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도4573 [판결요지] [1] 명예훼손죄 성립에 있어서 사실의 적시와 그 정도

[2] 언론매체의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3] 잡지에 게재된 기사 내용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사건명] 대법원 2007.6.15. 선고 2004도4573 판결 [선고일]

2007-06-15 [판례제목] 【명예훼손】 [판례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형상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04. 6. 24. 선고 2004노12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며(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도696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8 판결 등 참조),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형법 제307조 소정의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의 어떠한 표현행위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인지 여부는 당해 기사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기사에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가 게재된 보다 넓은 문맥이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31356 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우선 피고인이 ‘대통령민정수석 작성 노무현 인사파일’이란 제목의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 한다)를 작성하여 월간중앙 2003년 4월호에 게재함으로써 마치 피해자 문재인이 민정수석비서관 내정 당시에 “부·처별 고려대상자 명단”이라는 인사관련 문건을 작성하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함으로써 ‘장관급 인사에 부적절하게 깊이 관여한 것처럼 보이게 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기사의 내용에 의하면, 2003. 1.경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이 리스트(부·처별 고려대상자 명단)를 작성하였는데 그 대상자 중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라 한다)가 공식 추천한 인물과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인수위에서 공식 추천된 인물보다는 리스트에 나온 고려대상자가 더 많이 입각했다고 적시되어 있어,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이 장관급 등 고위직 인사에 인수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 국민추천 등의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장관 인사를 하겠다고 표방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사대상자에 대한 검증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검증작업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의 당연한 직무이므로, 대통령비서실 소속인 민정수석비서관이 예상 가능한 인사들을 미리 검증하여 리스트를 작성하였고, 그 리스트의 대상자가 인수위에서 공식 추천된 인물들과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최종적으로 민정수석비서관이 작성한 리스트에서 더 많은 인선이 이루어졌다고 하여서 민정수석비서관이 인사에 부적절하게 깊이 관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사실은 피해자 문재인이 위와 같은 문건을 작성하거나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어 위 보도의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 허위의 사실이 피해자 문재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 아닌 이상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여 월간중앙 2003년 4월호에 게재함으로써 피해자 문재인이 ‘중요문서관리소홀 등 공직자로서의 보안의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의 기사 중에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기사 내용 중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사 내용 중의 특정 문구에 의하여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기사의 내용에 의하면, ‘월간중앙’이 ‘부·처별 고려대상자 명단’이라는 ‘극비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는 부분은 자신의 기사가 「특종」임을 과시하려는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로써 피해자가 중요문서를 소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나아가, 신문이나 월간지 등 언론매체가 이른바 ‘극비 보고서’를 입수하여 보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보고서의 작성명의자로 되어 있는 특정인이 보안의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하다).

라. 결국, 피고인이 작성하여 월간중앙 2003년 4월호에 게재한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은 피해자 문재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형법 제307조 제1항 소정의 명예훼손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함으로써 명예훼손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307조 제1항 소정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아니고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