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헌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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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헌바1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3년 12월 18일 판결. |
【판시사항】 1. 구 국민의료보험법상의 의료보험수급권이 재산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지 여부(적극) 2.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보험급여 제한 사유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3.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 의료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의료보험수급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를 재산권의 보장을 받는 공법상의 권리로서 헌법상의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과 재산권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고 보므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입자가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급여제한 규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이것은 헌법상의 재산권과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인 ‘범죄행위’에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것까지 포함하고 있는바, 고의ㆍ중과실을 제외한 경과실범의 경우에는 그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우연히 발생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는 것이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보험재정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고의범과 중과실범의 경우로 한정하면 충분하므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과실범에 의한 보험사고의 경우에까지 의료보험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의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나며, 나아가 보호되는 공익에 비하여 침해되는 사익이 현저히 커서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이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3. 경과실의 범죄로 인한 사고는 개념상 우연한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경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 의료보험급여를 부정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구 국민의료보험법상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하는 경우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로 한정할 것인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까지만 포함할 것인지, 고의ㆍ과실을 불문하고 모든 범죄행위를 다 포함할 것인지의 여부는 의료보험수급권의 성격상 전체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진 영역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위와 같이 특별히 어느 범죄행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으로서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재산권 및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사회보험인 의료보험과 사보험은 그 제도의 목적ㆍ원리ㆍ운영방식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보험과 달리 급여제한사유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수의견이 합헌과 위헌의 경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경과실’과 ‘중과실’은 헌법재판소가 특정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기준으로는 모호하고 불명확하여 부적절하며, 사회보장수급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을 수급자에게 유리하기 확대하는 법 개정을 하였다고 하여 종전 법규정이 반드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정○조
대리인 법무법인 정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송철호 외 5인
당해사건 울산지방법원 2001구2303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
【주 문】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0. 7. 1.자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9. 11. 6. 23:35경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마주오던 청구외 박준규 운전의 택시와 충돌하여 그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신도 경추골절로 인한 하반신불구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청구인에게 위 부상에 대한 보험금 8,001,170원을 지급하였다가 청구인의 부상이 혈중알콜농도 0.130%의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5. 4. 청구인으로부터 위 보험금 상당액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하였다.
(2) 청구인은 자신의 행위가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지사장을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심판대상 법조항(다음 ‘나’에 기재한 것)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이것이 기각되자 2002. 1. 4.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0. 7. 1.자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1조 제1항 전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지만 위 조항 중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 부분은 청구인의 주장으로 보아 이를 다투지 않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또한 청구인이 심판대상으로 적시한, 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같은 법 부칙 제1조 본문에 의하여 구 국민의료보험법이 폐지된 2000. 7. 1. 이후에 비로소 시행되는 법률이고 이 사건 환수처분의 근거가 아니어서 당해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법률이므로(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도 이 조항에 대하여 따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역시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청구인 주장의 핵심 쟁점은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중의 “범죄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은 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 및 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1조에 의하여 2000. 7. 1.자로 폐지되기 전의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중 “범죄행위”라는 부분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 및 참조조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급여의 제한) ①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②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고자 한 때 또는 타인으로 하여금 받게 하였거나 받게 하고자 한 때에는 3월내의 기간을 정하여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③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자 또는 요양기관의 요양에 관한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보험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④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제43조의 규정에 의한 문서 기타 물건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질문 또는 진단을 기피한 때에는 보험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⑤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여 요양을 받거나 요양비를 지급받은 때에는 그 한도내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⑥ 보험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상 보험료를 체납한 피보험자 및 그 피부양자에 대하여는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보험급여 제한기간중에 있는 자가 보험급여개시일부터 10일(그 기간중에 공휴일이 있는 경우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내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 참조조문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4조(부당이득의 징수) ① 보험자는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있어서 허위의 보고나 증명 또는 진단서에 의하여 보험급여가 행하여진 때에는 보험자는 그 허위의 보고를 한 자 또는 허위의 증명이나 진단서를 발행한 자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하여 제1항의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 구 국민의료보험법 폐지 이후의 관계법조항
국민건강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것)
제48조(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
2.~4. 생략
②~④ 생략
부 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부칙 제4조 및 제5조의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다른 법률의 폐지)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은 이를 각각 폐지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의견
(1)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여 소정의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이 보험사고 발생시에 갖게되는 보험수급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하나이므로 이를 제한할 때에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가 준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의 경우에까지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경과실에 의한 범죄가 우발적인 것이어서 보험사고의 우연성 요건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이것은 보험의 본질에 어긋나는 과도한 제한이 되어 헌법
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고로 흉부척수절단 등의 장해를 입어 영구적인 개호가 필요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약 3,000만원의 치료비를 지급하였으며 앞으로도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데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면 치료와 개호를 모두 포기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경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게 한 계쟁조항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므로 이 조항은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헌법 제34조 제2항) 및 헌법상의 사회국가원리에 위반된다.
