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모402
준항고인용에대한재항고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판시사항】 [1]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입회를 불허하는 수사기관의 처분을 다투는 방법(=준항고) [2]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권리의 제한 가능성 유무(적극) [3]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시에 피의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원심결정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의자의 구금 또는 구금 중에 행하여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유일한 불복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구금이나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처분뿐만 아니라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입회)를 불허하는 처분 역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나,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3]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시에 피의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원심결정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417조 [2] 형사소송법 제34조, 제89조, 제209조, 헌법 제12조 [3] 형사소송법 제34조, 제89조, 제209조, 헌법 제12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91. 3. 28.자 91모24 결정(공1991, 1324),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헌집4, 51), 헌법재판소 1995. 7. 21. 선고 92헌마144 결정(헌공11, 526)
【전문】
【재항고인】
검사
【피의자】 A
【원심결정】 서울지법 2003. 10. 31.자 2003초기2787 결정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재항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의자의 구금 또는 구금 중에 행하여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유일한 불복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구금이나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처분뿐만 아니라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입회)를 불허하는 처분 역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준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한 처분이 준항고의 대상이 됨을 전제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준항고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재항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재항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불리한 처지에 놓인 피의자·피고인의 지위를 보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구속은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특히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인정되는 제도이나, 단순히 수사나 재판의 편의만을 위하여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의하여 구속제도가 남용되기 쉬우며 특히,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는 고문이나 폭행 등이 자행되기 쉽고 구속된 상태에서는 헌법 제12조 제2항에 규정하고 있는 진술거부권도 효과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에 대하여 신체구속의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를 제거하고 구속이 그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위와 같이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며, 이 때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995. 7. 21. 선고 92헌마144 결정 참조). 한편,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인신구속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면서 그 제1항에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하고 있는바, 신체의 자유와 증거능력에 관한 헌법 제12조의 첫머리에 법률 이외에 "적법한 절차"를 규정한 취지는 법관이 인신의 구속에 관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들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국가형벌권보다 개인의 인권옹호에 우위를 두고 헌법과 법률을 해석·적용함으로써 개인의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하여 제89조 및 제209조에서 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타인과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는 한편, 이를 보다 더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34조에서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그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물론,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91. 3. 28. 자 91모24 결정 및 위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등 참조), 현행법상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과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을 제한하는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는 도중에라도 언제든지 변호인과 접견교통하는 것이 보장되고 허용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임을 면치 못한다고 할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위와 같은 내용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다. 기록에 의하면, 준항고인은 독일 B대학교 철학교수로 독일에 거주하여 오다가, 준항고인에 대하여 2003. 9. 18.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같은 달 22. 대한민국으로 입국하여 그 다음 날부터 국가정보원과 서울지방검찰청에서 13차례에 걸쳐서 불구속상태로 수사를 받아오던 중, 같은 해 10. 22. 준항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준항고인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사실, 준항고인은 국가정보원과 서울지방검찰청에서 13차례에 걸쳐서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하에 신문을 받았으나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같은 달 24. 준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준항고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을 한 사실, 재항고인은 이 사건 수사가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국가안보에 관한 것으로 대외적으로 공표되어서는 아니 될 기밀사항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므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관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구금된 상태에 있는 준항고인이 준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음에도 재항고인이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하였고, 재항고인이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할 필요가 인정되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므로, 변호인의 참여를 불허한 재항고인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그 이유의 설시에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으나, 구속된 준항고인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시에 준항고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결국 이를 탓하는 재항고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유지담 배기원(주심) 이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