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도3842
업무상과실치사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3842, 판결] 【판시사항】 [1] 경찰관 무기사용의 요건 및 그 판단 방법 [2] 경찰관의 권총 사용이 허용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
[2]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 ,
형법 제21조 제1항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손양곤
【원심판결】 창원지법 2003. 6. 17. 선고 2003노16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진주경찰서 동부파출소 소속 경찰관인 피고인은, 2001. 11. 27. 밤 동료 경찰관인 김종하와 함께 순찰차를 타고 동부파출소 관내를 순찰하던 중 진주경찰서 상황실로부터 공소외 1이 술병으로 타인을 찌른 사건이 상대파출소 관내에서 발생하였으니 이와 관련하여 상대파출소를 지원하라는 무선지령을 받고 상대파출소로 순찰차를 운전하여 가 공소외 1의 처인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이 현재 그의 주거인 진주시 상대동 소재 꽃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23:50경 공소외 2과 함께 위 꽃집 앞에 도착하여 김종하는 꽃집 주위에 있는 막대기를 들고 앞장 서고 피고인은 권총을 꺼내어 안전장치를 풀고 김종하의 뒤에 서서 따라 위 꽃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 곳에 미리 와 있던 이웃 주민 심경보에게 "공소외 1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순간, 공소외 1이 세면장에서 나오면서 피고인과 김종하에게 "당신들 뭐야, 이 밤에 왜 왔어? 빨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피고인과 김종하가 서 있는 곳으로 나오다가 이를 말리는 심경보와 몸싸움을 하므로, 그만둘 것을 종용하였음에도, 공소외 1이 계속하여 심경보와 몸싸움을 하다가 심경보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출입문 쪽으로 달려나오며 김종하와 피고인을 밀어 넘어뜨리고 넘어진 김종하의 몸 위에 올라 타 김종하와 몸싸움을 하자, 피고인이 넘어져 있는 상태에서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공포탄 1발을 발사하였음에도 공소외 1이 이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계속 김종하의 몸 위에서 김종하의 목을 누르는 등 김종하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총기를 소지한 경찰관으로서는 구체적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가급적 총기사용을 자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가사 총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대퇴부 이하를 조준하여 발사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 당시는 피고인과 김종하 2인이 현장에 출동하여 1명의 범인을 검거하는 상황이라 2인이 힘을 합하면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공소외 1을 제압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찰관 2인의 힘이면 김종하가 권중헌의 몸 밑에 깔린 상황을 해소하고 함께 공소외 1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 총기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권중헌에게 달려 들어 김종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 함께 공소외 1에게 대항할 궁리를 하여야 함에도, 공소외 1이 김종하의 몸 위에서 몸싸움하던 과정에 김종하의 허리춤에 손을 대는 것을 보고는 공소외 1이 김종하의 총을 꺼낼지도 모른다고 성급하게 생각하고 당황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아니하고 바로 공소외 1을 향하여 대퇴부 이하를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고 권총을 발사한 과실로 인하여 탄환이 공소외 1의 흉부를 관통하게 하여 공소외 1으로 하여금 같은 해 12. 3. 08:55경 진주시 칠암동 90 소재 경상대학교병원에서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해자 공소외 1은 진주시내 일반부 씨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힘이 센 사람이어서 김종하나 피고인이 몸싸움을 통하여 공소외 1을 제압할 수 없었고, 공소외 1이 김종하를 넘어뜨린 상태에서 위에서 누르면서 김종하의 권총을 잡으려고 하고 있어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달려들어 김종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없는 위협적이고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권총을 발사할 수밖에 없었으며, 공소외 1이 김종하의 몸 위에 올라앉은 채로 위에서 누른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공소외 1의 대퇴부 이하를 조준하여 총을 발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바, 피고인의 행위는 당시 상황으로 보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현장으로 가기 전에 상대파출소에서 그 곳에 근무하는 경찰관 김재웅으로부터, '상대파출소장이 현장으로 오고 있으니 총기는 사용하지 말고 대치만 하고 있으라.'는 당부를 들은 사실, 당시 공소외 1은 공소외 2의 신고와는 달리 칼로 아들을 위협하는 등 인질극을 벌이고 있지 않았던 사실, 피해자가 아무런 무기나 흉기를 휴대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 현장에는 피고인과 김종하 등 경찰관 2명이 있는 데다가 공소외 2와 그녀의 연락을 받고 미리 와 있던 심경보가 있어 유사시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 즉 공소외 1이 김종하가 허리 부위에 차고 있는 권총을 빼앗으려고 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김종하는 공소외 1의 몸 밑에 깔린 상태에서 공소외 1과 몸싸움을 벌였으므로 공소외 1이 자신의 권총을 빼앗으려 하였는지에 관하여 가장 잘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경찰 진술시에는 권중헌의 손이 자신의 허리 부분에 닿으려고 했다는 등의 진술을 하지 않았고, 2회 조사시 그러한 내용을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며, 그 이후부터 공소외 1의 손이 권총을 차고 있는 허리 부위에 닿는 것을 느꼈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므로, 공소외 1이 김종하의 총기를 꺼내려 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 및 김종하의 일부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다음, 사정이 위와 같다면, 경찰관인 피고인이 공포탄 발사에서 나아가 근접한 거리에서 피해자의 몸을 향한 실탄 발사로 나아간 것은 사회통념상 총기 사용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상당성을 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에 의하면,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되, 다만 형법에 규정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때,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자가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대하여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또는 