(3) 상법상의 상해보험의 경우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측의 고의로 인하여 생긴 것에 대하여만 보험자의 면책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상해보험가입자는 경과실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여 상해를 입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이것과 비교할 때 국민건강보험가입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경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나. 울산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국가는 국민의 부상 등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급여를 실시하여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만 피보험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 국민의료보험법의 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피보험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일정한 기준에 의한 보험급여를 제한해야 할 현실적, 보험정책적인 필요성이 있는 점,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그 제한이 허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사회국가원리 및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사적 보험인 인보험과 국민의료보험의 차이 등에 비추어 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충분히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나아가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보건복지부장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와 대체로 같다.
3. 의료보험급여제한 규정의 변천
가. 1963. 12. 16. 의료보험법이 제정되었으나 시행되지 못하다가 1976. 12. 22. 의료보험법이 개정되어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의료보험이 시행되었고(총인구 중 의료보험인구 비율 8.8%), 1979년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 및 사립학교교원에 의료보험이 확대 실시되었다(의료보험인구 비율 20.7%). 이 당시의 급여제한 규정은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고의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는 것이었다.
나. 그런데 1984. 12. 31. 의료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위 조항을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개정하였고, 아울러 1984. 12. 31. 개정된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법에서도 보험급여 제한규정을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로 바꾸었으며, 의료보험인구가 점차 증가하여 1989년에는 전 국민의 91%에 이르렀다.
다. 한편, 1997. 12. 31.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관리공단과 지역의료보험조합이 통합한 국민의료보험법이 제정되었는데 역시 급여제한규정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동법 제41조 제1항)라는 것이었다.
라. 1999. 2. 8. 의료보험법과 국민의료보험법을 통합한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됨으로써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문제의 급여제한사유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때’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경과실’에 의한 범죄에 기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이는 구 국민의료보험법 및 의료보험법의 급여제한사유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고 이로 인하여 이 규정이 단순ㆍ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에까지 적용됨으로써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과 민원이 계속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나온 조치라고 이해된다.
4.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의료보험수급권의 법적 성질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기여금 형태의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ㆍ상해ㆍ분만ㆍ사망 등 상당한 재산상 부담이 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2호,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1조)이므로 이 제도에 따른 의료보험수급권은 이른바 사회보장수급권의 하나에 속한다. 원래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사회보장에 관한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회보장의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사회보장기본법 제9조) 이러한 사회보장수급권은 헌법 제34조 제1항에 의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기본권 중의 핵심적인 것이고 의료보험수급권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기본권에 속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는 의료보험수급권은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급부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헌법규정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고 법률에 의한 형성을 필요로 한다. 의료보험수급권의 구체적 내용 즉, 수급요건ㆍ수급권자의 범위ㆍ급여금액 등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확정된다(헌재 1999. 4. 29. 97헌마333, 판례집 11-1, 503, 513 참조). 구 국민의료보험법은 제4장에서 보험급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피보험자 및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분만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한다고 규정하고 그 내용, 의료보험의 개시시기, 비용의 일부부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권리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구 의료보험법 제3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분만급여청구권은 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 중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급여의 일종으로 의료보험법이라는 입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권리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7. 12. 24. 95헌마390, 판례집 9-2, 828). 그러므로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가 보험급여의 제한이라고 하여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미 구체적으로 형성된 권리에 대한 제한의 의미를 갖는다.
