수편차가 있는 경우 위원 상호간 토의를 통해 편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채점기준표 확정 (라) 채점:4인의 시험위원 중 2인은 50점짜리 문제를, 나머지 2인이 25점짜리 두 문제에 대하여 모든 응시생의 답안지를 각 채점한 후 문항별로 2인의 채점결과를 평균한 점수의 합계를 해당 과목 득점으로 인정 (마) 합격자 결정: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피청구인이 합격자를 결정, 발표 (3) 일본의 채점편차 조정 등 제도 일본에서는 법무부장관 산하에 설치된 사법시험관리위원회가 사법시험을 주관하면서 시험 시행에 필요한 세칙을 사법시험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여 놓고 있고, 위 규칙의 내용에는 채점의 방침과 득점분포의 기준, 채점편차의 조정제도에 관한 규정이 들어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 명의 채점위원이 모든 응시생의 답안지를 채점하고 있는 우리 나라와 달리, 여러 명의 채점위원이 응시생의 답안지를 나눠서 채점하고 있다. 4.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한 검토 가.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관하여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법 제11조 제2항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그대로 하위명령에 재위임하고 있으므로 복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므로, 우선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었는지 살펴본다.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일 뿐, 그 자체로 응시생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들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어떤 제약을 가하고 있지 아니하다. 결 국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 하다. 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하여 (1) 행정입법의 작위의무 행정입법의 지체가 위법으로 되어 그에 대한 법적 통제가 가능하기 위하여는, 우선 행정청에게 시행명령을 제정(개정)할 법적 의무가 있어야 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명령제정(개정)권이 행사되지 않아야 한다(헌재 1998. 7. 16. 96헌마246, 판례집 10-2, 283, 305-306).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1998. 7. 16. 96헌마246, 판례집 10-2, 283, 306 참조). 그런데 이는 행정입법의 제정이 법률의 집행에 필수불가결한 경우로서 행정입법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곧 행정권에 의한 입법권 침해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만일 하위 행정입법의 제정 없이 상위 법령의 규정만으로도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라면 하위 행정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법과 법시행령이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의 한 요소인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에 대하여 법무부령인 법시행규칙에 의한 규율을 예정하고 있지만, 법과 법시행령이 사법시험의 성적산출 및 합격자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즉,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에 관하여 각 과목별 취득점수를 합산한 총득점에 의한다는 기본원칙(법 제11조 제1항), 합격최저점수(법시행령 제11조 제1항 본문·제2항·제4항), 과목별 배점기준(법시행령 제11조 제1항 단서)을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위원으로 하여금 채점을 함에 있어 특수한 학설에 치우침이 없이 주로 일반적인 법학지식에 대한 이해와 그 응용능력을 시험함에 유의하도록 하고 있고(법 제13조 제3항), 제2차 시험은 논술형으로 실시하며(법 제8조 제2항), 시험위원의 수를 매 과목당 3인 이상으로 하고(법 제13조 제1항, 법시행령 제7조), 득점은 소수점 이하 둘째자리(이하 버림)까지 계산한다고 함으로써(법시행령 제5조 제3항) 논술형 답안에 대하여 과목당 복수의 채점위원이 채점한 점수의 평균점을 응시생의 취득점수로 할 수 있도록 예정하고 있다. 게다가 법 제15조에서 채점기준 등의 결정에 관한 사항, 시험합격자의 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과 법시행령이 사법시험의 성적을 산출하여 합격자를 결정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법시행규칙에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지 아니하더라도, 사법시험의 채점과 합격자 결정에 지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법시행규칙 없이도 사법시험이 차질 없이 실시되어 왔다. 그렇다면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법시행규칙의 제정이 사법시험법의 집행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법시행령 제5조 제5항의 취지는 법의 시행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집행명령의 위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에게 ‘성적의 세부산출방법’에 관한 법시행규칙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적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권리보호의 이익 (가)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해 주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비로소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1989. 4. 17. 88헌마3, 판례집 1, 31, 38 ; 1989. 7. 28. 89헌마65, 판례집 1, 170, 172). 가사 피청구인에게 행정입법 작위의무가 인정되고 그 작위의무를 이행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 새로 마련될 행정입법의 내용이 청구인들의 권리구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면, 그 행정입법부작위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청구인들은 제45회 사법시험에서 제2차시험 과목 중 일부의 과락으로 인하여 합격되지 못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하였는데, 그 원인은 법시행규칙에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정원제(법 제4조), 상대평가제(법시행령 제5조 제1항·제2항)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대평가제에 바탕을 둔 정원제는 매년 일정 수의 법조인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관철하려다 보면 어느 응시생의 전 과목 평균점수가 합격점 이상이기만 하면 일부 과목에서 전혀 점수를 얻지 못하더라도 합격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사법시험은 여러 가지 법률분야 중 한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전공·연구하는 학자나 교수를 배출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판사·검사·변호사가 될 자격을 검정하 기 위한 시험이므로 다방면의 법률 분야에 고른 학식과 소양을 일정 수준 이상 구비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법 제11조 제2항이 과목별 합격최저점수제(이른바 과락제)를 채택하여 한 과목이라도 소정의 합격최저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득점을 한 경우에는 전 과목 평균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과락으로 처리, 불합격시키도록 함으로써 정원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원제와 과락제는 우리 사법시험제도의 기본적 틀로서 입법자가 결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락제 적용의 결과 제45회 사법시험의 경우와 같이 특정 과목에서 과락자가 대량 발생하여 전 과목 면과락자가 선발예정인원에 훨씬 못 미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여 일본식의 채점편차 조정제도와 같이 과락제의 무제한적 적용을 제한하거나 과락제 적용의 결과를 다른 제도를 통해 재조정하는 조치를 법시행규칙에서 마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청구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법은 정원제와 과락제를 모두 기본원칙으로 하면서도 상호간의 우열관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정원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락제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위명령에 위임하지도 아니하였다. 