체포, 도주의 방지나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무기 사용으로 인하여 사람에게 위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경찰관의 무기 사용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범죄의 종류, 죄질, 피해법익의 경중, 위해의 급박성, 저항의 강약, 범인과 경찰관의 수, 무기의 종류, 무기 사용의 태양, 주변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평가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큰 권총의 사용에 있어서는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임은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의 처인 공소외 2은 진주경찰서 상대파출소에 찾아가 실내 근무자인 김재웅에게 "남편이 집에서 칼로 아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경찰관의 출동을 요청하여 피고인과 김종하 등 경찰관 2명과 함께 자신의 집인 위 꽃집으로 왔고, 한편 공소외 1은 피고인과 김종하가 위 꽃집으로 출동하기 직전인 2001. 11. 27. 23:20경 진주시 상대동 소재 '한잔드시게' 주점에서 후배인 정정교와 술을 마시던 중 공소외 1이 자신의 처인 공소외 2과 이혼해야 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고 위 정정교가 이혼을 만류하는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소외 1이 갑자기 맥주병을 깨뜨려 위 정정교의 목을 찔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위 상대파출소 소속 경찰관인 강기수, 유용기가 위 정정교를 병원으로 후송하는 사이에 공소외 1은 위 주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집인 위 꽃집으로 도주한 사실, 그 후 공소외 2은 상대파출소에 찾아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위급한 상황을 신고하면서 경찰관의 출동을 요청하였고, 본서 상황실의 지원지령에 따라 상대파출소에 도착한 인근 동부파출소 소속 경찰관 피고인과 김종하는 그 곳 근무자인 김재웅으로부터 공소외 1이 술집에서 맥주병을 깨 다른 사람의 목을 찌르고 현재 집으로 도주하여 칼로 아들을 위협하고 있으니 신속하게 출동하여 총은 쏘지 말고 대치만 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였고, 이에 피고인과 김종하는 순찰차에 공소외 2를 태워 위 꽃집으로 출동한 사실, 한편 공소외 1 가족과 평소 친하게 지내는 소외 심경보는 위 공소외 2가 휴대폰으로 "경보씨, 집에 한번 와 보세요."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부부싸움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즉시 위 꽃집으로 달려갔으나 전화를 한 위 공소외 2는 집에 없고 위 공소외 1 혼자서 꽃집 안쪽 끝의 세면장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돌아오려고 할 때 피고인과 김종하가 같은 날 23:59경 위 꽃집에 도착한 사실, 이 때 김종하는 권총을 허리에 찬 채 나무막대기를 들고 먼저 들어가고 피고인은 권총을 빼어들고 그 뒤를 따라 꽃집 안으로 들어갔고, 김종하가 꽃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위 심경보에게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묻는 순간 공소외 1이 위 꽃집 안쪽 세면장에서 나오면서 "당신들 뭐야? 이 밤에 왜 왔어? 빨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김종하와 피고인 쪽으로 달려들었고 위 심경보가 이를 제지하려고 하자 심경보를 간단히 넘어뜨린 후 위 김종하와 몸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진주시 씨름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건장한 체구의 소유자였던 공소외 1은 이내 김종하로부터 나무막대기를 빼앗고 그를 뒤로 밀어붙여 피고인과 김종하가 거의 동시에 뒤로 넘어진 사실, 이어서 공소외 1은 김종하의 배 위에 올라탄 자세에서 그를 공격하였고 김종하는 공소외 1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하여 발버둥치고 있었으며, 피고인은 뒤로 넘어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공소외 1이 손으로 김종하의 목을 조이는 등 폭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넘어졌다가 일어나 앉은 자세로 공포탄 1발을 발사하여 공소외 1에게 경고를 하였지만 공소외 1은 김종하를 풀어주지 아니한 채 동일한 자세로 몸싸움을 계속한 사실, 이에 피고인은 공소외 1을 향하여 실탄 1발을 발사하였고 그 실탄은 공소외 1의 우측 흉부 하단 제9번 늑간 부위를 관통한 사실, 공소외 1은 총에 맞은 다음 김종하에 대한 압박을 풀고 꽃집 밖으로 나와 복부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는데 나중에 확인하여 보니 공소외 1은 김종하 등과 격투를 할 당시 칼을 소지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 공소외 1은 즉시 병원에 후송되어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간파열 등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2001. 12. 3.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상대파출소 근무자인 김재웅으로부터 '공소외 1이 술집에서 맥주병을 깨 다른 사람의 목을 찌르고 현재 자기집으로 도주하여 칼로 아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상황을 고지받고 현장에 도착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이 칼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김종하가 공소외 1과의 몸싸움에 밀려 함께 넘어진 상태에서 칼을 소지한 것으로 믿고 있었던 공소외 1과 다시 몸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피고인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공포탄 1발을 발사하여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1이 김종하의 몸 위에 올라탄 채 계속하여 김종하를 폭행하고 있었고, 또 그가 언제 소지하고 있었을 칼을 꺼내어 김종하나 피고인을 공격할지 알 수 없다고 피고인이 생각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에서 김종하를 구출하기 위하여 공소외 1을 향하여 권총을 발사한 것이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권총 사용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거나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죄책을 지울만한 행위라고 선뜻 단정할 수는 없다(다만 민사상으로 공무원인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하여 국가가 국가배상책임을 질 것인지 여부는 이와 별도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이 점은 별론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공소외 1을 향하여 실탄을 발사한 행위가 경찰관의 무기 사용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 소정의 경찰관 무기 사용의 허용범위 및 정당방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