한편 의료보험법상의 보험급여는 가입자가 기여금의 형태로 납부한 보험료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질을 갖는 것이고 본질상, 보험사고로 초래되는 가입자의 재산상의 부담을 전보하여 주는 경제적 유용성을 가지므로 의료보험수급권은 재산권의 성질을 갖는다.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57조는 “국고는 매년도 예산의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단에 대하여 의료보험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은 공단의 관리운영비용, 지부의 설치비용, 천재ㆍ지변 등으로 발생한 결산상 부족금의 보전, 보험재정안정사업의 실시로 인한 공단의 비용, 지역피보험자의 보험급여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일부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의료보험의 보험재정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에 의하여 대부분 형성되고 국고의 지원은 위에서 본 것처럼 원칙적으로 관리재정에 대한 것이므로 국고의 일부 지원이 있다는 사실은 의료보험수급권의 재산권적 성질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의료보험수급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를 재산권의 보장을 받는 공법상의 권리로서(헌재 2000. 6. 29. 99헌마289, 판례집 12-1, 913, 950 참조) 헌법상의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과 재산권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고 보므로(헌재 1999. 4. 29. 97헌마333, 판례집 11-1, 503, 512 참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입자가 만일 계쟁조항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이것은 헌법상의 재산권과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된다.
나. 재산권의 침해 여부
의료보험수급권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산권의 성격과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의료보험수급권에 대한 제한은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구성하는 측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이점을 검토한다.
(1) 의료보험수급권은 재산권으로 보장을 받는 공법상의 권리이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제한이 과도하여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한다면 이는 위헌이 된다.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서는 보험급여 제한의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 상당한지, 그 제한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는 것인지, 그리고 법익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입법목적의 정당성
의료보험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우선 보험재정이 건실하여야 하고 나아가 의료보험도 본질상 보험에 속하는 이상, 다른 보험제도와 마찬가지로 가입자의 정직성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존립하기 어려운 제도이므로(最大善意契約性), 피보험자가 자기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보험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그 보험급여를 제한함으로써 그의 부당한 이익을 배제하고 이로써 의료보험재정의 건실성과 의료보험의 사회성 및 도덕성(이하에서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이라고 포괄하여 부른다)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보장관계법상의 급여의 제한은 가입자가 보험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갖는다. 보험관계 전체를 관찰할 때 가입자에 대한 비난가능한 행위는 세 가지 국면에서 나타나는데 첫째, 가입자가 보험관계를 존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인 보험료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6항 참조) 둘째, 보험자 또는 요양기관의 요양에 관한 지시를 가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우(동법 제41조 제3, 4항 참조) 셋째, 가입자가 사회적 위험을 스스로 방지할 의무를 게을리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스스로 사회적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이다. 계쟁조항은 바로 위의 세 번째 경우를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보험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사고를 발생시킨 때’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사회적 위험을 스스로 방지할 의무를 게을리하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스스로 사회적 위험을 야기하는 것은 보험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이러한 행위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반한다. 보험공동체의 이익을 해하는 위해행위 중 우선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 또는 ‘고의로 질병ㆍ부상을 발생시킨 경우’에 대하여는 구 국민의료보험법(제41조 제1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법(제70조), 공무원연금법(제62조 제1항, 제2항) 등 여타의 사회보험관계법에서도 동일하게 급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서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을 제외하고 있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32조 제3호).
