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말소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17702, 판결] 【판시사항】 [1] 상법 제395조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경우

[2] 이사 또는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가 임의로 표현대표자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회사가 알면서 이에 동조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상법 제395조

[2]

상법 제39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50908 판결(공1996상, 42)/[2]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5816 판결(공1992, 2547),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공1998상, 1176)


【전문】 【원고,피상고인】 한성관광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정 담당변호사 박만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대양상호신용금고의 소송수계인 파산자 주식회사의 대양상호신용금고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배성진)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1. 29. 선고 2003나2712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 회사의 이사인 소외 1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그의 아버지인 소외 2가 보관하고 있던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 인감을 절취한 후, 2001. 4. 2. 이를 이용하여 마치 원고 회사의 이사들이 이사회를 개최하여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처럼 이사회회의록을 위조하고, 그 다음날 이를 이용하여 원고 회사의 법인등기부에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기한 사실, 소외 1이 2001. 5. 21.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참칭하여 주식회사 대양상호신용금고(이하 '소외 금고'라고만 한다)와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소외 금고에게 원고 회사 소유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6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후, 소외 금고로부터 50억 원(실수령액 48억 6,400만 원)을 대출받은 사실, 소외 금고가 2002. 8. 21. 수원지방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아 피고가 그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소외 1은 원고 회사를 대표할 적법한 권한이 없으므로, 그가 체결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무효이고, 따라서 이를 원인으로 마쳐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원인무효로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원고 회사가 소외 1의 행위에 대하여 상법 제395조에 의한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있다는 피고의 항변에 관하여는, 상법 제395조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사용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한 경우에 한한다고 할 것인데,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2가 소외 1의 대표이사 명칭사용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대표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나아가 원심이 소외 1의 행위에 대하여 원고 회사에게 상법 제395조에 의한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

가. 상법 제395조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대표자격의 외관 현출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나( 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50908 판결 참조), 이사 또는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가 임의로 표현대표자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회사가 알면서도 이에 동조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한 경우도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5816 판결 참조).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회사는 재일교포인 소외 2에 의하여 1973.경 설립된 회사로서 용인시 구성읍에서 한성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설립 이래 지금까지 소외 2와 그의 가족들이 전체 주식을 소유하면서 경영하여 온 사실, 소외 1은 소외 2의 3남으로서 원고 회사의 전체 주식 중 30%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 소외 2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중 2001. 1.경 뇌출혈로 쓰러져 국내에서 치료를 받다가 2001. 3.경 치료를 위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그 당시 원고 회사의 이사로는 대표이사인 소외 2 외에 소외 1, 소외 3( 소외 2의 2남으로 전체 주식 중 30%를 소유하고 있음. 소외 2의 장남인 소외 4는 사망한 상태였음), 김진홍, 안계근이 등기되어 있었으나, 소외 3은 일본에 거주하면서 소외 2가 설립한 다른 회사들을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국할 수 없었고, 김진홍, 안계근은 소외 2의 가족이 아니어서 그 동안 원고 회사의 자금이나 경리관계 등 실질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원고 회사를 경영할 능력이 없었던 사실, 한편 원고 회사는 소외 2가 위와 같이 쓰러지기 이전부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소외 2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0. 2. 29.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주식회사 세림엘.엔.디에게 한성골프장 부지의 일부를 매도하였으나, 그 부지에 대한 아파트사업계획승인 등이 미루어짐에 따라 2001. 3.경까지도 그 계약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소외 2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중 원고 회사 소유의 부동산이 경매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2000. 12. 29.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아이비벤쳐캐피탈 주식회사로부터 50억 원을 차용하면서 위 회사에게 2001. 3. 1.까지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한성골프장의 경영권을 2011. 3. 1.까지 위탁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소외 2가 2001. 3.경 일본으로 건너갈 때까지도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 회사는 2001. 3.경 위 문제들 이외에도 약 17억 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그 소유의 부동산이 공매를 당할 처지에 있었고, 또 한성골프장의 직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 등 시급하게 해결하여야 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사실, 소외 2는 원고 회사의 위와 같은 상황과 다른 이사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2001. 3.경 일본으로 건너갈 당시 소외 1에게 자신이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이사인 김진홍의 도움을 받아 원고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회사의 다른 임직원들도 그 무렵부터는 소외 1의 결재를 받아 원고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여 온 사실, 소외 1은 그 후 원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주식회사 세림엘.엔.디와 체결한 매매계약의 일부를 변경하고, 위 회사로부터 매매대금 중 일부를 받아 아이비벤쳐캐피탈 주식회사에 대한 차용금을 변제하여 경영권을 방어하였으며, 미납된 세금을 납부하고, 한성골프장 직원들의 파업문제를 해결하는 등, 원고 회사의 시급한 문제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하여 왔는데, 그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소외 금고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여 주고 소외 금고로부터 50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 소외 1이 이렇게 대출받은 50억 원 중 29억 원이 원고 회사에 일단 입금되었다가 연체된 세금납부 등에 사용된 사실, 소외 1이 이와 같이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여러 가지 행위를 하는 동안 원고 회사의 이사인 김진홍, 안계근은 물론, 원고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소외 1의 권한이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 소외 2도 2001. 4. 말경 안계근의 전화를 통하여 소외 1이 단순히 자신을 대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회의록, 주주총회회의록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대표이사가 되고 또 새로 윤철구를 이사로 선임하고 안계근을 해임한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2001. 5. 21. 소외 금고로부터 이 사건 대출을 받을 때는 물론, 그 전ㆍ후에 원고 회사의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안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소외 2는 원고 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시급한 문제들이 2001. 9.경까지 소외 1에 의하여 모두 해결되자, 그때서야 소외 3을 통하여 소외 1을 사문서위조,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한 사실, 소외 2는 이와 같이 소외 1을 형사고소하였음에도 그 후 소외 1에 대한 형사재판절차에서 원고 회사를 대표하여 소외 1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그러한 사정이 반영되어 소외 1은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소외 1은 위 형사재판 이후 소외 2의 의사에 따라 원고 회사에 복귀하여 다시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원고 회사의 지배구조, 그 당시의 경영상황, 소외 1이 대표이사를 참칭하면서 한 행위의 내용, 이에 대한 소외 2의 대응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소외 1이 위조된 이사회회의록상의 의결을 통하여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자라고 하더라도,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2이나 나머지 이사들은 소외 1이 그러한 방법으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참칭하여 여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당시 원고 회사의 시급한 경영상황과 최고 경영자 부재의 현실 때문에 이에 동조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소외 1의 대표이사 명칭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원고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상황이나 소외 1의 행위내용과 그에 대한 소외 2의 대응태도 등에 관하여 더 심리하여 본 연후에 소외 1의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원고 회사가 상법 제395조에 의한 책임을 부담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점에 관하여 자세히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막연히 위와 같은 사정의 일부만을 인정한 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2가 소외 1이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와 관련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395조 소정의 표현대표이사 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이용우 이규홍(주심)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