따라서 정원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과락제의 적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것은 하위명령에 의한 모법의 내용변경을 의미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2005. 4. 29. 사법시험법시행규칙 제7조의2를 신설하여 채점위원들 사이의 편차를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것은 응시자들의 답안지를 분량적으로 나누어 여러 명의 채점위원이 나누어 채점할 경우에 채점위원들 사이의 편차를 조정하기 위한 규정이고 정원제에 맞추기 위하여 과락제를 조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45회 사법시험에서 제2차시험의 채점은 동일한 채점위원이 모든 응시생의 답안지를 전부 채점하고 복수 채점위원의 채점결과를 합산하여 평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와 같은 채점방식을 채택할 경우에는,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과목간의 과락자 수를 조절하거나 어느 과목의 과락자 수가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통제하는 내용의 규정들이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으로서 필요하거나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법시행규칙에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였더라면 청구인들이 제45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에서 과락을 면하여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이 사건 시행령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어 부적법하고, 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작위의무가 없거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 사건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주심) 〔별지 1〕청구인 명단:생략 〔별지 2〕 관계 법규 및 이 사건 시행령조항 사법시험법 제11조(시험의 합격결정) ① 제1차 시험 및 제2차 시험의 합격결정은 각 과목별 취득점수를 합산한 총득점에 의한다. 다만, 시험과목 중 제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시험에서 취득한 성적으로 시험을 대체하는 과목의 경우 그 과목의 성적은 제1차 시험의 총득점에는 산입하지 아니하고 해당 과목의 합격 여부만을 결정한다. ② 각 시험의 구분별·과목별 합격최저점수, 과목별 배점기준,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기타 시험의 합격결정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사법시험법시행령 제5조(시험의 합격결정) ① 제1차 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한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하여 매 과목 4할 이상, 전 과목 총득점의 6할 이상 득점한 자 중에서 제2차 시험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 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결정한다. 이 경우 선택과목의 만점은 필수과목의 만점의 5할로 한다. ② 제2차 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매 과목 4할 이상 득점한 자 중에서 제3차 시험 응시자 수 등을 고려하여 최종 선발예정인원의 13할의 범위 안에서 전 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득점의 계산은 소 수점 이하 둘째자리(이하 버림)까지 계산한다. ④ 제3차 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법 제8조 제3항 각 호에 규정된 면접시험 평정요소마다 각각 “상”(3점), “중”(2점), “하”(1점)로 구분하고, 총15점 만점으로 채점하여 각 시험위원이 채점한 평점의 평균이 “중”(10점) 이상인 자를 합격자로 한다. 다만, 시험위원의 과반수가 어느 하나의 평정요소에 대하여 “하”로 평정한 경우에는 불합격으로 한다. ⑤ 성적의 세부산출방법 그 밖에 합격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사법시험법시행규칙 제7조(응시자준수사항을 위반한 자의 처리 등)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그 과목 및 나머지 과목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1. 시험에 있어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 2. 지정된 시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하지 아니한 자 3. 시험관리관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시험시간중에 그 시험실에서 퇴실한 자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나머지 과목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1. 답안지를 제출하지 아니한 자 2. 답안지를 훼손하여 제출한 자 ③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과목을 영점처리한다. 1.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 2. 제2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 3. 시험시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리관의 답안지 제출지시에 불응하고 계속 답안을 작성한 자 4. 지정된 필기구를 사용하지 아니한 자 5. 응시번호,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표기하지 아니하거나 틀리게 기재·표기하여 누구인지 확인이 불가능하게 한 자 6. 인적사항 기재란 외의 부분에 특정인의 답안임을 나타내기 위한 표시를 한 자 7. 제2차 시험에 있어서 해당 문제번호의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지 아니한 자(답안지 제출전에 시험관리관으로부터 답안지의 문제번호를 정정받은 경우를 제외한다) 8. 그 밖에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영점처리기준에 해당하는 자 ④ 법무부장관은 해당 과목이 영점으로 처리된 자와 응시하지 아니한 과목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나머지 과목을 채점하지 아니하고 불합격결정을 할 수 있다. 제7조의2(제2차 시험 성적의 세부산출 방법)〈2005. 4. 29. 신설 〉① 제2차 시험에 있어서는 각 시험위원이 채점한 점수에 대하여 당해 시험위원이 채점한 전(全) 답안지(이하 “시험위원별 답안지”라 한다) 점수의 표준편차와 평균점을 산출하여 다음의 산식에 따라 조정한 점수를 각 응시자의 득점으로 한다. 이 경우 시험위원별 답안지 점수의 표준편차는 다음의 산식에 따라 산출한다. ② 영 제5조 제2항에서 “매 과목 4할 이상 득점한 자”라 함은 시험위원이 채점한 점수로 산출한 과목점수와 제1항의 방법에 의하여 산출한 과목점수 중 어느 하나가 4할 이상에 해당하는 자를 말하고, “전 과목 총득점”이라 함은 제1항의 방법에 의하여 산출한 총득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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