나아가 만일 가입자가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급여를 실시한다면 선량한 주의의무로 사고와 질병을 방지하고 예방하는 등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국민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가입자의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게 된다. 그러므로 가입자의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질병ㆍ부상 등에 대하여는 가입자가 고의로 이들을 발생시킨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험급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게 된다. 따라서 ‘범죄행위’라고 하는 보험공동체에 대한 위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ㆍ부상 등에 대하여 계쟁조항이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이로써 의료보험의 공공성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수단의 상당성
의료보험의 보험료는 보험사고발생률이나 보험급여의 다과에 연계되어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소득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여기에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여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다. 이것은 상법상의 상해보험 등 사보험과 다른 점이다. 사고발생률의 대소나 보험급여액의 다과 등에 따라 개인별로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것은 이념상으로는 사회보험의 기초인 사회연대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기술적으로도 전국민개보험(全國民皆保險)의 상황하에서는 이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보험에서는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의 경우와 같이 보험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하여는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제재수단을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범죄행위에 기인한 의료보험사고에 대하여 계쟁조항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4)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
문제는 범죄행위의 종류를 묻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계쟁조항이 규정한 범죄행위에는 고의범과 과실범이 모두 포함되고 과실범에는 중과실에 의한 것과 경과실(중과실 이외의 과실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는 이를 모두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에 의한 것이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대법원판례는 계쟁조항 소정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는 물론 특별법령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도로교통법 제12장의 범칙행위도 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0. 2. 9.선고 89누2295 판결 ; 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누752 판결)라고 하기 때문에 범죄행위의 범위는 매우 넓게 된다. 즉, 범죄행위에는 형법상의 과실범이 포함될뿐만 아니라 행정형벌범 중의 과실범도 포함되는데, 행정법령 중에는 과실에 의한 의무위반을 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입법목적이나 제반 관계규정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라면 과실범에 해당한다”라고 대법원판례가 인정하고 있므로(대법원 1986. 7. 22. 선고 85도108 판결 ; 대법원 1993. 9. 10. 선고 92도1136 판결 참조) 이러한 행정형벌범의 과실범까지 범죄행위에 포함하면 그 범위는 매우 넓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판례는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해석하여(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 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누9214 판결) 그 범위를 좁히고 있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계쟁조항의 범죄행위에 과실범이 포함됨으로 말미암아, 나아가 과실범에는 원래 경과실에 의한 것도 포함됨으로 말미암아, 결국 범죄행위에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것까지 포함되어 그 범위가 넓어지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
이것은 의료보험의 가입자인 국민이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의 하나인 의로보험의 보장으로부터 배제되는 예외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범죄행위의 범위를 넓게 잡다보면 이 가운데에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반하지 않거나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한 경우가 포함된다.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대법원판례가 범죄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도로교통법상의 범칙행위를 생각하면 그 범위의 넓음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경과실에 의한 범죄는, 절도나 강도와 같은 형법상의 고의범 및 중실화와 같은 중과실범과는, 보험공동체에 끼치는 위해의 성질과 정도가 현저히 그리고 판연히 다르다. 고의에 의한 범죄는 그 비난가능성이 크고 보험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의로 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질병 또는 부상 등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비추어 결코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중과실에 의한 범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보험공동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성실하고 책임있게 행동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의 정도가 중대하여 그 비난가능성이 고의에 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의ㆍ중과실을 제외한 경과실범의 경우에는 우선 그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험공동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성실하고 책임있게 행동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의 정도가 경미하므로 그 위반에 대하여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와 똑같이 비난하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형법상의 절도나 강도와 같은 고의범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실화의 죄 등과 같은 중과실범의 범행에 기인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하여 다른 국민이 낸 보험료로 의료보험급여를 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윤리성이나 도덕성 등 그 공공성에 위반되어 불합리하지만, 우연히 발생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는 것은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된다고 보기가 어렵다. 결국 의료보험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의로 발생시킨 사고 이외에 범죄행위와의 관계에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의 경우로 한정하면 충분하고 이 범위를 넘어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한편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보험의 공공성이라는 공익을 해치는 바가 별로 없거나 아주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의료보험으로 치료를 받아 질병의 고통 등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과 같은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도가,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정도로(예컨대 의료보험수급권 이외에는 치료비를 감당할 별도의 재산이 별로 없어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매우 중대하다. 그러므로 양자를 비교할 때에 기본권제한의 정당화에 필요한 법익의 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제한되는 사익과 추구되는 공익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어야만 헌법상 이를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모두 급여를 실시할 경우 보험재정의 부담이 너무 커져서 그 건전성을 위태롭게 한다면 법익의 균형문제를 달리 보아야 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러한 위험에 관한 아무런 실증적인 자료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 국민의료보험법이 폐지된 2000. 7. 1.부터 새롭게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만 급여를 제한하고 경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는 급여를 실시하는 것으로 개정한 것은 이렇게 개정하더라도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저간의 사정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5) 소 결
따라서 보험재정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고의범과 중과실범의 경우로 한정하면 충분하므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경과실범에 의한 보험사고의 경우에까지 의료보험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나며, 나아가 보호되는 공익에 비하여 침해되는 사익이 현저히 커서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이는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여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사회적 기본권의 침해
의료보험수급권의 재산권적 측면에서 볼 때 보험급여의 제한이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이상, 보험급여의 제한이 의료보험수급권에 혼재된 다른 기본권 즉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위헌적 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계쟁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뒤에 보는 바와 같이 계쟁조항에 의한 보험급여의 제한은 사회적 보장이 가장 필요한 분야의 하나를 사회보장의 밖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구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이므로 이점에 대하여도 추가로 검토한다.
