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비 [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판시사항】

편집

[1]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건축사 자격 유무에 관한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3] 건축사 자격이 없이 건축연구소를 개설한 건축학 교수와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재건축조합이 상대방의 건축사 자격 유무를 조사하지 아니하여 그의 무자격을 알지 못한 것이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편집

[1]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는바,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서 건축사 자격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재건축조합이 건축사 자격이 없이 건축연구소를 개설한 건축학 교수에게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재건축조합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때 일반인으로서도 이와 같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재건축조합측의 착오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

[2]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하는 것인바,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3] 설계용역계약 체결을 전후하여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것을 묵비한 채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한 건축학교수이고 '(명칭 생략)건축연구소'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까지 마치고 건축설계업을 하며 상당한 실적까지 올린 사람이라고 소개한 경우,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에게 당연히 건축사 자격이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재건축조합 측이 그를 무자격자로 의심하여 건축사자격증의 제시를 요구한다거나 건축사단체에 자격 유무를 조회하여 이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재건축조합의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편집

[1] 민법 제109조, 건축법 제19조, 건축법시행령 제18조, 건축사법 제4조 제1항, 제23조, 제39조 제2호

[2] 민법 제109조

[3] 민법 제109조

【참조판례】

편집

[2]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26657 판결(공1997하, 2786),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공1997하, 3286),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공1998상, 686),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64995 판결(공2000하, 1393)

【전문】

편집

【원고,상고인】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2. 11. 1. 선고 2002나4155 판결

【주문】

편집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편집

1. 사실관계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건축사법에 의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바는 없고, 다만 건축디자인연구, 건축컨설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명칭 생략)건축연구소'를 운영하는 자로서, 2000. 5. 17. 피고의 전신인 이 사건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와 사이에 재건축을 위한 기본설계도, 실시설계도, 기타 공사 실시에 필요한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내용의 설계용역 가계약을 체결한 사실, 2000. 6. 18. 피고 조합이 결성되고 소외인이 조합장으로 선출되어 위 가계약을 본계약으로 승인한 사실(이하 위 가계약과 본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그런데 피고측은 2000. 8. 21. 원고에게 위 건축연구소가 건축사협회에 등록된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건축사 자격이 없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은 건축사법 제4조, 제23조에 위배되어 재건축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같은 달 31.까지 이에 대한 소명과 함께 건축사 면허증과 건축사사무소 등록증 사본을 제시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한 사실, 피고는 2001. 7. 25.자 답변서의 송달로써 피고측의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에 이른 피고의 의사표시를 취소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2. 상고이유(기간경과 후의 보충상고이유는 보충의 범위 내에서)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은 재건축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필요한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또한 재건축사업에 필요한 건축행정에 관한 업무를 포함하는 계약인데, 재건축사업승인신청시나 그 후의 설계변경시에는 반드시 건축사가 설계하고 그 설계자를 표시한 설계도면을 첨부하여야 하므로, 만일 건축사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거나 설계한 건축사를 표시할 수 없다면 재건축 추진은 곤란하게 될 것이고, 또한 건축사법상 건축사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 그 자격이 부여되며, 만일 건축사 아닌 자가 금지된 설계를 하면 이를 처벌하고, 더 나아가 그로 인하여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재건축아파트와 같은 규모의 건축물의 설계에 있어서는 설계자인 원고의 설계능력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재건축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가 이 사건 계약의 중요한 요소를 구성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이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피고 조합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피고 조합이 중요 부분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는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설계용역에서 건축사 자격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에게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피고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때 일반인으로서도 이 사건과 같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측의 착오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중요 부분의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위법이 없다.

나. (1)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용역사업을 시작하던 시점이나 이 사건 계약 체결시점에 원고가 건축사가 아닌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는바, 이는 피고의 착오에 중과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으로 보이므로, 원심판결에 이 점에 관한 판단누락이나 심리미진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하는 것인바,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64995 판결 등 참조).

원심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듯이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을 전후하여 건축사 자격이 없다는 것을 묵비한 채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한 건축학교수이고 '(명칭 생략)건축연구소'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까지 마치고 건축설계업을 하며 상당한 실적까지 올린 사람이라고 소개하였다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원고에게 당연히 건축사 자격이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피고측이 원고를 무자격자로 의심하여 건축사자격증의 제시를 요구한다거나 건축사단체에 자격 유무를 조회하여 이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가 건축사의 자격을 기재함이 없이 '(명칭 생략)건축연구소 대표 원고'라고 계약당사자 표시를 하여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축사의 표시가 없는 '(명칭 생략)건축연구소'의 사업자등록을 피고측에게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무자격을 알리기 위하여 한 행위가 아니므로,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피고측이 주의를 현저히 결여하여 원고의 무자격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이르게 되었음을 알아볼 만한 자료가 없다.

원심의 이유 설시가 미흡하기는 하나, 위의 설시에 비추어 볼 때 피고측의 착오가 그의 중대한 과실에 연유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중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손지열(주심)