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판시사항】 해상운송인이 법인인 경우,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의 배제에 관한 상법 제789조의2 제1항 단서의 ‘운송인 자신’의 범위


【판결요지】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의 배제에 관한 상법 제789조의2 제1항의 문언 및 입법 연혁에 비추어, 단서에서 말하는 ‘운송인 자신’은 운송인 본인을 말하고 운송인의 피용자나 대리인 등의 이행보조자를 포함하지 않지만, 법인 운송인의 경우에 그 대표기관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만을 법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한정한다면 법인의 규모가 클수록 운송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하부의 기관으로 이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단서조항의 배제사유가 사실상 사문화되고 당해 법인이 책임제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기관뿐만 아니라 적어도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당해 법인의 관리 업무의 전부 또는 특정 부분에 관하여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은 그가 이사회의 구성원 또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그의 행위를 운송인인 회사 자신의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상법 제789조의2 제1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천지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종구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씨앤해운 (변경 전 상호 : 쎄븐마운틴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동국제 담당변호사 서동희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5. 4. 선고 2003나481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청구인적격에 대한 판단누락 여부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이 사건 제2운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안전하게 선적하여 보존·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수출화물 중 로우어 쉘 1상자를 갑판적으로 운송함으로써 화물의 손상을 야기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수출화물의 화주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원고가 입은 이러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 속에는 제2운송계약상의 수하인이 아닌 제1운송계약상의 송하인 내지 수하인으로부터 권리를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는 원고에게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단누락의 위법이 없다.

2. 법인격부인 여부에 대하여 원심이, 소외 데인트 쉽핑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이하 ‘데인트 쉽핑’이라 한다)는 해상운송에서 운송인의 책임을 부당하게 회피할 목적으로 피고와 영업상 실질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상으로만 브리티쉬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소위 paper company)로서 피고와 동일한 법인격처럼 운영되어 왔다고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2운송계약이 외견상 원고와 데인트 쉽핑 사이에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데인트 쉽핑의 배후자인 피고는 데인트 쉽핑과 별개의 법인격임을 주장하며 이 사건 제2운송계약에 따른 채무가 데인트 쉽핑에만 귀속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고, 피고 역시 이 사건 제2운송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는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3. 갑판적 합의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원심이 이 사건 수출화물을 갑판에 선적하여 운송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갑판적 합의가 존재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조치도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는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4.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제2운송계약 당시 이 사건 수출화물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이른바 서렌더(surrender) 화물로 처리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았다고 보아, 선하증권의 발행을 전제로 그 주장의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4조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미화 500SDR로 제한된다는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는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5. 상법 제789조의2가 정하는 포장당 책임제한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상법 제789조의2의 제1항 본문에 의하면, 해상운송인이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등에 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당해 운송물의 매 포장당 500SDR을 한도로 제한할 수 있으나, 한편 같은 항 단서에 의하면, 운송물에 관한 손해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이러한 책임의 제한을 허용하지 않는다. 위 조항의 문언 및 입법연혁에 비추어, 단서에서 말하는 ‘운송인 자신’은 운송인 본인을 말하고 운송인의 피용자나 대리인 등의 이행보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겠으나, 법인 운송인의 경우에 있어, 그 대표기관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만을 법인의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한정하게 된다면, 법인의 규모가 클수록 운송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하부의 기관으로 이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단서조항의 배제사유는 사실상 사문화되고 당해 법인이 책임제한의 이익을 부당하게 향유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대표기관뿐 아니라 적어도 법인의 내부적 업무분장에 따라 당해 법인의 관리 업무의 전부 또는 특정 부분에 관하여 대표기관에 갈음하여 사실상 회사의 의사결정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자가 있다면, 비록 그가 이사회의 구성원 또는 임원이 아니더라도 그의 행위를 운송인인 회사 자신의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수출화물을 원고와의 합의 없이 임의로 갑판에 선적하도록 지시한 피고의 관리직 담당직원인 소외 1과 소외 2가 대외적으로 대표권을 갖는 데인트 쉽핑의 대표기관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 제2운송계약의 체결과 그 이행과정에 있어서 데인트 쉽핑의 직무분장에 따라 회사의 의사결정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기관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 사건 화물을 갑판에 선적한 행위는 운송인 자신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기록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내지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6.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고현철 김지형 전수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