(1) 계쟁조항이 초래하는, 위의 (나)에서 본 바와 같은, 과도한 제한은 보험의 본질과 조화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과실범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처벌하고(형법 제14조) 그 법정형도 고의범에 비하여 가볍다. 과실범 중에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중과실을 경과실과 구별하여 따로 보다 무거운 형을 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경과실의 범죄에 대하여는 고의범이나 중과실범에 비하여 법정형을 가볍게 하고 있는 것인데 그 이유는 그것이 경과실에 의하여 우연히,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경과실의 범죄로 인한 사고는 개념상 우연한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경과실의 범죄로 인하여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대수의 법칙에 의하여 분산시킨다는 보험의 본질에 어긋난다.
(2) 물론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자체와 그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 등의 보험사고와는 구별되는 것이므로 범죄행위가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하여 그로 인한 보험사고까지도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것, 바꾸어 말하면 우연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험사고발생의 계기를 이루는 고의의 범죄행위 자체는 원래 우연성이 없는 것이고 이러한 비우연성(非偶然性)의 범죄를 계기로 하여 발생한 보험사고 중 적어도 위와 같은 비우연성의 범죄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보험사고는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의 측면에서도 역시 그 우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의범에 기인한 보험사고는, 그 사고 발생의 계기가 되는 범죄행위라는 것이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성실하고 책임있게 행동하여야 할 보험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고의로 어긴 것이므로, 그에 대한 제재적 차원의 가치판단에서 보아도 그로 인한 사고의 우연성을 부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한편 중과실에 의한 범죄로 인하여 발생하는 보험사고는 어느 정도는 고의범과 달리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볼 측면이 없지는 않다. 원래가 중과실에 의한 범죄는 고의범과 경과실범의 중간영역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사실상 존재한다. 그러므로 중과실에 의한 범죄를, 그 발생의 우연성을 기준으로 할 때, 보험의 분야에서 이를 고의범과 같이 취급할 것인지 또는 경과실범과 같이 취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입법정책의 재량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중과실에 의한 범죄를 고의범과 같이 취급하여 이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 급여를 배제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내에 있는 것이고 이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여 보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반하여 경과실의 범죄로 인한 사고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개념상 우연한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경과실에 의한 범죄 자체가 우연적인 요소가 강한 것인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것이 계기가 되어 보험사고의 발생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은 더욱 그 우연성을 크게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하는 보험사고에 대하여 의료보험급여를 부정하는 것은 보험의 본질과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다.
(3) 위와 같이 의료보험급여의 배제가 보험의 본질과 목적에 어긋난다고 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보장급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오히려 이를 제공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보험을 포함하는 사회보장제도는, 그 발생 여부가 확실치 않거나 또는 그 발생시기를 확실히 하기 어려운 사회생활상의 우연한 위험으로부터 경제적 능력이 충분치 않은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원래 만들어진 제도이므로, 예측하지 못한 우연한 위험이 발생한 때에 사회보장으로서의 의료보험의 실시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 경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는 의료보험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바로 이러한 우연한 위험의 하나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오히려 의료보험의 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의 목적 내지 필요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이고 의회는 그 형성에 있어서 넓은 재량을 갖는다(헌재 1999. 4. 29. 97헌마333, 판례집 11-1, 503, 513 참조). 그러나 그 재량은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헌법상의 한계를 갖는 것이고 만일 이러한 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할 경우에는 그 법률은 위헌이 된다. 더구나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의회의 입법재량이 이러한 헌법상의 의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보험수급권을 법률로 형성함에 있어서 의회가 비록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계쟁조항이 경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의 경우에까지 의료보험의 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하고, 의료보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수 국민의 우연한 위험에 대하여 그 보호를 거절하는 것이 되어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은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라. 요컨대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계쟁조항의 ‘범죄행위’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경과실에 의하여 우연히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급여를 부정하게 되는데, 이것은 의료보험수급권이라는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여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
5. 결 론
그렇다면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다른 점에 대하여 더 판단할 것도 없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다른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나는 국민의료보험법상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하는 경우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로 한정할 것인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까지만 포함할 것인지, 고의ㆍ과실을 불문하고 모든 범죄행위를 다 포함할 것인지의 여부는 의료보험수급권의 성격상 전체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진 영역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위와 같이 특별히 어느 범죄행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하여 이는 의료보험수급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사회보험인 의료보험과 사보험은 그 제도의 목적ㆍ원리ㆍ운영방식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보험과 달리 급여제한사유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어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의료보험수급권의 법적 성격과 그에 따른 심사기준의 설정문제에 대하여 본다. 의료보험수급권은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라는 기여금의 대가인 측면이 있으므로 그 점에 있어서는 재산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 중 사회보험법상의 권리인바, 입법자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라는 기여금과 국고부담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의료보험제도의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의료보험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상황이라는 한계 하에서 여러 가지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고, 사회적ㆍ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여 그 권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결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보험수급권의 수급요건, 수급권자의 범위, 급여금액 등 그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확정되며, 그 의료보험수급권의 형성에 있어서 입법자는 폭넓은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보험을 통하여 누가, 어떠한 위험에 대해서, 어떠한 종류와 내용, 그리고 어떠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위와 같이 의료보험수급권의 성격을 본인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가라는 점에서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지만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이고, 따라서 그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설정에는 입법자의 재량의 여지가 넓은 영역이라고 보면서도, ‘최소침해성과 법익균형성’을 판단하면서 마치 순수하고 전형적인 일반재산권에 대한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엄격한 심사기준에 입각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어, 동일한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하면서 완화된 심사기준과 엄격한 심사기준이 혼화(混化)되어 있어 부당하다.
살피건대, 의료보험급여는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에 대한 반대급부의 성질을 일부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반대급부성은 상당히 약한 것이다. 사보험(私保險)의 경우 상업적ㆍ경제적 관점이 보험재정운영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므로 보험료의 산정에 있어 성별, 연령, 가입연령, 건강상태 등의 피보험자 개인이 지니는 보험위험발생의 정도나 개연성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의료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에서는 국민의 질병ㆍ부상ㆍ분만 등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의 증진을 도모하려는 사회보장적 입장이 바탕이 되므로, 보험료는 피보험자의 소득, 재산 등과 같은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정해진다. 보험위험도가 높은 사람이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것은 아니며, 보험급여를 많이 받았다고 하여 차기에 납입해야 할 보험료가 인상되지도 않는다. 이처럼 의료보험에서 보험료와 보험급여는 직접적 등가관계를 이루고 있지 않고 대가관계가 상당히 약하므로 보험급여를 받을 지위가 자신의 급부에 대한 등가물에 해당하여 사법상의 재산권과 유사한 정도로 강력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의료보험에서의 대가성은 연금의 경우와 비교해도 현저히 약하다.
연금은 그 수급권자가 기여금을 납부할 때, 이미 장래 반드시 있을 퇴직시 또는 사망시 등에 기여금으로 형성된 금액의 대략 2배 상당의 연금을 지급받을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 재산권성이 보험급여보다 훨씬 강하고 특히 기여금에 해당하는 금액부분은 수급권자 자신이 납부한 것을 반환받는 셈이므로 재산권성을 인정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러나 의료보험급여의 경우에는 보험사고(질병)가 발생할지 어떨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의 보험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일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고, 지급받는 보험급여액도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의 크기와는 아무 관계없이 결정되는 것이며, 보험사고가 없는 경우에 납부한 보험료를 장래에 반환받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수급권에 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종전 판례(헌재 1999. 4. 29. 97헌마333, 판례집 11-1, 503, 513 ; 헌재 2003. 9. 25. 2001헌마93등, 공보 85, 834, 849-850 참조)에서 공무원연금수급권은 재산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사회보장수급권으로 보이므로 입법자는 그 공무원연금수급권의 요건ㆍ내용 등의 설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재량을 가진다고 보아 완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위헌여부를 판단하여 왔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미 발생한 구체적 의료보험수급권을 사후에 제거하거나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발생하였다면 이에 대하여는 의료보험법에 의한 보호를 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정 즉,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을 형성하는 성질을 갖는 것이고, 따라서 이 경우 아직 발생하지 않은 구체적 재산권의 제한여부는 문제가 될 여지가 없으며, 다만, 이러한 입법자의 결정이 입법재량의 범위 내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할 때, 그 의료보험수급권이 전체적으로 사회보장급여라는 점을 고려하여 전형적인 재산권침해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적용되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재량이 인정되어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그 수단의 상당성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헌의견이 취한 그 심사기준설정의 전제로 보이는 의료보험수급권의 법적 성격에 대한 태도는 종전 우리 헌법재판소의 사회보험에 입각한 사회보장적 급부의 법적 성격에 대한 일련의 기본적 입장과 배치되는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 사건에서 기존의 판례입장과 달리 볼 특단의 사정이나 이유가 없는데도 갑자기 위와 같이 보는 것은 전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향후 헌법재판의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기능 및 헌법규범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국가기관과 국민에 대한 지침적ㆍ교육적 기능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위와 같은 완화된 심사기준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그 수단의 상당성이 인정되는지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 또는 사회보장수급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의료보험급여는 보험재정과 긴밀한 연계성을 갖게 되므로 그 급여 역시 총보험료수준을 고려하게 되어 무제한적인 보험급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볼 때, 보험공동체에 대한 위해를 끼치는 일련의 행위로 인한 질병이나 부상에 대하여 급여를 제한하여야 할 공익적인 필요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사회보험제도와 비교할 때, 의료보험의 경우 i) 공무원이라는 특수직역에 종사하는 자를 적용대상으로 하는 공무원연금법에 비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 ii) ‘업무상’의 보험사고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비하여 ‘업무 외’의 보험사고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보험사고로 인한 질병ㆍ부상에 대하여 보호를 줄 것인지의 여부를 제한할 필요성이 더 크다.
또한 설사 그것이 과실로 인하여 야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급여를 한다면, 선량한 주의의무로 사고와 질병을 방지하고 예방하는 등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국민에게 오히려 그 부담을 전가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가입자의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게 하여 의료보험제도의 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ㆍ시행된 1984. 12. 31. 당시에는 의료보험급여대상자인 피보험자 및 그 부양가족의 자가운전이 급증하여 자가운전자의 교통법규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발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고액의 의료보험급여비용의 지출이 증가하여 의료보험제도의 적정한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의료보험급여비용이 자가운전을 하지 않거나 교통법규를 성실하게 준수하는 다른 피보험자들이 내는 보험료나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되는 국고부담금으로 충당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정의에 반하고, 사회보장제도인 의료보험제도의 본질에도 어긋난다는 판단 하에 입법자는 교통법규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사고는 사보험으로 해결하도록 하면서 의료보험급여대상에서 제외시켜 의료보험급여비용의 위험요인을 분산시키고 보다 합리적인 보험급여를 실시하고자 한 것이고, 위와 같은 사정은 현 시점에서 보아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따라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제도가 시작된지 아직 10년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부족한 의료보험재정으로 의료보험공동체의 운영을 건실하게 하여 국민의 건강향상과 사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범죄행위’라고 하는 보험공동체에 대한 위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ㆍ부상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보험재정운용의 효율성과 의료보험의 공공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정당하다.
그리고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은 자동차손해보장보험 등 사적 손해보험과 같이 보험사고의 다과에 따라 보험료가 연계되어 변경되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아니하고,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소득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분을 합산한 금액을 각기 기준으로 하여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여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보험급여의 다과에 따른 개인차를 고려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사회연대성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전 국민 개보험인 의료보험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의 경우와 같이 보험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제재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험급여의 제한은 의료보험재정의 효율적인 운용과 보험재정운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게 된다면, 보험가입자가 보험사고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방치하여 결국 보험공동체가 인수해야 할 보험사고발생위험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증가시킴으로써 적정하고 우연한 위험을 보장하려는 보험제도의 존립목적을 위태롭게 하게 된다. 다른 한편, 위와 같은 경우도 의료보험급여를 지급하게 된다면,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귀책사유없이 여타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부담 및 국가부담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시키게 된다.
덧붙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대법원판례는 구체적으로 보험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였을 것과 같은 인과관계를 요구함으로써(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행위자에게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우에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조항 자체에서 구체적으로 법익을 형량할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넘어 청구인들의 재산권 및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무릇 인보험과 같은 사보험은 상업적ㆍ경제적 관점이 보험재정운영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며 의료보험보다 높은 보험료가 책정되어 있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가입하게 되어 있는 반면,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 가입강제, 제3자의 보험료부담, 가족의 수급권 보장,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의 책정에 따른 누진적 보험료징수를 통한 소득재분배, 국가의 재정지원과 운영 등을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그 제도의 목적ㆍ원리ㆍ운영방식에 있어서 현저히 다르다. 또한 사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범칙행위를 하여 사고를 야기한 자들에 대하여 곧바로 보험료를 높임으로써 몇몇 중과실에 의한 보험가입자에 대한 책임을 전체 가입자에게 확대하여 대수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나,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의 경우는 질병ㆍ부상에 대한 보험급여의 다과와 관계없이 오로지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와 관계없이 가입자간의 균등한 보험급여를 제도적인 본질로 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사회보험인 의료보험과 사보험은 그 제도의 목적ㆍ원리ㆍ운영방식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으로서 평등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에서 사보험과 달리 급여제한의 사유로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를 포함시키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사보험과 달리 사회보험인 의료보험에서 고의 및 중과실ㆍ경과실을 불문하고 모든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다수의견이 합헌과 위헌의 경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경과실’, ‘중과실’은 헌법재판소가 특정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기준으로는 모호하고 불명확하여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중과실’과 ‘경과실’로 구분하는 것은 ‘법률’에서나 가능한 것일 뿐, ‘헌법’상의 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아니하다.
고의와 과실의 경우는 처벌의 구성요건과 체계를 달리하고 있어 그 구별의 기준이 명확하고, 업무상 과실과 보통과실은 ‘업무’라는 기준이 있어 이것 또한 그 구별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으나,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우에는 과실이라는 본질은 같고, 다만, 그 구별은 단순히 비본질적이고 양(量)적인 주의의무의 태만정도에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위헌ㆍ합헌의 기준으로 ‘중과실’은 고의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경과실’은 별도로 배제시켜 한정위헌의 경계 내지 한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분히 의제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특히 우리 헌법재판소의 종전 한정위헌결정에서 위헌과 합헌의 경계 내지 한계를 구분짓기 위한 기준들이 개념상 일응 분명한 것들인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의심스럽다.
‘중과실’과 ‘경과실’은 고의와 과실과는 달리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과실의 정도문제일 뿐이므로, 중과실이냐 경과실이냐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a, b, c, d … 등 무수한 과실 중에서 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분할 수 있어서 이를 구분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과실이라는 점은 같고, 다만, 그 정도만 다른 a1, a2, a3, a4 … 등 무수한 정도의 과실 중에서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계를 긋는 것이므로, 거기에 경계를 두고 위헌ㆍ합헌의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기란 심히 모호하고 거기에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재될 여지가 많아 법률에 중과실과 경과실을 규정하여 법관의 해석으로 보충ㆍ구별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헌법상으로 위헌ㆍ합헌의 경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는 불분명하여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념상 중과실 중 가장 가벼운 과실과 경과실 중 가장 무거운 과실과는 그 과실의 정도에 있어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일뿐 별로 차이나는 바가 없을 것임에도 그것들을 중과실군과 경과실군으로 분리하여 명명함으로써 중과실과 경과실이 과실의 정도문제일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도 다른 과실군으로 생각되는 듯하다.
아울러 다수의견의 한 연유라고 볼 수 있는 교통사고사건의 경우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업무상 과실여부이지 중과실ㆍ경과실 여부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 기준설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마. 입법론으로 논의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을 위헌론의 논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수급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을 수급자에게 유리하게 확대하는 법개정을 하였다고 하여 종전법규정이 반드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자는 국가의 사회보장정책의 변경, 보험재정이나 국가재정의 여유 등에 의하여 의료보험수급권의 내용과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개선조치할 수 있고, 상황의 변경으로 그와 반대의 결과를 야기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종전규정의 위헌성판단의 한 근거로 개선입법조치를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의료보험수급권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그 내용을 형성하는 입법자의 재량은 광범위하여 경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하는 것이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볼 만한 분명한 근거와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입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의 경우 그러한 사정이나 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헌법질서를 유지ㆍ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구체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부의 입법정책이나 헌법과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국가정책을 입안ㆍ형성ㆍ수행하는 행정부의 판단에 선행하여 정책판단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유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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